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집단 괴롭힘으로 자살한 중학생 이야기는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던져주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런 식의 ‘왕따폭력’이 초등학생들에게까지 널리 퍼져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놓고 해결책이 무엇인지 많은 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특히 초등학생들의 공격적인 성향이 점점 더 강해져 간다는 것은 그 심각성이 매우 큽니다. 개인들의 인생 고민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제시해 온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강연장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깊은 고민을 안고 있는 한 엄마의 질문이 있었습니다.
언론에서는 사회제도적인 차원의 해결책을 주로 다루고 있는데, 이에 반해 법륜스님은 한 아이의 엄마로서 어떻게 아이를 변화시킬 수 있는지 들려주었습니다. 지나친 입시경쟁과 같은 교육 정책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도움을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아이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바로 엄마입니다. 엄마는 어떻게 아이를 키워야 하는지 되돌아볼 수 있는 유익했던 답변이었습니다.
△ 법륜스님, “지금 많은 엄마 아빠가 부모 노릇은 포기하고 학부모 노릇만 하고 있어요. 애가 공부 잘하고 나중에 출세하는 데만 급급해서 어릴 때부터 아이들을 잡는 거예요.”
질문자 :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화가 나면 공격성을 보이고 말을 함부로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에요.
법륜스님 : 얼마 전 텔레비전 광고에도 '당신은 부모냐, 학부모냐’ 이런 내용이 나왔는데, 지금 많은 엄마 아빠가 부모 노릇은 포기하고 학부모 노릇만 하고 있어요. 애가 공부 잘하고 나중에 출세하는 데만 급급해서 어릴 때부터 아이들을 잡는 거예요.
진정한 부모라면 ‘자식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 목숨이라도 바치겠다’는 희생정신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부모가 자식을 위해 희생하겠다는 마음은 없고, 자식을 자신의 욕망을 대신 충족시키는 수단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정신적인 문제가 생기는 거예요.
초등학교 1학년이면 한창 해맑은 얼굴로 즐겁게 뛰어놀 나이예요. 그런데 아이가 화를 내고 공격적이란 건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다는 겁니다. 부모가 아이를 따뜻하게 안아 주지 않고 내치기만 한 데서 비롯된 거예요.
이것은 엄마가 스트레스가 많고 분노가 많다는 뜻이기도 해요. 이렇게 된 근본 원인은 남편에 대한 불만에서 시작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남편에게 화가 나니까 살림도 하기 싫고, 아이가 다가오는 것도 귀찮아 짜증내듯 아이에게 함부로 대한 거예요.
아이들은 부모의 행동에 굉장히 민감합니다. 부모가 행복하면 아이도 행복하고 부모가 불행하면 아이도 불행합니다. 엄마아빠가 아이들이 없을 때만 싸운다 해도 아이가 모르는 게 아닙니다. 하루 이틀은 몰라도 몇 년씩 지속되면 아이도 집안의 분위기를 눈치 챕니다. 오히려 아이들은 더 빠르게 감지해요. 왜냐하면 아이들은 촉수가 부모를 향해 있기 때문에, 부모의 감정이 어떤 상태인지를 빨리 느낍니다.
따라서 부모가 형식적으로 ‘애들 보는 앞에서 싸우지 말자.’ 이렇게 해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아무 말을 안 해도 집안에 도는 냉랭한 기운만으로 아이들은 느낍니다. 사실 부부가 어쩌다 한 번 싸우는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아요.
부부가 기본적으로 다정하면 가끔 싸우는 일이 벌어지더라도 아이에게는 큰 상처가 안 됩니다. 오히려 부모가 말다툼도 별로 안 하는 것 같은데 분위기가 냉랭하고 서로 소 닭 보듯이 하면, 아이에게 정신적으로 굉장히 큰 부담을 주게 됩니다.
따라서 아이를 위해서라도 엄마가 먼저 화목하게 지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이때 “왜 남편에게는 하라고 안 합니까?”라고 문제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크는데 아빠보다 엄마의 비중이 훨씬 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비중은 어릴 때일수록 더 크게 차지합니다. 남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 엄마들 입장에서야 의무와 책임에 대한 부담으로 불평등하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실제로 이런 헌신적인 사랑 때문에 아이들은 아빠보다 엄마를 더 따르고 찾는 겁니다.
늘 보살펴주고 안아 주었기 때문에 엄마를 그리워하고, 놀라거나 넘어져도 보통은 ‘아빠’ 하지 않고 ‘엄마’ 하고 부릅니다. 아이에게 엄마는 자신을 보호하고 지켜주는 수호신인 거예요.
그런데 엄마가 자기 권리만 이야기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 못한다고 불만스러워한다면, 아이가 어디서 따듯한 사랑을 느낄 수 있겠어요.
옛날 엄마들은 자신의 몫을 챙기지 않고 자식에게 헌신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가난한 살림이라 밭일에 집안일에 허리가 휘도록 일하면서도 늘 자식이 먼저였어요. 자신은 굶더라도 자식들부터 챙겨 먹이고, 새벽이면 정화수 떠놓고 오로지 자식 잘되기를 빌었어요.
자식들이 이런 엄마의 모습을 보고 ‘엄마가 우리를 위해서 희생하는구나’ 하고 느끼니까 물질적으로 부족해도 서운함이 별로 없었어요. 엄마가 놀러 다니고 자기 하고 싶은 일 한다고 돌보는 데 소홀한 게 아니라, 돌보기 힘든 조건인데도 최선을 다해서 사랑을 준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상처나 섭섭함이 없는 거예요.
만약 남편 없이 혼자 아이를 키운다면 엄마가 고생하는 걸 자식이 보도록 하는 게 아이의 정신 건강에 좋아요. 곁에서 돌봐주지 못하지만, 그래도 자기를 버리지 않고 혼자 몸으로 애써서 키우려 한다는 걸 아이들도 안다면 오히려 상처 받지 않아요.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엄마가 나를 사랑하는구나’ 하고 느끼는 거예요. 그게 가장 중요해요.
법륜스님의 답변에 청중들은 큰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엄마 아빠가 부모 노릇은 포기하고 학부모 노릇만 하고 있다는 말씀에 가슴이 뜨끔하셨던 분 없으셨습니까? 공부 잘하는 데만 급급해서 어릴 때부터 아이들을 잡고 있다... 근본 원인은 남편에 대한 불만에서 시작되었고, 남편에게 화가 나니까 살림도 하기 싫고, 짜증내듯 아이에게 함부로 대한 게 원인이었다... 해맑게 뛰어놀아야 할 아이들이 성적에 억눌려 스트레스가 쌓여있다니... 그냥 학부모가 아니라 진정으로 부모의 마음이 되어야 이 문제가 해결되겠구나 싶었습니다. 아이들은 성적만 강요당할 뿐이지 ‘엄마가 나를 사랑하는구나’를 느끼지 못하잖아요. 그러니 스트레스가 쌓이고 공격적으로 바뀌어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원인을 알게 되니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도 분명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성적만 강요하지 말고 아이들에겐 듬뿍 사랑을 주면 좋겠습니다. 학부모 노릇만 하지 말고 진짜 부모 노릇을 해주면 공격적인 아이도 점차 좋아질 것입니다. 오늘도 명쾌한 답변에 많은 배움이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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