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호부대 군장병들을 대상으로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강연이 열렸습니다. 즉문즉설은 자신의 인생 고민에 대해 직접 스님께 묻고, 스님께서 바로 대답해 주는 강연 방식입니다. 최근 호국훈련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군장병들은 여러 가지 스트레스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기도 합니다. 병사들은 법륜스님께 많은 고민들을 질문했고, 스님은 자상하게 하나하나 친절히 대답해 주셨습니다. 오늘은 그 중 이등병들이 많이 한 질문을 소개합니다. 이등병 때는 군생활의 목표도 세우고 많은 다짐을 하기도 하는 푸룻푸룻한 시기입니다. 한 병사가 그 푸릇푸릇한 첫마음을 어떻게 전역때까지 유지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물었습니다. 스님의 답변이 참 시원하고 재미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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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질문 : 지금 이등병입니다. 전역하고 나면 좋은 학교로 편입도 하고, 효도도 하고, 소홀했던 사람들에게 더 관심을 가져야 겠다 등 군대를 인생의 터닝 포인트로 삼고 변화할 생각입니다. 근데 고참이나 전역자들 말로는 계급 좀 높아지면 군대 오기 전으로 마음이 뒤바뀐다고들 많이 하는데, 지금 저의 마음이 변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알고 싶습니다.
▶법륜스님 : 지금 여기서 부모님께 효도해야지 공부 잘해야지 이런 이야기 일만 번 해봐야 다 번뇌입니다. 아무 도움이 안된다는 말이에요.
여러분 시험 칠 때 다음부터는 벼락치기 공부 안하고 미리미리 해야지 항상 다짐하죠. 그런데 시험만 끝나면 어떻게 해요? 그런 마음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그 다음 시험 때 똑같죠. 방학이 되면 숙제뿐만 아니라 하루에 몇 페이지씩 공부할 것이라고 계획만 세우잖아요. 그렇게 해놓고 하루도 못하고 친구가 찾아와서 놀아버리면 30일 계획 세웠다가 5일 빼고 25일로 숫자 나누어서 또 했다가 또 5일 까먹고 20일로 나누어서 했다가 그렇게 끝에 가면 항상 뭐에요? 숙제도 못해 가서 남의 것 뺏겨 쓰고... 이게 우리 인생이란 말이에요. 늘 반복되고 있잖아요, 안그래요? 여러분들은 안그랬나? 나만 그랬나?
그렇기 때문에 ‘지금 내가 뭐 해야지, 뭐 해야지’ 이런 생각은 중요하지 않다. 지금은 그런 생각하는데 막상 부모님이랑 살게 되면 또 싸우게 되지요. 그런 생각은 다 내려놓고. 전역한 뒤에 부모님께 효도 하겠다는 것을 정말 할 수 있으려면... 현재 내가 군대 생활하는 이 일에 충실할 수 있으면, 제대해서도 그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에요.
제가 중학교 때 이루고자 하는 꿈이 있었어요. 그래서 열심히 공부 했는데, 혼자서 자취를 하니까 연탄불 아끼다 보니 방이 차가워서 이불 깔아 놓은 그곳만 조금 따뜻하고 방 안은 잉크병이 얼어버릴 정도였어요. 겨울에는 책상 앞에 앉아 있으면 추우니까 이불 밑에 발 넣어두고 엎드려서 한다고 하다보면 잔다 말이에요. 자고, 또 자고, 또 자고 이게 반복이 되니까, 제가 벽에다가 무엇을 써서 붙여 놓았어요. “내가 원하는 장래의 희망을 달성하는 길은 지금 내가 이불 밑에 발을 넣지 않는 것이다” 20년 30년 후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일단 지금 내가 이불 아래 발을 집어넣어서는 안된다. 춥던지 어떤지 관계없이.
그래서 깨달음의 길에 불가에서는 “조고각하” 너의 발밑을 보라고 하죠. 뭐 깨달음이 어떠니 저떠니 허황된 소리 하지 말고, 네가 신발 벗을 때 벗는다 하는데 깨어 있느냐? 우리가 방안에 갈 때 마음이 방안에 먼저 가 있으면 신발이 흩트려 진다는 말이에요. 딱! 신발을 댓돌 위에 놓을 때 그때 깨어있으면 신발이 가지런하게 벗어지는 것이고, 그때 마음이 다른 곳에 가버리면 신발이 흩트려 지는 것이에요. 그러니까 흩트려 놓은 신발을 남이 보기 좋으라고 가지런하게 놓는 것이 “조고각하”가 아니에요. 항상 왼발이 갈 때는 왼발에 깨어 있고 오른발이 갈 때는 오른발에 깨어 있는다. 항상 깨어 있는다, 찰나 찰나에 깨어 있는다, 이 말이 발밑을 보라 이말 이거든요.
그러니까 질문하신 분은 지금 이 생활 즉 군대 생활에 내가 충실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한번 점검해보세요. 그것이 되면 나가서 좋은 대학 가는 것도 가능하고 부모님께 효도하는 일도 가능해 지지만은, 여기서 오늘 마음 먹었는데 내일 안 되고, 내일 마음 먹고 모레 안 되면 이런 이야기 해 봤자 꿈같은 소리다. 그러니까 그것을 할 지금의 내가 해야 될 일은 현재 내가 처해진 이 생활에 충실할 수 있느냐 이것을 한번 지켜보는 것이에요.
아랫사람일 때는 내가 윗사람이 되면 저것을 하지 말아야지 했는데, 내가 윗사람이 되어서 그럴 수 있는지 점검해 보세요. 내무반 생활에서 청소할 때 남보다 내가 하나 더 하고 이렇게 되는지, 그것이 되면 밖에 나가서도 그 원을 달성할 수 있다. 이렇게 말할 수 있어요.
대답은 짧고 간결했습니다. 현재 내가 군대 생활하는 이 일에 충실할 수 있으면, 제대해서도 원했던 그 일을 할 수 있다. 참 간단한 말씀이었지만, 그 속에 깊은 지혜가 담겨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등산할 때 정상에 올라가려면 한발 한발 내딛어야 하듯이, 원하는 꿈을 성취하려면 지금 내가 한발 한발 노력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죠. 한발 한발 내딛지 않고 ‘난 정상에 올라가고 싶어’ 하고만 있는 것은 욕심밖에 안되죠. 이 문제는 비단 군생활 뿐만이 아니라 사회생활에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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