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서 열린 안철수 박경철 토크 강연 <2011 청춘콘서트>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어제는 게스트로 나오신 윤여준 전 장관(환경부 장관 엮임)과의 대담을 소개해 드렸는데요. 오늘은 안철수, 박경철 두 분이서 대담한 내용입니다. 토크의 주제는 “한국의 미래와 리더십” 이란 주제였는데요, 새로운 직업에 대한 도전과 창업 등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오갔습니다. 2800명의 대전지역 청년대학생들이 숨죽이고 들었던 토크의 현장 속으로 가보겠습니다.
추천은 블로그를 춤추게 합니다.^^ ▶
먼저 사회자가 몸을 풀기 위해 재미있는 OX퀴즈를 냈는데요. 참 재미있었습니다.
- 질문 : 나는 인터넷에 내 이름을 검색해본 적 있다?
▲ 박경철 원장은 검색해 보신 적 있다는데, 안철수 교수는 없다고 하네요. 박경철 원장이 순간 고개를 숙이신 이유는 무엇일까요? ㅋㅋㅋ 여러분들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 질문 : 나는 대한민국의 청춘들을 믿는다?
▲ 두 분 모두 대한민국의 청춘들을 굳건히 신뢰한다고 합니다. 기성세대들이 늘 이야기하는 "젊은 것들은 안돼" 이런 말들과는 사뭇 대조되네요. 역시 저희들의 멘토이십니다~ 자, 그럼 안철수 박경철이 청춘들에게 고하는 뜨거운 열기의 현장으로 들어가 보시죠.
- 박경철 : 항상 똑같은 일을 해오다가 새로운 환경에 직면했을 때야 비로소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되고 개인 스스로가 주인이 된다. 법륜스님과의 첫 인연을 잠깐 소개하면, 전 가톨릭 신자다. 스님이 저보고 바빠 보인다고 했다. 바쁜 것 같은데 그 중 당신이 주인인 일이 몇 가지 있냐 질문하셨다. 그 순간 뒤통수에 벼락이 떨어졌다. 바쁘다 생각하고 살았는데 이 순간 내가 얼마나 주인으로 살고 있느냐에 대한 깊은 고민에 빠졌다. 요즘 같은 새로운 변화들 속에서는 청춘들이 안고 있는 고민의 종류가 굉장히 많을 것 같다. 안선생님은 고민 같은 거 안 하시는가?
- 안철수 : 고민이 굉장히 많았다. 사소한 고민도 있지만, 인생에서의 진로 결정이 가장 큰 고민이었다. 의대교수 시절에 그걸 그만 두고 기업을 창업하고 경영자가 되는 때와 CEO를 그만 두고 미지의 세계인 대학교수로 변신할 때가 가장 고민이 많았다. 우선 처해있는 상황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 처음부터 제가 원해서 시작한 일들은 아니다. 적극적으로 찾았다기보다 지금 하고 있는 열심히 하다 보니 선택의 기회가 다가왔다. 기회는 찾을 때만 생기는 게 아니라 자기에게 맡을 일을 꾸준히 하는 사람에게도 찾아온다.
의대에서 컴퓨터바이러스 연구로 옮긴 이유는, 의대가 적성이 안 맞아서가 아니라 논문을 잘 쓰려는 수단으로 컴퓨터를 배우는 과정에서 우연히 컴퓨터 바이러스를 알게 되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어서였다. 도전이란 선택을 했더라면 바로 뛰어 들어야했다. 그럴 수 있는 형편은 아니어서 7년 동안 같이 병행 했다. 하루 종일 의사로 열심히 살고, 새벽3시부터 6시까지는 컴퓨터바이러스 연구를 했다. 7년이 지나니까 이제는 선택할 수 있는 여건이 생기게 되더라. 지금 갖고 있는 걸 다 포기 하는 게 도전이 아니라, 지금 하는 일을 열심히 하면서 다른 분야에 대한 시행착오도 꾸준히 해보는 길도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다. 두 개 다 잘 하려면 두 배 열심히 해야 된다. 그러곤 마지막에 선택을 하는 거다.
기회를 적극적으로 찾기보다는 지금 하는 일을 한눈팔지 않고 열심히 하다 보면 선택할 기회가 찾아온다. 고생할 각오를 해야 한다. 양쪽 두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는 사람이 한마리 잡을 정도의 노력을 해서는 안 된다.
▲ 대전 충남대 정심화홀을 가득 메운 청춘들. 한 폭의 그림 같은 감동적인 모습^^
- 박경철 : 지금 하는 일이 적성에 맞지 않는데 먹고 살기 위해 일하고 있는 젊은이들이 많다. 그만두고 과감하게 달려나가는 게 두렵다. 또 자신의 가치관이 뭐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대답 못하고 가만히 있다. 내가 인생에서 어떤 것에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있어야 합당한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향해 걸어갈 수 있다. 결과 성취가 중요한 게 아니다. 가치관에 대한 확립 없이 길을 가고 있다면 끊임없이 고민하게 될 것이다. 이런 본인의 가치관의 문제, 노력의 문제, 미성숙의 문제도 물론 있을 수 있겠지만, 아무리 최선을 다하더라도 외적인 조건 자체 때문에 우리가 고민하게 되는 건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 안철수 : 흔히들 여건이 안 좋아서 다른 사람이 안 도와줘서 못한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많이 한다. 저는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능력이 내 여건이다. 내 능력이 이것 밖에 안 된다는 걸 인정했다. 불평만 하는 건 인생을 낭비하는 거다. 힘들더라도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해서 자신의 능력을 넓히는 기회로 삼아라. 아니면 아예 그걸 벗어나는 거다. 그게 자기 인생을 위해 도움이 된다.
- 박경철 : 안선생님 같은 분이 능력이 이 정도 밖에 라니요... 꼭 이런 분 있죠. 수석합격 해 놓고 비결을 물으니 그냥 학교 수업 열심히 들었다는 분.(웃음)
- 안철수 : 예전에 방송에 출연했을 때 초등학교 때 공부 별로 못했다고 했더니 제가 나왔던 초등학교 찾아가서 성적표를 찍어왔더라. ‘수’는 하나도 없고 전부 ‘미’ 아니면 ‘양’ 이렇더라. 저는 공부 잘하는 편이 전혀 아니었다.(웃음)
- 박경철 : 그 땐 저보다 못하셨네(웃음). 안선생님이 ‘미’를 맡았기에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 가능했던 것이다.(웃음) 하지만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서 우리 사회가 갖추어야 할 사회적 조건은 무엇일까? 허허벌판에 떨어지더라도 그 다음에는 환경의 문제 아니겠는가. 외부 환경이 우리를 절대적으로 지배할 때가 있다...
- 안철수 : 선진국의 경우 대부분의 일자리가 중소기업이나 창업에서 얻어지는 데 반해 우리나라의 산업구조는 대기업 위주여서 창업이나 중소기업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그나마 대기업은 중소기업에서 훈련받은 인재를 스카우트 하는 데만 몰두하고 있어 신입은 갈 곳이 없다. 청년 고용률로 보면 우리나라가 OECE 국가 최하위다. 이건 사실 사회구조적인 문제로 청년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거다. 같이 공감대를 형성해서 풀어야 된다. 문제 있다는 걸 모든 사람이 인식해야 한다.
사회적으로 창업이 활발하게 되어야 하지만, 우리나라는 한번 도전해서 실패하면 다시는 일어서지 못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개인이 감당하기엔 위험이 너무 많다. 창업을 두려워하면 새싹들이 안 자란다. 국가에 미래가 없어진다. 선진국들은 창업의 위험이 너무 크니까 사회가 그 위험을 조금씩 떼서 나눠 가진다. 그러면 창업이 활발히 일어나게 된다.
- 박경철 : 마지막으로 경륜에서 나오는 촌철살인의 지혜라고 할까, 청춘들에게 이런 목표를 가지고 살아라 말씀해 주시라.
- 안철수 : 어른 분들과 일할 기회가 많은데 포스코 이사회의 경우 제가 유일한 40대이고, 바로 윗분이 갓 60대가 되신 분이 있는데, 70대 어른들이 60대 되신 분에게 '내가 자네 나이면 못할 일이 없겠네' 라고 말을 하더라. 즉 60세 때는 나이가 많다고 생각해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못했는데 10년이 지나서 보니 늦지가 않았던 것. 세상에 늦은 때란 없다. 지금 시작하면 10년 후에 후회 안 할 수 있지만 지금 늦었다고 생각하고 실행하지 않으면 10년 뒤에는 반드시 후회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
- 윤여준 : 지금 여기에서 최선을 다하라.
- 박경철 : 저는 조정래 선생님의 말씀을 인용하겠다. 최선을 다해라. 최선을 다했다는 것은 자신의 노력이 스스로를 감동시킬 수 있을 때 그때 비로소 최선을 다했다고 하는 거다.
도전을 하고 싶을 때 자신의 가진 모든 것을 버리고 뛰어드는 길도 있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열심히 하면서도 다른 분야에 대한 깊이를 쌓아가며 선택의 기회를 기다리는 것도 방법이라는 말씀이 참 일리가 있었습니다. 안철수 교수의 실제 경험에서 나오는 이야기여서 굉장히 현실적으로 들렸습니다. 박경철 원장이 말한 “가치관이 뚜렸해야 목표를 세우고 나아갈 수 있다”는 말씀도 참 좋았습니다. 목표 없이 남들이 하니까 그냥 따라가는 건 아닌지 돌아봐졌습니다. 개인이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하는 문제도 있겠지만,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창업할 기회와 여건을 보장해주는 사회적인 제도 마련도 참 중요하겠다는 점을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개인의 노력과 사회를 올바르게 개선해가는 노력이 함께 병행되어야겠지요. 토크 강연을 시작하는 첫출발의 자리여서 그런지 대략적인 큰 그림들만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다음 강연부터는 보다 실질적으로 구체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올 예정이랍니다.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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