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28일) 신부님과 목사님이 법당에서 부처님오신날 기념설법을 한 감동적인 법회 현장이 있었습니다.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정토회 법당에는 봉축 기념설법을 신부님과 목사님이 해주어 뜨거운 박수 갈채를 받았습니다. 정토회에는 즉문즉설로 널리 알려진 법륜스님이 있습니다. 하지만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하여 법륜스님은 이웃 종교인들을 초청하였습니다. 이에 법륜스님과 오랜 시간 교류를 이어오고 있는 김홍진 신부님(쑥고개성당)과 인명진 목사님(갈릴리교회)이 직접 불상 앞에 서서 불자들에게 설법을 해 준 것입니다. 법당은 수녀님들을 비롯하여 많은 교인들도 함께 하였습니다.
종교 간의 화합이란 이런 것이구나. 참으로 감동적인 장면이었습니다. 아마 부처님과 예수님이 동시대에 같은 공간에 살았다면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신부님과 목사님이 들려준 부처님오신날 기념법문을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우선 법륜스님이 인사말을 전했습니다.
“오늘 부처님오신날 법회는 법문을 제가 하지 않고 김홍진 신부님과 인명진 목사님이 법문을 하십니다. 지난 크리스마스 때도 미사는 신부님이 하시고 강론은 제가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초파일에는 욕불의식은 제가 집전을 하고 법문은 신부님과 목사님께서 해주시겠습니다. (하하하 청중들 웃음). 합창단도 쑥고개 성당 성가대가 오셔서 초파일 기념 노래를 불러주시기로 했습니다.
저희 종교인들이 말은 평화를 이야기하면서도 늘 사회의 갈등을 일으켰습니다. 종교인들이 세상 사람들을 걱정해야 하는데 지금은 세상 사람들이 종교인들을 걱정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최근에 저희 스님들 일부가 물의를 일으켜서 여러분들 마음을 많이 아프게 해드린 점 이 자리를 빌어서 진심으로 사과말씀을 드립니다.
저희 종교인들이 부족하지만 이렇게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합니다. 그래서 각자 자기 종교의 소중함도 유지하고 자기 종교가 소중하듯이 이웃 종교의 소중함도 서로 알아서 종교 지도자들이 이렇게 먼저 교류하고 함께해 나간다면 이것이 오히려 성인의 뜻에 우리가 따르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저희들이 작은 노력이라도 해보자 해서 이런 조촐한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스님이 목사님과 신부님 앞에서 인사말을 전하고, 다시 목사님과 신부님이 스님 앞에서 설법을 이어갔습니다. 스님, 목사님, 신부님 이렇게 세 분이 함께하는 모습을 보며 뜨거운 박수갈채가 쏟아졌습니다. 저도 그냥 가슴이 뭉클해지더군요. 먼저 김홍진 신부님이 봉축 기념 설법을 시작했습니다.
석가탄신일, 정토회 법당에서 설법하는 김홍진 신부님과 이를 듣고 있는 법륜스님.
부처님오신날, 신부님의 기념설법
“저는 원래 카톨릭 골수분자입니다. 아버님이 7대에 걸쳐 카톨릭이시고 어머님은 4대에 걸쳐 내려와서 뼛속 깊숙이 신앙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찰을 갈 때 마다 저한테는 포근한 느낌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불상을 보면 어찌나 저랑 눈이 비슷한지. 하하하. 비슷하지 않나요?
젊은 시절 지리산 산행을 가며 화엄사에 들렀던 기억이 납니다. 같은 구도의 길을 가는 스님들의 목탁소리가 너무나 정겨웠고 좋은 느낌이었습니다. 불교의 가르침도 예수님의 가르침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한국 사회는 종교의 다원화 사회입니다. 전 세계에 이런 나라가 거의 없을 겁니다. 일제 식민지 3.1독립선언서 낭독처럼 종교계가 함께해 온 역사들이 있고, 민주화 6.10항쟁 때도 서로 어깨동무하였던 자랑스런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를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우리의 무지가 아니라 우리의 잘못된 확신입니다. 잘못된 교리와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이 갈등을 불러옵니다.
김수환 추기경님이 저에게 물었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먼 거리가 어디인지 아나?” 그래서 저는 우주의 거리, 은하의 거리를 머릿속으로 생각했지만 답이 안 나왔습니다. 그랬더니 추기경님이 껄껄 웃으시면서 “머리에서 가슴까지 거리라네” 했습니다. 그 때 제가 크게 깨우쳤습니다. 아무리 좋은 생각도 가슴으로 실천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구나 하는 것을요. 중요한 것은 성인의 가르침을 우리 삶으로 살아나가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의 마음에 불성이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또 우리 모두가 부처가 될 수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우리가 부처가 되어서 우리 삶을 살아갈 때 이 땅에 많은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겁니다. 부족하지만 함께 노력하고 아름다운 연대를 통해 변화를 만들어나가는 우리 모두가 되었으면 합니다.“
신부님의 열린 마음이 느껴져서 가슴이 참 따뜻해졌습니다. 그랬는데, 갑자기 사회를 보던 김병조(개그맨) 선생님이 “7대째 천주교를 이어오셨는데 곧 8대째에 개종을 할 것 같네요.” 농담을 하자 순식간에 법당 안이 웃음바다가 되었습니다.
신부님이 설법하는 동안 그 앞에 앉아 진심으로 공감한다며 고개를 끄덕이는 법륜스님의 모습도 참 감동스럽게 다가왔습니다. 이어서 인명진 목사님(갈릴리교회)도 유쾌하게 봉축 기념설법을 해주었습니다.
부처님오신날 정토회 법당에서 설법하는 인명진 목사님. 환하게 웃고 있는 법륜스님.
부처님오신날, 목사님의 기념설법
“삼배의 예를 받아보니까 법문하는 보람이 느껴집니다. 스님들이 법문을 하기 전에 청법가를 부르고 하는 이건 우리 개신교가 꼭 배워야 할 것 같아요. 하하하.
저도 4대째 개신교입니다. 개신교의 피가 제 몸 속에 흐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신부님은 8대째 이후로 개종이 내려가지 않을 것 같아요. 신부님은 후사가 없으시니까. 개종은 저희 집안에 일어나지 않을까 싶네요. 하하하.
부처님의 손길이 고달픈 삶을 살아가는 여러분의 삶을 어루만져서 편안해지기를 기원합니다. 부처님의 대자대비하심이 우리 사회의 어둠과 갈등에 참다운 평화가 이뤄지고 정토 세상이 이뤄지기를 숙원합니다.
사실 오늘 안 오려고 했습니다. 제가 40년간 목사 생활을 했는데, 예수님도 아직 제대로 못 모시는 사람이 무슨 부처님을 모신다고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하하하. 그래서 쉬려고 했는데 그래도 오늘 이렇게 왔습니다.
김 신부님은 이 종교 저 종교 그게 그거 아니냐 그러셨는데, 저는 절대로 아니다 라고 합니다. 그렇게 말하면 교회가 잘 되겠냐, 성당이 잘 되겠냐(하하하 청중들 웃음). 그래서 마음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하더라도 겉으로는 절대 다르다 이렇게 얘기해야 됩니다. 하하하.
종교인이 세상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오히려 종교인을 걱정하게 하는 그런 세상을 만든 사람 중에 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정말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우리 종교인들이 어떻게 해야 세상을 밝게 할 수 있을까요? 부처님을 뵈면 다 벗으셨어요. 우리 기독교의 예수님도 벗으셨어요.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실 때 아무리 죽는 순간이라고 해도 뭐라도 입혀놓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사람이 죽을 때 수의라도 입혀 놓는데. 2천년 동안 발가벗은 예수님의 모습을 메달아 놓고 그 예수님을 따르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사찰을 와보니까 부처님도 저렇게 벗겨놓으셨어요.
왜 우리가 믿는 부처님이나 예수님이 벗으셨을까. 하지만 우리는 좋은 옷을 입고 다니지 않습니까. 많은 사람들이 교회가 예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많이 받습니다. 왜 그럴까? 예수님은 벗었는데 우리는 너무 많이 입어서 그런 것 아닌가요. 우리 목사들이 좋은 옷 입지 않고 발가벗어야 기독교가 바로 되지 않는가 싶습니다. 교회가 아무것도 가져서는 안 된다. 스님들도 홀가벗어야 된다. 그런데 예수님은 더 불쌍해요. (불상을 가르키며) 부처님은 벗으셔도 꽃 위에 앉아 계시는데 예수님은 나무에 달리셨다. 기독교가 벗어도 더 험악하게 벗어야 된다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기독교도 불교도 다 벗을 수 있어야 그래야 우리들이 세상을 환하게 밝히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불교도 기독교도 다 홀가벗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참 여운이 남는 말씀이었습니다. 어렸을 적 교회에서 예수님은 “가장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나에게 한 것이니라” 라고 가르치셨다고 배웠습니다. 부처님도 걸인의 모습으로 평생을 사셨고 배고픈 이에게 먹을 것을 주고 아픈 이를 치료하고 외로운 사람을 위로하고 수행자를 외호하는 것이 가장 큰 공덕이 있다고 하셨었습니다. 이 두 성인의 삶은 그 본질을 보면 너무나 닮아 있습니다. 그 본질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비록 형식이 다르더라도 서로 함께 나누고 교류할 수 있겠지요.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하여 종교인들의 이런 화합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참 훈훈해졌습니다.
정토회에서 부처님 오심을 함께 축하해준 쑥고개 성당 수녀님들.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항 목사님, 신부님, 수녀님 각계 사회 인사들이 함께 모인 화합의 자리, 정토회 법당.
신부님, 목사님 외에도 정치인, 사회 원로, 연예인, 드라마작가, 출판인, 언론인들이 함께하는 자리였습니다. 각 자 서 있는 위치는 달랐지만 모두가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꿈꾸고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꽃들을 조화롭게 화합시키는 그 중심에는 법륜스님이라는 한 수행자가 있습니다. 많은 사회 인사들의 봉축 축사를 듣고 마지막으로 법륜스님이 이런 이야기를 남겨주었습니다.
“부처님오신날을 기해서 종교 간에 사회의 진보 보수 할 것 없이 우리가 나라를 생각하고 국민을 생각하는 그런 관점에서 자기의 한계를 넘어서서 대화하고 협력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여러 가지 꽃들이 있지만 서로 어우러져서 화단을 이루듯이, 우리들이 비록 작지만 좀 더 개인보다는 큰 공동체를 생각하고, 세계까지는 못가더라도 적어도 남북한 그렇지 않으면 우리 사회 안에서라도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는 바탕 위에서 길을 모색해 본다면 좀 더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이 저에게 많은 기대를 하고 계십니다. 하지만 저의 스승님이 이렇게 말씀 하셨어요. 중이 되려면 천하를 다 준다고 해도 왼쪽 눈썹 두 번 정도 까딱까딱 하다가 도로 돌아가야 한다. 그 정도 되어야 중이 되지 그렇지 않으면 하지 마라 그러셨어요.
우리 사회가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됩니다. 여기 참석하신 많은 분들이 그렇게 될 수 있도록 협력해 주시고 그런 토대를 마련해주는데 저도 이 나라 국민으로서 민족의 한 사람으로서 기꺼이 그런 역할을 해나가겠습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의 마음의 어려움을 어떻게 도와주느냐 이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두 번째가 이런 것들을 어떻게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것이냐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사회에서 큰 역할을 하고 계시는 여러분들이 좀 더 크게 마음을 내셔서 활동을 하고, 저도 나라가 잘 되는 쪽으로 백성이 편안해지는 쪽으로 힘 닿는데 까지 무엇이든 역할을 하겠습니다.“
법륜스님은 얼마 전 출간한 책 ‘새로운 100년’에서 2012년이 대한민국의 미래 100년을 여는 첫해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세력 교체기에 남한과 북한이 통일을 할 수 있는 중요한 시점이 왔다는 것이고, 더 나아가 통일 한국을 넘어서서 동북아경제공동체까지 만들어갈 수 있는 첫해가 2012년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오늘 이 자리처럼 종교가 서로 화합하고 정치가 화합하고 머리를 맞대고 나라의 장래를 생각해 나간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이 해주길 바라지 말고 나부터 작게는 책을 읽고 책을 나누고 기부도 하고 서로 토론도 하고 강연회에 자원봉사도 하고 하면서 살고싶은 나라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기여해봐야겠다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가슴이 훈훈해지는 부처님오신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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