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법륜스님 즉문즉설

"싫어하는 직장 동료, 어떻게 대하면 좋을까?" 스님의 답변

오랜만입니다. 얼마전 군대를 전역하고 사회생활에 적응하느라 블로그에 글을 올릴 시간이 너무 없었네요. 새해인사도 함께 전합니다. 새해 복 많이 지으세요.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모두가 싫어하는 밉상 동료가 항상 있습니다. 충고를 해주어도 변하지 않고 그렇다고 결정적인 잘못을 하는 것은 아니고 그냥 미운 그런 사람 말이죠. 처음에는 답답해서 짜증을 내어보는데, 그렇게 되면 관계가 또 안좋아지고 회사 입장에서는 화합하는  분위기에 방해가 되지요. 저도 요즘 그런 미운 동료 때문에 많이 불편했었습니다. 오랜만에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법문을 들었습니다. 마침 이런 저의 고민에 해당하는 질문을 어느 분이 스님께 하시더군요. 제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말씀들이 많았고 여러분께도 전합니다.


질문 :
저는 지방자치단체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직장 동료 중 한 사람이 성격이 좀 특이해서 많은 직원이 그를 싫어합니다. 예를 들어 그는 인사를 해도 꼭 비아냥거리는 것 같습니다. 본마음은 안 그럴지 모르지만 타고난 성격이 보통 사람들과는 좀 다릅니다. 건방지고 거만해 보이기도 하고요. 그 사람 때문에 직장 분위기가 화목하지 못하고 어색한데, 그렇다고 직장이 안 돌아갈 만큼 결정적인 잘못을 한 것은 아닙니다. 몇 번씩 태도를 고치라고 충고해도 성격상 잘 고쳐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런 사람은 어떻게 대하면 좋을까요.

법륜스님 : 그런 사람은 생긴 대로 놔두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 사람에게 여러 가지 결점이 있지만 그 결점이 직장에서 쫓겨날 정도로 결정적인 것은 아니기 때문에, 또 잘하는 점도 있기 때문에 다 이렇게 어울려서 살아가게 되는 것이지요. 어떤 세상에도 이런 사람은 있습니다. 그 사람을 피해 다른 곳으로 가도 그런 사람은 또 나타납니다.

그 사람을 피해 다른 곳으로 가도 그런 사람은 또 나타납니다

선생님들한테 한번 물어보세요. 애들 한 30명 모아놓으면 말썽꾸러기 두세 명은 늘 있다는 거예요. 그 애들만 없으면 학급에 아무 문제도 없을 것 같은, 그런 애들이 늘 두세 명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그 세 명을 빼고 반 편성을 새로 하면 다른 세 명이 또 나옵니다. 이것은 확률적으로 그렇습니다. 선생님이 애들 30명 모아놓고 수업을 하면 한 세 명쯤 졸아요. 그렇게 말하는 선생님들 한 30명 모아놓고 교장선생님이 강의하면 한 세 명쯤 또 졸아요. 그런 교장선생님들 모아놓고 장관이 강의하면 어때요. 또 세 명이 좁니다. 인간 세상이 그렇다는 얘깁니다.

모든 것이 다 원만한 그런 사회는 없다

어떤 사회든 모든 것이 다 원만한 그런 사회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부처님 제자들 중에도 부처님한테 반역하는 데바닷타 같은 사람이 있잖아요. 예수님의 열두 제자 가운데도 이스가리옷 유다 같은 사람이 나오잖습니까. 동네 사람 중에도 꼭 이런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 사람만 없으면 이 동네가 괜찮아질 것 같다 싶은 사람이 있지요. 하지만 이 모든 사람이 인간 세상을 이루는 다양한 군상 중 하나이므로 그냥 인정하고 사는 길밖에, 다른 길이 없습니다.

서로 건의해서 바뀌면 바뀌는 거고 안 바뀌어도 어쩔 수 없는 것

그렇다고 그 사람을 내버려두자는 얘기는 아니에요. 서로 견제도 하고 비판도 하고 건의도 좀 해가면서 사는 거지요. 그렇게 해서 바뀌면 바뀌는 거고 안 바뀌어도 어쩔 수 없는 거예요. 그 동료가 결정적인 잘못을 저지르지는 않았다고 스스로 말씀하는 걸 보니, 그 동료의 태도가 크게 문제 삼을 수준은 아니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나만 문제 삼지 않으면 큰 문제가 아니라는 거지요. 인간 세상을 좀 더 크게 넓게 보는 눈을 갖는 계기로 삼고, 그 동료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좋겠습니다. 그 사람의 일을 자꾸 문제로 삼으면 나 자신만 괴로워집니다.

인간 세상을 좀 더 크게 넓게 보는 눈을 갖는 계기로 삼아 보세요

제가 자란 울산 지역 농촌 사람들은 예를 들면 말을 이렇게 해요. ‘내일 우리 집에 놀러오너라’ 하면 ‘예’ 하든지 ‘몇 시에 갈까요’ 하면 될 것을 꼭 이렇게 말합니다. ‘가면 뭐 주노.’ 항상 그렇게 뒤집어서 말해요. 상대방이 약속 시간에 좀 늦으면 뭐라고 하는지 아세요? ‘난 오다가 죽은 줄 알았다’ 이래요. 말을 그렇게 해서 다른 지역 사람들한테 굉장한 오해를 받아요.

그러니 말씀하신 동료도 정말로 성격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서로 다른 문화적 차이 때문에 오해를 받는 것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 또 설령 성격적 결함이 있다 하더라도 ‘결함’의 기준 또한 모호합니다. 보통 다수와 다르면 결함이 있다고들 쉽게 얘기하지요. 그래서 누군가에게 성격적 결함이 있다고 못 박는 것은 무척 조심스러운 일입니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섞여 있는 것이 인간 세상의 자연스러운 모습

어떤 사회든 이렇게 특이하거나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이 있게 마련입니다. 그런 사람이 다수가 되면 문제가 되겠지요. 그러나 그런 사람이 소수로 존재하는 것을 용인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고 힘 있는 사회입니다.

기네스북 기록을 보면 별별 얘기가 다 있지요. 유리병을 씹어 먹는 사람이 있지요. 이쑤시개를 씹어 먹는 사람도 있잖아요. 물만 먹고 사는 사람도 있고 흙 먹고 사는 사람도 있고. 온갖 사람이 다 있어요. 사회 질서를 뒤흔들 만큼이 아니라면 그런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섞여 있는 것이 정상적인 사회입니다. 그것이 우리 인간 세상의 자연스러운 모습입니다

스님 말씀을 듣고 가슴이 시원해졌습니다. 직장에 싫은 사람이 있지만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그냥 놔두는 것도 좋은 마음공부가 된다. 각약각색의 사람이 섞여 있는 것이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저는 이런 넓은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늘 이렇게 해야 한다 저렇게 해야 한다 제 나름의 기준을 세워놓고 그 틀안에 주위 사람들을 가둬두려고 했다는 반성이 들었습니다. 저의 이런 좁은 틀을 깨고 다양한 모습들을 수용하는 그런 마음을 가지고 지내야겠다. 온갖 사람들과 어울려서 즐겁게 일해보자. 그런 기쁜 마음이 드네요. 여러분들은 어떠셨나요?

이 글의 업데이트 소식이 궁금하다면 @hopeplanner을 팔로우 하세요.
제 글이 유익하셨다면 아래의 추천 단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