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17일) 저녁, 안철수 후보의 국민과의 대화 ‘세종대 강연회’ 현장을 다녀왔다. 처음 언론에 보도되기로는 전국적인 조직망을 갖춘 안 후보의 팬클럽 '안철수와 해피S’가 안 후보와 처음으로 직접 만남을 가진다는 내용이었는데, 선관위의 문제 제기로 인해 ‘안철수와 해피S'는 나타나지 않았다.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에 문의한 결과, 선관위 측은 “이번 사안은 행사의 성격이 ‘후보자 초청토론회’로 규정됐다는 데 문제가 있었다”며 “후보 초청토론회는 언론사들만 할 수 있어 개별 단체별로 진행을 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 사실을 알지 못하고 강연회장 앞까지 왔다가 입장을 제지당한 해피s 회원 김진아(21.여)씨는 “안철수 후보의 팬클럽 확산을 염려한 다소 편중된 판단이 아닌가” 하며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이 외에도 해피s 회원들로 보이는 많은 사람들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뿐만 아니라 해피S 측에서 준비한 영상, 노래를 비롯한 일체의 문화공연이 제지되었고, 안 후보의 강연과 질의응답만이 진행되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안철수 후보 강연회는 뜨거운 환호와 함께 시작되었다. 2100여명의 청년들이 운집해 열기를 뿜어내었다. 일부 학생들은 자리가 없어 통로에 앉아 강연을 듣기도 했다. 청춘콘서트와 같은 분위기가 연출되었고, 안 후보는 대선 출마 이후 보여준 긴장된 모습과는 달리 마치 고향으로 돌아온듯한 편안한 말투와 유머로 청년들과 교감하고 대화했다.
우선 사회자가 분위기를 환기하는 차원에서 '대통령 후보로 나선 이후로 가장 많이 바뀐 것'을 질문했다.
"방명록 쓰는 일이었습니다. 상상을 못했는데 가는 장소마다 방명록이 그렇게 많은 겁니다. 제가 글씨를 정말 못씁니다. 그래서 컴퓨터를 빨리 배웠습니다. 그런데 방명록에 직접 써야 하는 경우가 많아 삐뚤빼뚤 썼더니 안철수 폰트라고 인터넷에 글씨체 나오더라요. 생각지 못한 난관이었습니다. (청중 웃음)
보람 있는 일도 많았습니다. 얼마 전 반올림이라고 반도체 공장에서 직업병 얻으신 분들 모임이 있습니다. 그 대기업과 여러 가지로 관련이 있다 보니 언론의 주목도 받지 못하고, 찾아주시거나 하지 않았는데 제가 찾아가 한 환자를 뵈었습니다. 곧 해당 대기업에서 그 분이나 반올림 측과 만나는 기사가 떴어요. 했던 일 중에 제일 잘한 일 같아요.(청중 박수) 선거 과정 중에도 세상을 조금이나마 바꿀 수 있구나 하고 보람된 순간이었습니다."
대통령 후보가 된 이후에 가장 큰 변화가 '방명록 쓰기' 였다는 사실에 모두가 빵 터졌다. 그만큼 오랜 기간 고민한 후 시작한 일이기에 시대적 소명을 다하고자 하는 연속선에서 임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반올림 방문 이야기는 마음을 훈훈하게 해주었다.
강연 내용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3가지 였다. 우선 대선 출마 때 단일화의 조건으로 언급한 정치개혁에 관한 보다 구체적인 내용들을 제안되었다. "(기존 정치권은) 유권자인 국민을 속였다.”며 국회의원 자율권 보장하기,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기,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특권 내려놓기 등 정치쇄신의 3가지 방안을 말했다.
"민생문제 해결의 첫 단추는 정치인이 바뀌는 것으로 시작해야 합니다. 그 첫번째로 대립의 정치가 아니라 협력의 정치가 돼야 합니다. 국회법에는 국회의원의 양심에 따른 표결을 권장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양대 정당이 당론에 따라 표결하라고 하죠. 이는 강제적으로 의원들의 자율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법에도 어긋납니다.
대통령이 뭔가를 하겠다고 결심하면 다수당인 여당은 그에 따라 거수기 역할을 하고 야당은 그것을 막으려고 국회 문을 걸어 잠그고 수일을 농성하고 몸싸움을 합니다. 그로 인해 4대강 예산이 통과되고 부자에게 세금을 깎아주는 부자감세법안이 날치기되지 않았나요? 국민은 당의 명령에 무조건 따르라고 한 분 한 분을 뽑은 게 아닙니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협력의 정치라고 강조했다. 박수 갈채가 쏟아졌다.
"국민들에게 공천권을 돌려줄 것을 제안합니다. 현재는 공천권이 좋은 인재를 모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계파의 이익에 의해 움직이고, 그렇게 되면 아무리 사명감 있고 좋은 정치인도 소신에 따라 정치를 하는 게 불가능한 상황이 돼요. 투쟁에 휩싸이면 국민이 안보여요. 공천이 계파 이익에 따라 주어집니다. 국민이 낡은 정치세력이 아니라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는 진정한 정치신인을 원하는 것도 거기서 연유하는 것입니다. 정당의 소수의 권력자가 아니라 국민들이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방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다시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마지막은 정치에서 여러 특권을 내려놓는 것입니다. 저는 대통령이 되면 특권을 상당부분 내려놓겠다고 이미 말했는데, 국회와 정당도 마찬가지입니다. 4·11 총선 직후 양당이 국민들에게 제일 처음으로 한 약속이 스스로 특권을 내려놓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내려놓은 특권이 있나요? 어느 순간 쏙 들어가버리고 아무것도 내려놓은 특권이 없어요. 신랄하게 말하면 유권자인 국민을 속인 것입니다.”
또 다시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안 후보의 발언은 단호했다. 기조 강연이 끝나고 학생들의 다양한 현장 질문이 쏟아졌다. 한 학생은 '논문 표절을 비롯한 잇단 의혹 제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를 물었다. 그러자 이렇게 답했다.
“우리나라에서 논문을 써 본 사람이 수십만명인데 거기다 대고 사실이 아닌 얘기를 하면 국민들은 금방 (진실을) 아세요. 그게 힘이 됩니다. 정치를 하기로 결심한 이유가 국민들의 지지였고 지금도 정당이 아니라 더 중요한 국민들의 힘을 믿으며 가고 있습니다. 그러면 다 될 거라고 봅니다.”
오히려 "논문표절 의혹이 제기된 것 때문에 오히려 힘을 얻었다"는 말이다. 그간 마음고생이 많지 않았을까 하는 대중들의 염려를 가볍게 일축시켰다. 청년들이 모인 자리이다 보니 취업에 대한 질문도 쏟아졌다. ‘선배들이 중소기업에 다니는데 적은 연봉으로 자꾸 이직을 많이 하게 된다’는 질문에는 이렇게 답했다.
"대기업이 새롭게 일자리를 창출을 하기에는 이미 글로벌 경쟁 때문에 많이 힘든 상황이예요.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때 질 좋은 일자리가 많이 생기게 됩니다.”
일자리 창출에서 중소기업을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안 후보 측 혁신경제 포럼의 홍종호 서울대 교수가 "중견기업육성법을 제정하고,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이 되는 동시에 중단되는 세제 혜택을 5년 간 연장한 뒤 매년 20%씩 축소하는 식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힌 내용과도 일맥상통하는 답변이었다.
한편 안 후보는 일반 시민으로부터 현장에서 제안을 들은 뒤 이를 정책에 반영하는 '철수가 간다'는 이름의 캠페인을 소개하기도 했다. 소수의 전문가들만이 정책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들이 기본 방향을 수립하되 세부 정책들은 현장에 있는 국민들이 함께 제안해서 올리는 아래로부터의 정책 수립을 강조했다.
또 한 학생은 “이상은 참 좋은데 정당이 없는 무소속 후보로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이 가능한지 말해달라”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서는 이렇게 답했다.
"정치발전을 위해서는 국회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대통령이 된다면 국회의원 중 저에게 우호적인 분들이 생길 것이라 봅니다. 그것(우호적 의원)은 국민들이 만들어 주실 겁니다. 실현 불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65일 남은 선거 과정이 짧다면 짧지만 어떤 분들은 우리나라에서 60일이면 조선왕조에서 있었던 사건들이 다 발생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굉장히 역동적이기 때문에 제가 대통령이 된다면 공약들이 실제 법안으로 옮겨질 것이라 믿습니다.”
국회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무소속 대통령으로는 정책 실현이 어렵다고 한 민주통합당의 지적에 대한 답변으로 여겨졌다.
특히 오늘 강연에는 유머도 많았다. 청춘콘서트와 같은 편안한 분위기가 느껴져서 더욱 그러한 것 같았다. 이날 강연에서는 청춘콘서트에서처럼 청년들의 인생 고민도 이어졌다. 정치인에서 다시 멘토의 역할로 돌아온 듯한 분위기를 자아내었다. 한 학생이 “새벽 3시에 일어나서 컴퓨터 백신을 개발하셨다고 들었다. 그런 초심을 잃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라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새벽 3시에 일어나기도 하고 새벽 3시5분에 일어나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또 누가 공격할까봐. 하하하.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해도 매일 매일 힘든 것은 똑같아요. 차이점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했을 때는 성취감이 남다르거든요.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면 행복해질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마시고요. 그 결과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새벽 3시5분에 일어나기도 한다는 말에 청중 모두가 빵 터졌다. 언론에서 얼마나 트집 잡을 것이 없었기에 이런 사소한 것까지 걸고 넘어지느냐에 대한 빗댄 표현이었다. 청중들이 공감과 응원의 박수를 크게 보냈다.
이 외에도 대학평가에서 취업률을 높은 비중으로 다루는 문제, 학교 폭력의 해결책, 음원에 대한 이익 배당률 문제, 학교교육에서의 지나친 경쟁 문제 등 다양한 질문들이 쏟아졌다. 2시간 여 동안이나 이렇게 국민들과 직접 대화하고 소통하는 모습이 참 훈훈했다.
사회자가 안 후보에게 참석한 청년들을 위해 마지막 메시지를 부탁했다.
“느낌이 청춘콘서트 온 것 같아요. 그 때는 학생분들 뿐만 아니라 일반인분들도 많이 왔었죠. 진정한 청춘은 나이가 아니라 앞을 보고 가는 사람이죠. 청춘콘서트가 20대 30대 뿐만 아니라 60대 70대 분들도 오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많은 분들의 축제의 장이 청춘콘서트였죠. 제 가슴 속에 뜨겁게 아직도 남아있고요. 그 기억들이 제가 대선 출마하는데 굉장히 크게 기여했다고 믿습니다. 그 때 함께하신 분들도 여기 어딘가에 있을 겁니다. 국민의 부름을 받고 시대적 소명을 다하기 위해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최선을 다하겠고 뚜벅뚜벅 걸어가겠습니다.”
환호와 함성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안 후보가 강연장을 퇴장하는 길은 인산인해로 북새통을 이뤘다. 안 후보의 차량에 모여든 시민들은 “꼭 당선되어주세요”를 연호하기도 했다. “오늘 너무 감동적이었어요” 라며 안 후보의 손을 잡으려 여기저기서 손을 내밀었다. 안 후보는 크게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대한민국 역사상 젊은 층으로부터 이렇게 대단한 열정을 불러일으킨 정치인이 또 있었던가. 그의 새로운 도전이 대한민국의 정치 혁신을 이뤄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강연이 모두 끝나고 참가한 청년들의 반응이 궁금했다. 안 후보의 강의를 처음 들어보았다는 김여진(20세. 세종대)씨는 이렇게 소감을 말했다.
“오늘 처음 강의를 들어봤어요. 무소속이고 경험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많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었어요. 오늘 말씀 하는거 들어보니까 다양한 방면에서 관심을 갖고 있고 대안을 많이 생각하고 있는 것에 큰 감명을 받았어요. 대통령이 되고 나서 구체적인 방안이 있느냐 질문했을 때 유연하게 대답하는 것을 보고 매력을 느꼈어요.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들과 소통하는 모습도 참 신선했어요. 국민들 입장에서 말하는 것에서 희망을 느꼈어요.”
국민들의 입장에 서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현장에서 많은 청년들이 이 부분을 언급했다. 조유라(22세. 세종대)씨는 답변이 구체적이지 못해 아쉬웠다며 이렇게 말했다.
“2030은 많은 지지를 보내고 있잖아요. 저도 무의식 중에 두루뭉술하게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는데... 오늘 답변이 더 구체적이지 못해 좀 아쉬웠어요. 다른 후보들의 생각도 더 들어보고 비교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저한테 정치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해주신 것 같아요.”
하지만 이 말 속에는 ‘높아진 정치에 대한 관심’을 읽을 수 있었다. 안철수 후보의 가장 큰 역할 중 하나가 2030 청년들로 하여금 엄청난 정치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 참석한 많은 청년들이 대선 후보 3명의 정책을 꼼꼼히 비교해보겠다고 말했다. 안철수 후보로 인해 생긴 정치적 호감이 정책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확대되고 있었다.
한편, 선관위의 제지로 불발된 안철수 팬클럽 ‘안철수와 해피S'와 안 후보와의 다음 만남은 11월 3일로 알려졌다. 전국적인 조직망을 갖추고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는 ’안철수와 해피S' 의 향후 활동이 어떤 식으로 펼쳐 질지에도 많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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