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강연을 들으러 갔습니다. 최근 여러 가지 사회활동을 하느라 마음이 피폐해전 저는 마음의 위안과 편안함을 다시 찾기 위해 법륜스님이 강연하는 정토법당을 찾았습니다. 마음이 힘들 때마다 그리고 슬럼프에 빠져 괴로울 때 마다 저는 스님의 강연을 즐겨 듣습니다. 스님의 강연을 듣고 있다보면 상대를 탓하던 마음이 온전히 나에게로 되돌이켜져 곧 마음의 평안을 얻게 됩니다. 이번에도 그러했습니다. 이번 강연에서는 행복한 결혼생활에 대해 묻는 한 청중의 질문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결혼도 안 해본 스님에게 왜 이런 질문을 하는 반응이었지만, 역시나 법륜스님은 명쾌한 해법을 들려주어 청중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받았습니다.

 

- 질문 : 전 서른네 살의 미혼입니다. 고민 상담보다는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요. 스님은 행복한 결혼 생활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 법륜스님 : 행복한 결혼 생활이 행복하게 사는 거지 뭐겠어요? (청중 하하하 웃음) 행복하게 살면 행복한 결혼 생활이고, 불행하게 살면 불행한 결혼 생활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그렇다면 행복하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방법은 간단합니다. 내가 상대에게 맞추면 됩니다.

내가 상대를 이해하면 내 가슴이 후련하고, 내가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면 내 가슴이 답답합니다.

 

쉬운 예로 설악산을 좋아하면 누가 좋습니까? 설악산이 좋습니까, 내가 좋습니까? 바다를 좋아하면 누구에게 좋습니까? 내가 좋아요. 바다가 나보고 좋다고 응답해준 적도 없고 설악산이 나한테 응답해준 적도 없어요. 사람과의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상대를 이해하면 내 가슴이 후련하고, 내가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면 내 가슴이 답답합니다.

 

우리 마음의 작용이 그렇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하느님이 있다고 믿으면 곧 신앙으로 형성됩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내가 내 남자를, 내 여자를 믿으면 어떻게 될까요? 내 남자가, 내 여자가 그냥 하느님처럼 되는 거예요. 남이 뭐라고 말하든 댁의 남편이 어떻다고 험담하든 그런 이야기는 귀담아들을 필요가 없어요. 남이 하는 이야기를 먼저 들어야겠어요? 내 남편이나 아내가 하는 이야기를 먼저 들어야겠어요?
 
그런데 여러분은 누군가 여러분에게 와서 ‘당신 남자가 말이야 이렇더라?’라고 속닥거리면 금방 얼굴이 벌게지죠. 오죽하면 길 가는 사람의 말을 다 듣잖아요. 이런 현상은 바로 믿음이 없기 때문입니다. 부부 사이에 이해관계로 첨예하게 대립하여 믿음이 없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런 상황을 한번 생각해보세요. 이웃의 누군가가 나에게 이런 말을 던집니다.

 

“당신 남편 말이야, 호텔에서 어떤 여자하고 나오더라.”

 

이때 내가 보일 수 있는 반응은 무엇일까요?

 

“그래? 그게 뭐가 문젠데?”

 

이렇게 쿨하게 반응하면 말을 꺼낸 상대만 민망하겠죠. 나에게 와서 반갑지 않은 소식을 전하는 그 사람은 내가 행복한 결혼 생활을 누리는 모습이 싫어서 어떻게든 오해의 꼬리를 잡게 하려는 수작일지 모릅니다. 이보다 더 쿨한 반응도 있습니다.

 

“그런데 너는 나한테 그런 얘기를 왜 하는데? 호텔에서 나오는 남자 여자 한두 번 봤어? 우리 부부 사이가 행복한 게 꼴 보기 싫어서 그래? 웃기는 여자 다 있네.”

 

이렇게 아무 일 아니게 넘기고 말면 더 이상 나올 뒷말도 없어지겠죠. 그래도 상대는 아쉬움을 버리지 못하고 나를 꼬드길지 모릅니다.

 

“뭔가 의심스럽지 않아? 아니, 나는 걱정스러워서 그러지. 내가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면 이러겠어?”

 

이렇게 끊임없이 이어지는 갈등 조장 수다들은 아예 차단해버리는 것이 좋은 방법입니다.

 

“그런 생각 할 필요 없어. 오늘 저녁에 남편 들어오면 내가 물어보지, 뭐.”

 

이런 상황에서 친구나 이웃의 말을 믿어야겠어요, 남편이 직접 해주는 말을 믿어야겠어요? 남편 말을 믿고 의심의 싹도 틔우지 않는 것, 그게 서로 부부입니다. 남자들이 거짓말을 하지, 그런 상황에서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느냐고 항변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 말 역시 맞습니다. 그래도 남편이 거짓말을 해주니 얼마나 고마워요. 진실을 밝히면 부부 관계 끝나고 더 이상 못 살겠다는 결정을 오늘 당장 내릴지도 모르잖아요. 차라리 거짓말을 해주니 일단 오늘은 분노에 잠기지도 않고 넘길 수가 있잖아요.

 

이렇게 부부 사이에는 믿음이라는 게 있어야 합니다. 지금은 서로 믿음 없이 사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게 무슨 사랑이냐고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무슨 가을바람에 휘날리는 낙엽 같아요. 작은 문제만 생기면 바로 화가 일어나죠. 돈이 없어도 못 살겠다, 화만 내도 저 인간하고 못 살겠다, 하면서 말입니다.

 

흔히 부부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분쟁의 요소를 생각해봅시다. 요즘은 남자나 여자가 모두 자유로우니까 이성 동창이나 옛 후배한테 전화가 걸려 올 수도 있습니다. 물론 결혼하고 이성 친구를 무분별하게 만나면 안 되지만 결혼했다는 이유로 인간관계를 다 끊고 살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우리가 감옥살이하려고 결혼한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여보, 대학 후배들이 오랜만에 전화를 했네. 내일 저녁에 오랜만에 모인다는데 나도 가봐야겠어.”
“그럼 다녀와요. 내가 기다리니까 아주 늦지는 마요.”

 

오랜만에 옛 추억과 해후하려는 남편에게 아내가 이렇게 답하면 얼마나 멋집니까.

 

“옛날에 내가 만났던 남자 친구 있잖아. 그 친구가 괴로운 일이 있다고 성화를 하는데 어떻게 할까?”

 

이렇게 털어놓는 아내에게 남편으로서 폼나게 구는 방법도 있습니다.

 

“차비 줄 테니 다녀와. 괜히 우울증에 빠져서 사고 일으키지 않게 힘든 일이 있다면 잘 위로해주고 와. 그래도 한때 당신을 사랑했던 사람 아니야.”

 

우리 모두 가슴도 마음도 좀 열고 살아봅시다. 얼마나 부부 사이에 자신이 없으면 일방적으로 매달리며 살까요? 초라하고 불쌍합니다. 이런 마음이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는 이유를 저 역시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음의 문을 열고 이렇게 화통하게 실천할수록 누가 큰 인간이 될까요? 내가 큰 인간이 되고, 내 삶이 행복해지고, 내 가족이 편안해집니다.

 

지금은 많은 부부들이나 연인들이 전부 정신병 수준에 빠져 있어요. 마음이라는 것은 좁히면 바늘 하나 꽂을 자리가 없어요. 반대로 마음을 넓히면 우주가 다 들어가도 텅 비어요. 좀 크게 생각하고 사세요. 조선 시대도 아니고 이 좋은 세상에 태어나서 왜 그렇게 살아야 합니까?

 

남녀가 만나는 것도 자유롭잖아요. 마음에 드는 상대가 나타나면 일단 만나보고 그래도 좋으면 사귀어도 보고. 생김이 나를 끌리게 한다거나 성격이 마음에 든다거나 혹은 넉넉한 금전적인 여유가 마음에 든다면 그저 내 마음 가는 대로 선택하는 겁니다. 다만 그 선택에는 과보와 책임이 따릅니다. 내가 선택했으니 그 책임도 스스로 지면 되죠. 내가 선택한 인생인데 내가 책임을 지면 되잖아요. 노력해봤지만 잘 안 되면 그만둬도 되잖아요. 우리가 사는 시대는 이렇게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단 문제가 닥쳤을 때 왜 상대를 미워하느냐는 반성이 필요합니다. ‘내가 능력이 부족해서 도저히 안 되겠다. 관두자.’ 이렇게 정리하고 나서도 ‘그래도 당신하고 3년 지내면서 참 행복했다.’ 하고 좋게 생각하는 편이 훨씬 도움이 됩니다. 연애도 많이 하고 결혼도 여러 번 하면 친구도 많아지는 거예요.

 

‘한 사람하고 살아야지.’라고 마음먹으면 3년도 못 살고 헤어져요. 왜냐하면 그 사람한테 모든 걸 요구하기 때문에 상대가 숨 막혀서 못 살아요. 제발 좀 껌처럼 딱딱 달라붙는 사람이 되지 말고, 쌀과자처럼 빠삭빠삭하게 되세요. 좋으면 말하고 상대가 좋다고 하면 ‘오케이, 둘 다 좋네.’ 이렇게 말입니다. 내가 좋다고 했지만 상대가 싫다고 하면 ‘그건 네 자유니까. 그래도 나는 좋아. 나는 좋으니까 좋을 대로 할래.’ 이렇게 하면 되죠. 산도 좋아하는데 사람을 좋아하는 게 뭐가 문제예요?

 

문제가 생기는 원인은 ‘내가 널 좋아하니까, 너도 좋아해라.’ 혹은 ‘나는 세 번 좋아했는데 너는 왜 한 번만 좋아하는 거야?’ 이렇게 자꾸 장사를 하니까 복잡해지는 겁니다. 그러니까 사랑이든 결혼이든 남녀의 감정 사이에서 장사하지 마세요. 사업적인 계산 하지 않고 사람과 사람이 좀 편하게 만나고 마음을 열고 살면 어떤 사람과 만나도 평생 해로하며 살 수 있어요. 그렇게 하면 저절로 행복해집니다.

 

결혼하면 행복할 것이라고 믿습니까? 그건 절대 아니에요. 행복하도록 내가 만들어야 해요. 부부는 서로 다른 두 사람이 함께 살죠. 그 속에서 내가 뭔가를 움켜쥐면 반드시 갈등이 생깁니다. 나는 된장찌개를 좋아하는데 상대는 김치찌개를 좋아합니다. 이때 ‘그래, 너 좋아하는 김치찌개 먹자. 이거 먹으나 저거 먹으나 배 속에 넘어가면 똑같다.’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래도 된장찌개가 먹고 싶으면 그냥 된장찌개를 끓이는 거예요. 상대는 제가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고 잔소리를 하겠죠? 그러면 내가 한 일이 있으니까 잔소리는 좀 들으면 되는 거예요.

 

그런데 그 잔소리도 안 들으려고 하면서 내 고집대로 하려고 하면 갈등이 멈추지 않습니다. 나쁜 표현으로 ‘너는 해라, 나는 그냥 흘려들으련다.’ 이렇게 넘어가버리면 됩니다. 내가 한 행동이 있으니까 상대가 성질을 부리면 ‘미안하다.’라고 사과하면 끝나겠죠. 이렇게 좀 화끈하게 사세요. 둘이 살면서 날마다 싸우지 말고요. 이렇게 마음을 열고 시작하면 연애하기도, 결혼하기도, 결혼 후 부부 생활도 훨씬 쉽습니다. 혼자 사는 것보다는 둘이 살면 훨씬 재밌잖아요. 좋으니까 인류 역사가 지금까지 인간이 가족을 이루고 살게 해 왔지요. 가족 관계가 편리하고 효율적이라는 뜻입니다.

 

욕심을 부리니까 갈등이 생기고 그러다 보니 혼자 사는 게 낫다는 결론이 나오게 되는 거예요. 여러분은 욕심 없이 화끈하게 서로 자유롭게 인정하면서 모두 행복하게 사세요.

 

짧은 답변이었지만 정말 속이 후련해졌습니다. 제가 지금껏 들어온 결혼에 대한 이야기 중에서 가장 쿨한 이야기였습니다. 화끈하고 바싹바싹한 답변을 듣고 나니 이제까지 결혼은 복잡하고 부담스럽다는 느낌이 한 쾌에 정리가 되면서 마음도 가벼워집니다.

 

결혼 한 아내(남편) 여러분, 남편(아내)이 여자(남자) 후배들을 만난다고 하더라도 흔쾌히 쿨하게 보내주는 모습을 보여줘 보세요.^^

 

물론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마음을 가지면 행복할 수 있다는 방법을 알고 있으면 행하기는 훨씬 쉬워집니다. 두 부부가 각자에서 서로 맞추어주려고 하면 갈등의 대부분은 사라집니다. 이건 결혼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겠지요. 회사 생활에서도 친구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오늘 이 글을 읽고 행복한 결혼생활에 작은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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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pepla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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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거북 2012.04.25 01: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명쾌합니다. 좋은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2. 지나가다가.. 2012.09.05 23: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내용이라퍼가도될까요??올려주신글들시간날때마다읽으면서많은걸느끼고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