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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 즉문즉설

돈에 집착하는 마음이 생겨요, 스님의 답변

오랜만에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들었습니다. 새해를 맞이하여 여행도 다녀오고 이런저런 준비를 하느라 블로그를 시작하지 못했습니다. 늦었지만 새해에 여러분께 올리는 첫 글을 오늘 시작합니다.

직장을 갖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다보면 돈에 대한 집착이 생겨납니다. 더 많이 벌고 성공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고요. 하지만 적게 쓰고 적게 입고 청빈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분들도 제 주위에는 많습니다. 물가는 오르고 경제도 어렵고 먹고 사는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요즘이지만, 한편으론 이럴 때일수록 청빈하고 검소한 삶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오늘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에서는 이렇게 청빈한 삶을 살아가려 하지만, 돈에 대한 집착이 버려지지 않아 힘들다는 서른살 직장인의 질문이 있었습니다. 스님의 말씀이 마음을 참 편안하게 했고, 그 대답이 지혜로워서 좋았습니다.
 


▶질문 : 서른 살 직장인입니다. 전에는 돈도 많이 벌고 성공하는 삶을 추구했습니다. “깨달음의 장”이라는 마음수련을 다녀온 후 청빈한 삶을 살고 싶다는 원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집안의 경제 문제나 앞으로 결혼하면 차나 집을 사는 것들도 고려하다 보니 돈을 모아야 하지 않을까 해서 다시 돈에 집착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법륜스님 : 먹고 싶은 것 다 먹으면 건강에 좋습니까? 안 좋습니까? 음식을 먹는 것은 몸에 좋으라고 먹는 것인데, 맛있는 것과 몸에 좋은 것하고는 다를 때도 많습니다. 입에는 맛있는데 몸에 안 좋은 음식이 있는가 하면, 입에서는 쓴데 몸에는 좋은 음식도 있습니다. 몸을 생각하면 먹고 싶더라도 때로는 먹지 말아야 되고, 때로는 입맛이 없어 먹기 싫지만 먹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음식을 먹는 것은 몸이 중심이 되어야지 입이 중심이 되면 안 된다는 말입니다.

나도 모르게 옷이며 음식이며 집이며 세상 모든 물건에 종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옷을 입을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옷이란 몸을 잘 보호하기 위해 입는 것입니다. 추울 때에는 몸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햇볕이 뜨거울 때에는 뜨거운 햇볕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옷을 입습니다. 그런데 요즘 말하는 소위 값비싼 명품 옷을 입은 사람들을 보면 늘 옷이 망가질까봐 신경 씁니다.

옷이 나를 보호하는 게 아니라 내가 옷을 보호하게 됩니다. 이게 바로 전도몽상입니다. 옷이 나의 종이 되는 게 아니라 내가 옷의 종이 됩니다. 집도 그렇지요. 집이 점점 커지고 가구나 귀중품들이 자꾸 늘어나게 되면 집이 나를 지켜주는 게 아니라 내가 집을 지키게 됩니다. 집이 주인이 되고 내가 종이 됩니다. 내 삶이 나도 모르게 거꾸로 된다 이 말입니다.

이렇듯 우리의 삶은 늘 어느 순간 주인이 바뀌어버립니다.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어느 순간에 딱 뒤집어져 나도 모르게 옷이며 음식이며 집이며 세상 모든 물건에 종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순간에 깨어 있으라는 것입니다.

사업을 해서 돈을 벌어야겠다는 건 나쁜 것도 아니고 욕심도 아닙니다.

지금 젊은이가 취직해서 또는 사업을 해서 돈을 벌어야겠다는 건 나쁜 것도 아니고 욕심도 아닙니다. 월급이 얼마든 한 달에 얼마를 벌든 검소하게 살면 됩니다. 또 검소하게 사는 게 돈을 모으는 방법입니다. 늘 적게 먹고 옷을 아껴 입고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절약하는 겁니다. 친구들이 100만원 다 쓰면, 나는 50만원만 쓰면 됩니다.

남이 사니까 나도 산다, 이럴 필요가 없다

인색하게 구두쇠가 되라는 게 아니라 딱히 필요한 데가 아니면 쓰지 말라는 거예요. 그렇게 검소하게 살면 됩니다. 검소하게 살면 저축이 늘어나겠지요. 그러니 검소하게 사는 것과, 미래를 위해 돈을 모으는 것은 반대의 길이 아닙니다. 차를 굳이 사지 않아도 되면 세상 사람들이 다 차를 타고 다니더라도 걷거나 버스 타고 다니면 됩니다. 남이 사니까 나도 산다, 이럴 필요가 없다는 거예요. 결혼을 할 때에도 키가 크고 인물이 좋고 이런 것 보지 말고 검소하게 사는 내 인생관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도반을 찾아 봐야 됩니다.

키, 인물... 이런 것 보지 말고 검소한 인생관을 함께 공유할 도반을 만나세요

나와 생각이 다른 화려한 사람을 좋아해서 그 사람과 결혼하려면 비위를 맞춰야 되고, 비위를 맞추려면 없는 돈도 있어야 되고 허세도 부려야 됩니다. 그래야 그 사람을 잡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그냥 내 인생관대로 살며 널리 여러 사람 사귀다가 도반처럼 평생을 함께하고 싶은 검소한 사람을 만나면 결혼을 하고, 그런 사람이 없으면 결혼 안 해도 됩니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살면 조금 더 벌려고 무리를 안 하게 됩니다. 다만 내가 주인 노릇하는 삶을 살아가면 됩니다. 

여러분들도 새해에는 좋은 옷, 맛있는 음식, 화려한 집 이런 것에 종속되지 말고, 청빈하고 검소한 삶을 살아가는 쪽으로 한걸음 내딛어 보시죠. 저는 이것을 ‘자발적 청빈’이라고 부르고 싶네요. 의도하지 않은 어쩔 수 없는 가난은 개인을 한없는 좌절로 몰아가지만, 자발적 가난은 지구의 환경문제도 해결하고 우리들의 마음도 풍요롭게 하기도 합니다. 모두가 먹고 살기 힘든 시대... 이 어려운 시대에도 희망을 잃지 말고 마음만은 풍요롭게 지내는 새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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