2012년 법륜스님의 희망세상만들기 강연 현장을 쫓아다니며 쓴 글의 제목들이다.
좋은 결혼 상대를 찾으려는 욕심이 강해요.
아버지가 어릴 때 저를 성폭행 했어요.
교회 다니지만 불신지옥이 싫어요
시어머니 돌보는 것 화나요.
나이 팔십에 인생무상을 느낍니다.
여자친구의 갑작스런 이별통보에 분노.
의료사고로 친구가 죽었어요, 너무 힘들고 막막.
스님에게 성욕 다스리는 법 물어봤더니.
가슴이 절벽이여서 고민이예요.
선 봤는데 상대가 키작고 대머리, 맘에 안들어요.
법륜스님이 말하는 쌀과자 사랑론, 진짜 쿨해.
법륜스님 앞에서는 프러포즈도 즉석에서.
고민 한 방에 날린 이 한마디 “엄마 잘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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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은 300회 강연 동안 무려 3천개가 넘는 질문들을 받았다고 한다. 인간사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고민들이 그 속에 다 담겨있었을 것이다. 강연장을 쫓아다닌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보니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3가지가 생각났다. 첫 번째는 작년 가을 대전정토회에서 열렸던 희망세상만들기 1강이고, 두 번째는 지난 여름 서울대에서 열린 새로운100년 북콘서트다. 세 번째는 마지막 300강이 열리는 경희대로 향하던 버스 안이다.
법륜스님 강연을 듣고 나오는 질문자에게 인터뷰를 하고 있는 중.^^
첫 번째 장면.
대전정토회 개원법회와 함께 진행된 희망세상만들기 1강에서 이런 질문이 있었다.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이 "공부 때문에 머리도 아프고 심장도 뛰어요“라고 물었다. 이 질문은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사춘기 시절을 떠올리게 했고 곧바로 감정이입이 되었다. 스님의 답변은 지금까지 강연 현장을 쫓아다닐 수 있게 해준 크나큰 원동력이 되었다.
“공부 잘해서 뭐할려고요? 공부 잘 해서 편히 살려고요? 지금 편히 살 수 있는데 왜 기다리나요? 공부를 긴장해서 억지로 하지 말고 좋아서 해야 돼요. 이게 궁금하면 이거 공부하고 저거 궁금하면 저거 공부하고. 편안하게 공부해서 자기 등급이 되는 데를 찾아가세요. 일부러 농땡이 칠 필요도 없고, 일부러 죽기 살기로 할 것도 없어요. 내가 하고 싶어서 열심히 하는 것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괜찮아요. 밤을 새도 괜찮아요. 그런데 억지로는 하지 마세요.”
스님은 여러 번 반복해서 구체적인 비유를 들어가며 질문한 학생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그런 가운데 불행했던 나의 학창시절이 오버랩 되었다. 나는 학업에 대한 부담감으로 무척이나 괴로운 시절을 보냈었다. 1등이 아니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에 성적에 집착했고, 등수가 떨어지면 무시당하는 것 같아 크게 위축되고 괴로워했다. 세상을 배우는 공부, 나를 위한 공부가 아니라 1등이 되기 위한 공부를 했었다. 당시 매우 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했었다. 그러나 주위에서 돌아오는 대답은 “갑자기 왜 그러느냐? 여자 친구가 생겼냐? 정신 차려라!” 라는 식의 반응뿐이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머리를 땡 하고 쳤다.
‘질문한 학생처럼 만약 내가 고등학생 때 법륜스님을 만났다면 얼마나 행복했을까.’
순간 답변을 듣고 얼굴이 환해진 학생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가슴에 뜨거운 감정이 올라왔다.
‘이 내용을 블로그에 올려서 더 많은 학생들이 학업의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겠다.’
내가 직접 그 고통을 경험해봤으니, 만약 누군가가 같은 고통으로 괴로움을 호소한다면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그 괴로움을 해결해주리라는... 관세음보살의 서원과 같은 강렬한 다짐이었다.
강연이 끝나고 곧바로 글을 써내려 가기 시작했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 줄도 모르고 온전히 집중했다. 오직 이 글을 널리 전하고 싶었을 뿐. 이 글은 “고3때 이 남자 만났으면 행복했을 텐데” 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에 널리 널리 퍼졌다. 글을 읽고 단 한명이라도 자살을 멈출 수 있다면 얼마나 큰 보람인가 생각했다. 모든 강연장에 다 갈 수 있었던 건 아니었지만, 강연장 안에서만 공유되고 그칠 수 있는 감동적인 문답들을 강연장 밖에 있는 많은 분들에게 널리 알릴 수 있다는 사실은 큰 보람이고 기쁨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 마음은 더욱 간절해졌다. 이런 간절한 마음은 희망세상만들기 300회 강연 현장을 열심히 쫓아다닐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두 번째 장면.
희망세상만들기 강연이 인생 고민을 해결해주는 감동이 있었다면, 새로운 100년 북콘서트는 남한을 넘어서서 한반도 문제로 시야를 넓혀주었다. 남한에서는 강연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세상이 널리 전해지고 있었지만, 북한에서는 단지 먹을 것이 없어서 많은 사람들이 생존의 고통 속에 있다는 사실을 늘 함께 자각하게 해주었다. 강연 중에 법륜스님이 눈물을 보인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7월9일 ‘새로운 100년’을 주제로 서울대 문화관에서 오연호 기자와 통일에 대한 대담을 할 때였다.
“북한에 있는 2천만 동포가 먹을 게 없어서 굶어 죽어가고 있어요. 아이들의 영양 실태가 정말 심각해요. 여기에 정말 목이 메이고 가슴 아파 하느냐. 고통 받는 사람을 외면하면 안 됩니다. 통일을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 땅에 살아있는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서야 합니다. 가장 고통 받는 사람들이 누구냐? 바로 2천만 북한주민들입니다. 그들에게 통일은 당장 내일이라도 원하는 일이지, 30년 뒤의 문제가 아니라는 거예요. 그들에겐 내 아들이 굶어죽는 일이 바로 지금의 문제라는 거예요. 이 아픔에 대해서 정말 가슴 절절히 느끼느냐...”
법륜스님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내 가슴은 먹먹해졌고 참석한 2천명의 청년들도 숙연해졌다. 통일을 해야 하는 이유는 이 땅에 살아있는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서야 한다는 말에 내 눈에도 눈물이 핑 고였다. 300회 강연이라는 초인적인 활동에도 불구하고 북한 주민들이 겪는 생존의 고통은 전혀 해결되고 있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수 치고 기뻐하는 청중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300강을 통해 국민들의 의식이 깨어나도록 하는 것, 더 많은 사람들이 통일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임이 분명해져 가는 시간이었다.
세 번째 장면.
마지막 300번째 강연은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끝마쳤다. 강연장으로 향하는 길에 계속 눈물이 맺혔다. 300회 강연이라니... 잠잘 여유도 없이 아픈 몸 이끌고 여기까지 달려온 법륜스님 생각이 났고, 300회 강연이 열릴 수 있도록 뒤에서 자원봉사하신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생각났다. 강연장에 도착하자 300강의 발자취를 보여주는 영상 속에 스님의 이 말씀이 5천명을 향해 울려 퍼지고 있었다.
“행복도 내가 만드는 것이네, 불행도 내가 만드는 것이네. 진실로 그 행복과 불행, 다른 사람이 만드는 것 아니네.”
강연 중에 가장 자주 반복했던 부처님 말씀이었다. 그제서야 비로소 이 말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가슴 속으로 다가왔다. 300번의 즉문즉설의 요지가 이 세 문장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구나. 나로부터 시작되는 행복, 나로부터 시작되는 세상의 변화를 단지 말로만이 아니라 300강을 통해 온 몸으로 보여주신 스님께 깊은 감사의 마음이 뜨겁게 올라왔다.
강연장에서 사진을 찍으며 열심히 취재하고 있는 중.^^
힘차게 달려온 지난 1년이었다. 시작할 때는 까마득했는데 막상 끝나고 나니 아쉬움도 생긴다. 결과가 기대만큼 못 미친 것 같기도 하고, 허전한 마음도 조금 남아 있다. 하지만, 인생이 이런 것 아닐까 싶다. 그 때는 다 고생이었어도 지나놓고 보면 다 추억이 되는 것. 지금은 잘 놀았다는 기쁨이 더 크다. 지은 인연의 공덕은 깊은 바다 속 땅 끝 속에서도 감출 수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언젠간 열매 맺고 꽃피리라.
이런 아름다운 행렬에 나도 함께할 수 있어 너무나 기뻤던 지난 1년이었다. 새해에는 희망세상만들기의 바통을 이어받아 남북한 주민 모두의 행복을 향해 더 멀리 도약하는 한해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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