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법륜스님 즉문즉설

게임에 빠져 학교도 안 가려는 아이, 어떻게?

요즘 같은 방학 시즌에는 부모 자식 간의 갈등이 더욱 첨예해지기 마련입니다. 저도 학창 시절에 방학이 되면 매일 부모님과 전쟁을 치러야 했습니다. 부모님은 공부, 공부, 공부 강조하시고, 저는 학업을 쉬어가는 말 그대로 ‘방학’인데 왜 그러시냐 하며 싸웠습니다. 빈둥빈둥 TV를 보거나 컴퓨터 게임에 미쳐서 밤을 지새우고, 그러면 또 부모님에게 야단을 맞고 그랬지요. 요즘은 그 추세가 더 심해진 것 같습니다. 게임에 빠진 청소년들이 엄청 많아 지면서 특히 요즘 같은 방학에는 게임에 빠진 자녀와 부모 사이의 갈등이 꽤 심각한 것 같습니다. 어제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에서는 이와 관련된 어머님의 질문과 법륜스님의 답변이 많은 공감을 받았습니다. 짧게 그 내용을 전합니다.

- 질문자 : 중학생 아들이 게임에 빠져 공부도 안 하고 학교도 안 가려 해서 걱정이에요. 어떻게 기도해야 아이가 학교도 잘 가고,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좀 하고, 엄마 아빠 말씀도 잘 듣는 착한 아들이 될 수 있을까요?
 
- 법륜스님 : 엄마 욕심이 참 많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런 욕심이 애를 잡는 겁니다. 엄마가 이렇게 생각하니 아이는 숨을 쉴 수가 없어 자꾸 도망가는 거예요. 욕심을 버리지 않으면 아이는 점점 더 나빠집니다. 아이를 위해서 이렇게 기도하셔야 합니다.

‘학교만 가도 고맙습니다.’
‘그래도 게임이라도 하니 다행입니다.’

게임 안 하고 밖에 가서 도둑질이나 강도짓을 하면 큰일이잖아요. 그래도 사고를 치지 않고 집에서 게임이라도 하니 얼마나 고마운 일이에요. 이렇게 부모는 자식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현재 질문자에게 필요한 것은 아이를 믿어 주는 마음이에요.

‘그래, 우리 아이 잘하고 있다.’

이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엄마가 ‘내 아이가 이랬으면 좋겠다’는 울타리를 쳐놓고 아이에게 그 안에서만 놀라고 요구하는데, 그것은 불가능해요.

지금 아이가 사춘기잖아요. 이때는 자기 마음대로 해보고 싶어 하는 시기인데, 엄마가 그걸 무시하고 가두려 드니까 도망을 가는 거예요. 아이가 게임에 빠지는 것도 하나의 도망이고 저항이에요. 엄마에게 이런저런 말을 해봐야 안 먹히니까 게임에 빠져드는 겁니다.

이 엄마는 아이를 믿어 주지는 않고 기대치만 높아요. 아이가 거기에 못 미치니까 불만스러워하는 마음이 밑바닥에 깔려 있습니다. 그 마음을 아이도 느끼기 때문에 현실을 회피하고 엄마를 피해 무언가 몰두할 곳을 찾는 거예요.

이 아이는 이미 중독 증상이 나타났으니 병원 치료를 받는 것이 먼저고, 이와 함께 엄마가 아이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흔히 부모들이 자식이 부족한 점을 보면서 ‘우리 아이 잘되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 아이가 지금 잘못 되고 있어요’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또 여기에는 우리 아이가 잘 안 될 거라는 전제도 깔려 있습니다. 안 될 것 같으니까 잘되게 해달라는 거예요.

엄마가 자식을 보고 안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의식중에 불신이 깔려 있는 겁니다. 엄마가 자식을 못 믿는데 이 세상 어느 누가 그 아이를 믿어 주겠어요? 이건 화를 자초하는 기도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기도해야 할까요?

‘우리 아이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다 잘될 거예요. 감사합니다.’

이렇게 긍정적으로 기도해야 합니다.

만약 자식이 넘어졌다면 다시 일어나면 되니까 그것도 잘되고 있는 겁니다. 혹시 실패했더라도 다시 일어나면 되니까 그것도 잘되고 있는 중입니다.

이렇게 기도하다 보면 부모가 자식에 대한 믿음이 생기고, 부모가 믿어 주면 자식도 용기가 생겨 어려움을 극복해 나갈 수 있습니다.

어려운 일이 생겨도 엄마가 믿어 주고 “괜찮아, 너는 잘될 거야”, “그래, 너는 잘하고 있어. 엄마는 믿어.” 이렇게 말해 줘야 합니다. 믿어 줘야 한다고 해서 자식이 나쁜 짓을 했는데도 잘했다고 칭찬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는 잘못임을 알려주고 지적해야 합니다.

첫째, 사람을 때리거나 죽이는 일
둘째, 남의 물건을 뺏거나 훔치는 일
셋째, 여자를 사랑할 때 상대의 의사에 반해서 강제적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일. 즉 성추행이나 성폭행 등.
넷째, 거짓말을 하거나 욕하는 일
다섯째, 술은 마실 수 있으나 취하도록 마시는 일

이렇게 다섯 가지 경우 외에 다른 문제들은 자식을 믿고 자식에게 맡기면 됩니다. 그러면 자식이 잘못 될 일이 없습니다.

자녀가 얼굴 예쁘고, 키 크고, 스펙을 갖추면 좋아하는 부모들이 있습니다. 이런 아이들은 부모만 좋아할까요? 아닙니다. 누구라도 이런 아이는 좋아합니다. 그런데 오늘날 많은 엄마들이 자식을 남 보기에 좋은 물건처럼 취급합니다. 얼굴 예쁘고 신체 건강하고 공부 잘하고 말 잘 듣는 아이는 엄마가 아니라도 좋아합니다. 겉으로 보이는 조건을 갖춰 주려고 애쓰는 대신 우리 아이에게 어떻게 마음의 안정을 줄까, 어떻게 사람답게 자라도록 도울까, 이런 것들에 신경을 쓸 때 진정한 부모라 할 수 있습니다.

엄마가 아이에게 믿음이 부족하다는 말씀에 정곡을 찔린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엄마가 자식을 못 믿는데 이 세상 어느 누가 그 아이를 믿어 줄까요? 라고 물을 때 순간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지금 아이는 사춘기이기 때문에 자기 마음대로 해보고 싶어 하는 시기인데, 엄마가 그걸 무시하고 가두려 드니까 게임 속으로 도망치는 것이라고 말할 때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습니다. 제 사춘기 시절을 돌아봐도 부모님의 강한 억압과 공부 스트레스 때문에 자꾸만 일탈을 하고 싶어졌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그래, 너는 잘하고 있어. 엄마는 믿어.” 이 말을 저도 참 듣고 싶었는데 하는 생각이 올라왔습니다.

스님의 답변에 공감을 한 청중들이 큰 박수를 쏟아내었고, 깊은 여운이 계속 맴돌았습니다. 자녀에게 어떻게 대해주어야 하는지 깊은 지혜를 배운 소중한 시간이었네요.

이 글이 유익하셨다면 아래의 view 추천을 꼭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