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희경 작가와 맹호부대 장병들과의 만남 세 번째 이야기입니다. 노희경 작가님은 한국을 대표하는 TV드라마 작가이지요. 펜층도 매우 두텁구요. 오늘은 드라마 작가라는 직업에 대해 병사들이 질문한 내용들과 그 답변을 소개합니다. 송혜교와 현빈이 사귀는 것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시냐, 작품이 흥행하지 못해 안타깝지 않느냐, 드라마는 실제 경험 속에서 나오는 이야기이냐 등 많은 질문들이 넘쳐났습니다. 특히 군인들이다 보니, 연예인에 대한 질문들이 빠질 수 없죠. 답변도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 병사 질문 : 무명시절이 있으셨을 텐데, 그 때 수많은 어려움을 겪고, 현실의 벽과 마주하시며,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또 작가님 본인이 보셔도 진짜 잘된 작품인데 흥행하지 못해 안타까워 하셨던 작품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 노희경 : 제 작품은 대부분 흥행이 안 되었는데.(웃음) 늘 최선을 다해서 쓰지만, 나는 잘 못 느껴요. 그런데 꼭 1년 정도 지나면 단점들이 보여요. 미리 보였으면 참 좋았을텐데. 대부분의 작품들이 흥행하지 못해서 대단히 안타깝구요.

내가 봐도 잘 된 작품은 있어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라는 4부작이 29살 때 썼는데, ‘내가 어떻게 썼지?’ 지금도 그렇게 생각할 때가 있어요.

무명시절이라... 그 때도 노희경이라는 이름이 있었는데(웃음)... 어쨌든 세상이 몰랐을 때가 있었죠. 저는 아버지를 가장 감사하게 생각해요. ‘우리 아버지가 바람을 안 피웠으면, 다른 여자들을 집에 데리고 오는 게 없었으면, 난 작가로서 성공했을까?’ 이런 생각이 들어요. 왜냐하면 [내가 사는 이유] 라는 작품으로 연속극을 처음 썼었는데, 그게 가난한 시절 달동네 얘기입니다. 거기서 바람피우는 아버지 역할을 김무생 선생님이 주연하셨는데, 내가 그 아버지를 너무나 잘 그릴 수 있겠어. 우리 아버지 이야기니까.(웃음)

우리 아버지는 집을 나갔다 들어오시면 꼭 아프시다 하시는 거야. 지금도 난 그 약봉지가 기억나요. 약을 가져와서 약을 드세요. 우리 엄마는 순진해요. 집을 나갔다가 들어온 사람이 약을 먹으니까 걱정이 돼서 어느 날 나보고 이게 무슨 약인지 알아내라. 그래서 약국에서 알아보니까 다 영양제인거야.(웃음) 그래서 그것을 드라마에 썼는데, 우리 아버지가 그것을 보시더니 “저렇게 나쁜 놈이 어디 있냐” 그러시길래 우리 식구들이 전부 다 아버지를 쳐다봤잖아.(웃음) 그 캐릭터를 나는 아버지를 통해 표현할 수 있었던 거예요. 나는 그런 글감들을 아버지를 통해 얻었구나 안 거에요. 그게 나쁘게만 생각되지 않죠. 내가 아버지 때문에 먹고 살았네? ㅎㅎ

우리 아버지가 되게 재미있는 캐릭터에요. 남의 아버지라고 생각하면 참 재미있는 사람이야. 잘 생기셨어요. 노래도 잘 하시고. 말씀도 잘 하시고. 우리 엄마는 못 생기고. 못 배우고. 내가 남자라도 우리 엄마 싫었겠어요. 그래서 내가 우리 아버지를 한 인간으로 이해하게 된다는 거야. 내 아버지라고 생각을 하면 ‘어떻게 그래’ 이렇게 되는데, 한 남자로 이해가 되더라는 거지.

난 어렸을 때부터 공장에서 아르바이트하고 길거리에서 뭐 팔고, 우리 형제들은 다 그랬어요. 현실의 벽을 어떻게 노력하며 극복했냐? 없어요. 먹고 살려면 해야 되는 거야.  용돈을 안 주니까 내가 아르바이트를 안 하면 용돈이 없었어요. 우리 엄마는 학교는 가라고 하면서 차비는 못 주는 거야. 없으니까. 그러면 걸어가야 돼. 그래서 우리 오빠들 보면 힘들었던 케이스도 있어. 집을 떠나고 싶거든. 가출도 하고. 근데 나는 어땠냐면 오히려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 그래서 여러분이 가끔 현실의 벽을 극복하지 못할 때는요. 이런 생각을 한 번 해보시면 될 것 같아요. 살 만 하구나 내가. 어머니들이 돈 안주셔야 되는데...(웃음)

저는 강연을 가면, 학생들 강연보다 어머니들 강연이 더 할말이 많아. 어머니들이 자식들을 그렇게 키워. 지금 군대 월급 나오시죠? (네) 엄마들이 용돈도 보내주시죠? (네) 엄마들이 현실의 벽을 뛰어넘지 말라고 가르치고 있는 거야. 발판을 다 마련해 주는데 애들이 왜 뛰어넘으려 하겠어요?

저는 뭐 노력하고 극복하고 이런 게 없었어요. 돈을 쓰고 싶다면 아르바이트를 해야 되고, 공장 나가야 되고, 방학 때는 공장 갔어요. 두 달 정도 근무하면 목돈이 생기잖아. 그게 내 학비였어요. 엄마한테 돈 달라할 수는 없으니까. 그리고 그것을 나중에 저축해서 8만원짜리 월세로 분가했거든요. 그러니까 우리 아버지가 나한테 말을 못 해. 아버지가 너무 고마워해요. 안 받으니까 당당해요. 자기네들 받잖아? “엄마가 나한테 뭐 해줬는데?” 따지면 엄마 입에서 막 쏟아진다. 돈도 줬지, 뭐 해줬지, 뭐 해줬지. 돈 받는 게 진짜 쥐약인 줄 아셔야 돼.

제 친구들 중에도 부모한테 잡혀있는 사람은 돈 받은 사람들이야. 부모가 결혼자금, 집까지 다 얻어줬는데 부모 말대로 해야지. 하지만, 난 아주 자유로운 영혼으로 자랐어요. 진짜 안 해본 것이 없이. 글방이라고 해서 여자 애가 단칸방에서 남자들하고 방 나눠 쓰고 그래도 우리 엄마는 말 안했어요. 니 알아서 하겠지 그랬지. 그니까 난 많은 경험을 할 수가 있었어.

그래서 우리 조카애들은 스무살만 되면 그냥 전세방을 내주는 거야. 조그만 방 한 칸짜리 얻어주고 거기서 30만원으로 먹고 자고 핸드폰비 다 써야 되요. 생활이 어렵죠. 하지만 극복하게 장을 만들어주려고 그렇게 하는 거야. 자기가 스스로 노력하면 더 좋지. 내가 하고 싶어서 하면 더 재미있지. 근데 우리 애들도 별로 안 넘고 싶대. 더 끊어줘야 된다 이거지. 그래서 저희는 완전히 끊는 날을 정했어. 대학 졸업하면 단 돈 1원 한 푼도 없이 끊어 줄거야. 그러면서 극복이 저절로 되요. 여러분이 못 끊을 것 같으면 부모님이 끊어주고, 부모들이 못 끊으면 여러분들이 즐겁게 한 번 넘어봤으면 좋겠다. 진짜 경험이 되요. 정말 경험이 되요.


▶ 병사질문 :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을 보고 노희경 작가님의 팬이 되었습니다.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나오는 사람과의 관계, 연인의 아픔 등 모든 상관관계는 작가님의 경험이 깃들어 있나요? 송혜교와 현빈이 실제 연인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어떤 기분이 드셨나요?

▶ 노희경 :
주인공들이 실제 연인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저는 나쁘게 말하고 싶지 않아요. 제 작품을 통해 연인이 된 사람이 꽤 있어요. <화려한 시절>에서 만났던 공효진 류승범은 지금도 만나잖아요. 근데 좋죠. 그런데 걱정도 스럽죠. 왜냐면 젊을 때 연애는 헤어졌다 만났다 하는 거잖아. 연애 경험도 몇 번 있어보면 나쁠 것 같지는 않아요. 하지만 연예인들은 헤어졌다 만났다가 자유롭지 않아요. 만난 것도 뭐가 그렇게 궁금한지, 헤어진 것도 뭐가 그렇게 궁금한지 기자들이 말을 만들어. 그래서 연인이 되었다 그랬을 때는 약간 우려하는 마음이 60%가 더 많죠. 좋은 마음을 갖고 얘네들이 그냥 자연스럽게 만났다 헤어질 수도 있는데 외부 시선이 불편하겠다. 이런 생각. 남들 모르게 만났으면 좋았을텐데 싶지요. 사람들이 어떻게 그걸 알게 됐는지...쯧;;

드라마의 내용이 나의 경험과 상관관계가 있느냐? 관계성이 있죠. 우리 아버지 그 약 사건은 실사 고스란히 창의 없이 90%이상 들어가 있고, 어떤 것은 약간의 변조를 거쳐 창작적으로 하려고 하죠. 하지만 다 경험에서 출발하는 거야. 경험했던 것이 있어야지 경험하지 못했던 것이 나오잖아요. 내 경험이 항상 기준점이 되는 것 같아요.

제가 포장마차를 몇 년 했었거든요. 되게 재미있었고 장사도 잘 했어요. <내가 사는 이유>에서 주인공이 포장마차를 하는 장면이 나오거든요. 경험을 많이 할 수 있으면 참 좋죠. 집에서 그냥 뛰쳐나와서 혼자서 열심히 살아보면 경험이 그냥 절로 돼요.

우리가 감동있게 보아왔던 드라마들이 모두 작가님의 찐한 인생 경험에서 나온 거라고 하네요. 바람피운 아버지가 없었으면 과연 작가로서 성공할 수 있었을까 그러셨는데, 공감이 갔습니다. 역경을 딛고 성공이 있는 것이지, 역경 없인 훌륭한 작품이 나올 수 없죠. 내 앞에 주어지는 고난을 즐거운 마음으로 열심히 헤쳐나가  보라는 작가님의 격려가 병사들에겐 크나큰 용기와 희망을 불어놓어 주었습니다.    

다음이야기는 노희경 작가님의 "봉사하는 삶"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많이 기대해 주세요. 여러분의 성원에 힘입어 Daum 메인에 소개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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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pepla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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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can3707.tistory.com BlogIcon 노래바치 2010.11.12 12: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존경하고 존중하는 작가중의 한분이십니다.
    사람 냄새 나면서도 노희경만의 독특한 세계를 사랑합니다.

    • Favicon of http://hopeplanner.tistory.com BlogIcon hopeplanner 2010.11.12 13: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드라마보다 실제 살아가는 모습, 봉사하는 모습을 보면,
      더 존경스럽답니다.

    • 아톰 2011.01.10 22: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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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피엠 2011.01.21 13: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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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가욘 2010.11.12 12: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회부터 쭉 읽고 있는데요 글이 참 좋습니다. 노희경님의 말씀이 제대로 와 닿네요. 불로거님의 글솜씨가 좋은건지 작가님의 말씀이 워낙에 좋으셔서 그런지 오랜만에 좋은 글 읽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

  3. 아르테미스 2010.11.12 13: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드라마 작가는 연예인들이 서로 사귀는 것을 어떻게 바라볼까 궁금했는데...
    잘 읽고 갑니다.
    참 좋은 글여서 좀 퍼가겠습니다.

  4. Favicon of http://ggholic.tistory.com BlogIcon 달콤 시민 2010.11.12 15: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노희경 작가님 포스팅 다 읽었는데 정말 그럴수록 더 좋아지는 분이에요^^
    드라마 작가로써, 그리고 인간적인 면으로써도 다 좋습니다.
    좋은 글 잘 보고 가요^^

  5. jk 2010.11.12 15: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아주 신선한 강연이군요.

    걍 드라마 얘기가 나오는건가 하고 클릭했는데(물론 그 드라마 보지도 않았음)

  6. Favicon of http://nhicblog.tistory.com BlogIcon 건강천사 2010.11.12 15: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경험은 다른 것과 비교할 수없는 힘을 글에 부여하는 것 같아요.
    그분의 생활상을 조금만 읽게 되는데도 글의 깊이가 어느정도인지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좋은 작품으로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7. Favicon of http://icf1998.tistory.com BlogIcon 국제옥수수재단 2010.11.12 16: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발판이 없어야.
    극복하고 뛰어넘는 다는 말에 참 공감이 가네요.

    지금 우리나라 사회가 굶어죽을 사회는 아닌데
    왜 다들 죽는다고 난리고.. 걱정들을 하는지...

    • ... 2011.01.09 12: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굶어 죽을 처지에 몰린 사람은 집밖으로 나오지 않아요. 님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굶어죽는 사람이 없는 게 아닙니다. 지금 밥걱정이 문제가 아니라 밥을 얻기위한 경쟁에서 누락되는 세대들이 더 걱정입니다.

  8. ^^ 2010.11.12 17: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군대에 계시면서도 블로그 열심히 운영하시네요~
    저는 메인에 잇는거 보고 들어왔는데
    여기서 뵈네요ㅋㅋㅋㅋㅋ

  9. 노희경왕팬 2010.11.12 20: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랑합니다.. 언제나 좋은 드라마 열씨미 보고있어요
    마니마니 글써주시고 늘 감사합니다.

  10. 2010.11.13 09: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노희경씨의 드라마중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역시나 바보같은 사랑이네요...
    정말 누구하나 손가락질 할수 없는..미워할수 없는...욕할수 없는... 그런 캐릭터들이였어요.
    그렇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다가왔고
    많이 눈물이 났던 것 같습니다..... 노희경씨의 이야기들이 대부분 그런것 같아요.
    악역이 악역이 아니고 선한역이 오로지 선할수 없는
    서울 어느 하늘 아래에 있을것 같은 생생한 날것의 느낌이 아마 경험을 통해서라고 생각이 들어요.
    응원합니다.. 더 멋진 드라마를 만들어주시길...

  11. 1 2011.01.21 20: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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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Favicon of http://charming-watches.com BlogIcon 시같 2012.04.06 15: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경험은 다른 것과 비교할 수없는 힘을 글에 부여하는 것 같아요.
    드라마 작가로써, 그리고 인간적인 면으로써도 다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