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서로 종교가 다르면 갈등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로 다른 점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죠. 그래서 같은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결혼 하는 경우가 많은가 봅니다. 얼마전 한혜진과 기성용이 열애를 인정해서 화제가 되었는데, 같은 종교를 가졌기에 더 가까워졌다는 신문 기사도 나오더라구요.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에서도 이런 질문이 나왔습니다. 남편이 최근 불교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절에 다니게 되었는데 천주교 신자인 부인이 이를 못마땅하게 여겨 갈등을 겪고 있다는 질문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어리고 부부가 계속 갈등한다면 분명 아이들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입니다.

 

 

법륜스님의 명쾌한 해법이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스님이 답변하는 거니까 절에 나오라는 쪽으로 이야기가 전개될 것 같지만 뜻밖의 해법이 주어집니다. 읽어보셔요.

 

- 질문자 : 10살과 3살 아이를 둔 가장입니다. 저는 절에 다니며 공부하고 봉사활동도 하고 싶은데 집사람은 가톨릭 신자라서 싫어합니다. 제가 아내와 같이 성당에도 가고 전엔 하지 않던 설거지나 청소도 도와주니까 싸움까지 가지는 않아도 아내는 제가 불교에 관심을 갖는 것을 못마땅하게만 바라봅니다. 전업 주부던 아내가 최근 다단계 영업을 시작했습니다. 저도 아내 일이 내심 못마땅하지만 드러내서 크게 뭐라고 한 적은 없습니다. 어떻게 마음을 편안하게 할 수 있을까요?
 
- 법륜스님 : 두 가지 길이 있습니다. 첫 번째, 깊이 잘 생각해 보고 정말 가치가 있는 일이라는 결심이 서면 그대로 자기 길을 가는 방법입니다. 부처님께서 출가하실 때 부인이 찬성을 했을 리 없죠. 결혼했다고 해서 내 인생을 부인이 원하는 대로만 살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가족이 원하지 않는 일이라면 그것이 정말 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인지 부인의 의사를 신중하게 참고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부인이 원하는 대로 내가 맞춰주는 방법입니다. 내가 하려는 일을 부인이 지지해주고 협조해주면 힘이 나고 기분 좋지 않습니까. 입장을 바꿔 생각해서 부인이 기쁘고 행복해질 수 있도록, 내가 원하는 것을 요구하기 이전에 상대가 원하는 것을 지지해주고 상대의 뜻대로 따라주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 길 가운데 선택을 하셔야 합니다.

 

부인이 어떻고 부모가 어떻고 자식이 어떻다는 얘기는 할 필요가 없습니다. 젊은 남녀가 부모의 반대로 결혼을 못한다는 건 핑계에 불과합니다. 제 맘대로 해버리면 반대하는 부모가 축복해주지 않고 승인해주지 않고 지원도 해주지 않겠죠. 그럼 마음도 안 좋고 경제적으로도 불편하니까 가능하면 축복도 지원도 받고 싶은 것입니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한 가지를 선택하면 나머지는 포기해야 됩니다. 이건 부인의 문제가 아니라 자기 문제입니다. 내 선택의 갈등을 부인 탓으로 돌리지 마세요.

 

그리고 지금 질문자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하지 못하고 이랬다저랬다 머릿속이 혼란스러운 상태입니다. 어느 날 아침에 생각하면 수행이란 상대에게 맞춰야 되는 것이라고 받아들였다가, 다음날 자고 일어나면 그냥 내 뜻대로 가야하는 것 아닌가 했다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어요.

 

집안일을 거드는 마음도, 내가 이만큼 잘해주면 아내가 고마워하면서 뭔가 변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아닙니까. 내 입맛에 맞게 부인을 바꾸려 하고 있어요. 그런 기대를 품고 있으면 잘해주고 노력하는데도 변화가 없는 부인에게 기분이 상하고 화가 나게 됩니다. 내가 이런 걸 해주면 너는 내가 원하는 걸 내어주겠지 하는 계산이지만, 상대 입장에서는 이것 받았다고 해서 저것 내놓을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각자가 생각하는 교환조건이 맞지를 않습니다. 그런 기대는 독이 됩니다.

 

문제는, 지금은 아이들에게 아버지보다 엄마의 영향이 훨씬 절대적인 시기라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일단은 아이들을 위해 아이 엄마에게 맞춰주는 것이 좋겠습니다. 부인 한 사람만 생각한다면 내가 꼭 맞춰야하는 건 아니지만, 아버지로서 자식이 잘 자랄 수 있도록 하려면 아이들 클 때까지는 절에서 하는 활동은 가능한 조금 줄이고 아이 엄마에게 맞춰주는 편이 낫습니다.

 

엄마 마음에 갈등이 심하면 아이들은 정신적인 문제를 가진 채로 성장합니다. 요즘 많은 엄마들이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에 놓여있고, 엄마의 문제가 아이들의 정신적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자살률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데는 사회적인 억압만큼이나 그런 요인도 커다란 비중을 차지합니다.

 

엄마는 어떤 상황에서든 자기 자식을 보호하기 위해 편안한 마음으로 수행하고, 주위의 가족들도 아이를 생각해서 일단 아이 엄마를 보호해야 합니다. 아이가 성년이 될 때까지는 그런 노력이 꼭 필요합니다. 한 집에 살면서 부부가 티격태격 싸우는 모습을 보이면 아이들에게 상처가 남습니다. 그러니 내가 아무리 바라는 게 있고 하고 싶은 게 있더라도 지금은 우선 아이 엄마를 편하게 해줄 수 있게 어느 정도 포기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 질문자 : 감사합니다.

 

 

질문자가 환하게 웃었습니다. 법륜스님의 대답은 늘 기준이 분명합니다. 괴로움의 원인은 상대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나에게 있다. 갈등을 하게 되는 원인이 부인에게 있는 것이 아니다. 한 가지를 선택하면 한 가지를 포기해야 하는 내가 선택의 기로에서 갈등하고 있는 것이다. 참 명쾌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를 어떻게 건강하게 키울 것인가를 강조하는 모습도 깊이 공감이 갔습니다. 아무 죄없는 아이들이 상처를 받게 해서는 안 되니, 아이들에게 절대적인 여향을 주고 있는 엄마에게 잘 맞추어주는 것이 좋겠다.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워야 한다는 기준이 분명해지니 해법도 명확하게 나와졌습니다. 질문하신 분도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공감을 표현했습니다. 고민이 잘 해결된 것 같아 저도 함께 기뻤습니다. 청중들도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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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pepla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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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www.mongu.net/ BlogIcon 미디어몽구 2013.03.29 09: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엄마 마음에 갈등이 심하면 아이들은 정신적인 문제를 가진 채로 성장합니다....
    저도 어렸을 때 부모님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법륜스님은 두 부부보다 아이들을 진정 위해야 한다는 입장이 분명하시네요.
    잔잔한 감동이 있었습니다.
    생생한 질의응답 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Favicon of http://hopeplanner.tistory.com BlogIcon hopeplanner 2013.03.29 09: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감사합니다.
      어린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을까요.
      부부 갈등에 아이들이 상처 입을 수 있다는 사실.
      많은 분들이 이 글을 읽고 명심했으면 좋겠다는 바램입니다.

  2. BlogIcon 지해성 2013.05.09 11: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뒤늦은 댓글이지만, 법륜스님과 즉문즉설에 감탄을 해서 한 줄 남깁니다. ^^

    ps1. 제가 가지고 있던 "(독신)성직자는 부부관계, 자녀관계에 대해 잘 모를 것이다"는 편견이 깨졌습니다. 생각해보니 (독신)성직자는 오히려 객관적으로 볼 수도 있겠네요. ^^

  3. Favicon of http://minoru-0-@daum,net BlogIcon 또리또리 2013.05.13 21: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쎄요.. 전 30대 처자지만... 무조건 아내 입장에 남편만 맞추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그전에 아내가 남편입장에만 맞추는 것도 영 아니올시다~네요. 물론 엄마가 편안해야 아이도 편안한 건 맞지만 그렇다고 아빠의 마음상태까지 무시할 것만은 아니라고 봅니다. 전 여자이고 절에는 가지 않지만 불교를 훌륭한 우리네 문화라고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사정만 된다면 절에 다닐 겁니다. 근데요. 만약 이런 저에게 독실한 기독교 남편이 있다고 해서 불평불만을 가지진 않을 것 같습니다. 남편이 교회가서 행복하다면야 저한테 그게 피해를 주지 않는 이상 상관할 바가 아니죠. 또한 제가 절에 가는 것 또한 암만 남편이라 해도 뭐라 할 권한이 없는거죠.부부라도 각자의 사생활이라는 게 있는데 종교도 그 한 부분인 것 같습니다. 남편따라, 아내따라 가 아닌 자기가 믿고 싶음 믿는 거죠. 전 저 아내분이 이기적인게 아닌가 싶어요.
    또한 엄마뿐만 아니라 아빠도 행복해야 아이가 더욱더 행복하지 않을까요? 술처먹고 여자 부리겠다는 것도 아니고 종교생활하면서 봉사활동 하겠다는데.. 왜 뭐라할까.. ㅡ,.ㅡ 납득이 안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