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법회에는 시부모님과 갈등을 겪고 있는 주부님이 질문 하셨습니다. 결혼하신 분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아마 대부분 시부모님과 조금씩은 갈등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이럴 때 어떻게 마음을 먹고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현명한 걸까요? 항상 지혜로운 말씀을 들려주시는 법륜스님께 물어보았습니다. 스님의 답변은 어떤 것일까요? 제가 그 현장을 고스란히 담아왔습니다.
주부의 질문 :
결혼한 지 14년 된 주부입니다. 시부모님을 모시고 2년을 살다가 분가했습니다. 혼수에 불만이 많았던 시어머니는 소소한 일에도 시아버지를 통해 저를 꾸짖곤 했습니다. 남편은 부모님 뜻이라면 거역하지 못하고, 부모님 생각이 곧 자기의 생각입니다. 분가 후 몇 년은 매주 부모님을 찾았지만 4년 전부터는 표가 날 정도로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최근 어머니가 병을 얻어 안쓰럽지만 여전히 다가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법륜스님의 답변 :
먼저 질문하신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시아버지가 시어머니 얘기만 듣고 꾸짖는다고 했죠. 그러면 남편이 아내 말을 잘 듣는 것이지요? 또 아내가 해야 될 어려운 일을 남편이 대신 해 준 겁니다. 그것은 나와 관련된 문제지만 두 부부 사이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것입니다. 또 부모님의 뜻이라면 거역하지 못할 뿐더러 부모님 생각이 곧 자신의 생각인 남편, 아무 문제가 없어요.
‘나’를 떠나서 이 집 식구들을 보면 아무 문제가 없는 사람들이에요. 가만히 보면 부부 관계나 부모 자식 관계가 아주 좋아요. 질문하신 분의 말만 들어도 그렇지요. 지금 질문하신 분은 내 이익의 관점에서 상대를 나쁘다고 하는 거예요.
△ 질문에 답해주시고 계신 법륜스님
보통 시어머니 입장에서 며느리가 혼수를 조금 해 오면 언짢지요. 그렇다고 그 시어머니가 나쁜 사람은 아니에요. 보통 사람이지요. 시어머니와 관계가 나빠지는 건 언제든 있을 수 있는데, 매사에 혼수를 적게 해 왔기 때문에 어머니가 나를 괴롭힌다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혼수 때문이라고 하는 것은 갈등의 모든 책임을 시어머니에게 떠넘기는 것입니다. 그것은 본인 스스로 시집 올 때 적게 해 온 것을 늘 열등의식으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래서 조금만 무슨 일이 생겨도 ‘내가 혼수 적게 해 왔다고 저러나.’ 하고 생각해요. 그래서 시어머니하고 나 사이에 갈등이 있는데 시어머니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나에게도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합니다.
첫째, 질문하신 분은 약간의 피해의식, 열등의식이 있습니다. 자신감이 좀 있어야 합니다. 둘째, 시아버지도 나름대로 그냥 며느리를 야단치는 것입니다. 시어머니가 시킨 대로 한다고 보는 것도 옳지 않아요. 셋째, 남편도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 나한테 문제제기 한다고 보는 것도 올바른 것이 아니에요. 이런 식의 사고 속에는 뿌리 깊은 열등의식, 피해의식이 도사리고 있어요.
이건 질문하신 분이 참회할 일이에요. ‘남편이 부모 시키는 대로 한다’, ‘시어머니는 혼수 안 해줬다고 트집이다’ 이렇게 보는 것이 자기 합리화거든요. 혼수가 적어 시어머니가 토라져 나에게 이런 고통을 준다고 생각하는 것은 내 잘못이 없다는 이야기예요. 그렇지 않습니다. 정말 잘못 생각하고 있으므로 이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시아버지도 자신의 의견을 얘기하는데 시어머니가 시키는 대로 한다고 했으니 그건 시아버지 인격을 무시한 겁니다. 이 분은 자기 남편도 우습게 아는 거예요. 효자 남편을 마마보이 취급한 거죠. 자기 남편을 자기가 무시하고 사니까 무슨 사는 재미가 있고 보람이 있겠어요. 그러니 본인이 먼저 참회를 해야 합니다.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이런 얘기가 아마 귀에 안 들어올 겁니다. 그러나 엎드려서 계속 절을 하다가 어느 순간에 제 얘기가 귀에 들어오거나 마음이 당기기 시작하면 이 문제는 풀립니다. 이건 생각을 완전히 바꿔야 풀립니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이것이 엄청난 화를 불러옵니다. 이렇게 마음이 꽁해 있으면서 만약 아이들을 키우면 아이들에게 화가 됩니다. 지금하고는 비교가 안 되게 아이들 문제로 속을 썩을 겁니다. 지금 정신 차려야 됩니다. 야단맞았다 생각하지 말고 정신 딱 차리셔서 정진을 하셔야 합니다.
저도 처음 질문을 들었을 때는 시어머니와 남편에게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스님의 답변은 정반대였습니다. '내 이익'을 떠나서 생각해보면 모두 정상적인 행동을 보인 사람들이고, 불만을 가진 것은 바로 '나'였습니다. 결국 나로부터 시작된 것임을 알고, 나의 어리석은 생각을 시부모님과 남편에게 참회하면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였던 것이죠. 일체유심조라는 불교의 가르침을 다시한번 뼈저리게 느끼게 된 법회였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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