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부천시청 어울마당에서 부천 시민들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강연이 열렸습니다.
스님을 소개하는 소개 영상이 나간 후 큰 박수와 함께 스님이 무대로 올라왔습니다. 질문자의 물음에 스님이 답해주는 형식으로 진행되었으며 총 7명이 질문을 했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여섯 번째 순서로 바람 피운 남편 때문에 이혼을 고민하는 여성 분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저는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최근 직장동료와 주고받은 문자를 남편이 보고 불륜이라고 난리를 쳐서 아니라고 해명한 해프닝이 있었는데, 그 사건이 전환점이 되어 사실은 반대로 남편이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제가 오히려 배신감을 느꼈습니다. 3년 전에도 바람을 피운 적이 있어서 묵인하고 넘어가준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본인이 또 그래놓고는 반대로 제게 뒤집어씌운 겁니다. 처음에는 남편이 이혼을 하자고 하고, 저는 결백하기 때문에 이혼할 수 없다고 했는데, 상황이 반대로 되니까 자기가 이혼 이야기를 한 것은 진심이 아니라 단호함을 보여주고자 취한 행동이라고 변명했습니다. 상대는 잠시 만난 술집 여자일 뿐이다, 앞으로는 술도 마시지 않고 늦게 들어오지도 않겠다고 하면서 무마시키려고 하지만 지금 그 약속을 지키지도 못하고 있어요.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닌 것을 그동안에는 계속 참고 묵인했는데, 지금껏 18년 정도를 살았으니 앞으로 살 날이 더 많을 텐데 계속 이런 일을 겪으면서 살아야 하는지 고민이 많습니다. 또 아이들이 20살 넘으면 정말 스님이 말씀하신 대로 ‘안녕히 계세요’ 이렇게 말하고 그냥 데면데면해야 할까요? 제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이 됩니다.”
“아이들이 지금 몇 살이에요?”
“중학교 2학년, 고등학교 1학년이요.”
“중학교 2학년이면 15살이니까 5년밖에 안 남았네요. 에이그, 그냥 5년은 살아요.” (모두 웃음)
“저는 헤어질 마음이 없는데 남편이 절 오해한 뒤로 계속 헤어지자고 해서 충격을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자기가 뉘우친다고 하기에 제가 ‘그러면 각서라도 써달라. 아무것도 아닌 종이인 줄 알지만 그거라도 붙들고 있어야겠다’ 했더니 ‘못 써준다. 쓸 이유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아이들한테 한번 물어봐요. 아이들이 아빠가 그러는 줄 알아요?”
“예. 고등학교 다니는 아이는 알아요.”
“아이들이 모른다면 이야기 안 하는 게 낫지만 알고 있다면 물어보세요. ‘너희 아빠가 이러는데 엄마가 같이 사는 게 좋겠니? 안 사는 게 좋겠니?’ 이렇게 애한테 물어보고 ‘우리는 알아서 살 테니까 엄마는 그런 아빠하곤 살지 마’ 이러면 헤어져도 됩니다. 자녀가 20살 이하일 때는 동의를 얻어야 하고, 20살이 넘으면 동의를 안 얻어도 되고, 물어볼 필요가 없어요.”
“아들은 계속 같이 살았으면 좋겠다고 해요.”
“그놈의 자식, 자기 이익만 생각하네요.(모두 웃음) 아들이라서 그래요.”
“예. 아빠 편을 많이 들죠.”
“엄마가 집에서 평소에 잔소리를 많이 하니까 아빠 편을 들죠.”
“아니에요. 남편이 그렇게 자꾸 바깥으로 도니까 제가 직장을 다니면서 올해 대학을 들어갔어요. 계속 해바라기처럼 남편만 보는 것 같아서요. 그래서 남편이...”
“알았어요. 그런 인간하고 굳이 같이 살 필요 없어요. 이혼하면 좋겠어요. 까짓 거, 해버리세요.”
“예.” (모두 웃음)
“예, 그렇게 오늘 이혼을 해버려요. ‘이혼을 해버렸다’ 라고 생각하고 다시 봅시다. 질문자는 몇 살이에요?”
“45살이요.”
“그럼 지금 이혼하면 남자친구가 하나 필요해요, 필요 없어요?”
“아뇨, 필요 없죠.”
“에이, 거짓말 하고 있어요.(모두 웃음) 거짓말 하지 말고 솔직하게 말해 봐요. 남자친구가 필요하잖아요.”
“저는 남편 외에 다른 사람은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요.”
“아니, 그 남편하고는 방금 이혼을 했으니까요.”
“아직까지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지금까지야 남편이 있었으니까 그렇지만, 이혼했으니까 이제 남자친구가 필요하잖아요. 지금 남편하고 지내면서 1년 내내 부부 관계를 한 번도 안 했어요?”
“아뇨, 그건 아니고요. 부부 관계는 하고 지냈죠.” (질문자 웃음)
“바람피운 남자하고 뭣 때문에 해요? (모두 웃음) 그게 남자친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잖아요.”
“네. 맞아요.” (모두 웃음)
“그러면 질문자가 이제 이혼하고 남자를 하나 사귄다고 해봅시다. 45살이라고 했으니까 질문자 또래의 남자를 사귀려면 40살에서 50살 정도는 되겠네요. 아주 연하를 사귈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대강 평균적으로 생각하면 그 정도일 거예요. 그런데 40살에서 50살 사이의 남자 중에 결혼 안 하고 총각으로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없죠.”
“그렇죠. 다음으로 40살에서 50살 사이의 남자 중에는 사별을 했거나 이혼을 하고 혼자 사는 남자가 많을까요? 아니면 남자들은 혼자 살기 힘들어해서 금방 결혼을 또 했을까요?”
“혼자가 많아요. 남편 주위를 보면 ‘돌싱’들이 거의 90퍼센트예요.” (모두 웃음)
“많다고요? 그럼 그 중에서 한 명 잡으면 되겠네요.(모두 박장대소) 이혼한 다음 그런 사람 중 한 명을 잡아서 결혼을 한다고 생각해봐요. 결혼을 하면 상대에게 아이가 한둘 있다든지 하면 우리 집 아이들이랑 그 집 아이들이랑 함께 키우게 되겠죠. 그러면 앞으로 아이 결혼을 시키거나 할 때 문제가 복잡해져요. 상대가 데려온 아이가 결혼할 때 참석하러 가면 키우기는 내가 키웠지만 친엄마가 따로 있으니 엄마 자리에 누가 앉느냐가 문제되고, 질문자의 아이들도 남편이 이혼하고 어떤 여자하고 결혼했다거나 하면 아이 결혼할 때 부모 자리를 놓고 또 문제가 됩니다. 제가 상담을 많이 해보니까 이혼하고 재혼하는 건 큰 문제가 안 되는데, 아이들 촌수가 굉장히 복잡해져서 문제가 돼요.(모두 웃음)
다시 결혼을 하면 이렇게 복잡하니까 결혼은 안 하기로 하되, 이혼을 했으니까 남자 친구를 하나 사귄다고 생각해 봅시다. 남자 친구를 사귄다면 남자 친구 입장에서는 질문자와는 결혼한 게 아니니까 질문자도 만나면서 또 전처든 다른 여자를 만날 수도 있겠죠. 돌싱을 만난다면 이런 사람을 만나야 할 거 아니에요?”
“예.”
“그렇다면 내 남자가 가끔 어쩌다가 밖에 가서 다른 여자를 한 번씩 만나는 게 좋을까요? 남의 남자를 내가 가끔 한 번씩 만나는 게 좋을까요? 질문자가 남자가 필요하다면 이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해요. 내 남자가 가끔 다른 여자를 만나고 오는 게 나아요? 늘 다른 여자하고 사는 남의 남자를 가끔 내가 한 번씩 만나는 게 나아요?”
“남편이 가끔씩 다른 여자를 만나는 게 낫죠.” (질문자 웃음)
“그래요. 그러니까 오늘 이 자리에서 스님하고 대화하면서 마음으로는 ‘그래, 너와는 이혼이다’ 이렇게 결정을 내버리세요. 이혼을 결정해버린 다음에 ‘이 사람은 남자친구다’ 이렇게 생각하세요. 그러면 남자친구 치고는 집에 자주 오잖아요.” (모두 박장대소)
“아침에 저 출근할 때 들어와요.” (모두 웃음)
“아침에 오면 일찍 오는 편이에요. 법적으로는 이혼을 안 하고 마음으로만 이혼해버리면, 남편이 아니라 남자친구니까 가끔 들어와도 괜찮고, 애들 보기에도 아빠로서 역할을 하니까 또 괜찮아요. 아까 이혼하겠다고 했으니까 5년은 그렇게 마음으로 이혼해놓고 남자 친구로 지내다가, 살아봐서 이 친구가 괜찮거든 계속 친구 하고, 안 괜찮거든 5년 후에 다른 친구 사귀면 될 것 같아요.”
“네, 감사합니다.” (모두 박수)
“스님 이야기를 잘못 들으면 안 돼요. 제 이야기의 핵심은 ‘이런 상황에서도 나는 행복할 권리가 있다’입니다. 이런 상황에 처했다고 해서 내가 울 이유가 없어요.
이 상황은 그전 상황에 비하면 나쁘지만 또 나쁜 상황에서 보면 이 상황이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1,000원 주고 산 주식이 800원 됐다고 이걸 ‘나쁘다’고 하지만 500원까지 떨어진 뒤에 보면 800원도 괜찮은 것과 같아요. 이걸 ‘손절매’라고 해요.(모두 웃음) 손해 보면서 팔 수 있어야 주식 투자를 할 수 있어요. 1,000원 주고 샀으면 무조건 1,200원이나 2,000원 받아야 파는 게 아니라 1,000원 주고 사서 800원에 팔아도 이익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더 떨어지기 전에 800원에 팔 수가 있어요. 이걸 손해라고 생각하면 못 팔아요. 800원에 팔아도 500원에 파는 것보다는 300원이 이익이에요. 500원 손해 볼 걸 200원 손해보고 파는 것이니까요.
지금 질문자의 상황은 그런 상황이에요. 남편이 바람을 피워서 손해를 봤어요. 그런데 그렇다고 이걸 그냥 갖다버리면 500원 짜리가 되지만, 이걸 친구로 만들면 그래도 800원짜리는 되는 거예요. 지금 손해를 조금 보긴 했지만 감정에 치우치면 앞으로 더 큰 손해를 보기 때문에 손해를 조금이라도 적게 보는 방법을 선택하라는 이야기입니다. 윤리도덕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에요. 그런 상황에서도 나는 행복할 권리가 있고 행복할 수가 있다는 겁니다. 동시에 자녀에 대한 나의 책임도 다 할 수 있는 길이잖아요.
남편이 ‘앞으로는 안 하겠다’고 다짐하는 거는 그래도 좋게 봐주세요. 노골적으로 하겠다며 뻔뻔하게 나오면 이건 남자친구 삼기도 좀 어렵잖아요.(모두 웃음) 말로라도 안 하겠다고 하니까 약속은 일단 해놓아야 해요. 질문자 마음에서야 이제 남자친구라고 생각하니까 무슨 짓을 하든 상관없겠지만, 그래도 겉으로는 압박을 계속 가하면서 괴롭혀야 해요.(모두 웃음) 나는 안 괴롭고 상대가 괴롭도록 하는 겁니다. 나는 이제 친구니까 남편이 무슨 짓을 하든 상관이 없잖아요. 그러니 이제부터는 계속 ‘너 바람 피웠지? 거기 갔지?’ 이렇게 자주자주 찔러야 돈이 나오든 뭐가 나와요.(모두 웃음, 박수)
특히 여성들은 감정에 치우쳐서 손해 보는 짓을 많이 합니다. 증거를 잡았다고 해서 바로 터뜨려 버리면 안 돼요. 이혼하려면 그렇게 해도 되지만, 그냥 화가 나서 무턱대고 터뜨려 버리면 이혼할 수도 없고, 안 할 수도 없어서 내가 굉장히 곤란해집니다. 그러니 증거를 찾아도 숨겨놓고 끝만 조금씩 보여주면서 우려먹어야 해요. 그렇게 돈이든 뭐든 충분히 우려먹고 난 뒤에 그래도 이혼하고 싶으면 딱 터뜨려야 하는데, 미리 터뜨려 버리면 득이 없어요. 제가 이런 것까지 가르쳐줘야 해요?” (모두 박수)
스님의 재치 있는 답변에 청중석은 웃음 바다가 되었습니다. 울먹이던 질문자도 활짝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청중들은 큰 박수로 스님의 답변에 공감을 표했습니다.
이 외에도 스님은 6명의 질문에 대해 더 답변을 해주었습니다. 강연장을 나가는 시민 한 분은 밝고 기분 좋은 얼굴로 “좋은 말씀 잘 듣고 갑니다” 며 환한 미소를 보여 주었습니다. 모두들 가벼운 발걸음으로 돌아가는 모습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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