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현장 이야기 전합니다. 어제 저녁,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강연을 들으러 갔습니다. Daum 아고라 청춘콘서트 특별페이지에 올라가는 법륜스님 동영상 강연을 매주 빠지지 않고 챙겨보고 있지만, 직접 현장에서 듣는 것은 더욱 생생하고 역동적이었습니다.
여러 질문들이 쏟아졌지만, 대부분 답변이 길어서 블로그라는 한정된 공간에 다 전해드릴 수는 없겠네요. 그 중 아주 짧고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질문과 대답 한 가지를 소개해 드릴께요. 지금껏 들어 본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중에서 가장 짧은 답변이었습니다. 10분 정도 질문한 것 같은데 답변은 10초였습니다. 아주 쿨 했습니다.
질문자 : 자아에 대한 질문입니다. 무상한 사물은 변과 화를 통해서 연기적으로 존재합니다. 우주에 관점에서 보면 저 자신도 길가의 풀 한 포기 돌 하나처럼 특별히 ‘나’라 할 것도 없고 그렇다고 ‘나’ 아니랄 것도 없는 존재입니다. 그렇지만 사람인지라 거기에는 ‘나’라는 에고가 자리합니다. 사람의 정신은 ‘나’라는 자아가 있는 게 아니라 자아의 작용만 있다 하셨습니다. 객관적으로 제 몸의 ‘나’나 스님 몸의 ‘나’가 느끼는 자아는 각자 하나씩이지 않습니까. 제각각 입장에서 그것은 또 각기 단 하나의 자아만을 장악할 뿐입니다. 모든 것을 내 작용의 자아를 통해 봅니다. 내 자아가 다른 것의 자아와 다름을 인식할 땐 무섭도록 절대적 고독을 느끼게 되고 심지어 존재에 대해 헷갈릴 때가 있습니다. 사후의 세계야 제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어떨 땐 제가 너무 낯설고 꿈은 아닌지 혼란스럽습니다. 잠들거나 기절하면 사라졌던 자아가 깨어나서 또 하루의 인연을 이어갑니다. 크게 보면 삶과 죽음도 마찬가지겠죠. 삶이 정녕 꿈일까요? 꿈이라면 태어남이 무슨 소용이 있는지요. 불법에 초보자인 저의 무명을 일깨워주십시오.
(제가 질문 내용을 짧게 압축적으로 다듬어서 그렇지 실제 질문 내용은 이것보다 더 길었습니다. 시간 계산을 대략 해보니 10분 정도 질문한 것 같네요.)
법륜스님 : 아침밥 먹었어요?
(스님이 대답은 하지 않고 갑자기 아침밥을 먹었냐고 묻자 청중들이 크게 웃었습니다.)
질문자 : 먹었습니다.
법륜스님 : 지금 살아 있어요?
질문자 : 예, 살아 있습니다.
법륜스님 : 그럼 됐어요. 쓸데없는 생각 좀 그만하세요. (청중들 하하하 웃음) 그것은 불교가 아니에요. 그런 불교를 자꾸 하면 머리만 아프고 인생이 피곤해져요.
질문자 : (환하게 웃음)
법륜스님 : 그러니까 번뇌다 이 말이에요. 번뇌는 놔버리는 것이예요. 번뇌는 답을 찾는 게 아니에요. 가만히 들어보니 그럴 듯한 얘기로 포장을 해서 꿈같은 소리를 하고 있어요.
질문자 : 알겠습니다.
답변은 10초를 넘기지 않았습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질문자는 그 자리에서 이해를 하고 밝은 웃음을 보이며 자리에 앉았습니다. 청중들은 큰 박수를 보내주었습니다. 제가 지금껏 들어본 법륜스님의 답변 중에서 가장 짧았습니다. 처음에는 질문 자체가 이해가 안 되는 저 어려운 내용에 대해서 어떻게 답변할까 걱정도 되고 가슴도 답답했는데, 스님이 “번뇌다!” 하는 순간 가슴이 뻥 뚫리면서 큰 웃음이 터졌습니다. 물론 질문하신 분의 근심어린 얼굴도 스님의 답변을 듣자 그 자리에서 바로 환하게 바뀌었습니다. 질문한 자의 고뇌를 문답을 통해 그 자리에서 바로 해결한다는 즉문즉설의 묘미를 제대로 느낀 순간이었네요.
여러분도 공감하셨나요?
"오늘 하루 밥 먹을 수 있고 살아있으면 됐다, 번뇌는 놔버리는 것이지 답을 찾는 것이 아니다."
가슴에 새기며 가벼운 마음이 되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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