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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 즉문즉설

“사소한 것에 삐지는 철없는 아버지, 어떡하죠?” 법륜 스님의 답변

안녕하세요.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오늘도 시작합니다. 오늘은 월급보다 카드 값이 더 많이 나오고, 사소한 것에 잘 삐지는 철없는 아버지 때문에 고민이라는 20대 여성의 사연을 소개합니다.

 

 

“저는 철없는 아빠 때문에 고민입니다. 저희 아빠는 월급보다 카드 값이 더 나옵니다. 또 빚이 이미 있는데도 대출을 받았습니다. 노후 걱정을 전혀 안 하시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너무 잘 삐칩니다. 어제는 아빠가 술을 드시다가 엄마에게 안주로 빵을 달라고 하셨는데 엄마가 설거지 중이니 직접 가져다 드시라고 하시니까 삐쳐서 그냥 주무시러 들어가셨습니다.(모두 웃음) 

 

그리고 집안일도 거의 안 하십니다. 수입도 엄마가 더 많고 집안일도 거의 다 하십니다. 그 와중에 아빠는 골프를 치러 다니십니다. 이런 아빠를 볼 때마다 좀 한심해 보이고 어이가 없고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모두 웃음)

 

“남의 집 부부가 사는 데 너무 그렇게 끼어서 간섭하지 마세요. 자기들이 좋아서 그렇게 사는데 질문자가 왜 끼어들어서 그래요? 늙은 남자 붙들고 시비하지 말고, 나가서 질문자랑 살 젊은 남자나 구하세요.”(모두 큰 웃음)

 

“저도 그 생각을 했어요. 지금 취업준비생인데 이제 면접도 다 봤으니까 조만간 나갈 것 같은데요. 또 걱정인 게 저한테는 가족이지만 제가 결혼을 하게 되면 남편에게는 짐이 되지 않을까 해서요.”

 

“질문자 남편한테 왜 짐이 되는데요?”

 

“어머니 아버지가 노후 자금을 마련 안 했으면 그 부양 책임이 당연히 저한테 다 올 테니까요. 딸이 저 하나거든요.”

 

“아니요, 안 와요. 앞으로는 노후 문제를 국가가 책임지지 질문자에게 책임지우지 않아요. 아무 걱정 안 해도 돼요.”

 

“어머니 아버지가 수입이 없게 되면 집세랑 생활비랑...”

 

“수입이 없으면 안 내도 돼요. 걱정 안 해도 돼요. 그건 아직 생기지도 않은 일이에요. 질문자는 결혼했어요?”

 

“아직 안 했습니다.”

 

“남자친구는 있어요?”

 

“있어요.”

 

“언제 결혼할 거예요?”

 

“5년 뒤에 할 거예요.”

 

“내년 대통령 선거 때 선거만 잘하면 그런 건 다 국가가 책임지도록 돼요. 아시겠어요?”(모두 웃음)

 


“그러면 지금 제가 아빠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건 어떻게 해요?”

 

“질문자가 질문자와는 상관없는 남의 살림에 간섭을 해서 스트레스를 받는 거니까 그건 질문자의 문제지 아빠 문제가 아니에요. 아빠는 좋게 말하면 괜찮은 여자를 만나서 편하게 사는 거예요.(모두 웃음) 

 

그게 샘나요? 질투심이 나고 얄미워요? 부부 둘이서 사는데 질문자가 관여할 일은 아니에요. 그게 뭐가 문제인지 저는 전혀 모르겠어요. 아빠가 술 마시고 있고, 엄마는 설거지하고 있고, 아빠가 안주로 빵 갖다 달라 했는데 엄마가 ‘네가 갖다 먹어라’ 그러니까 아빠가 삐쳐서 방에 들어가서 자면, 술도 덜 마시고 좋잖아요.(모두 웃음) 

 

그런데 거기에 질문자가 관여할 일이 뭐가 있어요? 뭔가 나빠진 것도 없고, 아무 문제도 없는 일이잖아요. 그랬을 때 아빠가 상을 뒤집어엎거나 엄마를 때리거나 살림을 부순다면, 저와 대화가 필요한데, 굉장히 착한 아버지잖아요. 그냥 삐쳐서 방에 들어가서 조용히 자는 남자가 흔치 않아요. 질문자 복으로는 그런 남자 못 만나요.”(모두 박장대소)


 

“그러면 아빠가 빚이 있는 것도 제가 걱정할 일이 아닌가요?”

 

“걱정할 일 아니에요. 나중에 질문자에게 빚이 상속될 때 ‘나는 상속 안 하겠습니다’ 하고 서명해 버리면 끝이에요. 아무 문제없어요. 빚도 상속이 되긴 돼요. 그런데 상속이란 부모님의 재산이 있더라도 내가 안 받겠다고 하면 국가로 가고, 빚도 내가 상속을 안 하겠다고 하면 국가로 가요. 질문자하고는 아무 상관없어요.”

 

“그런데 이런 저희 부모님을 보고 남자친구가 좀 실망을 하면 어떡하죠? 그 걱정도 좀 됩니다.”

 

“그런 수준의 인간이면 아예 결혼하지 마세요.(모두 웃음) 결혼해서 질문자와 처갓집 덕이나 좀 보려드는 수준의 남자친구라면 실망하겠죠. ‘뭐 좀 있나’ 싶어서 결혼했는데 별로 없다고 실망할 수준이면 미리 안 하는 게 낫죠. 집안 사정을 미리 공개를 해서 실망하는지를 딱 보고, 실망한다면 아까워하지 마세요. 살다가 헤어지는 것보다 미리 헤어지는 게 훨씬 나아요. 살다가 헤어지면 나중에 아이들의 촌수가 복잡해져요.”(모두 웃음) 

 

“시부모님께서 반대하면 어떡하죠? ‘쟤네 집은 빚도 있고, 만나보니까 어머니 아버지가 좀 별로인 것 같다’라고 하면요?”

 

“시댁에서 반대하는 게 질문자의 결혼과 무슨 관계가 있어요? 내가 시아버지와 결혼하는 것도 아니고 시어머니와 하는 것도 아닌데요. 그건 남자친구가 알아서 하겠죠. 부모가 반대한다고 망설이는 인간하고는 살 필요가 없어요. 그런 사람은 한 늙은 여자의 아들로서는 훌륭할지 몰라도 젊은 여자의 남편으로서는 살아보면 골치 아파요. 다들 살아보니까 그런 거 못 느껴요?(모두 박수) 

 

 

같은 사람이라고 해도 늙은 여자의 아들로서는 괜찮은 사람이지만, 한 젊은 여자의 남편으로서는 신통찮은 남자가 있어요. 이 두 역할은 똑같이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그래서 효자하고 결혼해보면 별로 사는 데 도움이 안 돼요.”(모두 웃음) 

 

“그럼 저는 이제 아빠가 대출을 받든 삐치든 그냥 상관 말까요?”

 

“질문자와 아무 관계없는 일이에요.” 

 

“‘그런가 보다’ 하고 그냥 제 할 일 하면 돼요?”

 

“‘그런가 보다’ 할 것도 없어요. 관심을 꺼요. 신경을 끄세요.”

 

“엄마가 또 스트레스 받아 하시니까요.” 

 

“그건 부부 사이의 문제인데 시집도 안 간 질문자가 왜 남의 부부 사이에 관여를 해요? 거기 신경 쓸 에너지가 있으면 자기 결혼이나 빨리 해요.”

 

“그러면 그냥 그것에 대해서 생각 안 하면 되는 건가요?”

 

“생각을 안 하는 게 아니라 할 필요가 없어요. 생각이 들면 그냥 머리를 흔들어서 던져버리세요. 엄마가 뭐라고 하소연을 하면 그냥 들어주세요. 대신 엄마 하소연을 듣고 아빠를 미워하면 안 돼요.”

 

“저는 아빠를 미워하는데요.”

 

“그러면 질문자가 엄마의 경계에 팔린 거죠. 엄마의 꼬임에 질문자가 넘어간 거예요. 질문자가 아빠를 미워하면 질문자는 불효하는 거예요. 아빠가 질문자에게 아무 잘못도 안 했는데, 왜 아빠를 미워해요? 그건 나쁜 ‘니은-여-니은’이죠.”(모두 큰 웃음)

 

“그러면 어떻게 그 미움을 없애야 하나요?”

 

“어떻게 없애긴요? 아빠는 질문자한테 아무런 잘못도 안 했는데 왜 그래요?”

 

“저도 아빠한테 스트레스 받아요. 툭하면 삐치니까요.”

 

“아니, 삐치는 건 자기 성질인데 뭘요. ‘아빠는 저런 성질이 있구나’ 이러면 되죠. 상대가 내가 원하는 대로 안 된다고 해서 그 사람이 나쁜 사람은 아니잖아요. 질문자가 제 팔을 붙들고 ‘스님, 나하고 결혼해요’ 하는데 제가 ‘안 한다’ 이런다고 제가 나쁜 사람이에요?”(모두 웃음) 

 

“아뇨.”

 

“그래요. 나는 ‘이랬으면 좋겠다’ 해도 아빠가 그렇게 안 해줘요. ‘빚 내지 마라’ 하는데도 빚  내고, ‘카드 긁지 마라’ 하는데도 긁고 다닌다고 해서 나쁜 사람인 건 아니에요. 카드회사 입장에서는 좋은 사람이고 훌륭한 고객이에요.(모두 웃음) 

 

 

누가 보느냐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아빠를 미워할 이유는 없다는 거예요. 아빠를 좋아하고 않고는 내 자유이지만, 질문자에게는 아빠를 미워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거예요. 내 마음에 안 든다고 미워하면 이 세상 사람들 다 미워해야 되잖아요. 오늘 소풍가려고 했는데 비가 온다고 하늘을 미워하면 질문자만 괴로워요. 내 마음에 들고 안 들고는 내 마음의 문제이지, 내 마음에 안 든다고 상대를 미워할 일은 아니라는 거예요. 두 부부가 자기들끼리 이야기 주고 받다가 자기들끼리 삐쳐서 한 명은 들어가 자고, 한 명은 설거지했는데, 그걸 가지고 질문자가 아빠를 미워할 이유가 뭐가 있어요? 질문자야말로 정신감정을 좀 해봐야겠어요.(모두 웃음)

 

그러니 기도를 이렇게 해보세요. ‘아빠를 어떻게 바꿔주세요’ 이렇게 기도하면 하나님도 그건 못 들어줘요. 기도해봐야 해결도 안 되고요. 그런데 살펴보면 사실은 아무 문제도 없어요. 그러니 질문자가 교회에 다닌다면 이렇게 기도하세요. 

 

‘하나님, 저는 아무 문제도 없습니다. 항상 주님의 은혜 속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무 문제가 없기 때문에 기도를 안 해도 되고, 만약 기도를 한다면 ‘감사합니다’ 하고 기도하면 된다는 말입니다.”

 

“저는 제가 독립하는 게 방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당연히 스무 살 넘었으니까 독립해야죠. 그 집에서 밥 먹고 살려면 밥값을 해야 해요. 방 하나는 질문자가 따로 써요?”

 

“네.”

 

 

“그러면 부모님한테 방값을 내야 해요. 방값을 낼 형편이 안 되면, 반드시 최저임금 6,000원씩 계산해서 그만한 시간을 집에 취직했다 생각하고 일을 해야 해요.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딱 지어서 ‘어머니, 아버지, 식사하십시오’ 이렇게 해서 식사하시게 하고, 설거지해놓고 출근하고, 퇴근하고 와서 빨래하고, 다른 일도 하세요. 그렇게 아침에 두 시간 저녁에 한 시간 일해서 세 시간 일하면 하루에 18,000원을 낼 수 있잖아요. 그렇게 곱하기 30일 해서 ‘방값 50만원, 제가 드렸습니다’ 하면 됩니다. 이렇게 딱 자립을 해야 한다는 거예요. 꼭 돈을 갖다 줘야 자립이 아니에요. 

 

스무 살이 넘으면 우선 자기 생존을, 즉 자기 삶을 자립해야 합니다. 두 번째로 의사결정을 자기가 해야 해요. 아버지가 뭐라 그러든 어머니가 뭐라 그러든 그건 참고사항이고, 최종 결정은 내가 하는 거예요. 결혼을 하라 마라는 그들의 조언이고, 어떻게 할 건지는 내가 결정해야 하고, 책임도 내가 져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첫째, 의사결정의 자주성, 둘째, 생존에 대한 자립, 이 두 가지를 반드시 갖춰야 성인이 되는 거예요. 스무 살이 넘으면 그렇게 해야 합니다. 그렇게 안 하면 아무리 겉으로 나이를 먹었어도 미성년자예요. 스무 살이 넘었는데도 부모의 지원을 받고 있어서 자립을 못했다면 그런 건 다 빚이에요. 질문자가 지금 부모의 지원을 받고 살고 있다면, 아버지가 부모라서 돈을 주는 게 아니라 질문자에게는 스폰서예요. 질문자는 좋은 스폰서를 둔 거예요. 그러면 고맙게 생각해야죠. 스폰서가 술을 마시든, 부부끼리 싸우든, 그들의 인생일 뿐 나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어요. 

 

그래서 나와서 사는 방법이 하나 있고, 그 집에 살더라도 방값을 내거나 그만큼 일을 하고 사는 방법이 있어요. 그러나 그 집일에는 관여를 하지 마세요. 그 집은 그 집 사람들이 알아서 살아갈 거예요. 질문자를 낳기 전부터 두 부부는 잘 살았잖아요. 그런데 질문자가 둘이 사는 데 개입해서 ‘이래라, 저래라’, ‘콩 놔라, 팥 놔라’ 하는 게 말이 돼요? 좀 상식적으로 생각해봐요. 불효막심한 짓이죠.(모두 웃음)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기 전부터 그들은 그렇게 살아온 거예요. 그러니 그건 내가 관여할 일이 아닐뿐더러 설령 관여한다 하더라도 털끝만큼도 개선될 수 없는 일이에요. 질문자는 지금 쓸데없는 데 신경 쓰고 있는 거예요.”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모두 박수)

 


남의 부부 사는데 신경 끊으라는 스님의 명쾌한 답변에 청중들은 배꼽을 잡고 웃었고, 질문한 여성분도 스님 말씀을 잘 이해한 듯 환하게 웃으며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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