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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 즉문즉설

서른 넘은 딸이 결혼 안해 걱정입니다, 스님의 답변

추석 연휴가 끝나갑니다. 신문 기사를 보니 추석 연휴 기간 동안 가장 듣기 싫은 말 1위가 “결혼은 언제 할거냐” 란 질문이었다고 합니다. 20대는 아직 여유가 있지만, 30대에 접어들면 명절 연휴 이 질문 때문에 꽤나 스트레스 받아셨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저도 부모님께 전화만 드렸는데도 이 질문에 시달렸으니까요(참고로 전 30대 미혼남ㅋ). 오늘 법륜스님 즉문즉설에서는 딸이 서른 살이 넘었지만 아직 결혼을 하고 있지 않아 걱정된다는 어머님의 질문이 있었습니다. 결혼 안한 자식들 때문에 근심 걱정인 분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소개합니다.   


[질문] 

과년한 자식을 둔 어미입니다. 딸이 아직 결혼을 하지 않고 있어 걱정입니다. 자식의 결혼에 있어 부모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결혼을 할 때는 어떤 기준으로 하며, 자식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모의 선택은 어디까지인지 알고 싶습니다.

[답변]

과년하다는 표현을 하는 것 보니까 딸이 서른 살은 넘은 것 같네요. 

아무 걱정하지 말고 자기 인생 자기가 살게 내버려두세요. 

첫째, 최선책은 아무 걱정하지 말고 자기 인생 자기가 살게 내버려두는 것입니다. 결혼을 하던 안 하든, 누구하고 결혼을 하던 자식의 선택을 존중하고 격려해 주고 칭찬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혼자 살아도 좋은 일이고 결혼을 하는 것도 또한 좋은 일이에요. 

그러나 결혼하면 반드시 좋을까요? 그것은 아니에요. 결혼해서 괴로워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습니까? 자신의 결혼 생활이 참 행복했다고 생각하는지 질문자는 곰곰이 돌아봐야 합니다. 내 결혼생활이 너무 너무 행복했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을 거예요. 그걸 제가 어떻게 아느냐. 딸이 늦도록 결혼 안 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어요. 어릴 때 ‘아이고, 나는 저럴 바에야 결혼 안 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한 것이 딸의 무의식에 깔려 있기 때문에 결혼이 자꾸 늦어지는 거예요. 

혼자 살아도 좋은 일이고, 결혼을 하는 것도 또한 좋은 일

자신의 삶을 진지하게 돌아보면서, 딸이 결혼을 안 하고 혼자 사는 것도 좋은 인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나는 결혼 안 하면 안 되는 줄 아는 시대에 태어나서 살았지만 요즘 같이 좋은 시대에는 혼자 살 수도 있고 결혼해서 살 수도 있으니 딸이 시대의 자유를 만끽하도록 내가 도움을 주자.’ 엄마가 이런 마음을 가지면 이것이 진짜 사랑이에요. 

딸의 선택을 존중하고 격려해 주고 칭찬해 주는 것이 중요

“딸 시집 안 보내고 그냥 두면 어떻게 하냐.” 하는 소리를 남들한테  듣기 싫어서 억지로 결혼시키려고 하거나, 내 의무 다 했다. 하고 홀가분해지려고 결혼을 시키려 한다면 그것은 도무지 딸의 인생을 고려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제는 수행을 하시니까 각자의 인생을 존중할 줄 알아야 되요. 어떤 결정을 하든지 격려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요즘은 동성 결혼도 인정하는 시대에 와 있습니다. 남자와 남자, 여자와 여자가 결혼해서 사는 것을 법으로 인정하는 나라들도 있어요. 만약에 자녀가 동성결혼을 하겠다고 하더라도, “그래, 잘했다. 엄마는 네가 하는 일은 다 적극적으로 찬성이다.” 하고 말할 정도가 되어야 해요. 

걱정한다는 것은 딸의 의사를 존중할 의향이 별로 없다는 것

그런데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아이고, 그런 일이 생길 바에야 혼자 사는 게 낫겠다.’ 하는 생각이 든다면 딸이 혼자 사는 것을 더더욱 존중해 주세요. 그게 아니라면 ‘아이고, 그런 일이 생길 바에야 어떤 남자든지 남자하고 사는 게 좋겠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어떤 남자를 데리고 오든 존중해 주셔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걱정거리가 안돼요. 걱정한다는 것은 딸의 의사를 존중할 의향이 별로 없다는 거예요. 

만약에 딸이 나에게 “엄마, 나 결혼하고 싶어. 신랑감 하나 구해 줘.” 이렇게 부탁을 한다면 이것은 오히려 고민이 될 수도 있어요. “내가 어디 가서 너하고 살 남자를 구하겠니. 차라리 돈을 대 줄 테니 네가 알아서 해라.  절대로 사람 탓은 안 할게.” 이렇게 해야 되요. 그런데 자기가 알아서 데리고 왔으면,  좋으니 나쁘니 이야기할 필요가 없습니다.

결혼하려고 하는 사람은 다 축복받으며 결혼하고 싶지 반대 속에서 하고 싶지 않아요. 어차피 할 거면 격려해 주는 게 좋지요. 연애도 하고 집안도 보고 부모가 다 참석해서 온갖 축복을 받고 이렇게 결혼해서도 몇 년 못 살고 헤어지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까? 고르기를 잘못 골라서 헤어지는 게 아니에요. 그것을 아셔야 해요. 

왜 자식 때문에 근심걱정을 안고 살려고 합니까?

그러다가 2, 3년 살고 헤어지더라도  “봐라. 내가 말렸잖아.” 그런 소리 하지 마세요. “잘했다. 대신에 이제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라.” 하든지, “수행을 하면 어떤 사람하고도 살 수 있는데 네가 그렇게 같이 살지 못한 것은 남편 때문이 아니다. 네 공부가 부족해서 그러니 이제는 이것을 계기로 삼아 발심을 좀 해라.” 이렇게 격려해 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러면 부모와 자식 사이 정이 얼마나 늘겠어요. 그런데 뭐 때문에 이것 가지고 원수가 되려고 그래요. 왜 자식 때문에 근심걱정을 안고 살려고 해요. 근심걱정하고 사는 게 소원이라면 모를까, 근심걱정 하고 싶지 않다면 이것은 특별히 걱정 안 하셔도 되는 문제입니다.

부모의 권유가 옳을 수도 있지만 옳지 않을 수도 있고, 자식에게 득이 될 것 같지만 득이 안 될 수도 있어요. 그것을 알 수 없으니 관여하지 않는 게 제일 좋아요. 내 인생도 잘 몰라서,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잘한다고 했던 것이 돌아보니 참 어리석은 짓이었던 게 이렇게나 많은데 지금 자식 운명에 관여하게 생겼어요? 

도움을 요청해도 “네 인생은 네가 살아라” 하는 것이 부모로서 가장 잘하는 일

설령 자식이 도움을 요청해도 “네 인생은 네가 살아라.” 하고, 그래도 엄마로서 도와달라고 하면 “내가 다른 것은 못 도와주고 돈이나 조금 도와줄게.” 하세요. 돈으로 때우는 게 좋아요. 사실은 돈으로 도와줄 필요도 없지만 다른 것 못 도와주면 그것이 제일 쉬워요. 그런데 그것도 많이 도와주면 안 됩니다. 부작용이 생겨요. 그런 관점으로 하세요. 그것이 자식을 위해서 부모로서 가장 잘하는 일입니다. 모르면 가만히 있으면 되요. 그저 벙어리가 되고 입을 열려면 염불만 하고 그렇게 사세요. 그러면 저절로 다 좋아집니다.

스님의 말씀은 한결 같습니다. 부모의 자식에 대한 지나친 간섭은 자식을 망친다는 말씀이지요. 저는 아직 자식을 키워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습니다만, 자식의 인생을 부모가 대신 살아줄 수 없으므로, 결국 스스로 자기 인생을 개척할 수 있도록 자식의 선택을 존중해 주는 게 가장 좋다는 스님의 말씀에 절대적으로 공감했습니다. 자녀가 어릴 때는 보살펴주는 것이 필요했지만, 성인이 되었다면 그 어떤 선택을 하든 스스로 책임지고 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어야겠지요. 물론 자녀 입장에서도 걱정하는 부모님의 마음 또한 충분히 이해하고 헤아려드려야 하고요. 명절 연휴, 자녀의 결혼 문제로 스트레스 받으셨던 분들, 이 글 읽고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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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잠깐 알려드릴게 있어요.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이 책으로 엮어져 나왔답니다. 결혼 생활의 어려움에 대해 스님과 문답한 내용이 주제별로 재미있게 엮어져 있답니다. 깊이있는 법륜스님의 말씀을 접하고 싶다면 꼭 구입해 보시길...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