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호부대에서 열린 군장병들과 함께하는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다섯 번째 이야기입니다. 군대에 오면 처음 이등병 때는 고생도 많이 하고 힘듭니다. 일병, 상병 점점 짬을 먹고 병장이 되면 생활을 정말 편해집니다. 허드렛일도 안해도 되고 후임들이 왕처럼 떠받들어 주고 참 좋죠. 하지만, 가장 답답하고 막막해지는 시기가 또한 병장 때입니다. 왜냐하면 이제 사회로 나가야 하는데 과연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두려움이 엄습해 오기 때문입니다. 전역을 한 달 앞둔 말년 병장의 이러한 고민에 법륜스님께서는 청천벽력 같은 일갈을 해주셨습니다.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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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사질문 : 제 전역이 한 달 정도 밖에 안 남았는데, 전역 후 진로가 너무 고민 됩니다. 아직까지 뭘 하고 싶은지도 잘 모르겠고, 계속 밖에서 하던 공부를 하자니 적성에 안 맞는 것 같고, 입대 할 때도 진로를 어떻게 할지 몰라 도피하듯이 군대에 입대했는데, 막상 전역 때가 되었는데도, 지금 또한 변한 것이 없는 동일한 상태입니다.
▶법륜스님 : 전역하는 날 아침까지 ‘전역하면 무엇을 할까?’ 생각하지 마세요. 하지마라 한다고 해도 물론 생각날 것이고 고민하게 됩니다. 그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 전역한 뒤를 돌아보세요. 군대에 있을 때는 군대가 지긋지긋한 곳이었을지는 몰라도, 전역하고 나서 1년, 5년, 10년이 지난 뒤에 돌아본다면 군생활에서 좋았던 점들이 있을까요? 없을까요?
▶병사 : 있습니다
▶법륜스님 : 왜 그런가 하면, 남자들이 군대에 있을 때는 다 힘들어 해놓고, 나이가 들고 남자들끼리 모여서 술 마시면 군대 이야기 밖에 안 해요. 기합도 누가 더 힘들게 받았는지 경쟁을 해요. “야 그것 가지고 그런 걸 기합이라고!” 이러면서 추억을 해요. 지금은 다 힘든 시간이지만, 시간이 지나고 뒤돌아 볼 때는 다 추억이 되요.
왜 그럴까? 여기서는 힘들지만, 이걸 누군가 의도적으로 나쁘게 만들려고 한 것은 아니란 말이에요. 여기서 기합을 받을 때는 ‘야 저 누구누구는 진짜 독종이다. 나를 괴롭게 만들려고 한다.’ 이런 생각이 들어서 ‘두고 보자! 내가 사회에 나가면 너를 용서 해 줄 것 같으냐! 반드시 찾아가서 복수할 꺼야!’ 이런 생각도 들어요. 그래도 일단 나가버리면 까마득하게 없어져 버려요. 이건 등산을 하며 ‘내가 이렇게 힘이 드는데, 다시는 내가 또 오나 봐라’ 하지만, 정상에 올라가면 그러한 생각들이 모두 사라지고 다음에 또 오게 되는 것과 같아요.
그러니까 ‘야, 그때 내가 운동을 좀 확실하게 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때 내가 친구들을 좀 더 사귀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이렇게 지나 놓고 돌아보면, 군대에 있을 때 조금 더 거기에 충실했더라면 굉장히 좋았지 않았을까 이런 후회가 생겨요.
그러니 ‘전역하면 무엇을 할까?’ 하는 공상을 아무리 해봐도 나가면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아요. 지금 여기에서 있는 동안에 군대 안에서만 할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일까? 밖에 나가버리면 할 수가 없고 군대 안에서만 할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일까? 이 안에서 정말 충실하게 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지나온 시간은 적당하게 보내었다고 치더라도 새롭게 지금부터 한 달 동안 이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본인이 생각해보고 스스로 그것을 충실하게 해보는 것이에요.
어떤 훈련이 있다고 그러면 고참이라고 빠지지 말고 해보세요. 군대에 처음 들어왔을 때는 ‘상급자가 욕 안하고, 기합 안주고, 친절히 가르쳐 주면 좋을텐데,..’ 라는 생각 들었었죠? 그런데 상급자가 되고 보니까 ‘후임들이 욕을 안 하면 말을 안 듣는다’ 생각하게 되잖아요. 그렇지요?
▶병사 : 예, 그렇습니다.
▶법륜스님 : 그러니까 초심으로 돌아가서 후임에게 욕을 안 한다. 조금 마음에 안 드는 점들이 있어도 상대를 생각해서 용서해 준다. 훈련을 받을 때도 운동이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임해본다. 이렇게 충실하게 하는 것이 굉장히 좋다. 군대에 있을 때는 군대의 일에 충실 하는 것이 인생살이에서 가장 효율적이란 말이에요. 이곳에서 남은 한 달을 전역 후의 일만 생각하며 죽인다면, 인생살이에서 한 달을 일찍 죽는 것과 동일해요. 그런데, 이 한 달을 군대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부지런히 한다면, 본인의 입장에서 가장 소중한 시간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선임으로서가 아닌 인간으로서 ‘아, 그 사람 참 괜찮은 사람이더라’ 라는 소리도 듣도록 한 달이라도 그렇게 변해보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훈련도 열심히 한번 받아보고... 훈련도 운동이라 생각하고 한번 해보세요. 강제성, 수동적으로 대항하면 매사가 귀찮고 하기 싫지만, ‘운동 삼아 내가 하고 싶다’ 이렇게 마음을 적극적으로 가지면 이 군대 안에서의 모든 일들이 즐거운 일이 된다고 봅니다.
왼뺨을 때리면 오른뺨도 대어주어라, 5리를 가자하면 10리를 가 주어라, 겉옷을 달라하면 속옷까지 벗어 주어라. 이렇게 모든 것을 적극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여기 끌려와서 시키니까 어쩔 수 없이 한다고 생각하면 2년간 강제 노역하고 강제 훈련하고 노예 생활이 되요.
요즘 한 집안에 혼자 아니면 둘이지요. 그렇게 혼자 자라다가 바깥 사회에 나가면 사회 적응을 잘 못해요. 그런데 군대 와서 이렇게 여러 사람들과 함께 지내보니까, 성격도 다르고 취미도 다르고 취향도 다르잖아요. 이런 것들은 돈 주고 못 배우는데 군대에 오면 배울 수 있어요. 그리고 군대에 오면 집에서 먹던 음식보다 더 못한데도 건강하잖아요. 군것질이 몸에 안 좋고 규칙적으로 식사하고 운동 하는 것이 건강에 얼마나 좋은가를 배울 수 있게 되요. 나에게 주어지는 어떤 것이든 나에게 유리하게 전환시킬 수가 있다. 이것이 수행이에요.
그래서 사건이 나면 그 사건은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닌데, 사람들은 좋은 사건 나쁜 사건으로 구분 지어 버리잖아요. 그런 것을 누가 한다? 본인이 한다. 이게 일체유심조입니다.
훌륭한 인생을 사는 사람은 그걸 어떻게 유리하도록 전환시키느냐 이게 중요해요. 그런데 감정에 치우치면 나중에 후회할 일이 생기는 것이에요. 그래서 한 달 남았다고 그렇게 무료하게 보내면 안돼요. 한 달이란 시간은 엄청난 시간입니다. 깨달음을 얻는다고 해도 12번 더 깨달을 수 있는 기간입니다. 만약에 본인이 고문을 당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한 달이 얼마나 긴지(웃음),,, 그러니까 엄청난 시간이에요. 그 한 달을 정말 보람 있도록 보내야 한다. 낭비하지 마세요.
전역하는 날 아침까지 전역하면 무엇을 할까 생각하지 말라고 하시네요. 마치 영어 시간에 수학책 공부하면 비효율적이듯이 말이죠. 한 달이면 12번도 더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이고, 만약 고문을 당한다면 얼마나 긴 시간이겠냐 하시는데 등줄기가 뜨끔해지더군요. 저도 저에게 주어진 이 상황을 얼마나 소중하게 잘 쓰고 있는지 많은 반성이 되었습니다. 성경에 “5리를 가자 하면 10리를 가주어라” 는 좋은 말씀이 있는 줄도 처음 알았고요. 스님 말씀처럼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2년간 강제노역을 하는 셈이지요. 주어진 상황을 나에게 유리하도록 전환시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습니다. 그것이 바로 일체유심조의 진리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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