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에 대해 생각해 보신 적 있으신지요? 요즘 제 주위에는 이혼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습니다. 그럴 때 마다 어떤 말을 해주어야 할지 막막합니다. 물론 처음에는 화목하게 잘 살았겠지만, 조금씩 조금씩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어느날 작은 사건을 계기로 쌓인 감정들이 순식간에 폭발하고 급기야 이혼 이야기가 오고 가는 지경에 이릅니다. 물론 부부싸움 안하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 하지만, 이혼까지 가게 되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재결합을 하려고 해도 막막하고, 실제로 이혼하려고 해도 양가 친척들과 자식들이 마음에 걸립니다. 오늘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에서는 이혼 서류에 도장까지 찍었지만 아직 제출은 하지 못하고 고민하는 어느 분의 간절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법륜스님의 대답도 명쾌해서 좋았고, 질문한 이도 마음이 많이 가벼워졌던 대화 내용을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 질문자 : 결혼해서 자식도 놓고 넉넉하지는 않지만 그런 대로 살아가고 있었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부부간에 갈등이 깊어지면서 싸움을 자주 했습니다. 그러다 심한 말다툼 끝에 이혼까지 가게 되어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형제들은 젊은 시절에 제가 아내 속 썩이고 마음고생을 많이 시켜서 이렇게 되었다고 얘기합니다. 저도 인정은 하지만 지금은 마음잡고 잘살고 있는지라 쉽게 납득이 안 되는데, 그래도 아내에게 참회하는 마음은 듭니다. 솔직히 재결합을 하려고 해도 엄두가 나지 않고 안 하려고 해도 부모와 자식들이 걸립니다. 서류에 도장은 찍었지만 제출은 안 하고 있어서 법적으로는 아직 부부입니다.
▶ 법륜스님 : 그냥 자기 기도만 하시고 두 사람의 관계를 어떻게 할 것인가는 생각하지 마세요. 살고 헤어지는 건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에요. 살아도 행복하게 살아야 하고 헤어져도 행복하게 되는 게 목표이어야지, ‘사느냐 헤어지느냐’ 이걸 결정하는 게 목표가 되면 안 됩니다. 여러분들은 그런 걸 목표로 삼기 때문에 인생사가 복잡해지는 거예요. 같이 사느냐 헤어질 거냐 하는 결정은 상대편하고 동의가 이루어져야 해요. 지금 내 마음도 갈피를 못 잡고 있는데 어떻게 상대 마음까지 맞춰서 이러니저러니 결정할 수 있겠습니까?
이유야 어떻든 두 사람이 헤어지기로 해서 지금 갈라선 상태입니다. 서류에 도장까지 찍었는데 아직 제출은 안 했고, 지금 본인에게는 조금의 망설임이 있습니다. 그러면 일단 서류는 서랍 안에 넣어 놓고 정진을 하십시오.
부인이 진짜 나쁜 인간이어서 이런 인간하고는 일초도 못 살겠다는 정도였으면 이런 망설임은 없었겠지요. 여러 가지 내 뜻대로 안 되고 문제도 있지만, 내 생각을 접고 보면 부인한테도 괜찮은 면이 있는 거예요. 게다가 옛날에 남편이 아내 속을 썩인 일도 있었어요. 그러니까 아직도 부인한테 미련과 미안한 마음이 있는 것이지요.
이렇게 방황만 하면 밤새도록 고민해도 해결책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서류를 책상서랍에 넣어 놓고, 기도하세요. 매일 삼백 배를 하면서 두 가지를 생각하세요. 첫 번째에는 아내의 좋은 점만 생각하는 거예요. ‘당신에게는 이런 좋은 점이 있었습니다. 당신에게는 이런 좋은 점이 있었습니다. 당신에게는 이런 좋은 점이 있었습니다.’ 두 번째에는 본인이 부인에게 잘못한 점만 찾아보세요. ‘제가 이걸 잘못했습니다. 제가 이걸 잘못했습니다. 제가 이걸 잘못했습니다.’
그렇게 백일 동안 기도하면 해결책이 나올 거예요. 이렇게 아내의 좋은 점만 생각하고 자기 잘못한 것만 참회했는데도 아직도 ‘아 저 마누라 안 되겠다’ 할 때는 이혼을 하는 게 좋습니다. 반면에 ‘그래 그만한 마누라 어디 있나.’ 이렇게 생각하면 재결합하면 됩니다. 그만한 마누라도 없다는 생각이 들면 ‘이혼할 엄두가 난다, 안 난다’ 이런 생각은 자연히 없어져 버립니다. 망설임이라는 것은 늘 이해관계를 가지고 저울질할 때에 생기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이해관계를 따지지 않고 상대의 좋은 점과 자신의 실수만 생각하니 자연히 저울질하는 마음은 없어지는 것이지요.
이렇게 기도를 하면 분명해집니다. 그런데 이런 과정에 본인의 마음이 정리되든지 상황이 정리되든지 합니다. 즉 고민할 필요가 없어지게끔 아내가 집으로 들어오든지 아내가 딴 남자한테 가버리든지, 내 마음이 정리되어 아내를 찾아가든지, 혼자 살기로 결정이 나든지 정리가 됩니다.
그러니 다만 기도할 뿐입니다. 자기 생각대로 되면 “감사합니다.” 하고, 자기 생각대로 안 되면 원망하는 건 기도가 아니에요. 관세음보살을 부를 때에는 ‘그분은 내 고통을 나보다도 먼저 아시고, 나보다 더 잘 아시고, 천수천안으로 나를 보살펴주시는 분이다.’ 이렇게 믿고 그분께 맡겨야 합니다. 그리고 나는 다만 정진할 뿐이어야 합니다.
우리의 의식과 무의식은 늘 서로 충돌하고 있는데 수행 정진을 하면 무의식이 좀 정리가 됩니다. 그럼 의식이 깨끗해지지요. 아주 투명해집니다. 함께 사는 쪽으로 정리되든지, 헤어지는 쪽으로 정리되든지 말이에요.
그런데 정리하지 않고 계속 저울질만 하고 있다 보면, 상황이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쪽으로 갑자기 돌변해서 나에게는 선택할 여지조차 없어지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를 당하면 나중에 후회가 많이 남게 됩니다. ‘그때 내가 좀더 빨리 결정했으면 이런 일은 안 일어났을 텐데…….’ 하면서 말이지요. 그러니 이제 저울질은 그만 두고 부지런히 수행 정진하시기 바랍니다.
대답을 들은 질문자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집니다. 아내의 좋은 점만 생각하고 자기 잘못한 것만 참회했는데도 아직도 ‘저 마누라 안 되겠다’ 할 때는 이혼을 하는 게 좋고, 반면에 ‘그래 그만한 마누라 어디 있나.’ 이렇게 생각하면 재결합하면 된다... 참 명쾌했습니다. 단순히 이래라 저래라 정답을 내려주는 게 아니라, 질문자가 상대를 탓하기 이전에 자신의 마음을 먼저 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아 참 좋았습니다. 대부분 이혼까지 가게 되는 경우는 자신의 잘못은 온데 간데 없고 오로지 상대의 잘못만을 탓하게 되는 경우이겠지요. 상대의 장점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자신의 잘못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이렇게 사로잡혀 있는 상태에서는 어떤 결정을 내려도 결국 후회가 남게 될 것입니다. 이제 그만 저울질 하고 자신을 돌아보라 하시는데 머릿 속이 청명해졌습니다. 지금 이혼을 고민하시는 분들에게 이 글이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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