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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 즉문즉설

"남편이 서울로 발령, 따라가야 할지 vs 아이들과 남아야 할지" 스님의 답

안녕하세요. 오늘은 경주 서라벌문화회관에서 경주시민들을 위한 즉문즉설 강연이 열렸습니다. 강연 시작 1시간 전부터 많은 사람들로 붐비더니 6시 30분이 되자 530석의 강연장은 2층까지 가득 찼습니다. 소개영상이 끝나고 스님이 무대에 오르자 청중들은 큰 박수로 스님을 맞이했습니다.


즉문즉설은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대화라고 간단히 소개한 후 곧바로 질문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총 9명이 질문을 했는데, 그 중에서 남편이 서울로 발령이 났는데 남편을 따라가야 할지 아니면 아이들과 경주에 남아야 하는지 질문한 내용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결혼 15년 차이고요. 큰 아들은 초등학교 6학년이고, 작은 아들은 유치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현재 경주에서 살고 있는데 신랑이 서울로 발령이 나서 3년 후에나 돌아올 예정이에요. 지금 큰 아들이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는데, 제가 신랑을 따라 서울로 가야 할지, 아니면 저랑 아이들만 여기에 남아있어야 될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하든 다 장단점이 있을 것 같아서 결정을 못 내리고 있습니다.” 

 

“결혼한 지 몇 년 됐다고요?”

 

“15년이요.”

 

“15년 같이 산 질문자가 잘 알지, 결혼도 안 해 본 제가 뭘 알겠어요? 지금 둘이 산다고 저한테 자랑하는 거예요?(모두 웃음) 



따라가고 싶으면 따라가고, 여기 있고 싶으면 남으면 되지요. 그런데 저는 혼자 살고 싶어서 혼자 살지만, 질문자는 남편과 같이 살려고 결혼했어요, 떨어져 살려고 결혼했어요?”

 

“같이 살려고요.”

 

“그런데 뭘 물어요? 무조건 따라가야지요.”

 

“남편이 돌아오게 될 쯤엔 큰아들이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게 될지도 모르는데요?”

 

“그럼 아이만 여기 남겨두고 가면 되지요. 그게 뭐 걱정이에요? 아이를 여기 남겨둬야 될 필요가 있으면 남겨두고 질문자는 남편을 따라가면 되고요. 아이를 데리고 가는 게 좋겠다 싶으면 데리고 가면 되고요. 그러니까 아이들이 여기 있어야 될 이유가 있다고 해서 엄마도 여기 같이 남아있는 건 도리에 안 맞는다는 겁니다. 무슨 말인지 아시겠어요?”

 

“무조건 남편을 따라가라는 말씀이신가요?”

 

“무조건 남편을 따라가라는 말은 아니에요. 질문자가 못 따라갈 형편이면 남편이 회사를 그만두고 여기에 있는 다른 회사에 취직해서 가족과 함께 여기에서 지내면 되지요. 남편이 반드시 가야 될 형편일 때 질문자가 가는 것이지 질문자가 무슨 종이에요? 따라다니게요?(질문자 웃음) 


 

그러니까 부부가 결혼을 했으면 같이 살아야 된다는 겁니다. 남편은 직장이 있고 질문자는 직장이 없는데 남편이 서울로 가야 된다면 질문자가 그냥 가면 되는 거고, 아이는 여기 남아서 학업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면 여기서 자취하라고 하면 되는 겁니다. 집도 있겠다 왜 자취를 못 하겠어요? 제가 학생 때는 셋방 얻어서도 지냈는데요. 

 

질문자가 저한테 이런 질문을 한다는 것 자체가 벌써 질문자의 결혼관이 잘못됐다는 걸 말해 주는 거예요. 지금 남편과 아이를 두고 우선순위를 고민하고 있는데, 이건 털끝만큼도 고려의 대상이 될 게 아닙니다. 부부가 행복하게 살면 아이는 매년 전학을 다녀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저는 아이가 잘됐으면 좋겠거든요.”

 

“부부가 행복하면 아이는 저절로 잘됩니다. 자식이 잘되라고 온갖 공을 다 들여도, 부부가 싸우거나 헤어져서 살면 아이는 잘 안 됩니다. 자식을 위해서 부모가 고생하면 고생할수록 자식이 안 됩니다. 자식은 내버려두고 부부가 재미있게 살면 자식은 저절로 잘돼요.” 

 

“...”

 

“아직도 이해가 잘 안 되는 것 같네요? 질문자는 지금 아들과 남편 중에 어떤 남자를 선택할래요?”(모두 웃음) 

 

“둘 다 소중합니다.” 


 

“지금 어느 남자가 질문자에게 더 우선순위냐는 거예요.”

 

“남편이요.”

 

“그럼 저한테 물을 것도 없지요. 요즘은 자식 교육이 중요하다는 사고방식 때문에 기러기 아빠가 많이 생기는데, 이건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남편이 군대에 징집이 되어서 중동으로 파병을 가게 되었다면 거기에는 여자가 따라갈 수가 없으니 그땐 어쩔 수 없이 여자가 아이들과 여기에 남아야겠지요. 그런 경우를 제외하고는 결혼을 했다면 국내든 해외든 아이는 내버려두고 부부는 무조건 같이 가야 합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알아서 잘 큽니다. 저도 초등학교 졸업하고 나서는 혼자 자취하면서 공부했는데요. 뭐. 그러니 아이들 걱정은 안 해도 됩니다. 

 

질문자처럼 자식에 집착하는 부모가 없으면 아이들은 더 빨리 성인이 될 수 있어요. 남편과 아들을 다 끼고 살고 싶으면 사세요. 그거야 질문자의 자유이니까요. 그런데 질문자가 저한테 물었으니까 저는 제 견해를 얘기하는 겁니다. 저는 인간의 도리를 얘기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사업이 망해서 원룸에 살게 되었을 때, 아이들은 방에 재우고 부부는 거실에서 자면 자식들이 잘 안 됩니다. 부부는 안방의 침대에서 자고, 아이들은 거실에 재워야 자식들이 잘 크는 거예요. 

 

그런데 지금 질문자의 사고방식으로는 자식 농사가 별로일 겁니다. 한번 자기 생각대로 해 보세요. 그런 관점을 갖고 있으면 고생만 하지 결과는 별로 안 좋을 거예요. 사람이 사는 데는 다 삶의 원리가 있는 겁니다. 


 

제가 어떤 집에 갔더니 자식을 서울로 유학 보냈는데, 부모는 같이 갈 형편이 못되니까 할머니께 ‘아이 좀 돌봐주세요’라며 아들이 있는 서울로 할머니를 모신 거예요. 그런데 제가 우연히 그 집 아들이 있다는 서울 집에 가보게 됐어요. 큰방 하나, 작은방 하나 해서 방이 2개인 작은 아파트였는데, 큰방에는 책상과 침대를 넣어서 아이가 쓰도록 하고, 할머니는 가정부가 쓰는 것처럼 작은방에서 지내고 계셨어요. 그래서 제가 ‘방 배정을 왜 이렇게 했느냐?’고 물으니까 할머니가 ‘아이는 책상도 있어야 되고 침대 생활을 해야 되는데, 나는 원래 방바닥에서 잤으니까 이렇게 했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아, 이 집구석 안 되겠다’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하면 아무리 공부를 잘 시켜도 자식 농사가 안 됩니다. 할머니를 밥 해 주는 식모 취급을 하는데 어떻게 질서가 잡히겠어요? 

 

자식을 둔 부모라면 그런 상황에서도 할머니께는 큰 방을 드리고, 아이는 작은 방에서 지내도록 해야 되는 겁니다. 부모가 그렇게 방 배치를 해 놓고 갔다면 부모가 돌아간 뒤에 할머니께서 ‘얘야, 네가 큰 방에서 공부하며 지내라. 나는 작은 방에서 지내도 된다’라고 하셨다면 그건 할머니께서 손자한테 베푸는 ‘선의’가 됩니다. 그런데 설사 할머니께서 그렇게 하셨더라도, 나중에 부모가 올라와서 바뀐 방 배치를 보게 되면 ‘이놈의 자식! 아무리 할머니께서 그러자고 하셨어도 그렇지 어떻게 네가 버르장머리 없이 큰방을 차지하고 있느냐?’라고 하면서 방 배치를 바로 잡아야 하는 겁니다. 그래야 삶의 질서가 잡힙니다. 그러니 이런 원리를 염두에 두시고 질문자가 알아서 결정을 내려서 사세요.”  

 

“예. 잘 알겠습니다.” 

 

“질문자가 물으니까 제 의견을 얘기했을 뿐이에요.”(모두 웃음) 


 

“두 번째 질문 드리겠습니다. 제 주변을 보면 아직 중고등학교 다니는 아이들인데도 형제들끼리 한 집안에 살면서 몇 년 동안 서로 말 한마디 안 하고 사는 경우가 종종 있더라고요. TV를 봐도 가끔 그런 경우가 있고요.”

  

“남의 집 얘기를 하는 거예요?”

 

“예.”

 

“남들이야 어떻게 살든지 질문자는 신경 끄세요. 나 살기도 바쁜 세상에 남의 집 사정을 뭐 하러 신경 쓰나요?”(모두 웃음) 

 

“제 아이들도 형제인데, 나이 차가 좀 나거든요. 일곱 살 차이가 나요.”


 

“나중에 문제가 생기거든 그때 가서 질문하세요. 질문자의 집에 지금 그런 문제가 생겼다는 거예요?”

 

“아니오.”

 

“우리 아이들도 나중에 그럴까봐 걱정이라는 거예요?”

 

“아이들이 사이좋은 형제로 자랐으면 하는데, 엄마가 어떤 역할을 해야 되는지 궁금합니다.”

 

“둘이야 싸우든지 말든지 내버려두면 저절로 질서가 잡힙니다.”(모두 웃음) 

  

“동생이 형을 무시하고 그래도요?”

 

“동생이 형을 무시하면 형한테 두들겨 맞겠지요, 뭐.(모두 웃음) 그럴 때 질문자가 싸움을 말리면 안 됩니다. 형의 편을 들어줘도 안 되고, 동생의 편을 들어줘도 안 됩니다. 둘이 알아서 질서를 잡도록 그냥 두세요. 일곱 살 차이가 나면 엄마 없을 때 형이 동생을 두들겨 패주겠죠. 그런 건 관여하면 안 됩니다. 아이들끼리의 문제는 아이들끼리의 문제이니까요. 

 

마찬가지로 아빠가 아이를 야단칠 때 엄마가 관여해도 안 되고, 엄마가 아이를 야단칠 때 남편이 관여해도 안 됩니다. 그러면 아이는 ‘봐. 엄마는 내가 잘했다고 하잖아. 그런데 아빠는 왜 내가 문제라는 거야?’라고 하면서 자기 잘못을 모르게 됩니다. 아빠가 아이를 야단칠 때 질문자가 관여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외출했다가 전쟁이 끝난 뒤에 들어오면 됩니다. 

 

부자끼리, 모녀끼리, 형제끼리 싸울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뭐라고 하면서 싸우든 다른 사람은 거기에 관여하는 게 아닙니다. 폭력을 행사해서 상처를 입히거나 하는 것처럼 아주 심한 경우가 아니면 관여하지 말아야 해요. 그러면 형제끼리 저절로 우애가 좋아질 겁니다. 대부분 부모가 형제의 일에 관여하기 때문에 우애가 안 좋아지는 거예요. 부모가 자꾸 동생을 두둔하면 형이 동생을 미워하게 되고, 부모가 자꾸 형을 두둔하면 동생이 형을 미워하게 됩니다.

 

이런 질문을 하는 거 보니까 질문자는 집에서 할 일이 별로 없나보네요?(모두 웃음) 집에 있으면서 그런 쓸데없는 일에 신경 쓰지 말고, 집 밖으로 나와서 봉사도 좀 하고 그러세요. 정토회에 오시면 봉사를 많이 하실 수 있어요. 그러면 그 공덕으로 아이들이 다 좋아집니다.”

 

“잘 알겠습니다.”(모두 박수) 



“오형제를 키우려면 부모들이 좀 힘들긴 하겠지만 형제끼리는 같이 사는 것 자체가 가정교육이 되고 사회교육이 됩니다. 예를 들어 부모가 과자를 한 봉지씩 나눠줬는데 막내가 ‘엄마, 난 두 봉지 주세요’라고 하면 부모는 자식을 사랑하니까 첫째한테 ‘넌 나중에 줄 테니까 내놔라’라고 해서 막내한테 ‘그래, 두 봉지 먹어’ 라고 하게 됩니다. 그게 부모 마음입니다. 그런데 엄마가 방을 나가면 첫째가 막내한테 ‘내놔’ 하면서 빼앗아 가버립니다. 그런 식으로 그 안에서 질서가 잡히는 겁니다. 그게 사회교육이에요. 이런 가정에서 자란 아이는 학교에 가도 선후배 관계에 잘 적응해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자식을 하나만 낳거나 둘만 낳아서 키우니까, 아이가 어른이 될 때까지 부모와 자식 관계밖에 못 맺어보고 삽니다. 수평적인 관계를 맺어볼 기회가 없어요. 또 요즘 부모들은 자식을 적게 낳는데다가 자식한테 뭐든지 다 해주면서 키우잖아요. 그렇게 키워서 학교에 보내기 때문에 아이가 사회성이 전혀 없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학교 선생님들이 수업을 진행하기가 보통 어려운 게 아닙니다. 많은 선생님들이 아이들 가르치기가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을 해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대답해 주곤 합니다. ‘자기가 낳아서 자기가 키운 제 자식도 말을 안 들어서 부모들이 힘들다고 하는데, 그 아이들이 선생님 말을 들을 거라곤 아예 기대를 하지 마세요. 그러니 그냥 월급 받은 만큼 가르치고 마세요. 그런 아이들을 고쳐보려고 덤비면 여러분들의 머리만 아픕니다. 그래야 선생님도 살지, 안 그러면 스트레스 받아서 못 삽니다.’ 


 

요즘은 가정교육이 근본적으로 잘못됐습니다. 그러니까 학교교육도 제대로 되기가 어려운 거예요. 질문자는 자신의 지나친 관심이 아이를 나쁘게 한다는 걸 명심하세요. 그러니까 아이가 네 살 정도 되면 방청소도 시키고, 이불도 정리하도록 해야 합니다. ‘밥 안 먹어’ 라고 하면 바로 밥상을 치워버리고, 다시 ‘밥 달라’ 라고 하면 ‘네가 찾아 먹어라’라고 해야 질서가 잡히는 겁니다. 어릴 때 배운 게 평생 가거든요. 우리가 사는 힘은 대부분 어릴 때 생활 속에서 배운 것들로부터 나오는 것이지 고등학교나 대학교에서 배운 수학이나 영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에요. 책으로 배운 건 다 허례허식에 불과하고, 진짜 삶의 동력은 어릴 때 생존과 관련해서 배운 생활교육의 힘입니다. 요즘 왜 유학까지 다녀온 젊은이들이 제대로 못 사는 줄 아세요? 삶의 기초교육이 안 되어 있기 때문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몰라서 그런 거예요.”  

 

질문자가 한층 밝아진 표정으로 자리에 앉자 청중들도 큰 박수로 격려의 마음을 표했습니다. 무엇이 진정으로 아이를 위한 것인지, 아이에게 가정교육을 제대로 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속시원한 답변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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