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에 도전하다가 실패한 분들 많으실 겁니다. 저 역시 대학 때부터 흡연을 시작한 애연가인데요. 얼마전 건강검진을 받고 금연하지 않으면 큰일 난다는 의사의 충고를 듣고 금연을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작심삼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마침 오늘 법당에 나가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법회를 들었는데, 항상 명쾌한 말씀을 해주시는 스님에게 간절한 마음으로 해법을 물어보았습니다.
스님의 일갈은 제가 만난 그 어떤 의사의 충고보다도 강력하게 다가왔습니다. 혹시 금연에 어려움을 겪었던 분들 읽어보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이 글을 적어 봅니다.
질문 :
전 대학교에 입학한 후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는데 지금까지도 피우고 있습니다. 이제는 정말로 끊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는데 좀처럼 끊어지지가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담배를 끊을 수 있을까요. 생각처럼 담배를 끊기가 쉽지 않습니다.
법륜스님의 답변 :
그냥 피우세요.
끊고 싶어도 안 끊어지면 피우는 수밖에 없잖아요.
그러나 제가 볼 때는 끊어집니다. 아무리 담배를 많이 피우는 사람도 담배를 안 피우고 있을 때가 더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담배는 끊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계속 입에 담배를 물고 있기보다는 계속 안 피우기가 더 쉽기 때문입니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피우는 사람도 끊고 있는 중입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담배를 피웠다 끊었다 하잖아요.
그래서 담배를 피우고 싶다는 생각에서부터 자유롭고 싶으면 피우고 싶더라도 안 피워야 합니다. 아무리 피우고 싶더라도 안 피우면 됩니다. 그러면 하루 지나고 이틀 지나고 열흘 지나고 한 달 지나고 1년이 지나면 저절로 안 피우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저런 말들로 담배를 끊기가 쉽지 않다고 하겠지요.
“담배를 못 피워 몸이 아프면 어떡합니까?”
그래도 안 피워야 합니다.
“죽을 것 같은 고통이 밀려오는데요?”
그래도 안 피워야 합니다.
“어지러운데요?”
그래도 안 피워야 합니다.
“차라리 이럴 바에야 목을 매달고 죽는 게 더 낫겠다고 생각이 드는 데요.”
그래도 안 피워야 합니다.
이렇게 어떠한 사정도 봐주지 말고 안 피우겠다는 다짐을 밀고 나가야 합니다.
▲ 질문에 답해 주시는 법륜스님
담배를 피우다가 안 피우면 자꾸 핑계거리가 생깁니다. ‘몸이 아프다. 이렇게까지 하면서 안 피우면 뭐 하느냐? 오랜 산다고 꼭 좋은 거냐?’ 하고 담배 피울 핑계를 스스로 만들어 냅니다. 그래도 용납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렇게 용납하지 않는 것을 ‘대결정심’이라고 합니다. 부처님이 보리수나무 아래에 앉았을 때 ‘내가 깨닫기 전에는 일어나지 않는다. 이 자리에서 죽어도 좋다’고 결심을 하셨어요. 죽기를 각오하신 것입니다. 부처님이 깨닫는 것에 비하면 담배 안 피우는 것은 훨씬 쉬운 일입니다.
예전에 어떤 거사님이 저한테 물었어요.
“스님. 죽어도 담배를 못 끊겠습니다.”
그래서 내가 “그냥 끊으세요.” 그랬어요.
“그냥 어떻게 끊습니까?”
“안 피우면 됩니다.”
“어떻게 안 피웁니까?”
“손에 뜨거운 컵을 쥐면 ‘앗! 뜨거’ 하면서 그냥 컵을 놓아버리지요? 그럴 때 컵을 어떻게 놨냐고 누가 물으면 뭐라고 대답하겠어요. ‘뜨거우니까 그냥 놨다.’ 이러겠지요? 그런 거처럼 담배도 그냥 안 피우면 됩니다.”
우리가 뜨거운 컵을 쥐고 이걸 어떻게 놓나 하고 방법을 묻는 것은 놓기 싫다는 말입니다. 그것처럼 담배도 피우고 싶어서 안 끊어지는 거예요. 피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는 자식도 안 보이고 건강도 안 보이고 천하 어떤 것도 보이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그때는 생각 자체를 바꿔 버려야 합니다. 정말 담배를 끊어야 한다고 결심하면 지금 이 순간부터 내가 담배를 탁하고 놓아버려야 해요. 아무리 피우고 싶고 잠이 안 오고 몸이 막 아프고 해도 그냥 안 피워야 합니다. 이것을 우리는 마장이라고 부릅니다.
마장이 심하게 오면 몸이 아프고 몸 아픈 것이 지나면 마음이 바뀌어 버립니다. ‘이렇게까지 하는 건 고행이 아닌가? 부처님이 고행을 버리고 중도의 길을 가라고 했는데.’ 하면서 부처님 말씀의 탈을 쓰고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러건 말건 상관하지 말고 굳은 의지로 밀고 나가야 합니다. 그래야 끊어집니다. 이것 말고는 다른 어떠한 방법도 없습니다. 온갖 핑계로 피우고 싶은 마음이 일어날 때 그 생각을 놓고 그냥 그 순간에 담배를 안 피우면 담배가 끊어지는 것입니다. 그러니 정말 담배를 끊고 싶으면 대결정심을 내시기 바랍니다.
스님의 아주 간단 명료한 일갈에 할 말을 잃었습니다. 그냥 안피우면 된다... 뜨거운 컵을 놓는 방법은 그냥 놓는 것이지, 놓은 방법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는 말씀은 아직도 욕구를 내려놓지 못하는 저의 어리석음을 적나라하게 돌아보게 했습니다. 담배, 이유없이 조건없이 그냥 안피워 보렵니다. 단순하지만 정곡을 찌르는 스님의 말씀에 다시한번 큰 힘을 얻었습니다. 여러분들도 금연, 다시 시작해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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