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오늘도 시작합니다. 오늘은 바람피우는 모습이 아내에게 발각되어 이혼 위기에 처한 남성 분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비록 자신이 잘못을 저지르기는 했지만 가정만큼은 지키고 싶어하는 남성 분의 하소연에 스님은 지혜로운 답변을 들려주어 참석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자아내었습니다.
“제가 바람을 피우다가 모텔에서 나오는 모습을 아내에게 카메라로 찍혔습니다. 그 뒤로 저 혼자 술도 많이 마시고, 자학도 많이 하고, 절에 가서 기도도 하고, 108배도 지금 137일째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절을 하다보니 미운 감정이 올라옵니다. ‘평생 동안 잘해주다가 그거 한 건이 걸렸을 뿐인데, 그 한 번을 용서해 주지 못하는 것일까’ 하는 마음에 가슴이 아픕니다. 30년을 같이 살아주었는데 재산 때문에 이러는 건가 싶어서 ‘가져갈 것 다 가져가라’ 했습니다. 어제 223일 만에 처음으로 아내와 통화를 했습니다. 27살, 28살 딸이 있고, 22살 아들이 있고, 막둥이가 고1인데 아이들이 너무 마음에 걸립니다. 그냥 이혼을 받아들여야 하는지, 가정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가정에 문제가 있어서 작년 3월경에 점을 봤는데, 점쟁이가 ‘사장님은 카메라에 찍힐 겁니다. 그리고 10월경에 날아오는 문서를 받게 될 겁니다. 조심하세요’ 라고 했어요. 그래서 제가 조심을 많이 했거든요. 그런데 이거 참 요지경인데, 이런 일치도 있나 싶게 점쟁이의 예언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아, 하늘에서 이런 벌도 주는구나’ 했거든요. 지금은 많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바람 피우다가 걸려서 이혼소송을 당했습니다. 이혼소송은 지금 진행 중입니다. 재판을 두 번 했고 어제가 세 번째 재판인데 제가 법정에 안 갔습니다.”
“왜요?”
“‘당신 원하는 대로 하십시오’ 하는 마음으로 안 갔습니다. 저는 변호사도 선임하지 않았어요. 저쪽에서 원하는 대로 다 해 주려고 합니다.”
“질문자는 뭘 원해요?”
“이혼을 안 하길 원합니다.”
“부인은 뭘 원해요?”
“이혼을 원하는 것 같아요.”
“그럼 재산을 절반으로 갈라서 주면 되잖아요.”
“저는 ‘원하는 대로 다 가져가라’ 라고 했습니다, 솔직히 마음이 좀 아픕니다.”
“그러면 부인이 이혼 안 하겠다고 나올까 싶어서 그랬지요?”
“예, 솔직히 그랬습니다.”(모두 웃음)
“질문자가 꼼수를 부렸네요. 그렇게 꼼수 부리다가 당합니다. 재산도 다 가져가고, 이혼도 해 버릴 수가 있어요.”
“그렇겠지요. 그래도 줘야지요. 뭐.”
“저처럼 한 번도 결혼 안 해 보고 혼자 사는 사람도 있는데, 질문자는 결혼도 해 보고 아이도 낳아 키워 봤잖아요. 그러니 저 같은 사람을 생각하면 앞으로 혼자 사는 게 그리 어렵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스님, 도리어 혼자 살아왔다면 습관이 박혀서 수월했을 건데, 저는 아이들과 같이 살아봤기 때문에 혼자 사는 게 더 힘든 것 같습니다. 남들은 혼자 사는 게 편하다고 하던데 저는 상당히 어려운 것 같아요.”
“객관적으로 봤을 때 결혼도 한번 못 해 본 사람하고, 결혼 한 번 해서 잘 살다가 그만 둔 사람 중에 누가 더 조건이 나아요?”
“제가 좀 더 좋은 조건인 것 같습니다.”(모두 웃음)
“그런데 왜 힘들어요? 한 번도 안 해 본 저도 이렇게 싱글싱글 웃으면서 사는데요. 제가 볼 때는 별일 아니에요. 질문자는 지금 선택의 여지가 많잖아요. 다 넘겨주고 혼자 자유롭게 살든지요. 스님도 혼자 사니까요. 아니면 이혼은 했어도 전 부인한테 좋은 감정이 남아있다면 가끔 연락을 해서 연애를 하자고 하든지요. 결혼하자고 하지는 말고요. 아니면 또 다른 그 여자와 자유롭게 연애하든지요. 이혼했으니까 더 이상 부인 눈치 안 봐도 되잖아요. 아니면 부인이 마음을 바꿔서 ‘다시 집으로 오너라’ 할 수도 있으니까 다시 가서 살든지요. 길은 여러 가지인데 뭐가 걱정이에요?”
“아이들의 결혼도 앞으로 남아있는데 울타리라는 게 필요하잖습니까?”
“그런 걱정은 할 필요 없어요. 질문자가 재혼을 해서 산다면 몰라도 혼자 있으면 아이들이 결혼할 때만 가서 부인과 함께 쇼윈도우 부부 역할을 하면 됩니다. 그런 건 큰문제가 안 됩니다.
그런데 부인이 질문자한테 독하게 하는 건 부인이 질문자를 너무 믿었기 때문입니다. 부인이 평소에 질문자를 안 믿고 의심을 자주 했다면 이렇게까지 충격을 안 받았을 겁니다. 부인이 너무 질문자만 쳐다보고 살았기 때문에 충격이 너무 커서 지금 독하게 나오는 거예요.
그리고 사람마다 다 성격이 다르거든요. 여자분들 중에는 ‘다른 여자랑 살림을 차린 것도 아니고, 밖에 자식을 낳아둔 것도 아니고, 그냥 한번 그런 일이 있었던 것이니까 바가지만 좀 긁고 봐주자’ 하는 사람도 있고, 반면에 ‘나를 두고 딴 여자를 봐? 나는 혼자 살면 혼자 살았지 바람피운 인간과는 절대로 같이 살 수가 없다’ 하는 사람도 있다는 겁니다. 사람마다 다 가치관이 다르니까요. 지금 질문자는 ‘내가 평생 돈 벌어서 다 보살펴주고 그랬는데, 한 번 실수한 걸 가지고 이렇게까지 가혹할 수가 있느냐’ 하며 억울해 하는 것 같아요. 자기 잘못은 하나도 생각 안 하고 말이에요. 예를 들어 남의 뺨을 다섯 대나 때려놓고 항의를 받으니까 ‘미안하다’ 하고 한 번 사과를 했는데, 상대가 더 화를 낸다고 자기도 화를 내면서 ‘내가 미안하다고 그랬는데 왜 너는 계속 이렇게 항의를 하느냐?’ 라고 하는 것과 같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질문자는 ‘아내에게 그것이 참 큰 충격이었구나. 나는 안 들키면 그만이고, 설사 들킨다고 해도 작은 문제겠지 하면서 가볍게 생각했는데, 부인한테는 큰 충격이었구나. 나는 돈 잘 벌어주는 게 중요한 줄 알았더니 아내는 그런 것보다는 자기만을 쳐다보기를 더 원하는 여자였구나’ 하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왜 그런 여자와 결혼을 했어요? 남자가 바람을 피워도 바가지만 좀 긁다가 그만두는 여자를 사귀지 그랬어요. 그런데 질문자는 이번 사건 이전에는 부인을 좋아했어요?”
“그냥저냥 살았던 것 같습니다.”
“그냥저냥 한데다가 이렇게까지 난리 피우는 여자랑 굳이 살려는 이유가 뭐예요? 그냥저냥 한다고 질문자가 먼저 이혼하자고 했다면 아이들한테 참 체면이 안 섰을 텐데, 이렇게 부인이 난리를 피우니까 오히려 질문자는 나중에 아이들한테 할 말이 있잖아요. ‘물론 내가 잘못은 했지만 너희 엄마가 저렇게까지 하니까 내가 무슨 방법이 있겠냐? 내가 어떻게 하겠냐?’ 하고 얘기하면 되지요. 오히려 마누라가 극성을 피울수록 질문자한테는 유리하네요.(모두 웃음)
그러면 아이들한테 체면도 서잖아요. 아이들도 ‘아빠가 잘못했다’고 하다가도 엄마가 너무 극성을 부리면 나중에 ‘아무리 아빠가 잘못했지만 엄마도 너무 한다’ 라고 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부인이 극성을 부리는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그리고 판사도 너무 그렇게 극성을 부리는 사람을 보면 판결에 반영을 합니다. 질문자는 법정에 가서 ‘판사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우리 부인은 정말 저를 사랑했고, 저도 부인을 사랑했는데, 친구들과 술 먹다가 이렇게 실수를 했습니다’라고만 말하세요.
그런데 질문자는 술 먹다가 딱 한 번 실수를 한 거예요? 아니면 원래 하나 봐뒀다가 따로 살림을 차린 거예요?”
“고민이 있을 때 같이 대화를 많이 했습니다.”
“그 정도면 부인의 입장에서는 화날 만하네요. ‘고민이 있으면 30년 같이 산 나하고 얘기해야지 어떻게 딴 여자한테 얘기를 하느냐? 몸은 나한테 있었지만 마음은 딴 데 가 있었네?’ 하니까 얼마나 섭섭하고 화나겠어요? 그러니까 질문자가 만약 이혼을 안 하고 싶다면 계속 ‘제가 잘못했습니다. 그러나 한 번만 용서해주면 가정을 잘 지키고 살겠습니다’라고 하세요. 그러면 판사가 중재를 합니다. 최종적으로 이혼을 하라고 판결을 내리더라도 질문자가 진심으로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면 판사는 보이지 않게 질문자에게 유리하게 해 줍니다. 질문자가 바람을 피워서 이혼 사유를 제공을 했기 때문에 조금 불리하지만, 그래도 그렇게 사과를 해야지 ‘네가 재산 다 가져가라’라고 하면서 법정에 출석도 안 하면 질문자는 재산도 날리고 외로워집니다. 재산분할 됐어요?”
“아니오.”
“그냥 재산을 주는 건 바보입니다. 그렇게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아요. 오늘 질문 잘 했어요. 오늘 질문해서 딴 건 못 찾을지 몰라도 재산의 반은 찾았습니다.(모두 웃음)
성질이 나서 어떤 걸 결정하면 안 돼요. 그렇다고 이해를 따져서 부인한테 하나도 양보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도 나쁘지만요. 질문자도 다 대한민국 국민이니까 대한민국의 헌법과 법률에 보장된 권리가 있습니다. 그걸 못 찾아먹는 건 바보이지 착한 사람이 아닙니다. 정당하게 주어진 권리를 찾는 건 나쁜 게 아닙니다.
그렇다고 질문자가 변호사를 살 이유는 없습니다. 질문자가 뭘 잘 했다고 변호사를 사겠어요? 질문자는 그저 법정에 나가서 ‘잘못했습니다. 용서를 빕니다.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라고만 하세요. 그렇다고 이혼을 안 당하는 건 아닙니다. 바람을 피운 건 이혼 사유에 해당되기 때문에 질문자가 불리하니까요. 그러니 질문자는 자기를 내세우지 말고 무조건 용서를 비세요. 그런데 ‘잘못 했습니다’ 라고 하는 것과 ‘내가 잘못했으니까 재산은 다 네가 가져라’ 라고 하는 건 다릅니다. 재산은 분할해서 부인을 드리세요. 그런데 질문자도 재산을 좀 가지고 있어야 나중에 아이들을 지원해 줄 수도 있고, 또 부인에게 다만 얼마라도 생활비로 보내줄 수 있지요. 그렇게 해야 좋지 지금 한꺼번에 다 주면 상대는 고마운 것도 모를 겁니다. 질문자는 실수를 한 번만 한 게 아니라 연속해서 하고 있어요. 질문자가 바보같은 거죠.”
“솔직히 얼마나 욕심 내는지 한번 보고 싶어서 다 가져가라고 얘기한 겁니다.”
“그런 꼼수를 쓰면 안 되지요. 질문자는 지금 자기가 잘못했다는 마음이 전혀 없네요. ‘한 번 바람 피운 것 같고 그러냐?’ 하는 마음 뿐이네요. 만약 반대로 질문자가 부인이 오랫동안 외간 남자를 두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면 부인을 그냥 놔두었겠어요?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보세요. 질문자는 그냥 이혼만 청구할 사람이 아닙니다. 그냥 두드려 팰 사람이에요. 배우자를 두고 바람을 피우는 건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 보면 엄청나게 기분 나쁜 일입니다. 그러니 질문자가 잘못한 건 잘못했다고 해야 됩니다. 그러나 사과는 하되 법에 보장된 권리는 포기하면 안 됩니다. 그리고 ‘얼마나 가져가는지 한번 보자’ 하는 건 또 무슨 태도예요? 그게 잘못한 사람의 반성하는 태도라고 할 수 있겠어요?”
“죄송합니다.”
“일은 이미 벌어진 일이잖아요. 그죠?”
“예.”
“그래서 다시 주워 담을 수도 없어요. 부인한테 비굴하게 빌 건 아니지만 항상 ‘여보, 당신한테 너무 큰 충격을 줘서 미안해요. 힘들겠지만 한번만 용서해 준다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할게요. 나는 정말 당신과 아이들을 사랑하기 때문에 함께 지내고 싶어요’ 라고 해야 됩니다. 빈말이라도 자꾸 그렇게 해야 본인에게 유리해요.
그런데 그렇게 잘 안 될 거예요. 보면 성질이 나니까요. 그러니 질문자는 매일 108배를 하면서 ‘여보, 미안해요. 그게 당신한테 그렇게 큰 충격이 될지 내가 어리석어서 몰랐어요. 정말 미안해요’라고 하세요. 부인이 독하게 나올수록 질문자는 ‘재산 탐내나?’ 하고 생각하지 말고 ‘정말 충격이 컸나 보구나’ 하세요.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린다는 말이 있듯이 착한 사람이 독심을 품으면 무서운 거예요.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말은 약자를 밟으면 그런 문제가 생긴다는 겁니다.
질문자가 부인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걸 참회하는 절을 자꾸 하다보면 부인이 화를 내고, 되지 않는 소리를 해도 질문자가 그걸 들을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처음에는 질문자도 부인에게 잘못했다고 하다가 부인이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세게 나오면 ‘나만 잘못했냐? 너는 잘했냐?’ 라고 하게 될 텐데, 그럼 사과했던 게 다 수포가 되니까 그럴 때일수록 10번 100번이라도 ‘미안하다’ 라고 해야 합니다. 그럴 힘을 키우려면 절을 해야 돼요. 그리고 법정에 가서는 ‘판사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가정을 지키고 싶습니다. 제가 가정을 지킬 수 있게 좀 도와주세요’ 라고 말하세요. 이미 엎질러진 물이지만 그렇게라도 해야 반이라도 주워 담을 수 있어요. 그마저도 ‘반 가지고 뭐 하느냐?’ 하면서 발로 차면 질문자만 손해에요.
여성분들, 남자 심정이 어떤지 이해가 돼요? 여기 여성분들만 손들어 봐요. ‘그래도 30년 살았는데 바람 한 번 피웠다고 이렇게까지 하는 건 좀 심하다’ 하는 남자들의 얘기가 이해가 된다 싶은 사람은 손 한번 들어봐요. 질문자는 한번 둘러보세요. 손든 여자가 한 명도 없잖아요. 질문자 부인이 독해서 그런 게 아니에요.”
“예, 잘 알았습니다. 많이 반성이 됩니다.”
근심이 가득했던 남성 분도 얼굴이 붉어지며 자신의 모습을 깊이 뉘우치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어서 스님은 청중석에 있는 여성 분들에게 다시 질문을 했습니다. 뉘우치고 반성하는 질문자는 그렇다치고, 여성들도 이런 남자를 좀 이해해주면 어떻겠는지 예수님을 예로 들며 물어보았습니다.
“그런데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이해해 줄 수 있다는 여성이 한 명도 없어요. 예수님은 당신을 십자가에 매단 사람을 위해서도 ‘주여, 저들을 용서하소서’ 라고 하셨는데, 여러분은 바람 한 번 피운 남자 한 명을 용서 못한다는 거예요?”
(청중석에서 큰 목소리로) “용서가 안 돼요. 저는 기독교인이 아니라서요.”(모두 웃음)
“그러니까 교회를 좀 다니세요. 교회에 다니면 용서가 될 텐데 왜 교회를 안 다녀요. 일요일에 뭐해요? 교회에 좀 가세요.”(모두 웃음)
청중석은 순식간에 웃음 바다가 되며 큰 박수로 질문자를 격려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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