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희경 작가와 맹호부대 장병들의 대화마당 다섯 번째 이야기입니다. 오늘 이야기가 마지막이 되겠습니다. 노희경 작가님은 방송연극인 모임 <길벗>에서 “수행”과 “마음공부”를 수년간 해오고 계십니다. 어떻게 하면 불행에서 행복으로, 속박에서 자유로운 삶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 오랜기간 공부해 오셨는데, 병사들 또한 자신들의 답답한 마음에 대해 질문했고, 명쾌한 대답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마지막 추가 질문 시간에는 시청자들의 내용 수정 요구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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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사 질문 : 욕심을 버리고 맡은바 일에 최선을 다하라 하셨는데, 저는 정말 이루고 싶은 목표가 생기면 반드시 그것을 이루어내고 말겠다는 욕심이 생기고, 욕심이 생기다보면, 그것에 대한 원치 않는 집착도 생기게 됩니다. 어떻게 해야지 욕심 없이 맡은 바 일과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을까요?
▶ 노희경 : “어떻게 해야 욕심을 버리냐?” 물으면 참 할 말이 없어요. 그냥 버리면 되는데... 근데 잘 안 버려지는 거겠지요. 버리려고 하지만 잘 안버려지죠. 안버려질 때는 욕심의 긍정적인 면을 생각하세요. 저는 공모전에서 데뷔 하고 싶었어요. 욕심이죠. 데뷔하고 싶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그냥 쓰면 좋을 텐데 그런 욕심이 든단 말야. 그럴 때는 어떻게 하냐? 방법을 연구 하는 거야. 난 하고 싶어. 욕심이 생겨. 그러면 방법을 연구하는 거지. 방법은 뭐겠어요? 글을 써야 돼. 글을 쓰는 방법 배우고 그 다음에 죽도록 쓰는 것 밖에 방법이 없어. 그 다음에 결과가 오겠지.
제가 자주 하는 질문인데, 여러분은 모차르트니입니까, 살리에르입니까?
데뷔 못한 친구라든가 연기하는 친구들은 다 자기들이 살리에르라고 대답해. 살리에르는 모차르트가 되고 싶은 욕심이 있었지만 늘 질투했죠. 그래서 어느날 아주 유명한 친구 음악가한테 제가 물어봤어요. “살리에르 음악을 난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아. 살리에르 악보 좀 구해 줄래?” 그 친구가 모를 리 없어요. 그 친구는 빈에서 음대를 졸업했고 우리나라에서 손 꼽히는 음악가에요. 그런데 정말 살리에르는 음악이 없데요. 깜짝 놀랐어요. 살리에르는 질투 하고 욕심 부리느라고 작곡을 할 시간이 없었던 거야. 반면 모차르트는 길거리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너무 좋아서 없는 돈 갖다 팔아 악보 사와서 자기 부인한테 보여주니까, 부인이 “야! 그거 니꺼 잖아!” 그랬다잖아요. 자기가 기억 못 할 정도로 음악이 많았다는 말이에요. 매일 작곡에 몰입하는 사람이 있고, ‘되고 싶어, 되고 싶어’ 하지만 실제 작곡 하지 않는 사람이 있는 거예요.
사실 욕심이 나쁜 게 아니에요. 저도 대뷔하고 싶었고, 대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물으니까 선생님이 이런 이런 책을 읽어라 해서 읽었고, 이런 이런 방식으로 쓰라고 해서 이러한 방식으로 썼고, 적어도 한 달에 한 편은 써야지 니가 나중에 밥을 먹고 살수 있다고 해서 제가 한 달에 한 편씩 거짓말 같지만 정말 썼어요.
대학강의를 나가니까 학생들이 세상의 삭막함과 경쟁사회에 대해서 막 이야기를 해요. 그래서 제가 “무서워하지 마세요. 세상은 여러분이 사는 것보다 훨씬 더 살만 합니다.” 그랬어요. 제가 실제로 학생들을 가르쳐 보니까 1년에 1~2편 쓰는 학생들이 거의 없어요. 하루에 10분씩만 쓰면, 단막 하나 쓰거든요. 하루에 10분도 책상 위에 안 앉아 있어요. 책상 앞에 서너 시간 앉아있어도 컴퓨터 게임하고 인터넷 들락날락 거리기만 하지 글을 안 쓴단 말이야. 세상이 경쟁사회다 그러는데 경쟁 안해요. 대부분 놀아요. 여러분의 그 욕심을 성사시키려면 어떻게 해야되느냐 방법을 연구하세요. 욕심이 생기면 집착하게 되죠. 하지만 집착하는 것과 방법을 연구하는 것은 달라요. 방법을 연구하고 부지런히 노력하세요.
▶ 병사 질문 : 드라마가 방영될 때 시청자들이 결말을 바꿔달라고 요구를 하고 투표도 하고 그러는데 작가님 생각으로는 시청자들이 결말이나 시나리오에 참여를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을 하십니까?
▶ 노희경 : 좋다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그 분들이 노는 거잖아요. 인터넷에서 소통하는 거잖아요. 그 중에는 의견이 좋은 분들도 꽤 있어요. 시청자들이 저한테는 욕을 잘 안하는 편인데, 저는 실제 시청자가 나보다 훨씬 지혜롭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고 실제로 내용을 바꾼 적이 있어요.
시청자들의 요구로 실제로 내용을 바꾼 적 있습니다.
<바보 같은 사랑>이라는 드라마인데, 남자가 바람을 피웠고 폭력적인 남자였지만 본처가 그 남자를 계속 사랑했죠. 이혼할 수 있지만, 남자가 결국 본처에게 다시 돌아가는 거였어요. 원래 얘기는 본처한테 돌아가는 거였는데, 시청자 게시판에서 올라온 의견을 PD가 나한테 보여줬어요. 이런 의견이 있다. 사랑하지 않는 사이인데 왜 돌아가느냐. 결혼이라는 것이 사랑하지 않는 가운데에서도 도리만으로 가능한거냐. 그런 따분한 결말을 보기 위해서 우리가 긴 시간 동안 당신 드라마를 본 거냐. 이해가 갔어요. 사랑하지 않는데 이 여자가 사랑하니까 내가 사랑해줘야 되는 건가. 아니겠다 싶었죠. 사랑은 행복한 건데, 양쪽에서 행복하지 않다면 끝낼 수 있는 거죠. 그래서 실제로 본처에게 안 돌아갔어요. 그 남편 역을 맡은 배우도 못 돌아가겠다고 하더라고(웃음).
시청자들이 이런 경우에 있어서 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다만 내가 납득이 되어야지. 어쩔 수 없이 시청자가 원하니까 이거는 아니죠. 시청자들의 의견에 배울 점이 있으면 당연히 따라가야지. 시청자들은 그러고 노시는 거니까. 노는 모습을 보면서 재미있을 때도 있고, 노는 게 술 먹을 때 마냥 과도하다 싶을 때도 있어. 서로 싸우고 그러지 않으면 전반적으로 좋아요.
▶ 사회자 : 예, 오늘 강연을 마무리하면서 마지막으로 병사들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즐거웠구요. 저도 여러분 나이 때 여러분처럼 진지했었습니다. 질문들이 진지해서 상당히 좋았구요. 세상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처럼 삭막하지 않습니다. 살 만 합니다. 여러분 상상보다 훨씬 더 정의롭고 정이 넘치는 사람도 참 많구요. 오늘 어떤 친구가 했던 질문이 자기 질문이라고 생각을 하신다면 부대로 돌아가시면서 등 한번 쳐주시면 좋겠다. 올 때는 군대 있는 조카 놈이 생각났는데, 갈 때는 우리나라 미래가 밝다는 생각이 듭니다.
강연이 모두 끝났고, 큰 박수 소리가 강연장을 가득 메웁니다. 세상은 삭막하지 않고 살 만 하다고 이야기해 주시는데, 가슴이 따뜻해졌습니다. 노희경 작가님의 드라마 속에는 항상 인간에 대한 따뜻한 애정이 묻어납니다. 이번 군부대 강연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병사들에 대한 따뜻한 애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부대로 돌아가면서 서로 등 한번씩 쳐주라고 하시는데, 가슴 속에서 짠한 마음이 올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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