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으로 자영업자들의 붕괴 위험이 매우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평균수명이 증가함에 따라 은퇴 기간이 늘어나면서 잠정적인 창업 희망자를 감안하면 자영업자가 1000만명에 육박한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이런 경기 상황을 감안해서인지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강연장에도 이런 자영업 부도로 인한 고통을 하소연하는 질문들이 많습니다. 어제는 자영업을 하는 남편이 거래처의 부도로 힘들어하는데 본인도 너무 힘들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는 한 여성분의 질문이 있었습니다. 스님의 답변은 요즘 같은 경기 불황에 큰 용기와 희망을 주었습니다.
- 질문 : 남편이 자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경기 불황에 몇 년 동안 미수금도 늘고 얼마 전에는 여러 거래처들이 부도가 나다보니 남편이 너무 힘들어합니다. 남편을 보는 저 또한 많이 힘이 듭니다.
- 법륜스님 : 사업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괴로워하고 힘들어 한다고 해서 그 문제가 해결되나요? 해결되지 않을 뿐더러 건강만 해치게 되고, 사업에도 나쁜 영향을 끼칩니다. 남편이 회사 일로 괴로워하는 것이나 그런 남편을 보고 내가 괴로워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어리석은 일입니다.
내가 괴로워하는 게 남편의 괴로움을 해결하는 데에 아주 작은 도움이라도 되는 것이 있습니까? 남편의 괴로움이 그의 인생에 아무 도움도 되지 않고 오히려 해만 되는 어리석은 짓이라고 느껴진다면 그 생각을 자기 자신에게 적용해보세요. 내가 지금 남편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함께 괴로워하는 건 정말 어리석은 짓이구나, 이렇게 말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괴롭지 않아질까요? 어리석고 바보 같은 짓을 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고 나면 괴로움은 자연히 없어집니다. 어리석은 행동임을 깨달았다면 그 순간부터 그런 행동을 하지 않으면 됩니다. 내가 남편 때문에 힘들어 하면, 엄마가 힘들어 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아이들도 힘이 듭니다. 남편의 괴로움이 사업에 도움 되지 않듯이 남편을 보며 내가 괴로워하는 것도 가정에 아무 도움 되지 않는 어리석은 행동입니다. 그 사실을 자각하고 괴로움을 그 자리에서 내려놓으세요. 다시 경계에 끌려가더라도 그 어리석음을 또다시 알아차리고 내려놓으면 됩니다. 괴로움이 없어지는 특별한 방법이 있을까, 어떤 기도를 하면 될까, 주력을 하면 될까, 아무리 궁리해도 다른 비법은 없습니다.
내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녀들에게 심각한 피해가 갑니다. 아버지는 사업 때문에 괴로워하고 엄마는 그런 아버지를 바라보며 괴로워합니다. 어머니도 괴로워하고 아버지도 괴로워하고 집안 형편도 어려운데 아이들이 괴롭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내 인생의 괴로움은 사주팔자 문제가 아니라 온전히 내 마음에 달려 있습니다. 남편이 어려움을 꿋꿋이 헤쳐 나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나도 아이들도 괴롭지 않을 텐데, 남편이 저 지경에 빠져 괴로워하니 나도 괴롭고 아이들도 괴로워지는 게 아닙니까? 남편은 사업만 잘못한 게 아니라 집안을 괴롭히고 있고, 그런 남편의 어리석은 짓을 아내인 나 역시 똑같이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내가 괴롭지 않으면 “여보, 많이 힘들지? 그래도 다시 힘내서 노력해보자!” 하고 남편을 격려할 수 있습니다. 애들은 내가 잘 볼 테니까 걱정 말고 회사 일에만 전념해라, 이 일을 그만두게 되더라도 다른 일 하면서 살면 되니 걱정마라, 이렇게 힘이 되어줄 수가 있습니다. 남편 따라서 같이 울어주는 게 남편에게 힘이 될까요, 이런 격려가 힘이 될까요? 남편이 물에 빠지면 따라서 빠지는 게 좋을까요, 나 하나라도 밖으로 나와 한시 빨리 그를 구해내는 게 나을까요? 남편이 괴로워하는데 내가 어떻게 괴롭지 않을 수 있느냐는 말은 남편이 물에 빠지는데 어떻게 나만 혼자 빠져나올 수 있느냐는 말과 똑같습니다. 아무리 사랑하는 부부 사이라도 물에 빠져 같이 죽을 판이면 손을 딱 뿌리치고 나와야 합니다. 그건 배신이 아닙니다. 같이 끌려들어가 같이 죽는 건 사랑이 아니라 어리석음입니다. 나라도 어서 빠져나와서 물에 빠진 사람을 건져내야 합니다.
더구나 나는 지금 이 순간 남편이 죽더라도 살아남아서 자식을 키워야 하는 엄마입니다. 남편이 죽어도 따라가면 안 되고 남편이 괴로워해도 따라가면 안 됩니다. 너는 죽어도 나는 살아야 하고 너는 괴로워도 나는 괴롭지 않아야 합니다.
잠깐 생각을 놓쳐 또 괴로움에 끌려 들어가면 ‘어, 바보 같은 짓이야!’ 하고 얼른 나와야 합니다. 그리고 남편에게 따뜻한 밥 한 끼 더 차려주고, 술 취해 들어오면 등 두드려주고, 엄마처럼 껴안아주고, 출근길을 다독여 배웅해야 합니다. 내가 괴롭지 않은 것이 남편에게 힘이 되는 최선의 길입니다.
남편에게 힘이 되는 최선의 길은 내가 괴롭지 않는 것이라는 마지막 답변에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나왔습니다. 남편이 괴롭고 힘든 사정은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질문자도 거기에 끌려가면 남편에게도 자식들에게도 아무런 도움이 될 수 없다는 사실에 정신이 번쩍 차려졌습니다. 지혜는 단순히 위로하고 공감해주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직시하고 상황을 해결하는 것임을 분명하게 자각할 수 있었습니다. 아무리 괴롭고 힘든 상황에서도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행복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 들려주는 법륜스님의 답변에 잔잔한 감동이 일었습니다.
이 글이 유익하셨다면 아래의 view 추천 단추를 꾸욱 눌러주세요.
'법륜스님 즉문즉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결혼상대 고를 때 외모가 최우선, 문제일까요? (0) | 2012.04.17 |
---|---|
스님에게 행복한 결혼생활 물어봤더니 (2) | 2012.04.16 |
게임에 빠져 학교도 안 가려는 아이, 어떻게? (11) | 2012.01.28 |
남편에 대한 시어머니의 지나친 사랑, 불편해요 (16) | 2012.01.26 |
초등1학년 아이가 공격적이고 말도 함부로, 왜? (7) | 2012.0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