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문즉설로 많은 대중들을 행복으로 안내하고 있는 법륜스님을 아실 겁니다. 그렇다면 지금의 법륜스님을 있게한 한 스승은 누구일까요? 법륜스님은 젊은시절 불교계의 현실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그것을 개혁해 보려고 노력했었다고 지난 2012년 5월 방영된 SBS 힐링캠프에서 말한바 있습니다. 그러던 중 미국 LA의 작은 사찰에서 한 노스님을 만납니다. 한국 불교의 문제점에 대해 열변을 토하던 법륜스님에게 노스님이 대답합니다.
“여보게, 어떤 한 사람이 논두렁 밑에 조용히 앉아서 그 마음을 스스로 청정히 하면, 그 사람이 바로 중이요, 그곳이 바로 절이지. 그리고 그것이 불교라네.”
이 말 한마디는 법륜스님에게 큰 각성을 일으켜 주었습니다. 불교 아닌 것을 불교라고 생각하고 계속 문제 삼았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해준 것이지요. 법륜스님은 불교운동이라는 이름에 매몰되어 있던 자신의 삶을 각성하고 인생의 전환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이 노스님이 바로 제8대 조계종 종정이며 한국 최고의 선승이신 서암 큰스님이었습니다.
서암 큰스님과 법륜스님
서암 큰스님은 한평생 수행자로만 살았습니다. 지리산 칠불암에서 도반들과 더불어 ‘공부하다 죽어도 좋다’고 서약하고 정진한 일화가 유명합니다. 1978년 봉암사 조실로 추대되어 일반 관광객의 출입을 금지시켜 엄격한 수행 가풍을 진작해 봉암선원을 조계종 특별종립선원으로 만들었습니다. 1993년 12월 대한불교조계종 제8대 종정으로 추대되어 재임 140일 만인 1994년 4월에 사임하고 종단을 떠났습니다.
서암 큰스님은 지난 2003년 3월 29일 90세(법랍 75세)의 나이에 봉암사 염화실에서 열반했습니다. 저도 대학시절 서암큰스님의 이 열반식에 참석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로부터 세월이 흘러 올해는 서암 큰스님의 열반 10주기가 되는 해입니다.
이를 기념하여 서암큰스님의 회고록 <그대, 보지 못했는가>가 출간되었습니다. 회고록을 어제 구입하여 단숨에 읽어 내려갔습니다. 서암 큰스님의 이야기를 읽으며, 밤새 진정한 자유와 행복은 무엇인지 깊은 영감을 얻게 되었습니다.
법륜 스님의 인생의 전환기를 마련해 준 정신적 스승, 서암 스님
불교란 청정한 내 마음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임을 깨닫고 나서 법륜스님은 정말로 희망이 될 수 있는 새로운 불교운동을 시작합니다. 그것이 바로 법륜스님이 설립한 지금의 정토회(www.jungto.org)입니다. 정토회는 생활 속에서 수행, 보시, 봉사하며 살아가는 대중주체의 불교운동을 왕성하게 해나가고 있습니다.
전 조계종 종정, 한국 최고의 수도선원인 봉암사 조실 등 서암 큰스님에 대해서는 다양한 수식어가 붙습니다. 하지만 <그대, 보지 못했는가> 책을 읽고 나니 서암 큰스님의 삶을 표현할 수 있는 한마디는 “자유와 원칙” 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본 유학시절 중증 폐결핵 진단을 받고 귀국한 서암 큰스님은 처음 출가하셨던 김용사에서 마지막 삶을 다한다는 각오로 용맹정진을 했습니다. 용맹정진 하던 스님은 ‘생명, 그것은 곧 마음이니, 내 마음 밖에 죽고 사는 문이 따로 있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의 육신을 보며 깨닫습니다. 이후 스님은 평생을 하나의 원칙을 지니고 살아갔습니다.
‘중생의 고통을 덜어주는 일을 하더라도 불법에 맞게 수행하는 자세로 하면 산속에서 정진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으며, 산속에 앉아 홀로 정진하더라도 뭇 중생의 고통을 잊지 않으면 자비 실천에서 동떨어지지 않는다.’
이러한 원칙으로 세상과 종단 그리고 여러 불자들이 원한다면 어떤 일이라도 맡아 사심 없이 직무를 수행했습니다. 그러다가 주어진 직무를 제대로 해나갈 환경이 되지 못할 때는 아무 미련도 없이 그 ‘자리’를 내던지고 수행자의 본분으로 돌아왔습니다. 해방 후 경북 종무원장 시절부터 조계종 총무원장, 원로회의 의장, 종정에 이르기까지 스님은 이 원칙에 벗어나지 않게 직책을 맡고 또 미련 없이 내려놓고 사문으로 돌아오시기를 반복했습니다. 불교의 근본원칙 하나를 갖고 스님은 문중, 역할, 종단에 구속되지 않은 자유인 그 자체로 평생을 살다가셨죠.
생활 선(禪), 내 마음을 찾는 법
평생 선 수행을 바탕으로 법문하고 공부했던 스님은 일반인들도 이해하기 쉬운 ‘생활선의 법문’ 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선에 있어서도 생활 속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했기 때문입니다.
“선이란 것은 어디 다른데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생활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손 움직이고 발 움직이고 울고 웃고 이웃 간에 대화하는 그 속에서 24시간 내 모습을 온전히 찾아가는 것, 그것이 생활선”
<그대, 보지 못했는가> 책 속에서 한결 같이 반복되는 서암 큰스님의 가르침입니다.
우리는 바쁜 일상을 살아갑니다. 항상 바쁘게 생각하고 행동하지만 정작 현재의 나를 자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본마음을 알아채지 못하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서암 큰스님은 마음의 정체를 밝히며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자리를 깨닫게 하는 것이 블교라고 알려줍니다.
그리고 그 자기의 마음자리를 깨닫는 방법을 선禪이라고 강조합니다. 그래서 출가승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이 선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서암 큰스님은 선이 불교의 전매특허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혼돈과 고통으로 얼룩진 정신세계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현대인들이 자기 본래의 진면목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참선이고 생활선이라 강조합니다.
그 노장, 그렇게 살다 그렇게 갔다고 해라
책의 마지막 장에 다다를 무렵, 열반에 들기 전 시봉하던 제자들이 스님께 한 말씀 해주시기를 간곡히 청하자 스님께서는 이렇게 한마디 합니다.
“그 노장 그렇게 살다가 그렇게 갔다고 해라.”
이것이 서암 큰스님의 열반송입니다. 게송도 아니고 법문도 아닌, 평범하기 그지없는 말. 그러나 부처님을 비롯하여 이 세상의 불교 전체를 아우르고 질타한, 가장 불교적인 한마디라는 생각이 듭니다. 무언가 드높고 복잡 미묘한 경지를 이르면 가치롭게 여기는 풍토에서 스님의 담백한 한 말씀은 이런 세태를 꼬집어주는 것만 같았습니다.
서암 큰스님의 수행과 깨달음 이야기 <그대, 보지 못했는가>
서암 큰스님 열반 10주기를 맞아 큰스님의 수행과 깨달음을 담은 회고록이 출간되는 이유는 삶이 풍요로워지면서도 정신적으로 행복하지 못하는 현대인들에게 서암 큰스님의 말씀이 이들에게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청량수와 같은 시원함을 주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난 소감은 그분의 검소한 삶과 깨달음의 말씀은 우리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기에 충분하다는 것입니다. 서암 큰스님은 언제나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며 검소하고 소박하게 살았습니다. 몸으로 실천했던 큰스님의 모습은 지금도 수행자들의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서암 큰스님의 회고록 <그대, 보지 못했는가>는 서암 큰스님이 직접 구술한 내용을 이청 작가가 엮은 책입니다. 서암 큰스님의 출가와 수행, 구도와 깨달음의 여정을 생생하게 볼 수 있고, 또 종단 개혁 과정에서 발생한 ‘종정사퇴’에 대한 큰스님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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