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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 즉문즉설

"동종 업체를 차린 것에 처남이 반발, 어떡하죠" 스님의 답변

안녕하세요. 오늘 법륜 스님은 아침 9시 30분부터는 정토회 자원활동가들과 함께 문경 용추계곡에서 즉문즉설 시간을 가졌습니다. 야외에 단을 펼쳐놓고 법을 설한다는, 그야말로 ‘야단법석’이 펼쳐진 것입니다. 


지난 주에 봄비가 흠뻑 대지를 적신 뒤라 하늘은 높고 바람은 시원하며 풀과 나무는 싱그러웠습니다. 계곡을 따라 월령대까지 오르다가 계곡 반대편 길을 따라 선유동 계곡으로 내려가니 넓은 바윗돌이 있고 그 위로 맑은 물이 흐르고 모였다가 다시 흐릅니다. 대중은 가장자리의 바윗돌에 정토회별로, 법당별로 둘러앉아 스님을 향해 앉았습니다.


모두 9명이 질문을 했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처남과 동종 업계에서 사업을 하게 되면서 사이가 계속 안 좋아지고 있는데 어떻게 관계를 풀면 좋을지 물었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저는 15년 동안 처남 밑에서 직장생활을 했습니다. 이제는 처남이 자기 아들한테 업을 물려주겠다고 하고 있고, 제 아내도 거기에 지분이 좀 있었습니다. 저도 회사가 어느 정도 성장하는데 기여를 했는데, 처남이 회사를 자기 아들한테 물려준다고 하면서 저와 사이가 나빠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바로 근처에 있는 동종 업체를 인수해서 운영해 보겠다고 나섰는데, 처남은 제가 자기를 배신했다면서 ‘그동안 내가 돌봐줬는데, 너가 나가서 얼마나 잘 되나 보자’는 식으로 경쟁심을 보이더라고요. 그래도 처음에는 저를 좀 도와줄 것처럼 하더니 결국 안 도와줘서 제가 2년간 엄청 고생했어요. 

 

지금도 처남은 거래처가 넘쳐나도 다른 사람한테는 줄지언정 저한테는 주지 못하겠다고 하고 있고, 제 아내가 갖고 있던 지분도 나눠주지 못하겠다고 합니다. 형님이 처남한테 얘기도 해 봤지만 처남은 ‘내 밑에 있어야 될 사람이 왜 배신하고 나가서 나를 힘들게 만드느냐? 앞으로 안 보고 살아도 좋다’는 식으로 얘기를 했답니다. 저도 제 사업을 하면서 금전적으로 많이 어려웠는데, 이제야 조금 손익분기점을 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는 15년간 처남 밑에서 일할 때 알았던 거래처들을 상대로 영업하는 수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이런 문제로 마찰이 심해지니까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경쟁하세요. 질문자가 도둑질을 하는 것도 아니고, 빼앗아오는 것도 아닌데, 경쟁하면 되지 고민할 게 뭐가 있어요? 우리나라의 어떤 대기업 회장도 자기 형님과 싸우면서 ‘한 푼도 못 준다’고 하는 거 못 봤어요? 그런 경우도 있는데, 처남이 자기 거래처를 안 나눠주겠다고 한다고 뭘 그렇게 신경을 써요? 질문자는 벌써 동종의 사업장을 인수했다면서요? 그것은 처남과 경쟁관계에 놓였다는 거잖아요. 질문자가 일을 저질러놓고 뭘 그래요? 경쟁을 시작했으면 정당하게,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마음껏 경쟁하면 되지요. 


 

어쨌든 질문자는 처남 회사에 있다가 동종 업체를 차린 거니까 처남으로서는 질문자가 배신했다고 여길만하잖아요. 그러니 처남이 욕을 하면 ‘그래, 네 입장에서는 배신이라고 여길만하다. 그러나 나도 먹고 살아야 되는데, 내가 배운 게 이 일밖에 없지 않느냐? 어쩔 수 없다’라고 하면 됩니다. 

 

만약 제가 미국에서 어렵게 어렵게 절을 하나 냈다고 칩시다. 한 10년 운영하니까 절이 조금 커졌는데, 더 이상은 혼자 못 하겠는 거예요. 형편이 어려울 때는 저 혼자 죽기 살기로 해 보겠지만 절이 좀 커지고 수입이 되면, 저 혼자 그렇게까지 힘들게 할 필요가 없잖아요. 그러면 한국에 있는 젊은 스님 한 명을 구해 와서 비자를 내주고 미국에 있는 절에 데려다 놓으면, 저는 그 스님한테 절을 좀 맡겨놓고 돌아다닐 수도 있잖아요. 그렇게 한 1년 지났더니 젊은 스님을 따라서 신도도 많이 늘고 했는데, 모든 권한은 여전히 주지인 제가 갖고 있다면 자연히 젊은 스님도 불만이 생길 거 아니겠어요? 게다가 신도들도 그 옆에서 ‘스님, 뭣 때문에 그 절에 붙어서 그렇게 삽니까? 나와서 따로 하시면 되지요’라고 부추기면 갈등이 생겨서 결국 그 스님이 나가서 절을 세울 거 아니겠어요? 그럼 그 스님이 LA에 있다가 뉴욕까지 가서 절을 세우겠어요? LA에다 절을 세우겠어요?”(모두 웃음)

 

“LA에 세우겠죠.” 

 

 

“또 그 스님이 이 절에서 알던 신도들 중 일부를 데리고 갈 수밖에 없잖아요. 그 스님 처지로 보면 그렇다는 거예요. 그러면 제 절 신도 중에 3분의 1이 됐든 절반이 됐든 그 절로 갔다고 해서 제가 그 스님한테 ‘네가 나를 배신했다. 나는 처음에 혼자 LA에 와서 10년을 고생한 끝에 절을 이만큼 만들어놨는데, 네 놈은 내가 내준 비자로 LA에 와놓고, 1년 만에 우리 절 신도까지 데리고 나가서 바로 옆에 절을 새로 차리다니...’라고 하면 서로 원수가 되어 왕래를 안 하게 되는 겁니다. 

 

그런데 LA에 한국 절이 처음에는 하나로 시작해서 또 나눠지고, 또 나눠지고 하면, 결과적으로 LA에 절이 10개나 생기게 되는 거잖아요. 무슨 말인지 아시겠어요?” 

 

“예.” 

 

“처음에는 신도 100명이 있었지만 제가 혼자 관리를 못해서 스님을 1명 더 데리고 와서 관리를 하다가 50명이 떨어져 나가서 50명씩 2개의 절이 되었는데, 각각 또 잘 운영하면 신도가 100명으로 늘게 될 거잖아요. 그러면 또 스님을 각각 1명씩 더 데리고 와서 관리를 시키게 되겠죠. 그러면 벌써 신도 50명 규모의 절이 4개나 됐잖아요. 그러니 결국 이런 ‘분열’이 바로 절이 더 커지는 길 아니에요? 

 


절이 꼭 하나만 있어야 될 이유는 없잖아요. 힘을 합해서 신도 400명 규모의 절 하나만 운영해도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게 되지 않잖습니까? 그런데 ‘내가 어떻게 고생했는데...’ 하면서 항상 자기 생각만 하니까 원수가 되는 거예요. 현실적으로는 교회도 그렇고, 절도 그렇고, 세탁소도 그렇고, 다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의 세탁소는 대부분 한국사람이 잡고 있는 거 아세요? 왜 그렇게 됐을까요? 전부 질문자와 같은 이유로 그렇게 된 거예요. 미국으로 이민 가서 세탁소 하나 내서 운영하다가 보니까 세탁소가 잘되자 한국에 사는 동생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서 세탁소 하나를 맡기고 자기는 또 세탁소 하나 더 내서 운영하는 겁니다. 그렇게 3, 4년 하다 보면 동생이 아니라 누구라도 오빠 밑에서 말뚝 박고 계속 월급쟁이만 하겠어요? 안 하지요. 그럼 싸우고 나간단 말이에요. 그럼 나갈 때는 자기가 맡아서 운영하던 세탁소를 가지고 나가든지, 아니면 어떻게 하겠어요? 미국에 와서 4년 동안 배운 건 세탁소 일이고, 아는 고객이라고는 그 동네 사는 고객밖에 없는데, 다른 동네로 가서 업종을 바꿔 일을 시작하겠어요? 그렇게 안 하겠죠? 그런데 거기다 대고 ‘세탁소를 차리려면 다른 데 가서 차리든지 하지 어떻게 옆에 차리느냐?’면서 난리를 치는 거예요. 

 

그런 게 세상사입니다. 선임자 입장에서는 질문자를 배신자라고 볼 수 있는 것이고, 그러나 또 질문자 입장에서는 ‘배신을 하려는 게 아니라 나도 먹고 살아야 되지 않느냐’ 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러니 질문자는 ‘아, 처남 입장에서는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라고 이해를 하세요. 

 

또 질문자는 ‘처남 회사에서 15년간 일을 해줬다’고 했는데, 그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질문자 입장에서는 ‘내가 15년 간 너를 도와줬다’라고 생각하겠지만, 처남 입장에서는 ‘내가 15년 간 너 밥 먹여줬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서로 관점이 다른 겁니다. 그러니 그런 것을 자꾸 생각해 봐야 소용없어요. 이왕 벌인 일이니까 그냥 경쟁을 하세요. 

 

그런데 처남은 질문자를 배신자로 생각하니까 혼내주려고 하겠지만, 질문자는 처남을 굳이 혼낼 이유도 없잖아요. 또 덕 보려는 생각도 하지 마세요. 질문자 입장에서는 ‘그래도 너는 내 처남이고, 내가 네 회사에서 15년간 너를 도와줬는데, 거래처 남는 거 있으면 나한테 좀 넘겨주면 안 되나?’ 하는 생각이 들겠지만, 처남은 갖다버릴지언정 절대로 질문자한테는 안 줄 거예요. 그러니 그냥 열심히 일이나 하세요. 사업이 안 되면 접으면 되지 처남을 욕할 필요는 없어요. 그리고 질문자는 ‘아내의 지분’에 대해서는 얘기하면 안 됩니다. 그건 자기 형제들끼리의 문제이니까요. 

 

 

질문자는 처남에게 ‘15년간 네 회사에서 잘 지냈다. 덕분에 기술도 배웠고, 고객도 확보할 수 있었으니 고맙다’라고 하면 됩니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해서 고객을 유치하세요. 그런데도 처남이 계속 욕을 하면 ‘그래도 내가 아는 게 이 일밖에 없는데 어떻게 하나? 미안하다’ 하면서 자신의 길을 가면 됩니다."

  

“제가 처남한테 ‘서로 좋은 방향으로 가자’며 6개월을 쫓아다녔습니다. 그런데 이제 처남은 저를 아예 안 보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계속 마음이 상합니다.”

 

“질문자가 어리석은 거지요. 자기 밑에 있다가 나가서 딴 살림 차린 사람이 ‘같이 하자’라고 하면 누가 같이 하겠습니까? ‘지사를 하나 내달라’ 그래도 줄까 말까 한데요. 그러니까 욕을 하면 실컷 얻어 드세요. ‘그래, 네 집에 있다가 딴 살림을 차리니까 네가 그럴 만하다’라고 마음을 먹어요. 상대가 아무리 나를 욕하고 비난해도 질문자는 아무 상관하지 말고 인사도 하면서 인간적으로 지내세요. 그런데 ‘같이 하자’라고는 하지 마세요. 아직은 질문자가 부족한 입장이니까 도울 일도 없겠지만 앞으로 혹시 도울 일 있으면 돕고 그러세요. 그렇게 세월이 흐르다 보면 풀리게 돼있습니다.” 

 

“처남은 아예 제 인사를 안 받습니다. 저를 쳐다보지도 않아요.”

 

“그래도 질문자가 ‘잘 있었나?’ 하면서 인사하면 되지요. 우리가 여기 계곡에 와서 ‘계곡이 좋다’라고 아무리 인사해도 계곡이 ‘고맙다’고 인사하던가요? 안 하잖아요. 상대가 인사 안 한다고 질문자도 인사를 안 하면 질문자가 감옥살이를 하게 됩니다. 상대야 인사하든지 말든지, 불편해 하든지 말든지, 질문자는 자기 볼일 보면서 ‘잘 있었나?’ 하고 다니면 질문자는 자유롭고, 처남은 불편한 겁니다. 처남은 질문자 안 보려고 도망가야 되고, 피해야 되고, 악 써야 되고 하니까, 상대가 과보를 받게 되는 겁니다. 그러니 질문자는 과보 받을 일을 하지 마세요.”(모두 박수) 

 

 

걱정스런 눈빛이 역력했던 질문자는 그제서야 편안하게 미소를 지었습니다. 대중들도 큰 박수로 함께 격려를 해주었습니다. 나 중심으로 좁게만 보던 시야를 더 크게 넓히게 되니 ‘별일 아니네’ 할 수 있었던 명쾌한 답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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