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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 즉문즉설

냉랭한 부부사이 어떻게 풀어야 합니까, 스님의 답변

요즘 제 주위에는 부모님이 사이가 좋지 않아 이혼할 것 같다고 걱정하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이혼율이 갈수록 높아진다는 뉴스 보도도 이젠 너무나 익숙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요. 이혼까지 가진 않더라도 부부사이가 냉랭해서 괴롭고 무의미한 결혼생활을 보내고 계신 분들도 많습니다. 

오늘 법륜스님 즉문즉설에서는 부부사이가 냉랭해져서 서로 얼굴도 마주하지 않는 사이가 된 어느 분의 질문이 있었습니다. 질문도 아주 구체적이었고, 스님의 답변도 참 좋았습니다. 부부 사이가 안좋아져서 고민하고 있으신 분들에게 이 글이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 질문자 : 저는 결혼한 지 11년 되었고, 아이가 둘이 있는데, 남편과의 문제가 심각해서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결혼한 뒤 남편은 2년 정도 직장 다니다 그만두고, 고시 공부를 5년 정도 하다가 지금은 지방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남편이 공부를 시작하면서부터 아이 키우고 가정 돌보는 것은 제가 했어요. 남편이 원하는 것을 막아선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가끔씩 몸이 힘들긴 해도 그 땐 긍정적으로 살았는데, 문제는 시험이 끝나고 생겼습니다.

남편은 평소에도 술을 즐겨 마시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는 친구와 술 마시는 것을 더 즐겨했어요. 가정생활에 신경을 쓰면 시험에 붙을 수 없다고 협박했기 때문에 그냥 넘어갔습니다. 시험이 끝나면 달라지리라 생각했는데, 시험이 끝나도 낮에는 잠을 자거나 밖에 나가고 가정을 나 몰라라 하더군요. 무슨 문제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떤 때는 완전히 틀어져서 밥도 따로 먹고 저하고는 말도 안 합니다.

이제 남편이 지방 가서 생활한 지 2년 정도 됩니다. 그 전까지는 아이를 봐주는 일도 없었는데, 지방 생활하면서는 주말에 올라와서 아이들과 놀아 주기도 해서, 저는 뭔가 돌파구가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여전히 필요한 얘기는 전화로만 하고. 저하고는 얼굴도 마주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좀 떨어져 있으면 좋아질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다고 지금 싸우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주위 분들은 이대로 있으면 안 된다, 문제를 해결하라 하지만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 법륜스님 : 헤어지고 싶어요, 아니면 같이 살고 싶어요?

▶ 질문자 : 헤어지고 싶으냐고 물으면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고, 같이 살고 싶은 마음도 없어요.

▶ 법륜스님 : 그러면 지금 상태가 딱 좋네요. 같이 살려니 시중들고 잔소리 들어야 하니 귀찮아서 못 살겠고, 이혼하려니 이혼녀다, 혼자 산다는 소리 듣겠고, 또 애 문제로 머리 아플 일이 많을 것 같고. 그러니 지금이 제일 좋은 상태지요. 어떻게 보면 혼자 사는 것 같기도 하고, 또 어떻게 보면 애한테는 아빠도 있고 공무원 부인이라는 소리도 들을 수 있으니까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되어 있잖아요? 삶은 자기가 원하는 만큼 됩니다. 아무 문제도 없는데, 왜 옆 사람들이 뭐라 하는 것에 신경 쓰세요? 신경 쓴다는 것은, 또 질문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지요.

같이 살고 싶으면 지금부터라도 남편한테 맞춰야 합니다. 만약 같이 살기 싫다면 안 맞추어도 돼요. 자기 성질대로 하고 싶으면 헤어지는 쪽으로 가면 되고, 같이 살고 싶으면 ‘나’라는 걸 버려야 합니다. 

지금 ‘나’라는 걸 버리기도 그렇고 혼자 살기도 그렇고 한 그 상태에 딱 맞게 되어 있으니까 걱정 말고 지내세요. 조금 더 지내보면 결론이 나겠지요. ‘이렇게 사는 것보다는 헤어지는 게 낫겠다.’ 하든지 아니면 ‘이미 애도 컸으니 같이 살아야겠다.’ 하면 그에 맞게 선택하면 됩니다.

그런데 같이 살려면 숙여야 합니다. 내 고개도 쳐들고 같이 살고 싶겠지만 그렇게는 안 돼요.

서로 떨어져서 사는 건 그럴만한 이유가 본인한테 있어서니까 남편한테 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하면 안 돼요. 자기한테 문제가 있는 겁니다. ‘내가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지금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것이 자신의 손에 달려 있어요. 같이 살 것인가 헤어질 것인가는 본인이 선택하면 됩니다.  질문했을 때에는 같이 살고 싶어서 했겠지요? 같이 살려면 남편한테 숙이고 엎드려야 합니다. 

▶ 질문자 : 왜 저만 그렇게 해야 합니까?

▶ 법륜스님 :  남편과 같이 살고 싶어 하니까 그래요. 만약 남편이 저한테 와서 부인과 같이 살고 싶다고 말하면 부인한테 숙이라고 말할 겁니다. 그러나 지금 남편은 별로 같이 살고 싶어 하지 않으니까 숙일 필요가 없어요. 인생은 다 자기가 선택해서 사는 것이지, 윤리와 도덕으로 살게 되지 않습니다. 내가 저 여자가 좋다 하면 저 여자 마음에 들게 행동해야 할 것 아니겠어요? 즉, 그 여자에게 나를 맞추어야지요. 그 여자가 싫으면 나 좋은 대로 살아도 되지요. 그 때 상대편이 헤어지자고 하면 ‘마침 잘 됐다’ 생각해야지 ‘네가 나를 배신해?’ 하고 볼멘 소리하는 건 바보짓입니다. 

저는 여자라고 해서 특별히 봐 주는 게 없어요. 여자라고 이유 없이 그저 동정하는 것은 여자를 망치는 것밖에 안 돼요. 여자도 한 사람으로 자기 인생에 책임을 지고 살아야지요.

이런 경우가 있었어요. 한 신도가 ‘길 가던 어떤 남자가 내 엉덩이를 만졌다’고 분노하면서 내게 상담하러 왔는데, 내가 “기분 좋았겠다. 돈을 얼마 달라 합디까?” 하고 물었어요. 그랬더니 “돈은 무슨 돈요?”하며 항의하더군요. “그래? 지압 받으려면 돈 줘야 하는데 당신은 공짜로 받았네.” 그렇게 말했어요.

이 말을 잘못 들으면 크게 오해할 수도 있어요. 내 말의 요지는 ‘지금은 네 스스로가 너를 괴롭히고 있다’는 것이지요. 생각을 바꾸어 피해의식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피해의식은 자신을 괴롭힐 뿐이니까요. 그러면 그런 사람은 그냥 두어야 하느냐고 묻는데 그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만약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좀 수고를 해야 합니다. 그럴 때에는 바늘 같은 것을 가지고 다니다가 그 사람의 손을 사정없이 찔러 버려요. 그렇게 할 용기가 없으면 상대를 고칠 수가 없습니다. 혼자 집에 와서 울어 봐야 자기만 손해지 세상은 아무 것도 변하는 게 없어요. 그런 동정 받는 어리석은 인생을 살면 안 됩니다. 자기가 인생의 주인이라는 것을 잊어선 안 돼요. 남편 때문에 내 인생이 이렇다느니 하는 소리는 요즘 같이 좋은 세상에서 할 이야기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내 보기에는 남편과 함께 살고 싶어서 질문하신 것 같군요. 그러면 옛날 일 따지지 말고 그냥 받들어 모시고 살면 됩니다. 만약 정말 살기 싫으면 지금이라도 집에 안 가면 돼요. 어떻게 할까 하는 생각조차 할 가치가 없어요. 지금 이 자리에서 집에 안 가면 끝입니다. 그렇게 못 하는 것은 내가 못 하는 것이지 남편이나 남 때문이 아니라는 겁니다.

▶ 질문자 : 제가 살기 싫다는 마음이 없다는 말인가요?

▶ 법륜스님 : 사람 마음은 왔다 갔다 해서 오늘은 좋았다 내일은 싫었다가 하는데 이런 것은 믿을 게 못 돼요. 생각이 이랬다저랬다 하는 것이지요. 좀 잘해주면 전생에 무슨 복을 지어 이렇게 좋은 남자를 만났나 싶고, 또 잘해주지 않으면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 이런 고약한 남자를 만났나 싶은데 그게 다 번뇌입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열두 번씩 생각이 왔다 갔다 해요. 평생 아끼고 사는 사람들도 같이 살기 싫다는 생각이 하루에도 여러 번 들어요.

  ‘저 인간 어디 가서 콱 죽어 버리면 좋겠다. 어째 범이 물어 가지도 않나’ 이렇게 악 쓰며 싸우던 부부였는데, 남편이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제가 병원에 달려가 보니 아무도 없고 부인 혼자 와 있어요. 그래도 부인이 제일 걱정해 주고 뒷바라지를 해 줍디다. 

그래서 상담하러 찾아오는 사람들이 아주 괴롭다고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별로 괴로운 것 같지가 않아요. 왜냐하면 괴롭다고 하면서도 제가 “그렇게 괴로우면 절에 와서 사세요.” 하면 “뭐 먹고 살아요?” 하고 반문해요. 그래서 “밥은 먹여 줄게요.” 하면 “밥밖에 안 줘요? 월급도 안 주고요?” 이런 대답이 나옵니다. “밥이야 집에서도 먹을 수가 있는데……” 그 말은 절보다 그래도 집이 더 좋다는 거 아니겠어요? 여러분이 아무리 괴롭다 해도 절에 사는 것보다 집에 사는 게 좋다는 거니까 저는 여러분이 아무리 하소연을 해도 동정 안 합니다. 그게 정말 싫으면 절에서 살면 되는데 안 그러거든요.

앞으로는 엎드려 숙이고 사세요. 형식적으로가 아니라 마음으로 엎드려 살아야 합니다. 부인이 보기에는 공무원인 남편이 웃기는 인간이지만 밖에서는 사람들이 얼마나 잘난 사람으로 떠받들겠어요. ‘어르신, 영감님’ 하고 세상 사람들이 다 받들어 주는데, 정작 받들어 주기를 기대하는 마누라만은 자기 약점을 알고 무시하니까 마누라 얼굴을 쳐다보기 싫은 겁니다. 그러니 가능하면 얼굴 안 보고 말 안 하려 하는 거예요. 부인이 정말 숙여 주면 처음에는 더 밟겠지만 조금만 더 지나면 아주 좋아집니다. 남자들은 마누라한테 지지를 받으면 기가 살아요. 천하의 지지를 다 받아도 마누라한테 지지받지 못하면 가슴 속에는 늘 열등의식이 있지요. 그러니 나와 남편, 자식 모두를 위해서 남편에게 숙이고 남편을 받들고 사세요. 

스님의 답변, 어떠셨나요? 헤어질 것인가, 같이 살 것인가는 결국 자기의 선택에 달려있고, 같이 살겠다는 쪽이라면 남편에게 숙이고 남편을 받들고 살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여자가 무조건 참으라는 말이냐” 라고 반문하실 분들이 있을 것 같은데요, 스님께서는 만약 남편이 똑같은 질문을 했더라도 “아내에게 숙이며 살아라” 라고 대답했을 것이라 하셨듯이, 오해는 없으셨으면 합니다. 남편이든 아내든 같이 살려면 서로에게 숙여야 한다는 사실, 내 고개도 쳐들고 같이 살고 싶겠지만 그렇게는 안 된다는 사실이지요. 상대가 나에게 맞추어주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상대에게 맞추어주는 마음의 여유를 갖는다면, 행복한 부부관계로 조금씩 변해갈 것입니다. 

스님의 말씀이 많은 이들에게 읽혀져서 대한민국의 이혼율이 좀 낮아지고, 행복한 가정들이 많이 늘어났으면 하네요.^^ 공감하신다면 아래의 추천 단추를 꾸욱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