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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 즉문즉설

스님께 물었다 “연애할 때 밀당이 잘 안돼요”

법륜스님의 희망세상만들기 즉문즉설 강연을 듣고왔습니다. 대한민국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매일 전국 시군구를 찾아가며 연속 300회에 걸쳐 강연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강연을 들은 사람은 5만명 가량, 강연 횟수는 88회째에 접어들었습니다. 기나긴 대장정이죠. 요즘 저의 가장 큰 행복은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듣는 것입니다.^^

 

사랑만큼 쉬운 일도 없지만, 또 사랑만큼 어려운 일도 없습니다. 법륜스님에게 찾아와서 고민을 털어놓는 사연 중에서 연애나 사랑에 관한 고민은 단연 1순위입니다. 그만큼 어렵고 고민된다는 것이겠죠. 어제 강연에서 가장 재미있고 기억에 남는 질문과 답변을 소개합니다. ‘밀당’을 하지 못해서 연애를 잘할 수 없다는 사람의 이야기인데 한번 들어보세요. 다른 건 그렇지 않은데 연애 문제에서는 특히 저돌적인 성향을 보인다는 여자분 이야기입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그 만남 이후 단 며칠의 시간 공백을 못 참아서 바로 마음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는 여자분은 그 덕분에 연애 실패를 꽤나 맛보았답니다. 행복한 연애를 위해 명심해야 할 주옥같은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 질문자 : 연애를 ‘밀당’의 기술이라고 하는데 저는 그게 잘 안 돼요. 소개팅 같은 걸 나가면 서로 호감이 ‘있다, 없다’를 느끼잖아요. 그런데 이때 남자가 더 많이 좋아하지 않으면 이뤄지기가 어렵다고들 해요. 그러니까 여자가 먼저 적극적으로 대시 하면 남자들이 도망을 간대요. 무서워서요. 그런데 한 사나흘만 시간 여유를 두고 기다리면 대부분 상대방 측에서 연락이 온다는 거예요. 이른바 ‘밀당’이라는데 저는 아무리 마음을 먹어도 속수무책 기다릴 수가 없어요.

 

- 법륜스님 : 좋으면 먼저 연락하면 되지, 거기에 무슨 기술이 있어요?

 

- 질문자 : 저는 먼저 연락을 하고는 상대의 마음이 확실한지 아닌지 자꾸 확인하고 싶은 거예요. 네가 마음에 든다, 이런 마음을 보여주고 나도 확인하고 싶은데……. 다른 사람의 마음은 그렇지 않은가 봐요. 친구들이 저더러 영악하지 못하고 어떻게 보면 멍청하다고 지적해요. 그래서는 될 일도 안 된다면서 말이에요. 제 이런 저돌적인 성격을 고쳐야 할까요? 그냥 다른 사람들처럼 연애의 정석대로 기다림과 인내의 시간을 가지고 살아야 할까요?

 

- 법륜스님 :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냥 생긴 대로 사세요. 옛날부터 우리 사회는 남녀 차별이 심각합니다. 남자는 이래야 하고, 여자는 이래야 한다는 억지스러운 궤변이 알게 모르게 우리의 의식 속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여성은 조금 소극적인 성향을 보여야 한다는 고정관념도 있죠. 늘 여자는 얌전하게 가슴속에 하고 싶은 말이 있더라도 참으면서 남자가 먼저 대시를 하면 못 이기는 척 따라가는 사고 말이에요. 그런데 이런 생각을 지금도 하는 사람이 있습니까? 그건 그야말로 옛날 버전이에요. 조선 시대 사고방식이라고 놀림받기 쉽습니다. 다른 분야에서 이렇게 소극적으로 살면 ‘수동형’이라고 평가받기 쉬워요. 지금은 시대가 완전히 달라졌지 않습니까. 남녀가 평등한 좋은 시대에 살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우리 마음속에는 이런 개념이 남아 있습니다. 불교에서는 ‘업(業), 카르마’라고 합니다.

 

세상이 분명히 변했는데도 여전히 우리의 무의식 속에는 남성은 적극적이고 여성은 소극적이어야 미덕이라는 전통적 가치관이 남아 있습니다. 지금의 청춘들은 학교나 사회에서 그렇게 배우지 않았지만 집에서 어머니가 보여주는 모습에서 전통적 가치관이 드러납니다. 과거 어머니 세대는 물론 그 위로 거슬러 올라가면 할머니 세대는 더 심각했죠. 여자가 같은 밥상머리에 앉을 수 없던 분위기였으니까요.

 

학교에서 배운 대로 우리의 머리는 남녀가 평등하다는 이상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마음의 무의식 세계 속에서는 어머니 세대의 고전적인 사고방식이 밑바탕에 깔렸어요. 자라면서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그 일부가 여러분 속에 남아 있기 때문이죠. 항상 반론하게 되는 문제죠.

 

그래서 고전 방식대로 연애하면 남녀가 서로 영원히 맞지 않습니다. 머리와 가슴이 다른 이야기를 하는 거죠. 요즘 현대식 버전으로 하면 본인의 성격에 따라 본인의 스타일에 따라 행동하는 게 맞아요. 먼저 연락하고 싶은데 그걸 연애의 고수들이 조언한다고 마음을 숨기고 연락만 기다리다가 보면 스스로 마음을 제어할 수 없습니다.

 

사랑 고민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사랑을 계산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사랑을 계산하면 그것은 장사지 사랑이 아닙니다. 사랑을 계산한다는 말에 무슨 계산법이냐고 묻는 사람이 있을 겁니다.

 

새롭게 만나거나 아니면 이제 막 시작된 연인이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남녀 양쪽 모두 서로에 대해 약간의 호감은 있는 상태입니다. 그때 나올 수 있는 행동을 떠올려보는 거예요. 전화를 할까, 말까 고민해본 적 없습니까? 네가 먼저 연락을 하겠지, 내가 먼저 연락을 하는 건 왠지 자존심이 상하는 것 같으니까. 그러면서 참고 기다리죠. 또 이런 마음도 숨어 있습니다. 내가 두 번이나 연락을 했는데 답신은 한 번밖에 안 해? 이런 마음이 모두 계산이라는 겁니다. 조금 참고 기다리면 연락이 올 텐데 먼저 연락하는 건 내가 굽히고 들어가는 것 같아 싫다는 옹졸함이죠.

 

사랑에서 이런 잔 계산은 보여주지 맙시다. 그냥 좋으면 좋다고 표현하는 편이 훨씬 보기 좋아요. 그 사람이 내 마음에 꼭 드는데 언제 올지도 모르는 연락을 기다리는 것보다는 내가 급하니 이튿날 먼저 연락하면 쉽고 빠르게 사랑이 이루어집니다. 먼저 연락을 한다고 해서 큰 손해 볼 일은 하나도 없잖아요.

 

그중에는 내가 적극적으로 먼저 이야기하니까 놀라서 도망가는 남자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남자는 어차피 나중에 떨어질 거 미리 떨어져 나가는 거예요. 이런 남자와 전통적인 방식으로 연애하다가 어느 순간 고비를 맞으면 그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헤어지기 쉬워요. 공연히 시간만 낭비한 셈이죠. 결국 나중에는 내가 감춰둔 성격을 알게 될 텐데, 그때는 어떻게 하겠어요. 술을 마시다가 술김에, 아니면 울화가 치미는 사건이 생긴 김에 내 성격이 어느 날 갑자기 전부 드러나게 되면 그때 남자가 도망가지 않겠어요? 그거야말로 아까운 시간 낭비죠.

 

사랑은 계산을 하기 시작하면 대부분 실패합니다. 앞뒤가 안 맞는 말 같지만 계산을 안 하고 무작정 마음이 가는 대로 사랑에 빠졌다가 사랑했던 사람과 헤어진다고 그것이 사랑의 실패일까요?

 

서로 전혀 모르던 남녀가 만나서 사랑에 빠졌는데 영원히 안 헤어지고 계속 관계가 유지되면 성공이고, 중간에 헤어지면 실패인가요? 이것은 마치 사람이 나이 먹도록 오래 살면 성공이고, 빨리 죽으면 실패라고 하는 말이나 똑같은 소리예요. 예수님은 진리를 설파하시고 3년 만에 돌아가셨습니다. 그때 나이가 고작 삼십 대 초반이었습니다. 감히 평가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만 예수님의 삶이 성공입니까, 실패입니까? 누구보다 성공한 인생이라고 말할 수 있겠죠. 반대로 예수님보다 훨씬 오래 산, 100세 넘게 장수한 사람 중에도 실패한 사람이 많습니다.

 

사랑이 어디까지 지속되어야 성공이다, 라는 말은 없습니다. 내 마음이 끌리고 좋으면 그게 바로 성공입니다. 사랑에 실패하는 이유는 ‘내가 좋아한 만큼 너도 나를 좋아해야 해.’라고 장사꾼처럼 계산하고 대가를 구하기 때문입니다. 계산을 마치고 보니 내 마음이 간 만큼 되돌아오지 않았다고 배신이라고 하는 것이죠. 계산은 사랑이 아닙니다. 불필요한 계산을 하기 때문에 실패가 따르지, 사랑 그 자체에는 실패가 없어요.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 속에서 내 마음도 행복해지고 평안을 느끼지 않습니까. 사랑에 빠지면 결국 행복해지는 사람은 내 사랑을 받는 상대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나보다 더 좋아하는 마음을 갖게 되는 나입니다. 그 어떤 사랑도, 사랑은 성공만 있습니다.

 

 

답변을 들은 사람들의 얼굴은 환하게 밝아졌고 박수 갈채가 쏟아졌습니다. 답변 전체가 가슴에 팍팍 꽂혔습니다. 특히 사랑을 계산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그냥 좋으면 좋다고 표현하는 편이 훨씬 보기 좋다는 말씀에 공감이 갔습니다. 결국 나중에는 내가 감춰둔 성격을 알게 될 텐데, 그때가 되면 또 다시 부닥칠 문제가 될 테니까요. 사랑에 실패하는 이유는 ‘내가 좋아한 만큼 너도 나를 좋아해야 해.’라고 장사꾼처럼 계산하고 대가를 구하기 때문이다... 연애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가장 명쾌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글이 청춘남녀들의 행복한 연애에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래봅니다.

 

* 질문이 많아서 함께 알려드릴께요. 법륜스님의 희망세상만들기 전국 시군구 300회 강연 일정입니다. 이 주소를 클릭하세요. (클릭 : http://cafe.daum.net/hopestory100) 여러분들이 살고 있는 동네마다 모두 찾아갑니다. 일정을 확인하고 참가해보세요. 현장에서 직접 질문 가능하고, 강연은 모두 100% 자원봉사로 운영되고 있어 참가비는 무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