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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콘서트

김여진 1인시위, 빛이 나는 이유

배우 김여진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반값 등록금 공약 안지키면 우리가 반만 내버리죠!" 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 소식이 트위터와 각종 매체에서 일파만파 퍼져나가기 시작하면서 검색어 1위까지 장악하는 기염을 토했는데요. 많은 언론과 시민들이 배우 김여진의 이러한 행보에 주목하고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 여배우가 사회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직접 참여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기 때문일 것입니다. 드문 정도가 아니라 최초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인터뷰를 통해서 소신 있는 발언 정도는 있었을지 모르지만, 직접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거나, 홍대 청소노동자 때처럼 현장에 직접 찾아가서 노래하고 김치를 담구고 바자회를 열고 떡국을 끌여 들이면서 그분들과 함께하는 경우는 배우 김여진이 거의 유일하지 않을까 싶네요. 이미지 관리가 굉장히 중요한 여배우들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본인의 간절한 소신이 있지 않는 한 직접 행동하기는 매우 힘듭니다. 괜히 섣부르게 행동했다가 찍힐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그녀의 이런 용기있는 실천들이 더 많은 감동을 자아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여배우가 저럴 수 있지? 대단하다! 멋지다!” 하시며 열광을 하시는데요. 김여진의 이런 행보에는 언론이 주목하는 것 외에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나름의 숨은 이유들이 있습니다. 저는 5년 전 한 봉사단체에서 연예인이 아닌 자원봉사자로써 김여진을 처음 만났습니다. 그 때 이후 주욱 이어져 온 인연을 통해 알게 된 김여진의 행동이 빛날 수 밖에 없는 숨은 이유들을 여러분께 소개하고자 합니다.  

국제구호단체 JTS 라는 곳에서 김여진을 처음 만났을 때 깜짝 놀랐습니다. ‘연예인이 자원봉사를 하러 와?’ 당황했지요. 보통 연예인들은 홍보대사라고 해서 사진 촬영만 하고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김여진은 직접 사무실로 와서 후원자들을 위해 감사카드도 손으로 만들고, 친한 연예인들에게도 그 카드를 전달하고, 단순한 자료 정리 업무도 하고, 사무실 청소도 하고 그랬습니다. 연예인이 이런 사소한 일들까지 맡아서 하다니 처음엔 많이 놀랐지만, 이내 곧 익숙해지고 편안해졌지요.

△ 문구점에 가서 직접 종이도 사오고, 왠만한 자원활동가 보다 더 열심히 했습니다.^^ 

그 당시 굶주리는 어린이들에게 영양식을 보내주자는 취지로 캠페인을 했었는데, 영양실조에 걸린 어린이들 사진을 보면서 눈물 흘리는 모습도 가까이서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 굶주리는 북녘어린이 돕기 100만인 서명 전달식에서 눈물 흘리는 모습

그 때 저는 느꼈었습니다.

‘아, 이 분은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일하고 있으시구나’

물론, 다른 연예인들은 형식적으로 참여하는 거라고 이야기하는 게 절대 아닙니다. 오해 마시길... 단지 김여진은 더 깊은 진정성을 갖고 참여하는 것 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을 뿐입니다.

블로거로서
직접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이런 진정성을 더 구체적으로 느낄 수 있었는데요. 2008년 8월 북한에 식량난이 크게 일어나서 어린이 영양식 지원을 위한 캠페인을 할 때였습니다. 캠페인을 하면서 꿈이 하나 생겼다고 하더라구요.

“봉사를 하면서 큰 소원이 생겼어요. 내가 왜 연기를 하고, 왜 열심히 살고, 왜 지금 이 순간에 무언가를 하고 있는가에 대한 근원적인 이유가 생겼어요. 그 소원은 바로 “적어도 아시아 지역에는 굶어서 죽는 사람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마음을 이렇게 크게 갖고 있으니까, 매일 하루 하루가 기뻐져요. 내가 해야 할 일들이 자꾸 자꾸 보이게 되고 자발적으로 그 일들을 하게 되요.“

김여진의 삶의 궤적을 하나 하나 거슬러 올라가면 그녀의 이러한 선행은 알려지지 않았을 뿐 오랜기간 이어져 온 것입니다. 처음에는 자원봉사자로 시작하였지만, 곧 사회공헌팀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다양한 사회참여활동들을 만들어 갑니다. 영화나 드라마 촬영이 없을 때는 무보수로 주 5일 상근자원활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을 함께 촬영했던 동료 연예인들과 화보 촬영을 하고 그 수익금을 전액 기부했으며, 매년 두 차례에 걸쳐 연예인들과 함께 거리모금을 진행했는데, 작년에는 직접 무대설치부터 행사진행까지 도맡아 했답니다. 돼지저금통도 만들고, 여러 기업들을 찾아가서 사회공헌에 동참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만들기도 했죠.


△ 제3세계 어린이들을 위해 시민들과 거리모금을 함께 하고, 저금통도 제작하고, 동료료연예인들과 화보 촬영하고 그 수익금을 전액 기부~

2009년 1월의 겨울이었습니다. 인도의 불가촉천민마을에는 하루 한끼를 해결할 수 없어 각종 질병에 노출되는 어린이들이 1300여명 살고 있습니다. 학교를 지어주기 위해 대학생 70여명을 모아서 해외봉사활동을 떠나는 “인도선재수련” 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참가자를 모집 중에 있었는데 연락이 왔습니다. 자신도 대학생들과 함께 직접 인도에 가보고 싶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가시게 되면 대학생들과 함께 자야하고, 일주일은 씻지도 못하고 세수도 못할 것이며, 화장도 못합니다. 연예인인데 그래도 괜찮으시겠습니까?” 했더니 그런 건 상관없다며 내 눈으로 직접 굶주리는 아이들을 만나고 싶다 하는 겁니다. 그렇게 한달 동안 인도의 천민마을에서 함께 땀 흘리고 먼지 마시며 흙구덩이에서 함께 지냈답니다.

 
△ 인도의 불가촉천민마을에서 대학생들과 함게 일하는 모습. 삽 잡은 폼이 예술이죠~

다른 구호 단체 상황을 들어보니, 연예인들의 경우 안전 문제 때문에 잠깐 봉사활동을 하고 촬영 이후에는 호텔에서 머문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김여진은 대학생들과 마을에서 함께 숙식하고, 함께 밥 먹고, 화장도 안하시고, 흙먼지 얼굴에 묻히며 일했답니다. 이 때 봉사활동을 다녀온 친구들은 지금까지도 김여진과 함께 "작은짜이집" 이라는 학내 국제구호 캠페인을 만들어 가고 있답니다. 

△ 이화여대에서 제3세계 어린이돕기 캠페인 "작은짜이집" 을 함께하고 있는 모습

그리고 김여진은 노희경 작가를 만납니다. 노희경 작가를 통해 법륜스님을 만나고 마음 수행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하게 됩니다. 이러한 인연은 방송문화예술인들의 마음공부모임인 “길벗”으로 확대됩니다. 예전에 김여진은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빈곤퇴치에 대해 일일교사로 수업을 했던 적이 있었는데요. 그 때 학생들에게 "남을 돕는다는 것은 공감에서 시작되는 것” 이라고 말했던 적이 있습니다. 연기자이다 보니 캐릭터의 감정에 공감하는 것이 익숙하겠죠. 그런데 이 마음공부 모임을 통해 타인의 아픔에 대해 공감하는 것이 더 많아졌다고 합니다.

△ 초등학교에서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법에 대해 아이들에게 알려주는 모습

어제 금천구청 금나래 아트홀에서 열린 씽크카페컨퍼런스에서는 이렇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홍대 청소노동자들과 함께 기타치고, 노래하고 김치를 담궜을 뿐인데, 이제는 이 세상의 모든 일이 남의 일이 아닌 것처럼 느껴집니다."
 
마음공부를 통해 얻게 된 공감의 힘은 지금 홍대 청소노동자들에게로, 쌍용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로, 등록금으로 고통받는 대학생들에게로, 4대강으로 훼손되는 자연 미물에게로 퍼져나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공감의 힘이 배우 김여진을 더욱 활동하게 만들고 더욱 참여하도록 만들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보다 가장 존경스러운 점은 항상 자신의 마음을 돌아볼 줄 안다는 점입니다. 길거리에서 시민들에게 모금을 하면서도'사람들이 나를 알아보나, 후배들보다 돈을 많이 모으나...' 이런 것들에만 온통 신경이 가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크게 반성하게 되었고. 그 이후부터는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진심으로 배고픈 어린이를 돕는 일에만 열중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많은 봉사활동들을 하다가도 영화 촬영이 있으면 촬영장으로 달려가고, 또 시간이 나면 사무실에 나와서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이런 봉사활동의 사례는 연예계 통틀어서 유례가 없는 일이지 않을까 싶네요.(혹시 있다면 저에게 소개해 주세요. 꼭 취재를 해보고 싶거든요)

이것이 김여진과 함께 자원봉사를 해 온 제가 어제의 1인 시위가 그냥 단순한 1인 시위로만 느껴지지 않는 이유입니다. 그녀의 1인 시위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수많은 숨은 선행들의 연장선 상에 있다는 사실을 많은 분들이 함께 아셨으면 합니다. 오랜 시간의 내공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지, 결코 하루 아침에 드러나고 있는 일이 아닙니다.

등록금으로 고통 받고 있는 대한민국 청춘들의 유쾌한 승리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아름다운 배우 김여진, 파이팅! 
당신이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