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여명의 청년대학생, 직장인들이 운집한 가운데 인천 부평아트센터에서 안철수-박경철의 토크강연 2011 청춘콘서트가 열렸습니다. 전국 24개 도시를 순회하는 토크 강연은 두 분의 재능기부와 더불어 평화재단 자원봉사자들의 정성이 보태여져 무료 강연으로 개최되고 있습니다. 지난 대전 청춘콘서트에 이어서 인천에서 열렸던 화제의 토크 현장을 직접 찾아가봤습니다.
앞서 열렸던 1부 김제동의 ‘행복’에 대한 이야기에 이어서 2부에서는 GS 자산운영대표 김석규 대표를 초대 게스트로 모시고 “한국 경제의 미래” 라는 주제로 대담이 열렸습니다. 안철수-박경철 두 분의 청년들에 대한 진심어린 조언도 참 좋았고, 경제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해주시는 김석규 대표의 이야기도 참 좋았습니다.
- 안철수 : 스펙 사회는 정의롭지 못하다. 지난 번 대전에서 윤여준 전 장관이 “기회가 균등하고 과정이 공정해야 한다. 그러면 모든 사람들이 결과에 승복하게 된다.” 고 했다. 좋은 대학 들어간 학생은 방심해서 4년을 놀았고, 안 좋은 대학에 들어간 학생은 4년간 열심히 노력해서 실력이 월등해졌다. 그런데 스펙만으로 선발하게 되면, 현재의 실력으로 뽑지 않고, 4년 전의 실력으로 뽑는 것이 된다. 그래서 스펙사회는 정의롭지 못하다.
- 박경철 : 세계 곳곳에서 다양성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데, 우리는 창의성 부재로 총체적 위기에 빠지게 되었다. 안선생님은 “삼성 동물원, LG동물원에 갖혀 있게 되었다”고 표현했다. 동물원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 안철수 : 구글의 예를 들어보겠다. 구글은 다양한 생태계를 많이 만드는 반면, 한국의 대기업들은 동물원을 만든다. 독점 계약을 해서 중소기업들이 인력 파견 업체 정도로 전락하도록 만들고 있다. 이렇게 국내에서 얻는 수익에만 안주하다가 아이폰이 등장하자 철퇴를 맡게 된 것이다. 5년 뒤 한국의 대기업은 글로벌 하청 업자가 될지도 모른다.
- 박경철 : 스티브 잡스를 아시는가?
- 안철수 : 이름만 안다. (웃음)
- 박경철 : 스티브 잡스는 미국에서 한국과 같은 강남 8학군을 나와서 엄청난 스펙을 쌓은 인재인가?
- 안철수 : 전혀 그렇지 않다. 대학교 1학년 1학기 중퇴자였고, 한국사회로 치면 도저히 중심에 진출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심지어 자기가 만든 회사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개인도 훌륭했지만, 실패하더라도 다시 기회를 주는 사회구조에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 사회는 그런 사람을 탄생시킬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되어 있었다는 점이 대단한 거다.
- 박경철 : 5년, 10년 뒤에도 지금과 같이 스펙 쌓기에 몰두된 인재가 진정한 인재가 될까? 아니면 다른 형태의 사회를 만나게 될 것인가? 인간은 어떤 분야에서 불꽃 같은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특정 분야가 있다. 각자가 그런 재능을 발견해서 집단적 지성을 이룬다면 우리도 구글과 같은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 공부 잘하는 재능을 가지고 있다면 공부를 하고, 다른 재능을 가지고 있다면 다른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 사회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우리사회는 무너진다. 그럴려면 재능의 높낮이가 없고 귀천이 없어야 한다. 공적 마인드, 타인을 이해하는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공적 마인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안철수 : 아무리 천재라고 해도 자동차를 혼자서 못 만든다. 중요한 건 내가 틀릴 수 있다는 마인드다. 사람과 사람이 일할 때도 상대의 상식이 나의 상식과 다를 수 있다. 상대에겐 당연한데 나는 전혀 모를 수도 있다.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 그게 가장 기초가 아닌가 싶다.
- 박경철 : 리더십의 열쇠는 무엇인가?
- 안철수 : 20세기의 대표는 포털이었다. 국민들은 포털에서 가공한 정보를 일방적으로 수용해야 했다. 21세기는 웹2.0이다. 대중이 스스로 값어치 있는 정보를 나눠가진다. 예전의 권위주의가 탈권위주의로 가고 있다. 이제 더 이상 리더십은 리더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대중으로부터 나온다. 대중이 어떤 사람에게 신뢰를 갖게 되면 그 사람으로부터 리더십이 생기는 것이다.
- 박경철 : 팔로우십이 리더십을 만든다. 대중의 요청과 요구가 리더십의 성격을 규정한다. 청년 시대에 가져야 하는 가장 중요한 덕목은 “비판적 분석”이다. 언론이 생산하는 프레임을 비판적 분석 없이 받아들이면 특정인의 이익에 봉사하게 될 수도 있다. 이를 막으려면 언론이 대중들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하도록 해야 한다. 그럴려면 대중들이 날카롭고 서슬퍼른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비판적 분석의 눈으로 현상을 탐구하고 이 시대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이것이 수직적 구조에서 수평적 구조로 가는 제1의 출발점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이렇게 질문을 많이 한다. 내가 스펙 안 쌓고 있어서 뒤쳐지게 되면, 선생님이 책임져 주실 것인가?
- 안철수 : 대부분 취업을 할 때 다른 친구들은 어디를 많이 지원하는지 남들 눈치를 많이 보게 된다. 저는 40대 중반에 경영학을 공부하러 와튼 스쿨에 가서 깨달았다. 당시 친구들은 월스트리트에 취직하고 잘 나갔는데, 2008년 하반기 세계적인 금융공황이 오고 나서 거의 다 짤렸다. 오히려 내가 카이스트 교수하면서 그 사람들로부터 한 자리 달라는 부탁 많이 받았다. 많은 친구들이 최고의 직장을 선택했지만 그것이 얼마나 헛된 것인가 알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것이 확실한 보장이 아니라 그 반대일 수 있다. 지금 제일 잘 나가는 직업이 10년 후에도 잘나가는 직업이 아닐 수 있다. 아무도 전망할 수 없다. 전망만큼 덧없는 것이 없다.
인생은 안정의 반댓말 같다. 현미경으로 세포를 들여다보면 세포는 불균형하기 때문에 살아 있음을 알 수 있다. 세포 밖에 있는 소금이 세포 속으로 끊임없이 들어간다. 살려면 쉼 없이 소금을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 세포는 불균형하기 때문에 살아 있는 것이다. 소금 농도가 같아지는 안정은 곧 죽음이다. 안정은 죽음 이후에나 찾아오는 것이다. 안정은 희망이나 환상이지 인생의 진실과는 거리가 멀다. 안정도 믿을 것이 못되고 전망도 믿을 것이 못 되면 해답은 자기 자신이다. 아무리 낮고 작은 분야라 하더라도 자기가 잘 할 수 있으면 된다. 자신을 들여다 보고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꾸준히 하면 된다.
- 박경철 : 고민이 없으면 죽은 사람이다. 고민을 하기는 하되 죽을 고민을 하면 안 된다. 살 길에 대한 고민을 해야 된다. 고민의 뜨거움만큼 여러분들의 가슴이 타고 있는 것이고, 그 결과로 길이 찾아지는 것이다. 니체가 이런 말을 했다. “익숙하지 않은 것에 선의를 가지고, 새로운 것에 호의를 가지면, 그것은 언젠가는 내 것이 된다.” 죽을 고민을 하지 말고 살 고민을 해라. 나와 전혀 다른 사람을 모시고 머릿속에 스파크를 일으켜 봐라.
▲ 금융 산업의 팽창 원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GS 자산운영 김석규 대표
두 분의 집중 대담이 마무리되면서, 2부에서는 GS 자산운영의 김석규 대표가 초대 게시트로 나왔습니다. 금융위기, 한국 사회의 비효율적인 자산배분에 관련 되어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 박경철 : 요즘 금융이 너무 비대해졌다. 금융이 비대해지니까 일자리가 사라지고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금융 산업의 팽창이 일어나게 된 원인이 무엇인가?
- 김석규 : 특징적인 변화는 80년대이다. 금융산업이 팽창을 했다. 실물 경제가 성장하는 속도 이상으로 금융이 자가적인 폭발 성장을 했다. 전세계적으로 “금융 자유화”가 진행되어 규제 완화를 했다. 왜 그랬을까? 정치적 지형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공기업을 민영화하고 시장의 규제를 풀어주는 미국의 레이건, 영국의 처칠 등과 같은 보수 쪽의 정치지도자가 나타났다. 그 이후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파생 상품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나타났다. 이것이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금융이 가진 자들에게 들어가게 되었다. 노동이 창출하는 가치 보다 자본이 창출하는 가치가 더 커졌다. 국가 자원이 생산적인 곳으로 가지 않고 비효율적인 곳으로 배분된다. 이것이 자산 분배를 불균형하게 했다.
- 박경철 : 이런 구조 속에서 민영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안선생님은 어떻게 보시는가?
- 안철수 : 제일 심각한 문제는 문제가 있다고 공감을 못하고 있을 때다. 문제가 있다는 인식의 공감대 형성이 먼저 되어야 한다.
- 박경철 : 중국의 영향은 어떤가?
- 김석규 : 중국의 등장은 노동절약적인 산업의 전개로 인해 전반적으로 안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구조적으로 필요하다. 한국에서 일어난 복지 논쟁은 그런 배경 속에 있다.
- 박경철 : 80년대 금융산업의 팽창, 중국의 등장. 소수의 기득권을 위해 오늘날의 이런 구조가 만들어졌다.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그 속에서 사회적 약자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 김석규 : 사회안전망이 굉장히 필요하다. 왜 그런가? 제가 보기에는 대한민국의 자원 배분이 엄청나게 비효율적으로 되고 있다. 가장 심각한 것이 바로 “인적 자원”이다. 엄청난 자원을 투여해서 교육을 시키지만, 이 소중한 인적자원들이 선택하는 곳들이 의대, 대기업 이런 곳에 한정되어 있다. 이 학생들이 하는 일이란 것이 굉장히 부가가치가 낮은 일들이다. 지금은 ‘안정성’이라는 기준이 너무나 압도적이다. 똑똑한 애들이 음대도 가고 공대도 가야 하는데, 모두 의대만 간다. 이것이 개선 안 되면 국가 정책적으로라도 나서야 한다. 국가의 비효율적인 인적 자원을 개선해야 한다는 측면에서도 사회안전망 구축이 정말 필요하다.
▲ 청춘콘서트 희망서포터즈 자원봉사자들을 격려해 주는 안철수-박경철.
큰 박수로 대담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인적자원이 비효율적으로 배분되어 있다는 말씀이 참 신선했습니다. 생각해보니 공부 잘하면 다 의대만 가잖아요. 국가 정책적으로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대안 마련이 정말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젊은이들이 마음껏 도전할 수 있게 사회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는 말씀도 많은 공감이 되었구요. 젊은이들이 직업을 선택할 때의 기준이 ‘안정성’이 최우선이 되어버린 현실이 서글프게만 다가왔습니다. 무엇보다 안철수 교수가 한 말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공감대 형성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다. 문제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으면 평행성을 달리게 되어 아무런 해법을 찾을 수 없다. 그동안 저도 내 이야기만 하려했지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구나. 정치 문제를 떠나서 제모습이 가장 먼저 돌아봐졌습니다. 사회지도층에서도 이런 자각들이 있어야 할 텐데 말이죠. 각자가 힘든 상황에 놓여있지만, 함께 공감하면서 새로운 꿈과 희망을 가슴 속에 품고 한발 한발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멘토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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