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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콘서트

단일화 TV토론, 화합의 모습이 너무 아쉬웠다

어제밤 안철수-문재인 두 후보의 단일화 TV토론을 시청했다. 단일화 국면에서 중요한 분기점이 TV토론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고 해서, 또 전 국민적인 관심사라 끝까지 관심을 갖고 시청했다. 관전평을 나름 정리해봤다.

 

문재인 후보는 시작부터 국정운영 경험을 내세우며 강점을 부각했다. 

 

“저는 참여정부에서의 국정운영 경험이 있습니다.”

 

이 메시지는 토론 내내 자주 반복되었다. 국정운영 경험이 국민들에게 안정감을 주기 때문에 이 부분을 강조한 것 같다. 국민들에겐 참여정부 시절의 실정에 대한 거부감도 많이 존재하고 있는 상황이라 장점이 되기도 하겠지만 반대로 단점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반면, 안철수 후보는 초반 모두 발언에서 신선한 인상을 주며 토론을 시작했다. 

 

“내일부터 시내버스 운행 중단이 시작된다고 들었습니다. 왜 정치가 이런 일들을 조정해주지 못하는지 답답합니다. 지난 60일 동안 철탑 농성장 현장 벼랑 끝에 내몰린 국민들을 만났습니다. 40대 한 직장인을 만났는데 지금 아니면 언제 국민이 정치를 이겨보겠습니까 라고 말했습니다.”

 

국민들의 아픈 마음을 먼저 헤아려주는 것으로 시작하는 모습을 보니 출발은 안철수 후보가 더 잘했구나 싶은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진도에서 한 할머니가 보내준 편지를 양복 주머니에서 꺼내 읽는 모습에선 기존 정치인의 어법이 아닌 “신선한” 어떤 것을 느끼게 했다. 특히 국민이 주신 시대적 소명을 이야기한 부분이 많은 점수를 받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초반 부분만 놓고 보면 안철수:문재인은 1:0, 안철수 승이라 봤다. 하지만 그 다음부턴 예측불허의 초접전을 벌여나갔다. 아무래도 경험이 있는 노련한 문 후보와 다소 긴장한 모습이 많이 보였던 안 후보가 설전을 치룬 그런 느낌이었다. 

 

특히 단일화 룰 협상이 결려되는 현 상황에 대해 문재인 후보는 안철수 후보에게 문제 제기를 많이 했는데, 끝까지 공세적인 자세를 일관했다. 문 후보가 “좀 절충해주시면 안되겠습니까?”라고 요청하자 안 후보는 “모든 걸 일임하겠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저희 측에서도 수정 제안을 했지만 계속 안 받아들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정치의 힘은 권한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신뢰에서 나온다는 그런 뜻입니다. 새정치 공동선언에 함께 합의한 것이 있습니다.” 라고 맞받았다. 단일화 룰 이야기만 나오면 평행선이었다. 초반부터 문 후보가 공세적인 질문을 많이 해서, 함께 시청한 제 친구들은 “문재인 후보가 사회자인가?” 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여기서부터 안철수 후보에게도 아쉬운 점이 많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너무 자료를 찾으면서 질문하는 듯한 제스쳐였다. 안 후보가 질문을 하기 위해 종이 서류들을 뒤적거리는 모습은 프로답지 못하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던 것 같다. 이 부분에 대해 충분히 연습을 많이 못하지 않았나 싶다. 반면 문 후보는 종이 서류 보다는 상대의 눈을 바라보고 말하고 듣는 연습이 많이 되어 있는 것 같았다. 말하고 듣는 자세의 문제라 사소하게 느껴질 순 있지만, 국민들은 “이미지”를 보고 판단하는 것도 크기 때문에 적잖은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싶다. 경제 부문에 대한 질문에서는 안철수 후보의 질문의 날카로움이 돋보였다.

 

“참여정부에서 법인세 인하가 왜 이루어졌는지? 출총제가 완화된 이유는? 참여정부 때 경제민주화를 제대로 못한 이유는? 참여정부 시절에 국립대 등록금 자율화 정책이 시행되면서 등록금 폭등하게 되었습니다. 왜 그렇게 하셨는지요?” 

 

안 후보는 주로 참여정부 경제정책의 실정에 대해 질문했다. 문 후보로서는 실정을 인정하고 다음부터는 보완하고 잘하겠다 하는 식으로 답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 계속된 것 같다. 하지만 문 후보도 날카롭게 질문의 날을 세웠다.

 

“안철수의 약속 공약집에는 복지국가란 표현이 전혀 없었다. 보편적 복지가 아니라 선별적 복지로 되돌아간 것은 아닌가?”

 

그러자 안 후보는 “차기 정부의 가장 큰 해결과제는 격차문제라고 생각했다. 그 방법으로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저부담 저복지’를 ‘중부담 중복지’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 답했는데, 둘 사이의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어 갔다. 

 

이 대목에서 “화합의 모습을 보여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본격적으로 들었다. 너무 두 후보가 차이점만 더 부각하려고 한 것은 아닌가 싶었다. 물론 문재인 후보가 계속 공세적으로 나왔기 때문에 안 후보로서는 방어적으로 나왔겠지만 서로 갈등하는 모습을 주는 것 같아 안타까움이 더 컸던 것 같다. 마지막 외교통일안보 주제에서는 문재인 후보의 공격적인 질문이 더 강도를 높여갔다.

 

“남북관계에서 북한 측의 선행조건들을 제시하고 계신데, 이건 이명박 정부의 5.24조치와 다를 바 없지 않나? 이런 조치들을 다 풀고 먼저 대화하면서 풀어가야 하지 않나?”

 

안 후보의 정책을 이명박 정부의 정책에 비유하며 남북관계를 바라보는 인식에 문제가 있지 않나 지적했는데, 안 후보는 전혀 그렇지 않다며 해명했다. 
 
“그렇지 않다. 조건을 걸지 않았다. 먼저 대화하자는 것이다. 단, 재발방지 대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먼저 대화를 재개하고 그 대화에서 재방방지와 인도적 지원문제를 모두 해결하자는 의미이다.” 

 

공방은 계속 이어졌다. 제주 강정마을에 대한 질의로 넘어갔다. 먼저 문 후보가 물었다.

 

“제주 해군기지, 민군복합 관광미항... 민용 군용의 병조 개선이 되지 않아도 계속 건설해야 한다는 입장인가?”

 

안 후보가 대답했다.

 

“세 후보 중에 유일하게 강정마을에 직접 가봤다.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제주에 해군기지가 정말 필요한가? 둘째, 강정의 공사 과정들이 주민들의 충분이 동의를 얻고 진행되고 있는가? 첫째 부분은 4개 정부에서 같은 결론을 얻었다면 우선은 존중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직접 가서 주민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충분히 주민들의 공감과 동의를 얻지 못하고 편법적으로 진행되었다고 마을주민들이 느끼고 있더라. 주민들과의 소통이 먼저 되었다면 이렇게까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시 안 후보가 문 후보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남북정상회담은 시한을 정해놓고 무조건 하자는 것보다, 먼저 화해와 교류를 하고 분위기가 무르익어 적절한 시기가 되었을 때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시한을 못 박으면 오히려 기한을 지키려다 수세에 몰릴 수 있고, 이벤트성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시기를 못 박은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자칫 잘못하면 대북협상 과정에서 운신의 폭을 좁히고 끌려 다닐 수 있다는 우려가 된다. 거기다가 국민적인 공감을 얻지 못하면 다시 남남갈등을 유발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자 다시 문 후보가 아주 공격적으로 결론을 내리듯 말을 던졌다.

 

“안 후보의 정책은 이명박 정부의 정책과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가장 강도 높은 네거티브 발언이 터온 것이다. 안철수 후보는 그냥 웃음을 머금었다. 네거티브를 절대 하지 않겠다는 소신을 확인하듯 가볍게 웃어넘기는 제스쳐를 취했다. 서로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랐는데 개인적으론 가장 안타까웠던 순간이었다.

 

참여정부의 국정운영경험을 장점으로 내세웠던 문재인 후보는, 안 후보의 질문에 결국 참여정부의 실정을 다시 말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고, “차기정부에서는 잘해보겠다” 하는 평범한 대답을 반복하는 패턴이었다. 한번 실패한 사람에게 다시 맡길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도록 하는 게 안 후보쪽의 주요한 전략이 아니었나 싶다.

 

또, 중간 중간에 문 후보가 말하는 동안 안 후보의 듣는 자세가 많이 안타까웠다. 딴 생각을 한 듯한 제스추어가 가끔씩 보인 것도 흠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위기 대응 능력” 부분을 강조하는 등 정책적으로 준비되어 있다는 인상은 안 후보가 훨씬 더 많이 주었다는 점이 긍정적인 성과라면 성과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뒤로 갈수록 긴장감이 풀리면서 탄력을 붙여나가던 안철수 후보는 마지막 답변에선 유머와 여유를 부리기도 했다. 

 

“5초 남았습니다.”

 

여유를 부리며 유머를 했다. 같이 시청하던 친구들도 이 대목에서 자지러졌다. 웃음도 잠시, 마지막 정리 국면에서 다시 문 후보는 다시 공세적으로 나갔다.

 

“안 후보는 국회의원 수 조정 표현을 축소라고 이해하고 계신 것 같다. 저희는 축소를 의미한 것이 아니었다. 내용을 정확히 잘 보고받지 않는 것 아닌가. 또 이-박 퇴진까지 하며 인적쇄신을 했지만, 하고 나니 그런 뜻이 아니었다고 했다. 답답하다.”

 

그러자 안 후보는 곧바로 맞받았다.

 

“새정치 공동선언 문구를 정확히 보면, 비례대표 의석을 확대하고 지역구 의석을 줄이는 과정에서 의원 정수를 조정하겠다고 되어 있다. 조정이라 하면 늘인다 이거나 축소한다 이다. 우리가 합의한 것이 늘이는 것은 아니지 않나? 새누리당과도 협의를 해서 국회법을 바꿔야 하기 때문에, 협상의 운신의 폭을 넓혀야 한다고 생각해서 조정한다고 표현한 것이다.” 

 

다시 진실 공방이 오가자 안 후보가 결정타를 날렸다.

 

“그럼 문 후보는 의원수를 확대하자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당황한 표정이 역력한 채로 문 후보가 대답했다.

 

“그런 건 아니고요.”

 

순간, 함께 시청하던 친구들이 모두 빵 터졌다. 문재인 후보가 결정타를 맞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 후보는 최근 단일화 협상 과정에 대해 이렇게 해명했다.

 

“인적쇄신은 실무자간에 이야기한 적은 있을 수 있지만 제가 이야기한 적은 없다. 잡음들이 있을 것 같아서 인편으로 사람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 아니고 잘못된 관행을 고쳐달라는 의미라고 전달했었다. 이 부분에 대해선 오해가 없으셨으면 한다.”

 

서로 오해를 푸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는데, 화합의 모습이 계속 아쉬웠다. 그러다가 어느덧 토론이 끝날 시간이 되어버렸다. 사회자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는지 “두 후보가 한 번도 웃으시지 않았다.”며 이번에는 “상대방의 공약 가운데 이건 정말 좋다 칭찬을 해보자.”고 마지막 제안을 했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한번 문재인 후보의 공격이 들어갔다. 칭찬을 하며 좋게 끝내자는 취지의 마지막 발언 기회였음에도 찬물을 끼얹듯 공격을 한 번 더 하고 나서야 칭찬을 했다. 칭찬만 해주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마지막까지 진한 아쉬움을 더 남겼다.

 

“안 후보의 단일화에 대한 진심을 믿습니다. 그런데 협상팀에는 그 마음이 잘 전달이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보고를 정확히 받고 있나 하는 생각이...” 

 

분위기가 더 냉랭해졌다. 보고를 제대로 받느냐는 공격은 토론 내내 서너차례 계속된 내용이었다. 하지만 칭찬 부분은 참 좋았다. 

 

“안철수 후보님 덕분에 민주통합당도 미적미적한 정치쇄신을 하게 되었고, 우리 정치를 크게 변화시킨 좋은 점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 한마디가 안 후보를 칭찬한 유일한 한 마디였다. 이런 내용이 조금만 더 나왔더라면 국민들이 눈살을 덜 찌푸렸을 텐데 싶었다. 안 후보도 곧바로 문 후보의 좋은 점을 칭찬했다.

 

“청년 일자리 공약이 정말 좋았습니다. 청년들이 처음 직장을 가져야 될 때 못 가진다든지, 비정규직을 전전한다면 사회적 문제가 되고, 복지 부담까지 심각한 문제가 된다. 청년고용 할당제 등은 정말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민 합의를 통해서 특단의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겠다 싶다. 그러면 많은 시너지가 날 것 같다.”

 

마지막에 비로소 두 후보가 환하게 웃었다. 처음부터 이런 모습을 보여주었더라면 참 좋았겠지만, 아직은 쉽지는 않았다. 물론 서로 경쟁해서 이겨야 하는 국면에서 나오는 자연스런 모습이었다. 기대한 만큼 큰 웃음은 나오지 않았지만, 두 후보가 다시 크게 웃을 수 있는 날이 곧 오리라 본다. 마지막으로 안철수 후보가 남긴 말은 인상적인 부분이 있었다.

 

“출마시기부터 끊임없이 공격이 쏟아졌습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습니다. 수많은 국민들이 지켜주셨습니다. 다 국민 덕분입니다. 그토록 강고했던 박근혜 대세론 꺽였습니다. 단일화는 두 사람의 우열을 가리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반드시 박근혜 후보를 이기고 민생을 보살피는 새로운 정치로 보답하겠습니다.”

 

안철수 현상으로 박근혜 대세론이 꺽였고 이제 단일화를 앞두고 있다. 박근혜를 이기기 위해서는 젊은층의 투표율과 무당층의 지지율이 중요하다. 서로가 싸우는 단일화로는 단일화 이후 상대의 지지층이 많이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젊은층과 무당층이 정치에 무관심하게 된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가 화합하지 않고 몸싸움만 하는 정치 때문이다. 두 후보의 단일화도 이런 싸움의 정치를 극복하고 화합과 상생의 모습을 보여주는 희망이 되었으면 참 좋겠다. 그래야 젊은층 무당층의 투표를 이끌어내고 박근혜 후보를 이길 수 있는 단일화가 될 것이다.

 

화합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어떤 국민적 감동도 줄 수 없고, 오히려 박근혜 후보 쪽을 도와주는 형국이 될 것이다. 단일화의 목적에 부합하는 올바른 협상과정이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이 과정을 보고 국민들이 판단을 해주셔야 한다. 어느 세력이 중심이 되어서 다른 세력을 합쳐나가는 것이 좋을지.

 

토론 전체가 너무 진지했다. 재미없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기본적으로 두 후보가 범생이이고 거기다가 사회자까지 범생이였다는 얘기도 나온다. 더 구어체적이고 서로 상생하고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더라면 국민들이 참 좋아 했겠다는 생각이다. 해방 이후 독재 세력이 워낙 강고했기 때문에 야당 후보 혼자서 이기기에는 역부적이었다. 조금 더 상생과 협력의 마음이 필요한 시점이다. 결론적으로 '무승부' 였단 평을 내린다. 양쪽 어디에서도 상대편 지지층의 호감을 이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