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는 “우리 함께 꿈꾸자” 라는 주제로 청춘콘서트가 열렸습니다. 안철수, 박경철, 김여진, 조국, 김제동, 법륜스님 6인의 이 시대 국민멘토들이 한 자리에 모였는데요. 카이스트 자살, 치솟는 실업률, 등록금 압박 등.... 좌절하는 청춘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던져주고자 마음 따뜻해지는 이야기들을 폭포수처럼 쏟아내 주셨답니다. 너무나 많은 이야기들이라 오늘부터 3일에 걸쳐 차례대로 연재해 드리려 합니다. 자, 기대해 주세요~
첫 번째 포스팅은 대학 순회강연으로 너무나 유명한 안철수, 박경철 두 분의 대담입니다. 두 분의 이제 국민멘토 반열에 오른 것 아닌가 싶은데요. “청년, 도전을 묻다” 라는 주제로 열띤 대담을 주고 받았습니다.
▶ 안철수 : 자신이 청년인지 쉽게 아는 방법은 과거를 집착하느냐, 미래를 바라보느냐 이다. 육체적인 나이는 청년인데 자꾸 과거에 집착한다. 그러면 그 분은 노인이다. 육체적인 나이가 많더라도 미래를 계속 바라본다. 그러면 그 분은 청년이다. 오늘 저희들이 나눈 이야기들이 여러분들로 하여금 청년이 되도록 하는 계기가 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
▶ 박경철 : 청년들의 멘토가 되어달라고 저희들을 이 자리에 불렀다고 한다. 멘토는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가?
▶ 안철수 : 멘토는 답을 주는 사람이 아니다. 멘토도 조언자에 불과하다. 사람마다 성격이나 능력이 다 다른 법인데 그런 것들을 멘토들이 모두 파악하기는 힘들다. 멘토가 정답을 알려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건 잘못되었고 위험하다. 그 분들의 말도 하나의 조언으로 받아들여서 치열하게 고민한 끝에 자기 선택을 해야 많은 도움이 된다. 그렇게 할 때 실패를 반복하지 않는 힘도 나온다.
▶ 박경철 : 20대에 도전이라는 것은 두렵기도 하다. 요즘 들어서 도전이라는 말 자체는 마치 그래야만 한다는 하나의 아젠다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 안철수 : 더욱 강조되는 이유는 콤플렉스의 반영 아닌가? 도전하기 힘들어지는 여건이니까 오히려 도전이라는 말이 더 많이 나오는 것 같다. 도전하는 게 힘들어지는 원인은 우리나라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 못살던 나라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발전해서 세계 10위권 안에 들게 되었다. 우리가 성장을 위해 택한 방법은 남들이 한 것을 가만히 살펴보고 그 중에서 성공 가능성이 입증된 데 투자를 하고, 실패를 용납하지 않고 전속력으로 앞서 나가는 거였다. 그런 과정에서 옆에서 누가 넘어져도 그냥 짓밟아 버리고, 실패한 사람은 절대 살려두지 않는 문화가 정립 되었다.
그렇게 해서 2만불 소득이 됐는데, 문제는 거기서 6년째 머물러 있다는 것이고 주춤주춤 하는 사이에 중국이 우리나라보다 더 심한 패스트 팔로워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제 선택은 둘 중에 하나이다. 그대로 있다가는 중국 때문에 추락할 형편에 놓여있고. 또는 지금 현재를 극복해야 한다. 극복할 수 있는 통로는 단 한 가지다. 남들이 안한 분야와 새로운 분야에 뛰어드는 거다. 그런데 전반적인 문화는 실패를 용납하지 않고 실패하는 사람은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는 습관에 물들어 있다. 거기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이걸 극복하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미래가 없다.
▶ 박경철 : 안선생님은 몇 가지 선택에 있어서 참 인상적이었다. 당시 의사 사회에서 최연소 학과장을 지냈고 계속 있었으면 더 나았을 것인데 아쉽게도 그만두셨다. 바이러스 때문에(웃음). 그때만 해도 벤처기업 해서 밥 먹고 살 수 있나 하는 분위기였다. 그것도 안티바이러스는 다 공짜였으니까. 의사를 그만둬버리면 미래에 대한 모든 것을 던져버리는 것이었고, 바이러스 쪽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상상도 못했던 시기였는데... 그 선택의 딜레마를 극복할 수 있었던 나름의 원칙이 있었는가?
▶ 안철수 : 의사 7년 동안 두 가지 일을 같이 했었다. 결국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오더라. 컴퓨터바이러스도 매년 2배씩 늘어나서 새벽에 잠 안자고 3시간 정도 하는 걸로는 해결이 안 되고, 의과대학 쪽도 지도학생 받으라고 해서 다른 사람의 인생을 책임져야 하는 자리가 되었다. 자기 인생을 나한테 받치러 오는 사람들이 있는데, 새벽에 몰래 일어나서 딴 짓하면 나쁜 사람 되는 것 같았다.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했는데 참 쉽지 않은 선택이더라. 희생 없는 선택은 없더라. 기회만 찾으려고 하다 보면 평생 선택 못하고 죽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답은 이 세상 누구도 줄 수 없다. 멘토도 줄 수 없다. 자기가 찾아야 된다. 저 같은 경우에는 3가지 원칙이 있었다.
첫 번째, 중요한 선택을 할 때는 과거는 잊어야 된다. 사람이 열심히 살게 되면 뭐를 가지게 된다. 다음에 이어지는 모든 선택은 이것을 놓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하려고 하다 보니 좋은 선택을 하지 못하고 망가지는 경우들이 많다. 고생하다가 성공 하면 그 노하우에 감정적으로 밀착이 돼버린다. 그러나 주위상황이 바뀌면 그 전까지의 성공 노하우는 더 이상 진실이 아니게 되는 순간이 온다. 성공 노하우와 감정적으로 분리가 안되서 계속 그 방법을 고집하다가 결국은 회사가 안 좋아진다. 정말로 중요한 선택을 할 때는 과거를 잊어야 되더라. 실패뿐만 아니라 성공도 잊어야 된다.
두 번째, 주위사람 평판에 너무 연연하면 안 된다. 카이스트에서 어떤 학생이 부모님 말씀만 듣고 과를 선택했는데, 결국은 3학년 되어서 용기도 안 나서 점점 더 시들어가는 걸 봤다. 그래서 얼마 전에는 자살도 있었다. 단기적인 행복을 위해서 선택 하게 되는데, 결국은 본인도 불행하고 주위사람들도 불행하게 만드는 것 같다.
세 번째, 결과만 놓고 미리 욕심내면 안 된다. 사업을 해보니까 열심히 해도 실패하고, 열심히 안 해도 성공하더라. 결국 내가 성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몫은 아무리 많아도 3분의 1정도다. 주위 사람들의 도움, 즉 한국사회가 저한테 여건을 제공해 준 몫이 최대한 3분의 2정도 되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몫은 다 내꺼야’ 하며 성공을 독식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사회 전체를 위한 본연의 일에 충실하다보면 수익창출은 결과로서 자연스럽게 도출될 뿐이다. 수익창출이 목적이 되면 안 된다.
이 3가지 원칙을 가지니까 복잡한 판단들이 다 없어지고 본질만 남더라. 결국 본질이라는 것은 이것 아닌가? 어떤 선택이 나한테도 의미가 있고, 내가 재미를 느끼고 열정을 갖고 지속할 수 있는 일이고, 욕심으로서가 아닌 내가 정말로 잘할 수 있는 일인가. 30대 초반에 6개월 동안 치열하게 고민해서 나름대로 얻었던 저의 원칙이다.
▶ 박경철 : 요즘 인재라는 말을 많이 쓴다. 예전의 인재는 말 잘 듣는 인재 아니었습니까?
▶ 안철수 : 제가 실리콘벨리에 있을 때 폴그람이라는 벤처기업 인큐베이터에게 물어봤다. 어떤 사람을 뽑느냐고. 자기 원칙은 하나라고 했다. “내가 틀릴 수 있다” 그 말 하는 사람만 뽑는단다. 왜 그런 말이 중요하냐 물어봤다. 흔히들 내가 틀릴 수 있다고 말하면 면접할 때 좋은 평가 못 받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말이 바로 자신감의 표현이란다. 자신감이 없는 사람은 절대로 죽었다 깨어나도 자기가 틀릴 수 있다는 말을 못한단다. 그리고 그런 사람만이 발전할 수 있단다. 한 사람은 내가 틀릴 수 있다는 열린 마음을 갖고 있고, 다른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고 치자. 사고방식 하나 때문에 10년 후의 그림이 정해진다. 자기가 틀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기가 틀릴 수도 있으니까 가능성을 열어놓고 발전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그런 노력들이 일어나지 않다보니 10년 후면 굉장히 차이가 나는 사람이 되는 거다.
그리고, 다음 까페(cafe.daum.net/chungcon)를 통해 청춘들의 고민에 대해 편지를 직접 받았었는데요. 그 중 채택된 2개의 편지가 낭독되었고, 그에 대한 답변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 안철수 : 저도 20대에 같은 고민을 했다. 도대체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분야에서 어떤 일을 하는 게 과연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인지. 의대를 다니면서 제가 나름대로 했었던 일이 의료봉사활동이었다.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내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결국 답은 자기가 가진 것 같다. 자신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기회를 주는 것이다. 회사 사장은 절대 하면 안 된다고 제 주위에 모든 이들이 그랬다. 그러나 시작했고 10년 경영을 했다. 뒤돌아보니까 나도 남들만큼 할 수 있다는 것을 그때서야 비로소 발견을 한 거다. 만약 선입견에 사로잡혀서 저한테 그런 기회를 안줬으면 제가 경영자로서 능력이 있는 것도 모르고 그냥 죽었을 것 같다. 그나마 도전을 해보면서 제가 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해서 알게 된 거다. 어쩌면 청년시절에 할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자기가 자기에게 기회를 주는 것 같다. 그 과정을 통해서 자기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분야에 재능이 있고, 어떻게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될 수 있는지를 차츰차츰 알아가게 되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20대에 실패는 없는 것 같다. 실수만 있을 따름이다. 세상에 실수 한 번도 안 해 본 사람은 없다. 차라리 젊을 때 실수를 많이 하면 나이 들어서 안 하게 되지만, 젊을 때 안전한 길로만 가면 나중에 크게 실패를 하게 된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도전, 자기가 자기에게 기회를 주는 경험들을 많이 가져보시기 바란다.
△ 간단히 몸풀기 형식으로 OX퀴즈가 진행되었는데요. 국민 모두가 성공했다고 인정하는 두 분도 스무살은 불행했었다고 하네요. 다들 위로가 되시죠? ^^
5천여명의 청중들이 뜨거운 박수를 보냅니다. 안철수, 박경철 두 분이 일어나서 정중하게 답례 인사를 올립니다. 다시 뜨거운 박수가 계속됩니다. 어깨가 축 쳐져있던 청춘들이 큰 위로와 응원을 받은 기분이었습니다. 아니 열정과 용기라는 큰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습니다. 이 땅의 청춘들에게 실패란 없다고 하시네요. 자신에게 넘어질 수 있는 기회를 마음껏 주라고 토닥여 주시네요. 우리는 그동안 실패할까봐 늘 두려웠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성공은 무수한 실패 속에서 교훈을 얻어서 한발 한발 나아가는 것이지요. 욕심만 갖고 그냥 공짜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지요.
물론 현재의 우리 사회는 안철수 교수가 이야기 한 것처럼 실패를 용인하는 그런 성숙된 문화가 아직 자리잡아 있지 않습니다. 보다 나은 사회를 꿈꾸는 청년들과 시민들이 힘을 합쳐서 사회제도적인 개선을 요구하고 그런 문화를 만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사회가 올 때까지 마냥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사회제도적인 개선도 함께 요구해 가면서, 개개인은 도전하고 교훈을 얻고 또 도전하는 그런 용기있는 자세도 또한 필요합니다. 대기업 위주의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안철수 교수는 성실한 노력과 도전 정신으로 나름의 성공을 일구어냈듯이 우리 청년들 또한 그런 도전하는 자세를 적극적으로 가져보면 좋겠습니다. 우린 말 그래도 청! 년! 이니까요.
오늘 두 분의 멘토를 통해서 크게 깨닫습니다. 청춘이여, 마음껏 도전하라고. 도전하는 게 청춘이라고!
어제 강연에 참석하지 못한 수많은 이 땅의 청춘들에게 이 글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다음 포스팅은 "김여진-조국이 함께 나눈 대담 내용" 입니다. 다음 이야기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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