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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 즉문즉설

스님께 물었다 "아내가 기독교인이어서 갈등 생겨요"

나와 가까운 사람이 다른 종교를 갖고 있어서 갈등을 겪어 본 적이 있습니까? 친구들 사이에서는 종교가 달라도 친하게 지내는 경우가 많지만, 부부 사이에서는 종교가 다를 경우 갈등으로 번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같은 종교를 가진 사람들끼리 결혼을 많이 하게 되죠. 오늘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에서는 남편은 불교, 아내는 기독교인이어서 갈등이 생기는 부분에 대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타종교를 포용하는 마음과 함께 명쾌한 해결책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가정 내에서의 종교 간의 갈등으로 고민하시는 분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소개합니다.

[질문]

저희 집사람이 기독교인입니다. 일요일만 나가는 보통 기독교인이 아니고 젊은 목사님 밑에서 상당히 체계적으로 공부하는 기독교인인데, 저는 불교에 관심을 많이 갖게 됐습니다. 집사람뿐 아니라 목사님들까지 십 년 정도 저를 위해서 기도를 해 왔는데, 저는 기독교에 크게 끌리는 바가 없습니다. 집사람과 좋을 때는 별 문제가 안 되는데, 집사람 기분이 나쁘거나 할 때 제가 불교 서적을 보면 아주 갈등이 심해집니다. 극단적인 데까지 갈 때도 있는데, 그런 것들을 제가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답변]

아내에게는 기독교를 믿을 자유가 있고, 나보고 믿어라 할 자유도 있다

기독교를 믿자고 그 사람들이 애를 써도 내가 안 끌리니까 안 받아들여지지요? 그런 것처럼 아내는 정반대로 ‘기독교가 제일이다. 기독교를 안 믿는 사람은 참 불쌍한 사람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그걸 인정하고 존중해 주는 게 필요합니다.

‘너는 왜 그렇게만 생각하느냐? 다 종교의 자유가 있지 않느냐? 너만 믿으면 되지, 왜 나까지 믿으라고 그러냐?’ 라고 생각하지 말고 ‘아내에게는 기독교를 믿을 자유가 있고, 또 기독교를 믿고 저는 좋다고 생각하니까 나보고 믿어라 할 자유도 있다.’고 생각하세요. 나쁘게 생각하지 말고 고맙게 생각하세요.

오히려 고맙다고 이야기하고, 상대의 심정을 이해

목사님이 와서 얘기하면 “이렇게 관심을 가져줘서 고맙습니다. 그렇지만 신앙이란 것은 자기 양심인데, 귀찮다고 ‘에이, 교회 가자’ 하고 선택해서 될 일이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아, 하나님이 계시는구나, 하나님을 믿어야 되겠다, 예수님을 따라야 되겠다.’ 하는 마음이 내 속에서 일어날 때까지 조금 기다려 주시고, 저를 위해서 더 열심히 기도를 해주십시오.” 이렇게 오히려 고맙다고 이야기하고 상대방의 심정을 이해하세요.

상대의 심정을 이해해 버리면, 내 가슴이 편안

상대의 심정을 이해해 버리면 누구 가슴이 편합니까? 내 가슴이 편합니다. ‘저 여자는 왜 저러나?’ 하고 생각하면 누구 가슴이 답답합니까? 내 가슴이 답답합니다. 그건 나한테 손해지요. 그 사람이 하는 행동과 생각을 이해해 버리면 내 가슴이 후련합니다. 이게 바로 내가 나를 사랑하는 법입니다. 남을 이해하는 것이 바로 나를 이롭게 하는 겁니다.

그렇게 오히려 적극적으로 마음을 열고 받아들이세요. 그러면 받아들인다는 것은 무조건 그 사람 말대로 따라가는 것을 의미할까요? 그것은 아닙니다. 내 양심이나 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나는 내 마음대로 할 자유가 있습니다. 겉으로만 굽히고 사는 것은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게 아니잖습니까? 억지로 참고 하니까 거기 다니면 다닐수록 교회에 대해서 자꾸 불만이 생깁니다. 못된 것만 자꾸 눈에 보이게 됩니다. 좋아서 가면 좋은 게 자꾸 눈에 보이는데, 싫은데 억지로 가면 못된 것만 자꾸 보여서 오히려 앞으로 교회로 가는 걸 막는 꼴이지요.

그러니까 이런 이치를 명확하게 알되 상대가 그렇게 하는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십시오. 그래서 인정을 하라는 겁니다. 그렇게 마음을 내시면 무엇보다도 본인의 마음이 편안해질 겁니다.

상대가 나를 인정하지 않더라도 나는 상대를 인정하는 게 불교

그리고 본인이 절에 나오고 싶거나 불교 공부하고 싶으면 천하가 뭐라 하든 구애받지 말고 그냥 하시면 돼요. “왜 불교 책 보느냐?” 하고 아내가 감정적으로 따지면 “너는 성경 보는데 나는 왜 못 보느냐.” 이렇게 할 수 있겠죠. 이렇게 해서 갈등이 생기면 1년에 한 번 정도는 강하게 얘기할 수도 있겠죠. “말이 안 되지 않느냐, 어째 너만 옳고 세상은 다 틀리냐?” 이렇게 할 수 있지만, 부부가 되어 살면서 일상적으로 그리 다툴 순 없잖아요. 그러니까 “왜 불교 책을 보느냐?” 그러면, “예, 알았습니다.” 하고 받아들이면 돼요. ‘저 사람은 성경만 옳다고 믿는 사람이니까 다른 경을 보는 것은 아주 큰 손해고 나쁘다고 생각하는구나.’ 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남편을 미워해서 그런 게 아니고 자기 나름대로 남편을 걱정해서 하는 말이니까 그냥 받아들이란 말이에요. 그 자리에서 대결하지 말고 “아, 그래. 네 말도 일리가 있다. 그래도 참 재미가 있으니 조금 더 보고 나중에 치울게.” 이런 식으로 넘어가면 돼요. 아내가 나를 인정 안 하는 것을 가지고 “너는 도대체 왜 그러냐?” 하는 것은 정법이 아닙니다. 상대를 인정하자고 할 때는 상대가 나를 인정하지 않더라도 나는 상대를 인정하는 게 나의 도리, 나의 법에 맞는 겁니다.

아내만 문제가 아니라, 그런 아내를 인정하지 않는 자신이 문제

그러니까 상대가 인정하지 않는다고 내가 상대를 문제 삼으면 부처님의 가르침에 맞지 않습니다. 그 사람이 기독교를 주장하면서 기독교적이지 않은 것처럼, 나 또한 불교를 주장하면서 불교적이지 못 하다는 겁니다. 불교적이라는 것은 상대를 인정하는 겁니다. 그럴 때는 아내가 어떻게 하든 나는 편안할 수 있습니다. 내가 편안하면 아내 또한 나중에 편안해집니다.

부인이 어려움에 부딪칠 때가 반드시 생길 겁니다. 부인도 교회에 대해서 실망할 때가 있고, 회의적인 생각을 할 때도 있을 겁니다. 부부가 늘 대립하면 실망과 회의가 있을 때 털어놓지 못합니다. 왜? 자기가 지는 게 되기 때문에 말할 수 없지요. 그래서 아내가 바뀔 수 있는 기회를 내가 차단해 버리는 결과가 됩니다.

오히려 더 기독교적이 되도록 조언해 주고 도와주면 문제 해결

그렇기 때문에 내가 열어 놓으면 아내가 회의하거나 실망하는 시기에 그에 대해 나한테 상담을 하게 됩니다. 그럴 때 ‘때는 왔다.’ 하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그럴 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목사를 나쁘게 생각하면 안 된다. 교회의 그런 점을 나쁘게 생각하면 안 된다. 네가 여태까지 얼마나 좋아했느냐? 그걸 나쁘게 생각하면 네 신앙이 흔들리지 않느냐?” 이렇게 오히려 더 기독교적이 되도록 조언해 주고 도와주어야 합니다. 그러면 그 사람은 문제의 본질을 깨닫게 됩니다. 이 때부터는 교회에 다녀도 이미 예전의 기독교인이 아닙니다. 또한, 생각을 바꿔서 남편과 같은 신앙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그가 몸을 기독교에 둬도 사는 데 아무 지장이 없게 됩니다. 그런 방식으로 문제를 하나하나 풀어 가는 게 좋습니다. 아내만 문제가 아니라, 거사님도 지금 그런 아내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갈등이 지속되는 겁니다.

비록 스님이시지만 종교를 떠나서 참 지혜롭게 말씀해 주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내만 문제가 아니라, 그런 아내를 인정하지 않는 자신으로 인해 갈등이 계속 생기고 있음을 지적해 주셨습니다. 오히려 아내가 더 기독교적이 되도록 조언해 주고 마음을 편안히 하면, 아내 또한 편안해진다는 말씀입니다. 상대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것이 불교라는 말씀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물론 예수님도 상대를 인정하고 이해하라고 하셨습니다. 갈등을 해결하는 길은 부처님 예수님의 말씀을 상대에게 요구만 하지 말고, 항상 자신에게 적용해야 함을 다시 한번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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