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강화도 해병대에서 총기 난사 사건으로 4명의 군인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을 당하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었습니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어쩌나...’ 하는 마음을 다들 가지셨을 겁니다. 저는 군대를 전역한지 이제 갓 6개월 되었는데, 저랑 동고동락했던 후임들 또래의 병사들이라는 생각에 더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마음 아프게 했던 것은 자식을 잃은 부모들의 절규였습니다. 세상을 다 잃은 것 같은, 하늘이 무너져 내릴 것 같은 그런 고통일테지요.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런 일이 바로 자식을 잃은 슬픔일 겁니다...
▲ 성남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 강화도 해병대 총기난사 사고 사망 장병들의 분향소 앞.
오늘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에서도 군대 간 아들을 잃은 어느 어머니의 가슴에 사뭇친 애절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평생 잊혀지지 않을 자식에 대한 애절한 그리움을 어떻게 다스리면 좋을지 법륜스님의 차분하고 지혜로운 답변이 질문자의 마음을 평안하게 해주었습니다. 자식을 잃고 한맺힌 세월을 보내고 계신 이 땅의 부모님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 질문 : 군대 간 아들을 잃었습니다. 첫 화살은 맞아도 두 번째 화살은 맞지 않겠다는 생각에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기도한 지 여덟 달, 절만 열심히 했지 왜 하는지도 모르고 합니다. 그리움에 사뭇칩니다. 아이에 대한 그리움을 어떻게 해야 하나요?
▶ 법륜스님 : 백 마디, 천 마디 제가 얘기해 봐야 해결이 안 됩니다. 옛날 사람이 말하듯이 세월이 약입니다. 몸이 많이 나빠졌는데 약 하나를 먹으면 하루아침에 나아버리는 신통묘약은 흔치 않습니다. 그러니까 꾸준히 치료를 해서 건강을 회복해야 하는 거지요.
그런데 세월이 무조건 약인 것은 아닙니다. 이걸 자꾸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 오히려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상처가 더 깊어집니다. 그러니까 ‘세상은 내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원하지 않는 일도 이 세상에서는 일어난다. 그리고 이 세상은 항상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하는 거다.’ 이렇게 제행무상을 늘 관찰하셔야 합니다.
그런데 세상이 변하지 않기를, 내가 원하는 것이 다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기도하게 되면, 기도한다고 마음이 편해지지 않습니다. 남편이 애를 먹일 때, 화를 내면서 ‘저 인간을 그냥’ 이러면 그 괴로움을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세상의 그 어떤 방법으로도 해결할 길이 없어서 결국은 마음수련도 하고, 부처님의 말씀을 만나면서 인생의 참 의미를 깨치게 되지요. 나중에 돌아보면, ‘남편이 그렇게 애를 안 먹였으면, 내가 어떻게 이 좋은 가르침을 깨닫게 됐겠나.’ 이렇게 생각하게 되면서는 남편이 고마운 존재가 됩니다. 결국 ‘이 깊은 이치를 깨치게 하려고, 그렇게 나를 인도했구나.’ 하는 결론에 다다르게 되지요. 그러니까 미움의 대상에서 고마움의 대상으로 바뀌어 버립니다. 그것은 그만큼 내 인생이 좋아지고 풍요로워졌다는 걸 뜻합니다.
아들의 죽음은 객관적으로는 하나의 죽음일 뿐입니다. 그것은 좋은 일도 아니고 나쁜 일도 아닙니다. 그런데 이 현실을 부정하고 옛날의 기억에 자꾸 집착하게 되면 나쁜 일이 됩니다. 그러나 이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해서 내 공부가 깊어지면 ‘이 정법의 길로 나를 인도하려고 우리 아들이 자기 몸까지도 버렸구나.’ 이렇게 됩니다. 그래서 본인은 삶의 지혜를 깊이 깨닫게 되고, 아들은 어머니를 정법으로 인도하기 위한 선행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옛날 경전을 보면, 중생을 깨우치려고 자기 몸을 버린, 수많은 보살행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그처럼 아들도 보살행을 한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 진정으로 아들을 천도하는 것이 됩니다. ‘우리 아들이 불쌍하게 죽었다. 살았으면 얼마나 좋았겠나.’ 이렇게 생각하면 아들은 억울하게 죽은 게 되고, 그러면 오갈 데 없는 무주고혼이 돼서 떠돌게 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그래서 어디 가서 물으면 아들 천도해 주라는 이야기나 듣게 되지요. 미혹하면 이런 악순환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부처님의 바른 가르침에 근거해서, 아이에 대한 집착을 보는 계기, 아이를 통해서 부처님의 가르침이 얼마나 바른가 하는 것을 깨닫는 계기, 그래서 아이가 나에게 마지막으로 준 선물, 죽음으로써 법을 깨치게 해준 큰 선물을 주고 갔다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질문하신 분이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합니다’ 하며 자리에 앉습니다. 박수 소리가 이어져 나왔고 잠시 평온함이 깃듭니다. 저도 처음에는 ‘자식을 잃다니... 얼마나 가슴 아플까...’ 하며, 질문하신 분에 대한 걱정스런 마음이 굉장히 컸는데요. 스님의 답변을 들어보니 아들을 잃은 슬픔 속에 빠져서 허우적 거리는 것은 고혼이 된 아들에게도 본인에게도 큰 도움이 되지 않겠구나 싶었습니다. 오히려 '아들이 나에게 큰 깨우침과 선물을 주고 갔구나'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 아들에게도 좋고 나에게도 좋고 서로에게 좋을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임을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이 세상의 어떤 고통스런 상황도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내 삶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고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겠구나. 늘 나에게 주어진 상황을 내 삶에 유리하도록 긍정적으로 마음을 내며 살아야겠구나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질문하신 어머님도 더이상 슬픔에만 젖어 있지 말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살아나가셨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해병대 총기난사 사건으로 희생된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이젠 편안히 영면하길...
슬픔을 당하신 유가족들의 애절하고 한맺힌 마음들이 하루 빨리 치유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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