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왕따 폭력'을 못 견딘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왔습니다. 심지어 초등학생들에게까지 학교 폭력이 만연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많은 우려들 속에서 사회제도적인 해결책들이 모색되고 있지만, 정작 아이들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부모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루는 기사들이 없네요. 사회적 차원뿐만 아니라 가정 차원에서 부모들이 노력해야 하는 부분들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즉문즉설을 통해 개개인이 가진 고민들을 해결해 온 법륜스님에게 이에 대한 질문을 해보았습니다. 질문한 부모는 아이 셋을 키우는 엄마였는데, 조용했던 아이가 얼마 전부터 집단 괴롭힘에 가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부모로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질문했습니다.
피해자 가족들의 아픈 마음도 가슴 아프지만, 내 아이가 왕따 폭력의 가담자라면 또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질문자 : 둘째아이는 어려서부터 조용하고 내성적인 아이였어요. 형은 주말이면 친구 만나러 가는데 둘째는 나가질 않아서 ‘친구가 없니? 나가서 친구하고 놀아’라고 늘 얘기해도 나가 놀지를 않았어요. 그런데 중학교 2학년부터 학교 활동을 하면서 나가기 시작하더니 3학년부터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3주 전쯤 네 명이서 한 아이를 괴롭혔는데, 우리 아이도 끼어 있었나 봅니다. 거친 아이들과 친해지면서 처음엔 장난으로 하다가 같이 괴롭히게 된 것 같습니다. 집단 괴롭힘에 우리 아이도 가담했다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 법륜스님 : 아이가 조용한 성격이고, 친구를 적극적으로 사귀는 성향이 아니면, 그대로 인정해 주면 됩니다. 그런데 아이를 가만히 안 놔두고 나가서 사귀라고 잔소리를 했잖아요. 그게 부모 욕심이에요.
여자가 남자친구를 사귀고 싶은데 성격이 소극적이면 누구와 사귀겠어요? 소극적이고 조용한 사람과는 사귀게 되지 않습니다. 누군가 다가와서 먼저 말을 거는 사람과 사귀게 돼요. 적극적인 사람과 사귀는 겁니다.
그런데 여자한테 적극적으로 집적대는 건 어떤 남자냐 하면 대체로 바람기 있는 남자예요. 그러다 보면 ‘얌전한 고양이가 먼저 부뚜막에 올라간다’는 말이 있듯이, 필연적으로 얌전한 사람에게 생각지 못한 연애사가 먼저 벌어집니다.
이 아이도 소극적이다 보니까 먼저 말 걸고 사귀지를 못해요. 누군가가 적극적으로 말을 붙이고 끌고 나가야 밖으로 나가게 됩니다.
이때 다가오는 아이들이 대체로 공부에는 관심이 없고 껄렁대는 아이가 많아요. 그런 친구가 다가와서 적극적으로 말 걸고 끌고 나가니까 함께 다니게 된 겁니다. 남 괴롭히고 때리는 데 한두 번 같이 다니다 보니 따라하게 된 거예요.
“우리 애가 착한데…….”
이런 이야기는 할 필요도 없어요. 두들겨 맞은 아이 집이나 물건 뺏긴 아이 집에 가서 그 집 엄마한테 “우리 애가 착한데 친구를 잘못 사귀어가지고…….” 이런 얘기를 하면 욕먹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과정은 생각할 것 없이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엄마가 선택을 해야 합니다.
‘우리 아이가 소극적이니까 말썽을 좀 피우는 일이 벌어지더라도, 학교에 불려가서 욕 좀 얻어먹고 아이가 징계를 받더라도 친구를 사귀어서 사회생활을 하는 게 좋겠다.’
이렇게 생각하면 특별히 야단치지 말고 몇 가지 주의만 줍니다. 즉 남의 물건을 빼앗거나 때리거나 해서 남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고 말해 주면 됩니다. 또 어울려 다니다 보면 성추행을 할 수도 있으니, 이런 것은 절대로 안 된다고 주의를 주고, 다른 얘기는 안 하는 겁니다.
또 다른 방법은, 이런 문제가 자꾸 발생하는 것이 두려우면 이사를 가버리는 겁니다. 지금 겨우 친구를 사귀어서 재미 붙여놨는데 이 친구를 만나지 말라고 하면 아이가 부모한테도 반항할 수 있어요. 지금은 친구가 더 좋을 때이기도 하고, 혼자 외롭게 있던 사람일수록 사람을 사귀면 더 쉽게 빠집니다.
이럴 때는 조용히 아이를 데리고 이사를 가버리세요. 자식을 위해서는 부모가 뭐든지 해야 하잖아요. 이런저런 말썽을 피워서 퇴학을 당하기 전에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는 겁니다.
물론 이사를 간다고 전부 해결이 되는 건 아니에요. 애가 소극적이니까 이사 가서 잘 적응을 못할 거예요. 하지만 그것도 각오를 해야 합니다.
엄마의 심정은 ‘활발하게 친구하고 놀되 나쁜 데는 빠지지 말고 공부도 잘하고…….’ 자꾸 이런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그런데 어떻게 공부도 잘하고, 친구도 사귀되 나쁜 친구는 사귀지 않고, 설사 그런 친구를 사귀되 일정한 선은 벗어나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 그게 어렵다는 겁니다.
내 자식이지만 나와는 다른 사람이에요. 그런데 내 맘대로 조정하려고 하니까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이제 아이를 잘못 건드리면 반발합니다. 전에는 특별히 다른 돌파구가 없으니까 부모가 시키는 대로 했지만, 이제는 ‘친구’라는 다른 돌파구가 생겼잖아요. 그래서 엄마가 지혜롭게 대처해야 합니다.
콩 씨앗은 자기 내면의 욕구예요. 그런데 콩 씨앗이 있다고 무조건 싹이 트는 것은 아니에요. 천장에 매달아 놓으면 싹이 안 틉니다. 땅에 심어져서 적당한 온기와 습기가 있어야 싹이 터요.
그러면 적당한 온기와 습기만 있으면 싹이 트느냐, 콩 씨앗이 없으면 싹이 안 트잖아요. 이것을 인연이라 합니다. 직접적인 원인을 인(因), 간접적인 원인을 연(緣)이라고 해요. 인과 연이 만나 과보가 생겨납니다.
상황이 어떻든 자기 내면의 나쁜 씨앗을 없애는 걸 수행이라고 합니다. 수행을 하다 보면 혹시 나쁜 씨앗이 있다 해도 싹이 안 트도록 환경을 개선해 줄 수가 있어요.
아이야 어떻든 내가 괴롭지 않는 건 내 수행이고, 내가 좀 힘들더라도 아이를 위해서 변화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은 연(緣)을 개선해 주는 거예요. 이것은 맹자 어머니가 아이를 위해서 세 번 이사를 간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환경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면 그만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물론 그런 노력을 한다고 결과가 생각한 대로 다 되는 건 아니에요. 100을 하면 1개쯤 될까 말까 해요. 그래도 자식을 위해서 하는 겁니다.
만약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가만히 있으면 애가 잘될까요? 그런 건 세상에 없습니다. 그런데 인생을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고, 내 생각대로 안 된다고 자식 탓하고 남편 탓하고 세상을 탓합니다. 가만히 앉아서 걱정만 한다고 되는 일은 없어요.
공부를 안 하면 성적이 나빠지는 것을 각오해야 하고, 성적이 잘 나오려면 좋은 날 꽃구경 가는 대신 열심히 공부해야 합니다.
내가 뿌린 씨앗이 있는데,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에요. 이제는 자식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마음의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내성적이던 아이가 집단 괴롭힘까지 가담하게 되었으니 부모 입장에서는 정말 많이 놀랐을 겁니다. 하지만 법륜스님은 엄마가 선택을 해야함을 강조했습니다. 아이의 행동은 모두 내가 뿌린 씨앗에서 비롯된 것이니, 가만히 앉아서 걱정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이제는 자식을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 큰 마음을 내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요즘 학교폭력으로 이런저런 말들이 많은데 부모의 입장에서는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되돌아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아이들 교육문제로 고민이 많으신 분들께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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