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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 즉문즉설

스님에게 결혼에 대해 물어봤더니

오늘은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저의 결혼관은 뜨거운 사랑... 불같은 사랑... 뭐 그런 겁니다. 정말 죽도록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고 싶지요. 그런데 제 주위에 결혼한 친구들을 보면.. 원하는 사람과 결혼 못하는 경우, 원하지 않는 사람과 결혼하게 되는 경우 등 불행한 나날을 보내는 친구들이 꽤 있습니다. 물론 원하는 사람과 결혼하게 되면 금상첨화이겠지요. 그러네 세상 살이가 어디 그렇습니까?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더 많습니다. 결혼도 마찬가지 이지요.

이럴 때는 어떤 마음을 가져야할지... 친구의 고민도 있고 해서... 그동안 저도 궁금해왔던 사실이기에 법륜스님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어떤 대답이 나왔을까요?


"원하는 사람과 결혼을 못 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원하지 않는 사람과 결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만약에 주위 사람들의 반대로 인해 원하는 사람과 결혼하지 못하게 되면 마음이 원수처럼 되기도 하고 또 원하지 않는 사람과 결혼해서 불만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마음을 조절해야 하나요?"

법륜스님의 답변 :

원하는 사람을 만났기 때문에 잘사는 사람도 있고, 원하는 사람을 만났기 때문에 불행해지는 사람이 있으며, 원하지 않는 사람을 만났는데 뜻하지 않게 좋아지는 사람이 있지요. 모두 정해진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원하는 사람을 만나서 좋고, 원하지 않는 사람을 만나서 불행해지는 법은 없습니다.

원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하고 싶다는 것은 바라는 것이 많다는 얘기입니다. 바라는 것이란 재물만을 한정해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결혼을 해서 살다보면 열에 아홉은 이러저러한 이유로 상대방에 대해 실망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연애해서 결혼하는 것이 중매결혼보다 나을 게 하나도 없다는 말입니다. 이혼율을 조사해 보면 연애 결혼한 부부가 중매결혼한 부부의 이혼율보다 훨씬 높습니다. 연애해서 결혼했다는 것은 원하는 것이 훨씬 많다는 거니까 그만큼 실망이 크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다음, 원하지 않은 결혼을 해서 실패하는 것은, 조금만 불만이 있어도 그 원인을 남의 탓으로 돌리려 하기 때문입니다. ‘억지로 결혼을 해서 결국 이런 일이 생기게 된 것 아니냐’며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습니다.

내가 원하지 않은 사람하고 결혼했다는 이 한 가지 생각에 빠져서 그것을 붙들고 있기 때문에 불행해지는 것이지 그 사람이 나빠서 그런 것은 결코 아닙니다. 원하는 사람하고 결혼을 했을 때는 “부모가 그렇게 반대하는 걸 무릅쓰고 기어이 결혼했는데 네가 나한테 이럴 수 있느냐”며 다투기도 합니다. 결국 그것이 불씨가 되어 똑같이 못살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니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 원하는 사람하고 이루어졌으면 ‘내가 그렇게 바라던 사람과 결혼했으니 내 소원이 성취됐다. 그러니 앞으로 내 인생은 당신을 위해서 다 바치겠다’고 마음을 내면 모든 일은 잘 풀리게 됩니다.

또 원하지 않은 사람하고 결혼을 했으면 당연히 그 사람한테 바랄 것이 전혀 없어야지요.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결혼을 했으니 미안하잖아요. 그러니까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그 사람을 위해서 아무 바라는 마음 없이 최소한의 예의만 지켜줘도 문제없이 잘살게 됩니다.

아무 것도 바라는 게 없으면 하는 일마다 고맙게 느껴질 것이고, 정도 들게 될 것입니다. 사람은 자기한테 잘해주는 사람에게 마음을 열게 돼 있습니다.

남녀가 산다는 것이 아무 것도 아니거든요. 한 번도 만나지 못하고 알지 못했던 사람들이 여기 절에 함께 살면서 서로 아끼고 어려우면 돌봐주는 것처럼 부부가 살면서 그 정도만 하면 아무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서로 죽도록 사랑해야 하고 너 아니면 죽는다는 식의 환상과 기대를 가지고 결혼이라는 것을 생각하기 때문에 인생이 불행해지고, 문제가 발생하는 겁니다.

인생이라는 것은 그냥 사는 것입니다. 서로 따뜻하게 해주다 보면 정이 들고 고맙고 눈물이 나고 해서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입니다. 사는 것은 뭐 특별한 게 아니라고 생각하고 살면 거기서 정이 생기고 그러는 것입니다.

그냥 궁금해서 던진 질문이었는데, 저에겐 큰 깨우침을 주었습니다. 너 아니면 죽는다는 식의 환상과 기대를 가지고 결혼을 하기 때문에 불행해 진다... 그냥 서로 따뜻하게 해주다 보면 정이 들고 고맙고 눈물이 나고 하는 것이다... 저는 아직 미혼인데, 결혼에 대한 환상을 너무 많이 가졌었나 봅니다. 상대에게 아무 바라는 것 없이, 그냥 고마워하고 미안해하면서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하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저의 결혼관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