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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콘서트

김여진에게 물었다 "반대세력 두렵지 않나?"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열린 청춘콘서트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지난 번 포스팅한 <안철수-박경철>편에 이어서 오늘은 <김여진-조국>편이 되겠습니다.

오늘 아침 신문기사를 보니까 한나라당에서 반값 등록금 공약을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발표했다고 하네요. 너무나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면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얼굴이 있더군요. 여러분도 저랑 같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바로 <배우 김여진>입니다. 한나라당의 발표가 있으면서 김여진에게 기자들의 인터뷰가 쇄도하지 않을까 예상되네요. 어제 청춘콘서트에서도 김여진의 반값 등록금 이야기와 그녀의 사회실천에 대한 많은 질문들이 재미있게 나누어졌습니다. 게다가 조국 교수님이 김여진씨의 대담자로 나오셔서 더 재미난 대담이 이뤄졌답니다. 

“저희들은 미모로 밀겠습니다”

김여진-조국 교수님은 앞서 대담자로 나오신 강연계의 스타 안철수-박경철을 많이 의식하신 듯 미모로 밀겠다고 하시며 등장했는데요. 등장부터 청중들의 큰 웃음을 자아내었습니다. 뚜벅뚜벅 무대로 걸어 나오시는데 그 광채가 선남 선녀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 같더군요.ㅎ

▶ 김여진 : 교수님은 학교에 계시는 분이니까 요즘 젊은 친구들 보면 어떠신지 궁금하다.

▶ 조국 : 왜 이 시대 청춘들이 이 좋은 오후에 여기 와 있을까. 밖에서 놀던지. 얼마나 공기도 좋고 볕도 좋은가? 여기서 출발한다. 청춘의 특권은 패기이고 도전이고 명랑함이다. 이런 것들이 언제부터인가 사라지고 있는 상황을 느꼈다. 근래 몇 년간 학생들이 계속 힘이 빠지고 힘들어하는 것을 보았다. 원인이 뭘까? 불안이라고 생각한다. 왜 불안한가? 열심히 공부해서 학점 따고 스펙 따고 비싼 등록금 내고 공부를 해도 졸업해서 취업을 할 수 있을까, 취업 후에는 집 마련할 수 있을까, 애 낳아서 잘 지킬 수 있을까, 정년 보장까지 받을 수 있을까, 등등등... 이런 불안들이 가장 발랄하고 패기 있게 움직여야 할 사람들은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여러분 스스러가 스스로의 권리를 찾아야 된다. 간단히 얘기하면, “난리를 치라”고 말하려고 여기에 왔다.

▶ 조국 : 김여진씨는 홍대 비정규직 노동자 등 종횡무진 활약 하고 있다. 최근에는 어떤 정신 나간 사람이 김여진씨 트위터에 정신 나간 이야기를 해서 검색어 1위에 등극하셨다. 입에 담기 어려운 표현인데 미친X라고 표현을 했다. 좋았던 것은 김여진씨가 이렇게 답을 했다. 그래 그럴지도. 왜 지금 미친 짓을 하고 계신지 묻고 싶다.

▶ 김여진 : 한 트위터 친구 분이 축하 맨션을 달아주었다. “축하합니다. 국민 미친년에 등극하셨습니다.” 라고(웃음). 그 분이 어떤 분인지는 전혀 몰랐다. 정말 딱 3자로 미친년 이렇게 쓰셨기에 참 신선하다고 생각을 했고, 생각해보니 “맞을지도” 라고 답을 드렸던 것인데... 굉장히 파장이 커졌다.

왜 이렇게 됐을까? 1월부터다. 홍대를 찾아갔던 게 큰 계기가 되었다. 어떤 분들은 제가 사회적 활동을 하고 발언하는 것이 갑작스럽다고 생각하실 수 있다. 여러분 나이일 때 저도 사회운동이라는 난리를 치면서 살았다. 어느날 너무 힘이 들어서 더는 이렇게 못살겠더라. 행복하지가 않았다. 그래서 다 그만두고 연기자의 길을 걷게 됐다. 저는 지금도 정치에 대해서 잘 모른다. 그러나 몇 가지 계기들이 있었다. 4~5년 되었다. 국제구호활동단체 JTS에서 거리모금을 나가면서 배고픈 사람이 먹을 수 있고 아픈 사람이 치료받을 수 있고 아이들은 제 때에 배울 수 있는 그런 세상을 만들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그런 와중에 같은 동료 연기자 분들의 자살을 보게 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고 최진실씨의 죽음이었다. 최진실씨 같은 경우는 모든 연기자들의 워너비라고 할 수 있었다. 몇 번의 추락의 위기를 다 극복하고 가장 오랫동안 정상에 있었던 분이다. 꿈의 정점에 계셨던 분이 자살로 돌아가셨다. 충격은 컸다. 우리는 어디를 향해 달려가고 있을까, 내가 욕망하고 있는 것이 도대체 뭘까 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여러 가지 활동에 다시 참여하게 되었다.

인도의 천민마을에 봉사활동을 갔다. 여러분 또래의 친구들과 함께 다녀왔다. 4대강 사업에 반대하며 조계사에서 진행자로 참여했다. 그렇게 한발 한발 걸어왔다. 저로서는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왜 저분들이 최저 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고 하루 10시간 이상 노동을 하며 하대 받아야 하는가. 왜 우리는 그런 환경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가. 그 분들의 얼굴을 똑바로 보고 그 분들이 어떤 환경에서 밥을 먹고 어떻게 생활하시는지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런데 평균 나이 60세가 넘는 그들이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우리는 투명인간이 아니다. 그 분들의 목소리에 반응하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그런데 그 반응이 너무나 열렬해서 정말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셨다. 거기에는 트위터라는 강력한 소통의 무기가 있었다. 제 목소리로 말씀을 드릴 수가 있었다. 트위터로 응원도 해주시고 모금도 해주시고 조선일보에 광고도 냈고 파티도 하고 윷놀이도 하고 영화도 함께 봤다. 이런 와중에 타결이 됐다. 우당탕탕 뭐를 하고 있으니까 많은 사람들이 도와주고 마무리가 되었다. 노래를 부르고 김치를 담갔을 뿐인데 세상 모든 문제가 나의 문제로 다가왔다. 여기도 그런 분들이 계시네, 저기도 그런 분들이 있네, 이게 남의 일이 아닌 것이 된 것이다.

작은 경험 하나하나가 모였다. 누구나 물에 빠질 수 있고 절벽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 내가 누군가를 외면할 때, 내 안에는 나도 반드시 저런 경우를 당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싹트기 시작한다. 지금 사람들이 느끼고 있는 것은 여기로부터의 해방인 것 같다. 사람들과 함께 도와가면서 갈 수 있다. 지금은 가속도가 붙어서 여러 가지 과제들에 대해서도 계속하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이렇게 된 것은 아니다. 대단한 것들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렇게 즐겁게 지내고 있다.

▶ 조국 : 김여진씨의 활동에 대해서 반대를 표하는 사람도 있고, 할퀴려고 손톱을 내밀거나 싫어하거나 셈이 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여러 가지 힘든 일이 많지 않을까 예상되는데 두렵지 않으신가?

▶ 김여진 : 어제 트위터에 “상처는 오직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받는다. 그러니 나한테 상처를 주고 싶거든 어떻게...” 이렇게 썼었다. 이게 솔직한 심정이다. 함부로 상처받지 않겠다.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아픈 말을 하면 아프다. 그건 어쩔 수 없는 문제이다. 누구나 사람은 생각이 다르다. 저에게는 저의 생각이 있고 그 사람에게는 그 사람의 생각이 있을 뿐. 저도 누군가를 미워할 때가 있다. 그건 그 사람의 생각이다. 그 사람 눈에는 제가 그렇게 보이는 게 맞는 것이다. 거기에 대해서 상관 안 하면 된다.

정말 두려운 건 저를 사랑해 주시는 분들이다. 저에 대해서 굉장히 많은 칭찬들을 해 주시는데 저는 그런 훌륭한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이름도 날라리라고 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분들의 기대가 약간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

▶ 조국 : 김여진씨가 날라리 외부세력이라는 말을 썼을 때 너무 좋았다. 날라리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투사 같은 사람들이 세상을 바꾸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배우면 배우로서, 교수는 교수로서, 자기 방식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을 간단한 말로 보여주신 것 같다. 나는 날라리인데, 날라리 입장에서 이 꼴은 못 보겠다고 하신 거 같다.

▶ 김여진 : 교수님은 최근 콘서트를 하시며 전국 방방곡곡 안다니는 데가 없으시다.  왜 그러시는지 모르겠다. 안 해도 될 일을 하시니 칭찬을 해주는 경우도 있지만 공격도 많이 받고 계시다. 그 심정을 듣고 싶다.

▶ 조국 : 2012년 때문이다. 지금까지 배워왔고 가르치고 있는 법과 제도의 바른 모습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판단했다. 지금 이대로 간다면 2012년 이후에 또 이런 모습이 될 수 있겠다는 위기감을 느꼈다. 세월이 흘러 그때까지도 이런 식으로 간다면 스트레스 쌓여서 당장 내 암에 걸리겠더라. 자신의 노동 가치를 정당하게 대우 받고 합리와 상식이 존중받는 사회가 되어야 하겠기에 정치인은 아니지만 제 나름의 방식으로 질러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여기 계신 청춘에게 묻고 싶다. 결혼하고 아이 낳았을 때 아이들이 여러분에게 물을 것이다. 아빠 엄마 2012년에 뭐했어? 답을 하나 해야 될 것 아닌가? 2012년은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입법 권력과 행정 권력이 모두 동시에 바뀐다. 주변 5개 나라의 모든 권력이 바뀐다. 엄청난 변화가 2012년에 일어난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가 바뀌고 남쪽의 시스템이 바뀐다. 날라리건 누구든 간에 각자의 방식으로 뭔가를 해야 되지 않겠는가.
 
여러분들의 행복을 위해서 살라고 말하고 싶다. 스펙 자체로 보게 되면 여러분은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갖고 계시다. 스펙 쌓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제도가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는 개인적으로 스펙을 쌓는다고 하더라도 승자가 될 확률이 매우 적게 되어있다. “스펙 더하기” 제도를 바꾸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 여러분의 행복을 위해서 제도를 바꾸기 위한 노력을 여러분이 할 수 있는 만큼만 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 청중질문 : 상담심리학을 전공하고 있는 26살의 대학원생이다. 3년 전 대학생일 때는 잘못된 것을 바로 잡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거리로 뛰쳐나가기도 하고 사회 문제에 대해 내 생각을 표현하기도 했다. 어느 날 주변을 둘러보니까 사람들이 그러더라. 어디서 여자가... 할머니께서는 우리 손녀가 빨갱이가 되었다고 하셨다. 그래서 ‘내가 이러고 있으면 안 되는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정의에 한 발짝 다가서고 싶었는데, 정의라는 것이 생각했던 것만큼 지지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실망하고 좌절하고 뒤에서 불평불만만 하게 되는 사람이 된 것 같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머리로는 알고 있는데 실천이 안 된다.

▶ 김여진 : 나는 외면하고 회피하면 행복하지 않았다. 학교 다닐 때 열심히 운동하다가 힘들어서 관뒀다. 외면하면서 오로지 나의 꿈을 향해 살아갔다. 그런데, 그 길이 바로 낭떠러지였던 것이다. 동료들의 자살을 보며 그걸 알게 되었다. 그제서야 브레이크를 잡았다. 이렇게 사는 것이 내가 행복한가 물어봐라. 사실 정의라기보다는 자기 마음을 솔직하게 보는 연습이 필요한 것 같다. 불편한 것은 불편한 거다. 불편함은 눈을 감는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홍대에서 했었던 일들도 굉장히 애쓴 것 같지만 안 그렇다. 시간 날 때 잠깐 들렀던 거다. 트위터로 사람들이 모여서 김장을 해드렸는데 딱 2시간 만에 끝났다. 일주일에 한 두시간 이상 투자하지 않았는데 그런 결과를 가지고 왔다. 가장 많이 놀란 사람은 나 자신이었다. 일주일에 한두 시간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즐겁다. 그런 일을 하면서 좋은 사람들을 만난다. 다른 사람 욕하고 돈 쓰고 술 먹는데 에너지 쏟지 말고, 이렇게 재미나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세상을 바꾸는데 에너지를 써 보자는 것이다.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아주 작은 것 하나씩만.  길고양이 문제, 유기견 문제, 학대받는 아이들 문제, 급식 문제, 환경 문제, 등록금 문제 무엇이든 상관없다. 일주일에 한 두 시간씩만 시간을 내서 해보시면 된다. 그게 얼마나 즐거운지 맛보면 그 다음엔 고민할 것 없다. 가족들이 반대한다고 일일이 답하고 설명하고 이유를 말하느라 힘 빼지 마시라. ‘그 사람들은 그렇게 보는 가봐’ 이렇게 가볍게 넘어가면 될 것 같다. 이 일을 하고 있는 내가 행복해 보이면 결국 해결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당차고 편안한 김여진씨의 이야기 속으로 정신없이 빨려들어 갔습니다. 조국 교수님의 기운차고 논리적인 말씀을 들으며 답답했던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들이 점점 또렷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외면한다고 불편함이 사라지지 않는다. 정의라는 것은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것이다. 솔직해지면 공감하게 되고, 공감하면 행동하게 되고, 행동하면 변화가 생기는 거지요. 오늘 조국 교수님과 김여진씨를 통해 크게 깨닫습니다. 청춘들이여, 우리마음에 대해 솔직해지자! 그리고 정의를 외치자!

어제 강연에 참석하지 못한 수많은 이 땅의 청춘들에게 이 글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다음 포스팅은 "김제동-법륜스님이 함께 나눈 대담 내용" 입니다. 다음 이야기도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