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이야기, 오늘도 시작합니다. 오늘은 남자 친구 몰래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는 것이 고민인 28살 여성분의 사연을 소개합니다.
“저는 20대 미혼 여성입니다. 작년에 취업이 됐어요. 그렇게 원하던 취업을 했는데도 저는 1년 만에 그만두었고, 정말 다행히도 바로 이직은 됐어요. 그런데 제가 여태 살아온 걸 돌아보면, 저는 어떤 걸 할 때는 정말 열정을 다 하는 편이고, 하고 싶은 것도 되게 많고, 호기심도 많습니다. 그래서 항상 이런 저런 걸 하다가도 끈기가 없어서 금방 그만두고 또 다른 데에 관심이 생겨서 또 그걸 하고 그랬거든요. 그래서 제가 그렇게 원했고 평생직장이라고 생각했던 곳도 1년 만에 그만두었습니다. 다행히 이직을 하긴 했지만 이직한 곳에서는 과연 얼마나 일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
저의 이런 성격 때문에 지금 만나는 사람과 결혼을 할 수 있을지, 결혼한 후에 이혼이라도 하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제가 다른 사람에 대한 호기심도 많은데, 사실 요즘 다른 남자한테 관심이 생겼어요. 그래서 제가 어떻게 해야 결혼 후에 이혼하지 않고 살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질문자는 지금 결혼했나요?”
“아직 안 했어요.”
“그럼 열 남자를 만나도 아무 문제가 없어요.”
“한 사람을 만나고 있는 중인데도 괜찮을까요?”
“그래도 돼요. 이 가게에도 들어가 보고, 저 가게에도 들어가 보고 그러면 됩니다.”
“그런데 들키면 안 되잖아요.”(모두 웃음)
“그 정도 들켰다고 성질내는 남자하고는 안 살면 됩니다. 그건 이미 불합격입니다.”
“그러다가 제가 평생 결혼 못 하면 어떻게 해요?”
“저처럼 안 하면 되지요. 제가 살아보니까 결혼 안 하고 살아도 아무 문제가 없어요. 결혼해서 사는 사람보다 제가 훨씬 더 행복해요. 그러니 그 걱정은 하지 마세요. 질문자는 지금 결혼 안 했잖아요? 지금 사귀는 남자하고 결혼하겠다고 약속했어요?”
“남자 친구가 요즘 들어서 자꾸 결혼하자고 얘기를 해요. 본인이 나이가 있으니까요. 부모님도 오신다고 하는데, 저는 도망가고 싶어요.”
“그럼 솔직하게 얘기를 해요.”
“얘기는 했어요.”
“나는 다른 남자도 가끔 마음에 든다고 얘기했어요?”
“그래도 제가 다른 누군가와 연락하고 있다는 말은 못 하겠기에 ‘당신도 선을 좀 보라. 진짜 나와 결혼을 하고 싶다면 이 사람, 저 사람, 다른 사람도 만나봐라. 그래도 내가 좋다면 결혼하는 게 맞겠지’라고 얘기를 했습니다.”
“그 얘기가 ‘나는 너 별로 안 좋아한다’는 말인데, 그 말귀를 못 알아듣는 거 보니까 그 남자가 좀 둔하네요. 그 말을 들으면 벌써 ‘아, 이 여자는 당장 나랑 결혼할 마음이 없구나. 좀 더 신중해야 되겠다’라고 생각해야 되는데요. 그런 남자와 결혼하면 나중에 좀 답답할 것 같네요.”
“지금도 너무 답답해요. 답답할 때가 너무 많아요.”(모두 웃음)
“그런데 그런 남자한테 무슨 미련이 있어요?”
“그런데 사람이 좋아요. 제 성격도 다 받아주고요. 이번에 새로 만난 남자는 완전히 정반대의 사람이거든요. 아직 만난 지 2주밖에 안 돼서 자세한 건 모르지만요.”
“새로 만난 남자는 뭐가 좋아요?”
“남자다워요.”
“그럼 남자와 결혼해서 살면 두들겨 맞고 그럴 지도 몰라요.”(모두 웃음)
“제가 스님의 즉문즉설을 하루에 3편 이상 듣고 있어요. 설거지할 때도 듣고, 씻을 때도 들어요. 그런데 연애에 대한 즉문즉설이 정말 많더라고요. 그래서 사실 이번에 질문 드려도 제가 들었던 즉문즉설의 답변과 비슷한 말씀을 하실 것 같아서 연애 문제 말고 제가 끈기 없는 것에 대해서 질문 드리려고 했는데, 스님 말씀 듣고 보니 연애 문제가 더 중요할 것 같더라고요.”
“그래요, 그게 중요하지요.”
“그래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말씀드리는 건데, 새로운 남자는 남자다운 게 좋아서 만났는데, 결혼하면 고집도 부리고, 저도 때릴 수 있을 것 같고, 지금 만나는 남자는 저를 다 받아주고 정말 좋지만 답답한 면이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질문자는 지금 어떤 상태냐 하면, ‘솜이 너무 폭신하고 부드러워서 좋은데 왜 이리 줏대가 없나?’, ‘칼은 날카로워서 좋은데, 왜 이리 부드럽지 못 하나?’ 이렇게 얘기하는 것과 똑같아요. 질문자는 욕심쟁이에요. 질문자가 ‘부드러워라’ 하면 부드러웠다가 ‘칼이 되라’ 하면 칼 됐다가 ‘솜 되라’ 하면 솜 됐다가 ‘따뜻해라’ 하면 따뜻했다가 ‘시원해라’ 하면 시원해져라는 격입니다. 상대편에게 만능을 요구하지만 실제는 그렇게 안 됩니다.
그러니 선택을 해야 됩니다. 질문자가 얘기하는 걸 다 받아줄 것 같은 남자랑 결혼해서 살아보면 그 남자는 그 점은 좋지만, 답답하고 줏대가 없어서 아무 결정도 못 내리고 그럽니다. 리더십 있는 남자랑 살아보면 이 남자는 완전히 자기 마음대로 하고 살아서 질문자의 말은 듣지도 않을 거예요. 두 남자의 장점만 합한 제3의 인간, 즉 두 사람을 섞어서 반반 합친 사람이 있다면 딱 좋겠지요?”
“예.”
“그런 인간은 없어요.(모두 웃음) 누구를 만나도 그렇게 제 마음에 다 드는 사람은 없습니다. 수많은 인간이 다 나쁘다고 하지만 거기에도 좋은 점이 있고, 좋다고 하지만 거기에도 제 입장에선 나쁜 점이 있기 때문에 그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고,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부드러운 게 좋으면 화끈한 걸 포기해야 되고, 화끈한 게 좋으면 부드러운 걸 포기해야 됩니다. 둘 다 가지려는 데서 질문자의 불행이 시작되는 거예요. 아직도 어느 쪽을 선택해야 될지 잘 모르겠지요?”
“예.”
“욕심 때문이에요. 어느 쪽을 선택해야 될지 잘 모를 때는 둘 다 버리면 됩니다.”
“예? 그렇게 하기에는 아직...”
“그럼 두 남자를 다 데리고 사세요. 하루는 이 집에 가고, 하루는 저 집에 가는 식으로 ‘동가식서가숙(東家食西家宿)’하면 돼요. 즉 동쪽에 가서 식사하고 서쪽에 가서 잠자면 되는 겁니다. 이 말이 어떻게 해서 생겼느냐 하면, 옛날 중국에 예쁜 처녀가 있었는데 혼사가 많이 들어왔어요. 그 중에 대표적인 두 남자가 있었어요. 서쪽에 사는 남자는 인물도 좋고 사람도 좋은데 가난했어요. 동쪽에 사는 남자는 부잣집 아들인데 인물이 형편없었어요. 그래서 아버지가 처녀한테 ‘어떡할래? 이 남자는 부잣집 아들이라 조건은 좋은데 남자가 신통치 않고, 이 남자는 사람은 참 좋은데 집이 너무 가난해서 네가 결혼하면 살기가 어렵겠다’라고 했어요. 처녀가 가만히 듣더니 ‘그럼 제가 동가식서가숙 하면 되겠네요’라고 했어요. 밥은 부잣집에 가서 먹고, 잠은 인물 좋은 남자 집에 가서 자겠다는 거예요. 굉장히 현명한 여자죠?(모두 웃음)
질문자는 꼭 동가식서가숙 하겠다는 그 처녀 같아요. 두 개 다 쥐려고 하니까요. 그런데 두 개 다 쥘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세상 사람이 다 그러고 싶지요.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 중에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하나를 버려야 되는 때가 있는 겁니다. 그렇게 두 개를 다 움켜쥐려고 하면 앞으로 고생길이 훤할 거예요. 그래서 질문자가 한 군데에 오래 못 있는 거예요. 이것 좀 하다가 저게 더 좋아보여서 저리로 갔는데 또 이게 더 좋아보여서 다시 이리로 오고, 질문자는 그렇게 동가식서가숙 하는 팔자, 정처 없이 떠도는 팔자예요.”
“그럼 제 팔자를 고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팔자 고치려면 그냥 지금 결혼하자는 남자와 결혼해서 답답하게 살면 됩니다. 그럼 팔자 고칠 수 있지요.”
“수행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살라는 건가요?”
“예, ‘사는 게 뭐 밥만 먹고 살면 되지’ 하는 마음으로 살면 돼요. 그리고 옛날에는 결혼 한번 하면 이혼을 못 하게 했기 때문에 위험부담이 컸는데, 요즘은 되게 어려우면 이혼해도 되니까 크게 걱정 안 해도 됩니다. 바람을 피웠거나 뭔가 마음에 안 드는 것이 생기면 ‘안녕히 계십시오’ 한 뒤에 동가식서가숙 하면 되지요. 질문자는 지금 밥 먹고 살기는 오래된 남자가 낫고, 놀기는 새로운 남자가 낫다는 거죠? 딱 동가식서가숙이네요.”(모두 웃음)
“그래도 오래 만난 남자 친구가 더 좋기는 해요. 잠깐 방황했다가 돌아오면 안 될까요?”
“그러면 결혼해서 살면서 남자답고 재미있는 남자 친구를 하나 더 두면 되지요. 요즘이 얼마나 좋은 세상인데 그런 걱정을 해요? 그러다가 들키면 좀 두들겨 맞으면 되고요. 걱정 안 해도 돼요.”(모두 웃음)
“그런데 도덕적으로 그러면 안 되잖아요.”
“이 세상에 안 되는 게 어디 있어요? 그래 봤자 이혼밖에 더 하겠어요? 괜히 다른 애인을 숨겼다가 나중에 들키지 말고, 미리 고백을 해 버리세요. ‘난 네가 좋긴 한데, 너만큼은 아니지만 또 좋아하는 남자가 있다’라고 얘기하세요. 그래서 그 말을 듣고 남자 친구가 기분이 나빠서 팍 가버리면 저절로 떨어져 나가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 남자가 ‘야, 그러지 말고 나하고만 살자’라고 하면 그 마음을 가상히 여겨서 다른 남자도 좋지만 포기하고 이 남자와 사세요. 양다리 걸치면 질문자만 고생이에요. 지금 양다리 걸치니까 머리가 안 아파요?”
“엄청 아파요.”
“그래요. 사실은 한 다리도 안 걸치는 스님이 제일 좋은 거예요.(모두 웃음) 그 다음은 한 다리 걸치는 것이 더 낫고, 양다리를 걸치는 것은 진짜 머리 아픈 거예요. 그게 좋은 것 같지만 들킬까봐 신경 써야지, 변명해야지, 사람이 할 짓이 아니에요. 그러니 질문자도 교통정리하세요.”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직업에 대해서도 말하자면, 질문자가 자꾸 뭘 바꾸는 업식을 고치기 위해서는 취직한 곳에 무조건 3년 동안 다녀보는 겁니다. 수행 삼아서요. 회사가 망해서 월급을 안 줘도 그냥 출근을 해야 돼요. 그리고 결혼해서도 최소한 3년은 결혼한 남자랑 무조건 살아야 합니다. 그래야 그 병이 고쳐져요. 왔다 갔다 하는 병은 옛날부터 천일기도로 고쳤습니다. 아무리 유혹이 있어도 천일 동안 기도하는 일만 하는 거예요. 그러면 그 업식이 고쳐집니다. 그런데 보통 천일을 못하고 자꾸 그만두면 그게 습관이 되어서 안 고쳐집니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모두 박수)
박수갈채에 이어서 스님은 질문자에게 추가로 더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그런데 결혼하기 전에는 이 남자와 사귀다가 저 남자가 좋아보여서 저 남자도 사귀어 보는 건 도덕적으로 죄가 안 됩니다. 법적으로 죄가 안 되는 건 물론이고요. 왜냐하면 처녀, 총각에게는 많은 사람 중에 자기가 괜찮은 사람을 선택할 권리가 있으니까요. 그런데 연애 중에 한눈을 팔면 원래 사귀던 사람을 놓치기가 쉽지요. 그러니 질문자도 두 남자 중에서 너무 고르려고 하다보면 산토끼 잡으려다가 집토끼 놓치고 나중에 울면서 후회하게 될 거예요. 집토끼는 제 것 같으니까 놔두고 다른 거 챙기는데, 막상 잃어버리면 얼마나 아까운지 알아요? 아무리 만나 봐도 그만한 게 없다고 하게 될 거예요. 그래서 욕심은 괴로움이 된다고 말하는 거예요. 질문자에게는 남자를 고를 권리가 있지만 너무 욕심내면 나중에 괴로움이 따른다는 겁니다.”
연애와 결혼에 대한 질문을 선택했는데, 마지막에 직장 문제도 함께 연결되면서 질문자도 고개를 끄덕이며 밝게 웃었습니다. 청중들도 공감을 표하며 격려의 박수를 함께 보냈습니다. 우리는 상대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고 있기 때문에 괴로울 수밖에 없다는 말씀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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