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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 즉문즉설

추석날, '소원 기도'에 대해 스님께 물어봤더니


추석날 밤이 깊어만 갑니다. 마침 저희 법당 지붕 위로도 보름달이 환하게 떴습니다. 보름달 환하게 뜬 오늘밤, 해야되는 일이 있죠? 소원 기도입니다. 어릴 적 어른들이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해서 사촌들과 열심히 보름달 보며 기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소원 성취 기도는 추석 날 말고도 대학수능시험을 앞둔 고3 어머니들이 많이 하시죠. 남편의 진급을 앞두고 하기도 하고요. 이런 소원 성취 기도는 어떤 마음으로 해야 할까요. 진정한 기도는 어떤 기도일까요. 오늘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은 소원 성취 기도에 대한 질문과 대답입니다. 진정한 기도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질문]

아침마다 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기도할 때 자기가 원하는 바를 내세우면서 108배하는 것이 좋은지 궁금합니다. 

[답변] 

사람은 누구나 다 원하는 게 많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다 원하는 게 있습니다. 이건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저건 저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이 사람은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저 사람은 저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등 늘 바라는 게 많습니다. 

원하는 것이 안 될 때가 더 많기 때문에 인생은 괴로운 것

버스 타러 가서는 버스가 바로 왔으면 좋겠다, 타고 나면 내가 앉을 자리가 있으면 좋겠다, 시간 맞춰 좀 빨리 갔으면 좋겠다 등 늘 바라는 게 있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대부분 바라는 것에 따라서 움직입니다. 이것을 욕구라고 하기도 하고, 욕망이라고도 부릅니다. 그런데 자기가 바라는 것이 이루어질 때가 있습니다. 그땐 기분이 아주 좋죠. 그런데 또 안 될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땐 기분이 좀 나쁘죠. 그런데 안 될 때가 더 많습니다. 그래서 인생은 즐거움보다 괴로움이 더 많습니다. 

원하는 것이 안 될 때가 더 많은 이유

원하는 것이 안 될 때가 더 많은 건 왜일까요? 예를 들어 차 타고 가면서 길 막히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게 되지요. 길이 막히는 시간에 안 막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일어납니다. 한산한 새벽 시간에 나오면서 길이 안 막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나지는 않지요. 주말이나 출퇴근 시간에, 갑자기 어디에 갈 일이 있을 때, ‘오늘도 길 막혀서 늦겠다. 길만 탁 뚫리면 늦지 않게 갈 텐데.’ 이렇게 바람이 일어납니다. 막히는 시간에 좀 안 막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일어나니까 막힐 확률이 높죠. 공부를 잘하는 아이를 두고 우리 아이 공부 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일어나지 않죠. 공부 못하는 아이 보면서 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일어나지요. 그래서 바라는 것은 하나하나 따져보면 안 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기분이 상쾌하기보단 언짢을 때가 많아요. 

괴로움은 “바라는 마음” 때문에 생긴 것

우리가 바라는 것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드물어요. 그런데 바라는 강도가 크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괴로움이 크고, 바라는 강도가 약하면 괴로움이 적지요. 그러므로 괴로움은,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바라는 마음 때문에 생긴 것이지요. 길이 막히면 버스가 늦기도 하고 기사가 좀 빨리 가면 일찍 도착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내가 그 생각을 하든 안 하든 일어나는 일인데, 그걸 가지고 빨리 갔으면, 늦게 왔으면 하고 생각을 일으키고 기대를 합니다. 우연히 맞아떨어지면 내가 원하는 대로 됐다고 기뻐하지만, 그건 내가 원했기 때문에 된 것이 아니지요. ‘아, 빨리 왔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 하지 않아도 버스는 올 때 되면 오는 겁니다. 

집착하지 말고, 다만 ‘이런 마음이 일어나는구나’ 하세요

원하는 바는 사람마다 다르고, 또 상황 따라 그때 그때 달라지지요. 금방 비가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가, 또 금방 맑았으면 좋겠다고 했다가 사람 마음이 죽 끓듯 한다고 하잖아요. 그러니 해탈의 길은 일어나는 마음을 따라 집착하지 말고 마음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다만 ‘이런 마음이 일어나는구나.’ 하는 겁니다. 

나무를 심으면서, 물은 주어야 되겠고 물주기는 싫어서 비가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일어납니다. 그 순간 ‘이런 마음이 일어나는구나.’ 이렇게 그냥 볼 뿐입니다. 한 생각 일어난 것에 집착하면, 즉 비가 내려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비가 안 오면 괴로워집니다. 그저 ‘이런 생각이 일어나는구나’ 하고 내버려두라는 것이지요. 

‘이거 해 주세요, 저거 해 주세요.’ 하지 말고, 탁 놔버리는 것이 올바른 기도

그런데 우리는 자꾸 그것을 붙들고 집착합니다. 그래서 인생이 괴로워집니다. 기도할 때 ‘이거 해 주세요, 저거 해 주세요.’ 하는 것은 욕구를 따라가는 것이지요. 그것은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길이 아닙니다. 해탈의 길이 아닙니다. 잡고 있다가도 기도할 때는 탁 놔버려야 그게 기도입니다. 그런데 평소엔 가만히 있다가도 기도할 때 도로 잡지요. 그런 것은 올바른 수행이 아닙니다. 

의지를 굳건히 하기 위해서도 기도하지만,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길은 아니다 

다만 자신의 의지를 굳건히 하기 위해서, 다짐을 굳히는 공부를 할 때는 바람을 분명히 하고 신념을 굳건히 하기 위해 원하는 것은 내세울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해탈의 수행법은 아닙니다.  

기도는 대부분 원하는 바를 이뤄 달라고 비는 것인데, 그런 기도는 잘못된 기도라고 하시네요. 괴로움은 ‘바라는 마음’ 때문에 생기는 것인데, 기도야 말로 ‘바라는 마음’이 응축된 결정체라는 것이죠. 기도를 하면 할수록 괴로움은 커질 수 밖에 없는 것이 내가 지금까지 해온 기도였구나 알게 되었습니다. ‘이거 해주세요’ 비는 기도가 아니라, 집착을 탁 내려놓고, 다만 목표를 향해 부지런히 노력하는 것이 진정한 기도란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추석날인 오늘밤에는 내 마음 속에 집착과 욕심을 내려놓고, 다만 열심히 노력할 것을 다짐하는 그런 기도를 올려봅니다.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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