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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 즉문즉설

몸 피곤해지면 말과 행동 거칠어져요, 어쩌죠

요즘 업무가 많아서 과로를 했더니 몸도 피곤하고 말과 행동도 굉장히 거칠어졌습니다. 평상시 같았으면 편안하게 받아주었을 농담도 예민하게 느껴지고 짜증으로 받아치더라구요. 생각해보니 예전부터 몸이 피곤해지면 말과 행동이 거칠어지는 패턴을 늘 보여왔던 것 같습니다. 스스로 조심해야겠다 주의를 하는데도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말들이 상대를 불편하게 만들더군요. 오늘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에서는 저처럼 몸이 피곤해지면 말과 행동이 거칠어진다는 어느 직장인의 질문이 있었습니다. 법륜스님이 짧고 간명한 답변이 참 명쾌했고요, 저에게도 어떻게 이 문제를 고쳐나갈 수 있는지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질문자 : 몸이 피곤해지면 화와 짜증을 이겨내지 못하고 말과 행동이 거칠어집니다. 어릴 때 아들이 많은 집안에서 딸이란 이유로 일을 많이 했고, 그래서 싫은 마음이 일어났는데 이것이 나중에 분노와 억압으로 쌓인 것 같습니다. 피곤해도 짜증에 휘말리지 않는 방법을 알고 싶습니다.

▶법륜스님 : 피곤하면 누구나 다 짜증이 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피곤하지 않도록 일을 조절하는 방법밖에 없지요. ‘이래도 한 세상, 저래도 한 세상인데 이렇게까지 일할 거 있나.’ 이렇게 좀 편안하게 생각하고 살아보세요.

그런데 사람이 살다 보면, 정말 힘들게 일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짜증이 나지만 정말 자신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싶으면, 책상 앞이나 눈에 잘 띄는 곳에다 이렇게 써 붙여 놓으세요.

‘나는 몹시 피곤할 때 짜증과 화가 난다. 그것도 폭발할 때가 있다.’

이렇게 하면 피곤해지기 시작할 때 몸이 먼저 경계를 하면서 자신을 지켜보기 시작합니다. ‘어어, 이러면 짜증이 나고 감정이 폭발할 텐데…….’ 이렇게 몸의 예고를 알아차리고 ‘언제쯤 터지나 한번 지켜보자.’ 하는 겁니다. 그러면 터지지 않습니다. 스스로에게 주의를 주는 즉시 짜증이란 놈은 김이 빠져버리거든요.

그런데 몹시 심하게 피곤해서 화가 날 때는 지켜 볼 경황도 없이 자기도 모르게 터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알아차림이 습관이 되어야 합니다. 몸이 피곤하거나 일이 좀 과하다 싶으면, ‘슬슬 화가 일어나는구나. 감정이 폭발하려고 하는구나.’ 이렇게 미리 알아차려야 합니다. ‘그럼 언제쯤 터질까? 이번에는 한번 잡아 봐야지. 어디, 어디쯤 왔나?’ 하고 깊은 관심으로 지켜  보는 것이지요. 이 정도의 관심을 자기에게 가지면 이 상황은 쉽게 극복이 됩니다.
 
그런데 대부분 사람들은 이렇게 자기 마음을 살피지 않고 삽니다. 그래서 똑같이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같은 일을 되풀이하게 되지요. 더 이상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게 하려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예의주시하는 것이지요. 몸이 피곤하다고 해서 화의 감정이 동시에 일어나는 건 아니에요. 피곤할 때 어느 시점에서 어떻게 감정이 일어나는지를 비디오로 찍듯이 주의를 기울여서 관찰해 보세요. 감독을 한번 해 보라는 것입니다. ‘나는 피곤할 때 화가 난다. 그게 어떤 상황에서 일어나는지 이번에는 내가 그 순간을 꼭 한번 잡아봐야 되겠다.’ 이렇게 결심하고 피곤해질 때, 이것을 딱 과제로 삼아 면밀하게 지켜보세요. 그래서 터지는 순간을 알아차리게 되면, 그 상황에서 왜 분노가 터졌는지 그 이유를 연구해 보는 겁니다.

이렇게 깊은 관심을 갖고 관찰해 보면, 거의 구십 퍼센트는 화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일어나면 원인을 찾을 수 있어 참 좋은데, 이 감정의 원인인 느낌은 관찰하면 사라져 버립니다. 분노의 감정은 관찰하지 않을 때만 일어납니다. 그래서 언제나 깨어 있으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수(느낌)를 관찰하라.’ 이렇게 말하는데, 그것은 느낌이란 관찰하면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알아차리면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없애려고 애 쓰는 게 아닙니다. 느낌을 알아차리기 전에 이미 감정으로 전이됐을 때는 알아차려도 사라지지 않지만, 느낌이 일어날 때 즉시 알아차리면 느낌은 곧 사라집니다.
 
이것은 실제로 경험을 해 보셔야 합니다. 그래야 제가 한 이야기에 대해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 경험이 없으니까, 몇 번이고 설명을 들어도 또 그런 것 같고, 또 그런 것 같고, 그렇게 이해가 잘 되지 않는 것입니다.

화내고 짜증내는 것을 수행의 과제로 삼아 어떤 상황에서도 스스로의 마음을 잘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이 되기 바랍니다.

질문하신 분이 “감사합니다” 하면서 자리에 앉습니다. 청중들의 큰 박수 소리가 이어집니다. 몸이 피곤하면 누구나 다 짜증이 나게 되는데,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느낌을 관찰하는 것이랍니다. 느낌이 일어났을 때 즉시 알아차리게 되면 금방 사라지게 되는데, 알아차리지 못하고 이미 감정으로 전이되면 다스리기가 무척 힘들어진다. 이런 알아차림이 습관이 되어야 화나 짜증이 사라질 수 있다. 게다가 눈에 잘 띄는 곳에 “나는 몹시 피곤할 때 폭발할 때가 있다” 써붙여 놓아라고 하신 말씀이 참 재미있었습니다. 저도 방금 책상 앞에 써 붙여 놓았는데, 순간 순간 제 감정을 예의주시하며 알아차림이 계속되는 효과가 있네요. 몸이 피곤해서 자주 짜증을 내시는 분들은 한번 이렇게 해보시길... 정말 효과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