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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 즉문즉설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지만, 직장생활이 답답해요" 법륜 스님의 답

지난 21일, 서울시청광장에서는 청춘콘서트가 열렸습니다. 낮12시부터 6시까지는 청춘박람회가, 저녁 7시부터는 청춘콘서트가 열렸는데요. 


청춘박람회가 한창 열기를 더해 가고 있는 가운데 오후 4시부터는 무교로 특설무대에서 스님의 즉문즉설이 펼쳐졌습니다. 야외에 단을 마련하고 어떤 주제의 얘기도 마음껏 펼쳐놓는 그야말로 ‘야단법석’이 펼쳐진 것입니다. 

 

청춘박람회를 구경하며 즐겁게 시간을 보내던 청년들은 스님의 목소리가 무교로 일대에 울려퍼지자 무대 앞으로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즉문즉설의 취지에 대해 간단히 소개한 후 곧바로 질문을 받았습니다. 

 

▲ 무교로 특설무대에서 진행된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총 5명이 스님에게 질문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그 중에 한 청년은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게 되었지만 마음이 너무 힘들고 답답하다며 직장을 그만둬야 할지 질문했습니다. 마침 객석에는 직장인들이 대부분이었는데, 공감이 가는 주제여서 그런지 집중해서 스님의 답변을 경청했습니다. 



“직장을 다닌 지 5개월 됐습니다. 돈도 잘 주고, 밥도 주고, 집도 주는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면서도 너무 답답합니다. 일도 하기 싫고, 짜증도 나고, 모니터만 보면 숨이 막혀옵니다. 머리로는 좋은 직장이라고 생각하지만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 요즘은 성질도 부려요. 다들 야근하는데도 그냥 혼자 퇴근해 버렸다가 엄청 혼나고, 오늘도 주말에 일하러 나오라고 했는데, 성질나서 여기에 와버렸어요. 회사에서 어떻게 하면 이런 답답한 마음을 다스릴 수 있을까요?”

 

“그렇게 답답한 원인이 뭐라고 생각해요? 첫째, 일이 내 적성에 안 맞다. 둘째, 월급 좀 주고 조건이 좋다고는 하지만, 꼭두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개인 생활도 없이 일을 너무 많이 시켜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셋째, 조건도 좋고 시간도 여유로운데 상사가 왕조시대 사람처럼 너무 독선적이어서 인간적인 대우를 못 받고 자존심이 상해서 못 견디겠다. 그 외에 다른 이유가 있으면 말해보세요.”

 

“말씀하신 세 가지가 다 합쳐져 있습니다.(모두 웃음) 전공도 안 맞고, 상사도 부하 직원을 굉장히 거칠게 다루고요. 저한텐 아직 안 그러지만 제가 좀 더 적응이 되면 그렇게 할 것 같아요. 야근도 잦고요. 세 가지가 다 해당됩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왜 그만두지 않고 계속 다니는 것 같아요? 월급이 많고 조건이 좋은 것 때문에 사람들이 불만이 있어도 계속 다니는 것 같아요?”

 

“좀 안정적인 직장이거든요. 회사가 탄탄하니까 다니는 것 같아요.”

 

“그러면 질문자가 이제 선택을 해야 해요. 다니면 계속 스트레스를 받고, 포기하고 나오면 그만한 직장이 없었다고 계속 후회하게 될 거예요. 후회하는 게 나아요? 스트레스 받는 게 나아요?”

 

“선택하기가 좀 힘든데요. 둘 다 별로 좋은 것 같지 않아요.”(모두 웃음)

 

“그런데 질문자에게는 지금 그 두 가지 길밖에 없잖아요.”

 

“후회를 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지금 마음이 그렇다는 거겠죠.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직장을 그만두게 되면 100퍼센트 후회하면서 잘못 선택했다고 여길 것 같아요. 지금은 다니고 있으니까 스트레스가 무거워서 ‘차라리 후회되더라도 그만두는 게 낫겠다’라는 쪽으로 쏠려요. 그러나 질문자가 그만두고 직장을 새로 구해보니 월급도 턱없이 부족하고, 여러 가지 조건도 안 좋으면 ‘내가 호강에 겨워서 요강을 깼네. 정말 잘못 선택했다. 조금만 더 견딜 걸’ 이렇게 될 가능성이 더 높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래도 회사에서 제일 많은 시간을 보내는데, 그렇게 계속 스트레스 받아가면서 있으면...”

 

 

“물론 저 같으면 그만둘 거예요.(모두 웃음) 저는 월급이 많은 걸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거든요. 그런데 질문자 이야기를 들어보면 질문자는 그걸 중요시 할 것 같아요.”

 

“네.”(질문자 웃음)

 

“그래서 제가 눈치를 보아하니 질문자는 투덜투덜하면서라도 그냥 다니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일단 그렇게 해보겠습니다.”(모두 박수)

 

“다니고 안 다니고는 자기 선택이에요. 지금은 ‘후회하는 한이 있더라도 그만두겠다’라는 마음이 강한 것 같은데, 만약 양쪽의 마음이 비슷비슷해서 고민이 되는 것이라면 항상 현재를 고수하는 게 좋습니다.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70쯤 되고, 다니고 싶은 마음은 30밖에 안 될 정도이거나 그 미만이라면 그만둬도 되는데, 지금 질문자 정도의 수준에서는 그냥 다니는 게 나아요. 왜냐하면 인간의 심리가 지금 좋은 것은 잘 안 보이고, 나쁜 것만 눈에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딱 그만두면 지금 좋은 게 그때 가서 새롭게 인식이 됩니다. 그러니 양쪽이 비슷비슷할 때는 항상 현재를 고수하는 게 나아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으면 그만둬도 되는데, 지금은 그만두기 보다는 적응하기 위해 노력해보는 기간이 조금 더 필요해 보여요. 

 

저는 ‘돈도 많이 주고, 조건도 좋으니까 힘들더라도 다녀라’ 이런 조언을 하지는 않아요. 그런 조언을 하면서 제가 인생을 이렇게 살겠어요? 저는 돈 같은 것에 너무 구애받지 말고 자유롭게 살자는 주의지만, 현재 세상 사는 사람들의 처지와 질문자의 현재 상황을 고려하라는 거예요. 결혼 했어요?”

 

“안 했습니다.”

 

“결혼하면 이제 더 그만두기 힘들 거예요.”

 

“그럴까봐 결혼하기도 좀 겁나요.”(모두 웃음)

 

 

“질문자가 직장을 그만둘 가능성이 있다면, 결혼을 하더라도 직장을 그만둔 뒤에 결혼을 해야 해요. 왜냐하면 그 직장을 다니고 있을 때에 좋은 조건의 결혼을 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 상대 여성은 질문자가 그 직장에 다니는 것을 전제로 해서 결혼을 했기 때문에 질문자가 그 직장을 그만두면 반드시 부부 갈등이 생기거나 심하면 이혼까지 갈 수도 있어요. 

 

반대로 질문자가 만약 그 직장을 그만두게 되면, 결혼하기가 굉장히 어려워져요. 그러나 그 때 결혼한 여성은 그런 어려움을 처음부터 감수하고 질문자를 선택해서 결혼한 사람이기 때문에 비교적 결혼생활을 잘 해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 처지가 약간이라도 좋을 때 결혼을 하려고 해요. 그러면 결혼하기는 쉬울지 몰라도 결혼한 뒤에는 불행을 자초하게 됩니다. 그래서 결혼하고 나서 직장을 그만두면 굉장한 어려움이 초래돼요. 그러니 직장을 1~2년 더 다녀보고 도저히 못 다니겠다 싶으면, 직장을 그만둔 뒤에 결혼을 해야 행복도를 더 높일 수 있습니다. 제가 볼 때는 직장을 조금 더 다녀보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왕 직장에 다닐 바에는 좋게 생각하는 게 좋아요. 세상에는 월급도 못 받는 사람도 있고, 이런저런 악조건에 처한 사람도 많은데, 잔소리 좀 듣는 게 뭐가 큰 문제예요? 이렇게 자기 조건을 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다녀야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가 있습니다. 직장을 다닐 바에야 스트레스 덜 받는 게 낫잖아요. 

 

그리고 직장 다니면서 자꾸 이렇게 자기 마음대로 중간에 나와 버리고 하면 잘릴 위험이 있어요. (모두 웃음) 제가 이럴 때는 어떤 권유를 하는지 아세요? 사표 내고 나오는 게 좋을까요? 잘릴 때까지 다니는 게 좋을까요?”

 

(대중들 모두 이구동성으로) “잘릴 때까지 다니는 게 좋아요.”

 

 

“예. 항상 살아보면 그래요. 질문자가 그만둘 각오가 되어 있다면, 사표 내지 말고 이렇게 자유롭게 다니고 눈치도 보지마세요. 회사에서 자를 때까지 그렇게 있으면 됩니다.(모두 웃음) 어차피 그만둘 각오를 했으니까 잘린다고 질문자가 피해의식을 가질 필요는 없잖아요. 오히려 그렇게 과정을 겪어보는 게 나아요. ‘말을 좀 안 듣기는 하지만 그래도 놔두는 게 낫겠다’고 회사가 판단하면 놔둘 테고, ‘안 되겠다’ 하면 그때 가서 회사가 자르겠죠. 잘리면 ‘어차피 그만두려고 했는데 그 동안 잘 다녔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오면 됩니다. 

 

 

결혼이나 회사, 인간관계가 인생의 전부인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그것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어요. 죽고 사는 것도 어느 순간 갑자기 들이닥칠 수 있는 문제이거든요. 그러나 우리 인생의 목표는 조건에 상관없이 행복한 것이 되어야 합니다. 직장에 다니든 안 다니든, 결혼을 하든 안 하든, 이혼을 하든 안 하든, 교통사고가 나서 신체 불구가 되든 안 되든, 내가 행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조건이 바뀌어도 나는 내 행복을 지속할 수 있도록 관점을 유지해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걸 놓치게 되면 인생이 허무해지는 거예요. 그렇게 한번 해보시죠.”

 

“감사합니다.”(모두 박수)



처음에는 질문자가 떨면서 질문했는데, 마지막에 밝은 어조로 감사 인사를 하는 모습에 청중들은 박수를 치며 격려의 마음을 보냈습니다. 


이렇게 청춘박람회가 모두 끝이 나고 잠시 후 저녁 7시부터는 서울시청광장으로 이동해 '2016 청춘콘서트'가 열렸습니다. 다음 이야기에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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