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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콘서트

"철수씨와 25년을 살았습니다, 남편을 보면..."

안철수 팬클럽 '해피스'의 광주 콘서트가 어제 18일(일) 조선대 해오름관에서 열렸다. 콘서트 시작 30분 전부터 행사장은 3천여명이 운집한 가운데 발디딜 틈이 없었다. 2시간 동안 진행된 해피스 콘서트는 신나는 캐롤송과 함께 뜨거운 함성이 쉴새없이 터져나왔으며 "시민승리, 정권교체" 푯말이 큰 물결을 이루었다.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는 호남의 민심이 뜨겁게 표출되는 순간이었다.

 

시작부터 인디밴드 온더스팟, 요술당나귀가 신나는 크리스마스 캐롤송을 연달아 쏟아내자 청중들은 "시민승리, 정권교체"를 큰 함성으로 연호했다. 12월에는 대선 찍고 해피크리스마스를 맞이하자는 의미를 열정의 무대로 표현했다. 3천여명의 청중들은 한시도 자리에 앉지 않고 선 채로 스탠딩 무대를 즐겼다. 객석에는 산타 복장을 하고 온 청년들도 눈에 띄었고, 모두가 분홍빛 야광봉을 크게 흔들었다.

 

 

▲ 조선대 해오름관. 안철수 팬클럽 해피스 광주 콘서트.

 

콘서트의 열정이 뜨겁게 달아오를 무렵 2시 50분경,  안철수 후보와 부인 김미경 교수가 객석 뒤편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순간, 객석은 떠나갈 듯한 환호로 뒤덮였다. 무대에 오른 안철수 후보 부부는 함성을 지르는 열혈 청년들로 순식간에 둘러싸였다. 

 

안철수 후보와 부인 김미경 교수가 대선 출마 이후 같이 자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환호가 잠시 가라앉자 부인 김미경 교수가 먼저 인사말을 전했다.

 


▲ 인사말 하고 있는 김미경 교수.   
 

"철수씨와 25년을 살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는 걸 보니 제가 사람 보는 눈이 있던 것 같습니다."

 

청중들이 크게 웃었다.

 

"요즘 남편을 보면 마음이 짠합니다. 국민의 열망이 무엇인지 알고 있고 그 모습을 보면 믿음직스럽기도 하지만 안쓰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오늘 여러분을 뵈니 힘이 납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정치는 잘 모릅니다. 하지만 남편이 어떤 사람인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아시겠지만 남편은 살면서 여러 번 특별한 선택을 했는데요. 조금도 저의 신뢰를 잃어본 적이 없습니다." 

 

남편은 조금도 저의 신뢰를 저버린 적이 없다는 말에 청중들이 응원의 함성을 보냈다.

 

"자신만을 위해 무언가를 결정했던 적은 없었고, 이번에는 가족들을 위해 결정한 것도 아닙니다. 앞으로도 자신과 가족들을 위한 결정을 하는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안철수 후보와 함께 해 온 25년은 저에게 참 즐겁고 보람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항상 믿음직스럽고 옳았다고 생각합니다. 남편이 앞으로도 국민만 바라보고 그 길을 걸을 수 있도록 격려하고 믿으며 함께 가겠습니다. 여러분이 그 길을 가는 데에 힘이 되어주십시오."

 

김미경 교수는 남편에 대한 듬직한 믿음을 강조했다. 이어서 안철수 후보가 인사말을 이었다.

 


▲ 인사말 하고 있는 안철수 후보. 

 

"안녕하십니까. 안철수입니다. 광주에 내려와서 뵙게 되니 더 반갑습니다. 변함없이 반겨주셔서 고맙습니다. 유독 광주에 오면 내딛는 발걸음마다 조심스럽습니다. 사는 동안 언제나 빚진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새로운 역사가 시작된 곳이기 때문입니다. 광주는 한국 정치의 물줄기를 바꾸어왔습니다. 그리고 제게 바라는 새로운 변화에 대한 열망도 알고 있습니다. 그 열망이 저를 이 자리에 서 있게 했습니다." 

 

함성이 너무 커서 안 후보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잠시 숨을 고른 후 다시 말을 이었다.

 

"그래서 저는 국민들의 뜻에 따라야 하는 사명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민들은 제게 두 가지를 하라고 하십니다. 하나는 정권교체, 또 하나는 정치혁신입니다. 하나도 버거운데 두 가지를 하라고 하시니까 어떨 때는 참 버겁고 힘듭니다. 


 사소한 오해를 받는 것은 괜찮습니다. 진심으로 한 곳을 향하면 오해는 풀린다는 것을 저는 살아오면서 배웠습니다. 저를 외롭고 힘들게 하는 것은 선의가 때로는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국민들이 내 준 숙제가 있습니다. 출마 선언한지 딱 60일 째입니다. 그동안 여러분이 함께해주셔서 힘들지 않았습니다. 제 손을 잡고 간절히 희망을 말씀해주시는 많은 분들을 만났습니다. 참으로 무거운 시대의 숙제지만 감당하기로 한 건 정말 잘한 일이다 매일 매순간 느낍니다." 

 

이번에는 더 큰 함성과 박수가 터져나왔다. 시대의 숙제를 감동하기로 한 건 정말 잘한 일이라고 매순간 느낀다고 하자,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는 청년들도 보였다.

 

"기본을 지키고 정도를 걸어가면 희망이 보이는 나라. 반칙과 특권은 벌을 받고 상식과 정의가 살아나는 나라. 제가 만난 분들이 대한민국에 바라는 소박한 바램이었습니다.
 국민들의 바람에 충실하고 싶습니다. 국민이 원하시는 국민의 삶이 바뀌는 정권교체를 위해 하나가 될 것입니다. 그것이 제가 이 땅에 살면서 얻은 사랑과 은혜, 국민들이 저에게 보낸 기대에 보답하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국민의 삶이 바뀌는 정권교체로 이 땅에 살면서 얻은 은혜에 보답하겠다고 강조했다.

 

"생전 김대중 대통령께서 무엇이 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고 하셨습니다. 아마 살아계셨다면 누가 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씀하셨겠죠.
 저에게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오로지 국민 여러분의 따뜻한 위로와 격려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 기대와 믿음에 부합하겠습니다.
 선의가 가장 강력한 힘이 된다는 걸 증명해드리겠습니다. 끝까지 여러분만을 바라보며 이 길을 걷겠습니다. 여러분, 함께 과거에서 미래로 가주시겠습니까? 2012년, 1997년의 새로운 변화가 재현되기를 바랍니다. 광주가 그 씨앗이 되어주시고, 중심이 되어주십시오. 고맙습니다."

 

생전에 김대중 대통령이 했던 말을 전하며 단일화는 누가 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되느냐가 중요한 것임을 강조했다. 특권과 반칙으로 되는 단일화가 아니라 국민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과정에 충실한 단일화를 향해 나아갈 것을 재차 강조했다.

 

안 후보와 김 교수가 퇴장하려 무대 아래로 내려오자 청중은 다같이 호남의 노래 "목포의 눈물"을 열창했다. MR 반주 없이 3천여명이 함께 부르는 "목포의 눈물"이 행사장 가득히 울려퍼졌다. 안 후보는 청중들의 손을 하나하나 잡으며 콘서트장 복도를 걸어나갔다.

 

두 부부가 행사장을 빠져나간 이후에도 콘서트가 더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었는데, 무척 인상적이었다. 후보도 중요하지만 자신들의 열정을 쏟아내는 공간이란 강렬한 느낌이 들었다. 분홍색 야광봉을 흔드는 어린아이부터 분홍 손수건을 머리에 둘러멘 대학생, 시민승리 정권교체 푯말을 들고 끝날 때까지 자리에 한번도 앉질 않은 50대 아주머니까지 남녀노소 다양한 사람들이 그야말로 '미친듯이' 어울린 축제의 무대였다. 역시 광주 사람들은 화끈하구나 느꼈다. 광주에서 만난 호남의 열기는 너무나 뜨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