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에 이어서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강연 이야기 전해드립니다. 서른 두 살의 나이에 배우자를 찾으려 노력하고 있는데 항상 ‘외모’를 최우선으로 하다보니 주변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자주 받게 되어 무엇이 문제인지를 법륜스님에게 물었습니다. 아마 질문하신 분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젊은 남녀가 결혼상대를 고를 때 ‘외모’를 굉장히 중시하게 됩니다. 공개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무의식 중에 외모를 높이 따지게 되지요. 저도 항상 이성을 볼 때 외모를 보고 호감을 강하게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오늘 법륜스님의 답변을 듣고서는 어떻게 이성을 만나야 하는지 확연히 정리가 되어서 참 좋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도 이 이야기를 꼭 나누고 싶어서 소개합니다.
- 질문자 : 저는 올해 서른두 살입니다. 나이가 나이다 보니 결혼할 배우자를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제 생각에 배우자에는 몇 가지 조건이 있는 것 같아요. 능력도 봐야 하고 성격도 좋아야겠죠. 여기까지는 다른 사람과 비슷한데 저는 한 가지 조건을 더 살펴봅니다.
- 법륜스님 : 특별하게 생각하는 본인만의 조건이 무엇인가요?
- 질문자 : 제가 최우선으로 손꼽는 조건은 외모입니다. 분명히 웃으실 텐데, 저는 남자를 볼 때 외모를 많이 봅니다. 과일만 해도 예쁘게 생긴 게 더 맛있지 않습니까? 지금까지 소개팅이나 선을 자주 봤는데 외모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제가 먼저 퇴짜를 놓았어요. 그랬더니 주변 반응이 제가 문제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스님, 결혼 상대자의 외모를 따지는 제가 문제가 많은 건가요?
- 법륜스님 : 이 책을 읽는 분들도 자신에게 물어보세요. 잘생기고 예쁜 외모를 안 좋아하는 사람 있습니까? 남자든 여자든 잘나고 빼어난 외모는 다 좋아합니다. 남자 외모 따진다는 주변 평가에 항변조차 어려운 이 질문자 역시 여러분과 비슷하거나 조금 더 솔직할 뿐입니다. 제 답변은 이렇습니다.
“괜찮습니다. 내 눈에 꼭 들어오는 마음에 드는 사람을 골라잡아서 함께 사세요.”
혹시라도 스님이 무슨 외모 타령이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일단 솔직한 답변부터 시작했으니 차근차근 풀어봅시다.
먼저 외모를 따지는 조건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커피보다 녹차를, 카레보다 돈가스를 좋아하는 것처럼 취향일 뿐이니까요. 그런데 실행에 옮기자니 몇 가지 문제가 걸립니다. 첫째로 한눈에 봐도 외모가 참 괜찮다, 반할 정도다 싶은 남자는 찾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그런 잘생긴 남자는 벌써 누군가가 차지했기 때문이죠. 현실적으로 서른두 살의 여자가 찾으려면 순서가 쉽게 올 것 같지는 않네요.
결혼 상대자를 구하는 일도 세상 사는 원리와 비슷합니다. 내 눈에 딱 드는 외모가 좀 되는 남자를 내가 구하려면 첫째, 구하기가 싶지가 않아요. 그런 남자를 찾으려면 일단 많이 봐야 해요. 좋은 집을 찾기 위해 100곳을 뒤지듯이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해요. 주변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서 소개도 많이 받아야겠죠. 주말이면 온종일 시간을 할애하고 안 되면 이틀 간격으로 선도 보고 말이에요. 일단 많이 만나다 보면 그중에 내 이상형과 가까운 사람이 있겠죠. 소위 말하면 ‘걸린다’고 하죠?
두 번째 문제는 내 이상형에 맞는 적당한 남자와 만나게 되었다고 가정하고 그 이후에 발생합니다. 그런 남자를 만났는데 머뭇거리면 이루어지기도 전에 깨지겠죠. 가격 싸고 좋은 집을 발견했는데 이럴까 저럴까 망설이는 사이 집이 나가버리듯이 말이에요. 이런 불행한 사태를 방지하려면 ‘드디어 운명의 상대를 만났다.’ 싶은 순간에 얼른 결정을 해버려야 해요. 결정이란 평소 소원하던 대로 외모 잘난 남자와 결혼하는 것이겠죠. 두 가지 문제점 모두 결코 결혼까지 가기가 쉽지 않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생각해봐야 할 문제는 이렇게 결혼을 하고 난 뒤 행복하게 잘 살겠느냐 하는 질문입니다. 우선은 거기까지 생각하지 말고 결혼 단계까지만 상상해봅시다. 선이나 소개팅을 열심히 하면서 평소 원하던 외모 준수한 남자를 만났어요. 다행히 상대방도 내가 싫지는 않은 눈치예요. 후다닥 연애와 함께 나는 얼른 날이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란 말이에요.
나중 일은 뒤에 생각하고 그런 남자와 만났으면 일단 결혼을 해보는 거예요. 내가 단 3일을 살아도 좋다, 일단 한번 해보자. 이런 마음이겠죠? 옛날에는 한 번 결혼하면 이혼도 뭐도 없이 평생 일부종사하면서 살았지요. 오직 한 번뿐인 기회니까 신랑감이나 신붓감을 구할 때 잘 골라야 했습니다. 무를 수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요즘은 세태가 많이 변했습니다. 그러니 내가 인물을 가장 중요하게 꼽는다면 인물 좋은 사람을 골라 일단 한번 살아보는 겁니다. 한 1년 함께 살아봤더니 생각했던 것처럼 기쁘지도 않고 즐거움도 없더라, 결혼 결정이 후회스럽더라 싶으면 그만두는 겁니다. 그 뒤에는 ‘사람 인물 따졌는데 그게 영 실속이 없더라.’ 하면서 실속을 찾아서 다시 한 번 더 하는 겁니다.
또 다른 방법으로 2단계 작전으로 가는 것도 괜찮아요. 인물도 괜찮고 성격도 괜찮고 돈도 많고 학벌도 괜찮고 나만 사랑하고, 이렇게 모든 조건을 다 갖춰서 고르려면 신랑감을 찾기 굉장히 어려워요. 그러니 그 조건을 모두 갖춘 사람을 골라 한번 결혼하는 것이 아니라 조건을 한 3명까지 분산해서 한 번씩 살아보는 겁니다.
제 이야기를 듣고 ‘아이고, 스님. 결혼은 인륜대사라는데 무슨 그런 말씀을.’이라고 말하는 분도 있을 겁니다. 어떤 윤리 도덕이니, 옳고 그르냐를 말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내가 결혼 조건으로 외모를 꼭 따져서 내 마음에 쏙 드는 외모 잘난 신랑과 결혼하겠다고 원한다면 그 실천 방법을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방법에서 찾아야 한다는 겁니다. 원하는 걸 성취하려면 무조건 욕심으로만은 안 되고 실현 가능한 방법을 선택해야 합니다. 이것이 우리 삶의 현실이에요.
결혼까지 성공했다고 가정했을 때 발생하는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속설로 인물 잘난 사람은 인물값을 한다고들 하죠. 그러니까 결혼 후에 인물 좋은 신랑이 ‘인물값’을 하는 걸 봐야만 합니다. 남자가 예쁜 여자를 좋아하고 여자가 잘생긴 남자에게 호감을 품는 건 당연한 심리 아닙니까. 그런데 이들은 유부남이라고 그냥 내버려두지 않습니다. 항상 남편 주위에 여자들이 있겠죠. 잘생긴 남자와 결혼해 살겠다고 내가 선택했을 때부터 이미 결과가 예정된 일이에요. 그 모습을 보면서 아내로서 질투하고 막으려고 하면 계속 싸움이 일어납니다. 마음으로는 ‘그래, 그만 안녕이다.’ 하고 그만두면 깨끗하게 끝나는데 어렵게 잡은 남편을 버리자니 아깝고 계속 살자니 얄미운 이중 심리가 일어나는 것이죠. 이래서는 결혼 생활이 행복해지기 매우 어렵습니다.
인물 좋은 사람이 처음에 연애할 때는 좋지만 결혼 후 같이 살기에는 나를 좋아해주는 편한 사람이 더 좋거든요. 요즘은 흔하지 않겠지만 친구와 함께 사는 자취 생활을 떠올려보세요. 함께 살 때는 밥을 제시간에 하느냐, 청소를 당번 정하면 제대로 하느냐, 공과금과 공동생활비 등을 제날짜에 내느냐가 룸메이트로서 꼭 필요한 조건입니다. 부잣집 아들이냐, 인물이 잘생겼냐 등은 기분의 문제지 시간이 조금 흐르면 아무 의미가 없어져요. 그보다 나와 성격이 잘 맞고, 배려심이 많아 함께 살기 좋은 사람이 좋은 룸메이트죠. 그런 걸 생각해서 선택하는 수밖에 없어요.
어떤 선택을 하든 언제나 인생은 공평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선택하면 좋아하니까 내가 행복하죠. 이런 경우 내가 좀 숙이고 살아야 해요. 상대가 나를 더 좋아하는 사람과 살면, 사는 것은 좀 편한데 내 마음에 만족감이 떨어져요. 항상 부족함이 남아 있어요. 그러니까 어느 것이 더 좋다고 말할 수 없어요.
선택은 문제가 안 됩니다. 어떤 선택을 해도 좋은데 여러분이 선택을 망설이는 이유는 선택의 결과에 대해 책임지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선택에는 선악도, 옳고 그름도, 잘하고 잘못함도 없습니다. 그저 선택에 따른 결과를 예측하고 그것을 감내하면 어떤 선택을 해도 좋은 것입니다.
여러분은 저한테 “어떤 선택이 좋습니까?” 하고 질문합니다. 제 대답은 ‘어떤 선택도 좋다.’입니다. 종종 “저는 믿고 선택했는데 결과가 이래요.”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하나를 선택할 때 그에 대한 결과는 이미 예측되어 있습니다. 결과를 바꿀 수는 없겠지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결과를 미리 알아서 그런 현상이 일어날 때 기꺼이 받아들이는 자세입니다. 예측된 현상이 안 일어나게 하려면 거기에 따른 보완책을 마련해 실천해 나가야 합니다. 이것이 인생이에요.
제 이야기를 듣고 어떤 결심을 했는지 솔직하게 이야기해보세요. 아직도 결정을 못 했나요?
- 질문자 : 저도 그동안 겪었던 과거의 경험들과 그 때문에 얻었던 상처들을 생각해봤어요. 스님 말씀처럼 잘생긴 사람도 만나봤지만 끝은 그다지 좋지 않았어요. 제가 아직도 혼자 있는 이유겠죠. 스님의 말씀을 좀 더 새겨듣고 앞으로는 외모보다 성격을 먼저 살피고 저와 좋은 룸메이트가 될 수 있는 사람을 찾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법륜스님 : 혹시 나중에라도 제가 그렇게 하라고 해서 했다고 책임을 저한테 떠넘기지는 마세요. (청중들 하하하 웃음) 저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방법을 묻는 사람에게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여러 경우의 수를 이야기해주는 것입니다. 선택은 전적으로 여러분의 몫입니다. 여러분 각자 자기 인생이니까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어요.
인생은 결국 선택이고 어떤 선택을 해도 좋지만, 그 선택에 따른 책임을 질 각오를 해야 괴롭지 않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외모가 빼어난 사람은 만족감은 높을지라도 함께 사는 과정에 힘듦이 많을 수 있고, 외모가 빼어나지 않더라도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은 함께 살기에는 편안하지만 만족감은 부족할 수 있습니다. 결국 외모를 우선으로 선택할 경우 그에 따라 각오해야 할 짐들이 생기는 것이죠. 저는 스님의 답변을 듣고 나니 결혼에 있어서 외모보다 더욱 소중한 것은 상대에 대한 배려심이라는 것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설령 외모를 중요하게 선택했더라도 그에 따른 책임을 질 각오를 분명하게 해야됨을 깨닫게 됩니다. ‘선택에 따른 책임’의 중요성을 되새겨보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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