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법륜스님 즉문즉설

직장에 참을 수 없게 싫은 사람, 어쩌면 좋죠?

요즘 직장에서 참을 수 없게 싫은 사람이 생겼습니다. 그 사람과 대화도 하기 전에 이미 얼굴만 봐도 부정적인 감정이 생겨버립니다. 이렇게 되기까지 한 달 정도의 사건과 사연들이 있었습니다. 그 과정 속에서 제 내면에는 그 사람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덮여 씌여 버린 것이겠지요. 그 사람은 분명 편하게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저는 피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그 사람을 욕하고 싶고 그 사람의 요청은 다 거절하고 싶기까지 했습니다... 별로 신경쓰지 않고 일 속에 집중하려 하지만, 마음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 사람과 앞으로 어떻게 지내야 할까.... 답답한 마음이 계속되다가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법회를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좋은 관계로 마무리하는 게 나를 위해서도 좋을 것 같았거든요. 해결책을 찾고 싶었던 거지요. 다행히 저랑 똑같은 상황에 놓여 있는 어느 분의 질문 덕분에 명쾌한 해법을 찾게 되었습니다. 

즉문즉설은 질문자가 놓여있는 상황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질문자가 놓여있는 상황에 따라 답변이 정반대로 주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질문자는 마음공부를 하고 있는 분이여서, 마음공부에 초점을 맞추어 답변이 이루어졌습니다. 글을 읽으시기 전에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질문자 : 그동안 스님 말씀을 듣고 많은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습니다. 유독 한사람만 만나면 불편하고 이해하기가 힘이 듭니다. 그 사람과 업무적으로 부딪칠 일은 없으나 좋은 관계로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법륜스님 : 회사에 있는 어떤 사람 같은데, 서로의 카르마가 맞지 않는 사람인가 보네요. 상대의 꼴만 봐도 보기 싫을 때에는 어떻게 생각을 내야 할까요? ‘왜 나는 안 될까?’ 라든지 ‘저 인간은 정말 문제다.’ 이렇게 볼 게 아니라 ‘내 분별심이 아주 강하게 일어나고 있구나.’ 하고 자신을 봐야 합니다. 즉 ‘이 사람하고 부딪치면 내 업이 아주 강하게 일어나는구나. 그러니 이 사람은 내 수행의 연습상대로 아주 좋은 사람이구나. 만약 내가 이 사람을 극복할 수만 있다면 어지간한 사람은 다 극복할 수 있겠다.’ 이렇게 생각해야 합니다. 한 사람 한 사람 다 연습해야 하는데 아주 센 사람하고 연습해서 나를 이기면 나머지는 굳이 연습하지 않아도 되잖아요.

‘저 인간이 정말 문제다’ 가 아니라 ‘내 분별심이 아주 강하구나’

  그러니까 마음을 바꾸세요. 이 사람을 만났기 때문에 마음 속 깊이 있던 무의식의 세계를 더 잘 알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 사람이 없었다면 자신이 수행이 잘된 사람이라고 착각했을 수가 있습니다. 이런 존재가 있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방심하기가 어려운 것이지요. 이렇게 긍정적으로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이 사람은 내 수행의 연습상대로 아주 좋은 사람

  보통은 이런 상대하고 부딪쳤을 때 거의 즉각적이고 무의식적으로 반응합니다. 이렇게 무의식적으로 반응하는 게 나의 업식입니다. 그래서 이런 사람은 수행하는 데 좋은 연습상대가 됩니다. ‘내 수행을 점검하는 감독관이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편합니다. 내가 공부가 얼마나 됐는지 이 사람이 금방 점검해 주지 않습니까? 이런 마음가짐으로 임하세요. 그래서 아침마다 얼굴을 볼 때 ‘오늘은 수행이 잘 될까?’ 하며 되나 안 되나 부딪혀보세요. 그러다 ‘탁’ 하고 또 올라오면 ‘내가 또 업식에 끄달리는구나.’ 하면서 내려놓으세요. 그렇게 연습을 하다보면 됩니다.

혼자 하는 것보다 연습 상대가 있으면 훈련이 더 잘 된다

  기도를 열심히 하라는 말은 법당에 와서 절이나 열심히 하라는 뜻이 아니라 ‘연습 좀 더 해라.’ 하는 말입니다. 그런데 혼자서 연습하는 것보다 상대를 두고 연습하는 게 훨씬 수행속도가 빠릅니다. 권투할 때 샌드백을 치며 혼자 연습하는 것보다 스파링 상대를 두고 하는 게 더 훈련이 잘 되는 것처럼, 수행에서도 연습 상대가 있으면 진전이 더 빠릅니다.

  초심자는 상대를 직접 두고 연습하려면 좀 힘듭니다. 워낙 연습해둔 것이 없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래서 법당에서 절하면서 혼자서 연습을 좀 많이 해야 합니다. 그러다가 어지간히 이치를 알게 되면 현장에서 실전을 해 봐야 합니다. 스님들이 산속에서 혼자 앉아서 수행하니 인격이 고상할 것 같지만, 남대문시장에서 사흘만 생선 장사를 하면 입에서 절로 욕을 내뱉을지도 모릅니다. 현장에서 연습이 안 돼서 그런 거예요.

만행을 하는 스님들처럼 나는 지금 ‘보림’ 중...

  선에서는 현장에서의 연습을 ‘보림’이라고 합니다. ‘이치를 탁 깨쳐서 견도를 얻었다.’ 하면 만행을 해야 합니다. 만행을 통해 온갖 것에 부딪히면서 보림을 하는 것이지요. 육조 혜능대사도 금강경 한 구절에 확 깨쳤다 했지만 설법을 할 때까지 16년 동안이나 사냥꾼들 틈바구니에 숨어서 피해 다녔어요. 그게 바로 보림 기간입니다.

  여러분들은 집에서 아내나 남편을 상대로 연습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신이 수행 잘못된 거, 안 되는 거 아는 건 남편이나 아내가 귀신이기 때문에, 여러분 마음을 알아서 속을 확 뒤집어놓죠. 그럴 때 ‘내가 공부 좀 하려고 하면 저 인간이 나를 뒤집어 놓아서 공부가 안 된다.’ 이러지 말고, 상대를 수행 점검하는 연습상대라 생각하시고 공부하면 세상살이가 그대로 수행이 됩니다. 부부간에 갈등이 있거나 자식이 말을 안 듣거나 회사에 나가서 이런 저런 사람을 만나는 건 현장실습에 속하는 겁니다. 지금 여러분들이 만행을 하는 스님들처럼 보림 중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저 사람이 내 공부를 좀 더 깊이 있게 점검해 주는 사람이다

  질문하신 분은 ‘저 사람이 나하고 악연인가?’ 이렇게 생각하지 말고 ‘저 사람이 내 공부를 좀 더 깊이 있게 점검해 주는 사람이다.’ 하고 그 사람을 긍정적으로 생각해서 대화해 보세요. 그러면 한두 번 하다가 스스로 알아차리는 게 빨라져요. 이렇게 자기 수행을 점검하는 관점에서 연습 삼아 상대를 대해 보시기 바랍니다.

아래의 추천단추를 눌러주시면, 더 많은 사람들과 이 글을 함께 나눌 수 있습니다.^^



스님의 말씀 하나하나가 가슴 속에 파고 들었습니다. 저는 계속 ‘그 사람이 정말 문제다’ 라는 생각을 쥐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지 말고 ‘내 분별심이 아주 강하게 일어나고 있구나’ 알아차려라 하시는데, 가슴이 뜨끔했습니다. ‘그 사람을 싫어하는 감정이 그 사람으로부터 일어난 것이 아니라 내 마음속에서 일어났구나’ 그제서야 알아차려진 것입니다. 그 사람을 부정적으로만 계속 바라봤지, 한 번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않았구나... 미안하다, 죄송하다 하는 마음이 일어났습니다. 싫어하는 사람을 마음공부 할 수 있는 연습상대로 한 번 생각해 보라고 하시는데, 정말 그렇게 생각해보니 그 사람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한 순간에 녹아내려 버렸습니다. 저는 마음공부를 통해 행복하고 자유로운 사람이 되고 싶어서 수련도 하고 그러는데, 제가 싫어했던 그 분이야말로 그런 저의 마음공부를 연습시켜주는 최고의 스승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니 싫어했던 그 사람이 완전히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마음이 정말 가벼워지더군요. 아.. 이런 걸 일체유심조, 즉 모든 괴로움은 내 마음이 일이키는 것이다 라고 하는 거구나. 큰 깨우침을 얻고 발걸음이 가벼워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