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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퇴치

[법륜 스님의 희망편지] 거기 누구 없소

<거기 누구 없소>


- 법륜 스님





아프카니스탄 칸다하르

사막 가운데 있는 IDP난민 캠프

1만4천 가구 7만 여 명이 사는 세상


사람이라고는 하지만

아무런 희망도 없이

어미새가 물어다 주는 먹이를 기다리는

새끼새 모양

WFP에서 주는 한줌의 식량에 목숨을 매달고

그저 멍하니 텅 빈 하늘만 쳐다보며 산다.


인구의 40%가 14세 이하의 어린이

초등학교에 다녀야 할 아이들만도

무려 일만명이 훨씬 넘는데

학교 하나 없이, 병원 하나 없이

그저 짐승보다 못한 삶을 살아간다.


제일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식량, 텐트, 진료를 말하는 그들에게

학교라는 대답을 듣기를 원하는 것은

방관자의 사치


학교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것이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텐트로 임시 학교라도 만들면 어떤가?

‘좋지!’


누구 가르칠 사람은 있는가?

‘없어!’


굵은 눈망울을 허공 가득히 쳐다보며

‘나는 배우지 못해 이름자도 쓸 줄 모르지만

내 아이들만은 정말 가르치고 싶소.

내 아이는 나처럼 살게 하고 싶지는 않소.’


갑자기 내 눈에 눈물이 흐른다.

주체할 수 없이 자꾸 흐른다.

문맹이지만

평생을 땅을 파서 날 공부시키신

내 부모님이 생각난다.


내 아이라면

한 아이를 위해서라도

어떤 어려움과 위험이 있을지라도

반드시 가르치고 말텐데

여기 만 명의 아이가 버려져 있어도

내 아이가 아니라는 한가지 이유로

아무도 돌볼 이 없으니

하늘도 무심하시지.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 하면서

사람이 곧 부처라 하면서

이 세상에서 가장 작은 자 하나에게 하는 것이

신에게 한 것이라 하면서

왜 이 아이들은 이렇게 버려져 있는가?


거기 누구 없소?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이 아이들을 돌볼

양심을 가진 사람

사람 같은 사람 없소?


사람을 죽이는 전쟁에도

용감히 나서는 군인이 있는데

사람을 살리는 인도적 구호활동에

용감히 나서는 젊은이 없소?


그깟 돈을 벌기 위해서는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이곳에 오는 사람은 많은데

사람을 살리기 위해 이곳에 오는 

용기있는 사람 없소?


지난 두달 동안 4명의 UN직원이 죽었다고

외국인은 육로로는 

칸다하르에 가지도 못하게 하니

더구나 칸다하르 빤즈웨이 IDP 난민촌에는

더더욱 못가게 한다.


거기 누구 없소?


이 곳에 갈 사람

한 아이를 버리고

만 아이를 구할 자


전쟁에 나가듯이 용감하게

이곳 난민촌에 와서

아이들을 가르칠 사람

황금을 구하러 서부로 몰려가듯

버려진 인간성을 구할 개척자


자비를 입으로만 말하지 말고

구원을 위해 하늘만 쳐다보지 말고

정의를 글로만 쓰지 말고

여기 살아 있는 붓다께

사람의 아들 예수께

진실로 예배드릴

진실한 종교인

거기 누구 없소?


의지의 한국인

용기 있는 젊은이

거기 누구 없소?


2003. 5. 28


칸다하르 빤즈웨이 툴루칸 난민촌에서

법륜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