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 아들을 보내면, ‘우리 아들이 군생활을 과연 잘 할까, 혹시 사고가 나진 않을까’ 많은 걱정을 하게 되는 게 부모의 마음이지요. 저도 훈련소에 입소했을 때 일주일에 한 번 부모님께 전화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는데, 집에 전화를 하고 나서 동기들에게 부모님이 뭐라 하더냐 물어보면 한결같이 “밥은 잘 먹고 있나, 견딜만 하나” 걱정스런 투의 말씀들을 많이 하셨다 해요. 특히 요즘 같은 시대는 자녀를 하나만 낳아서 키우기 때문에, 자녀가 군에 입대한다면 이만저만 걱정이 아닐 겁니다. 우리 부모님 세대들처럼 형제가 대여섯 되는 집안에서 자란 것이 아니라, 혼자서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하고 살다가 군대라는 엄격한 위계질서 속에서 생활한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힘들게 느껴지겠습니까. 오늘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에서는 군대 간 아들이 대인기피증이여서 너무나 걱정이 된다는 어느 어머님의 간곡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법륜스님의 차분한 답변이 참 지혜로웠고 좋았습니다. 군대에 자식을 보낸 부모님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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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문자 : 아들이 한 달 전에 신병 훈련소에 입대했습니다. 3일 쯤 후에 소대장님께서 전화하셔서, 아들이 대인 기피증이 심하고 심리적으로 많이 위축되어 있다고 했습니다. 고등학교 때 친구들로부터 심하게 놀림을 받은 것이 그 이유라고 말했다는데, 저는 대인기피증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놀림을 받았던 것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입대하기 전 1년 6개월가량 집에 있는 동안에 상담을 받아보자고 여러 차례 권유하기도 했지만, 본인이 원하지 않으니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아이가 너무나 걱정됩니다.
▶ 법륜스님 : 아들이 사람을 회피하는 것이 쓸데없는 행동으로 보이는 것처럼, 엄마가 아이를 걱정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쓸데없는 행동입니다. 엄마 자신부터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아야만, 아이도 어머니를 따라 배울 수 있습니다.
그 사건이 아들에게 상처가 되는 것은, 외부적인 비난이나 놀림으로부터 상처를 받을 수 있는 내부적인 원인인 까르마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똑같이 비난을 받는다 해도 괜찮은 사람이 있고 상처를 크게 받는 사람이 있으며 심한 경우에는 정신 병원에 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각자의 까르마가 모두 다르기 때문입니다. 콩을 심은 데에 콩이 나는 것은 콩이 가지고 있는 유전인자 때문입니다. 그러나 만약 콩알을 천장에 매달아 놓는다면 콩은 싹을 틔우지 못합니다. 까르마가 존재하더라도 그것을 발현시킬 환경을 만나지 않는다면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 남자와 결혼하면 문제가 드러나지 않는데 저 남자와 결혼하면 문제가 드러난다고 해서, 그 원인이 남자로부터 왔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문제의 원인이 되는 씨앗은 자신의 내부에 있는 것이고 다만 그것이 환경에 따라서 드러날 수도 있고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 문제의 원인은 아이의 까르마이지 다른 누구로부터 온 것이 아니며, 그 까르마가 발현될 수 있는 환경적 조건을 만나서 아이가 상처를 입게 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어머니는 “예 감사합니다” 하면서 자리에 앉았습니다. 어머니가 적극 개입해서 아들을 보살펴주고 보호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정반대의 답변이 나왔네요. 원인 제공자는 바로 자신이니 자신을 돌아보는 참회의 시간을 가지라. 남편과의 갈등이 아들에게 심리적으로 안좋은 영향을 주었고, 힘들어하는 아들을 외면한 자신에 대해서 참회하는 것이 아들을 낫게 하는 길이다. 공개적으로 군대에 전화를 하고 개입하게 되면, 아이는 오히려 병을 핑계삼아 문제를 회피하게 된다... 일시적 처방이 아닌 정말 근본 해결책을 알려주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머니가 자신의 모습을 진지하게 돌아보고 마음이 안정되면 그 힘이 자연적으로 아들을 치유할 수 있는 쪽으로 흘러가게 되겠지요. 군대에 아들을 보낸 대한민국의 부모님들이시여... 자식이 걱정된다면 오히려 이 상황을 계기로 부부 관계를 더욱 진지하게 반성해보는 시간을 꼭 가져보시길^^ 모든 문제는 근본 원인을 해결해야 해결이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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