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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 즉문즉설

“남북관계 최악될까 걱정됩니다” 법륜스님의 답

북한이 지난 11일부터 정전협정 파기를 선언하면서 한반도가 전쟁 위협까지 오가는 위기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정전협정 파기라 함은 다시 전쟁상태를 재계하겠다는 뜻인데, 외신들은 일제히 걱정스런 눈으로 한반도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위기 상황에 놓인 한국 국민들은 아무런 위기감도 없이 끄덕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뉴스를 보면 온갖 우려들이 나오긴 하지만 말이죠. ‘설마 전쟁?’ 하면서 일상을 살아가고 있지만, 내심 마음 속에서는 불안감이 예전 같지가 않습니다.

 

어제는 평화재단에서 주최한 ‘새로운백년 청년학교’에서 법륜스님의 통일 강의가 있었습니다. 90여명이 청년들이 모여 한반도 문제를 놓고 그 해법에 대해 법륜스님께 묻고 답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런 남북관계를 의식한 듯, 한 청년이 북한의 전쟁 위협에 대한 불안감과 보수적인 박근혜 정부의 문제해결능력에 대한 우려를 질문했습니다.

 

 

법륜스님이 제시해주는 남북관계 해법이 참석한 청년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저는 이와같이 들었습니다.

 

- 질문자 : 요즘 뉴스를 보면 남북관계가 최악의 상황입니다. 북한이 저렇게 전쟁 운운하는 상황에서 보수적인 박근혜 정부가 들어섰잖아요. 더 최악으로 가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통일을 위해서 지금이 굉장히 중요한 시기인데 현재로서는 좋은 점이 보이지가 않아서 이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 법륜스님 : 만약에 박근혜 정부가 통일 정책을 잘 펴면 통일의 주역이 누가 될까요? 박근혜 정부가 되겠죠. 그런데 박근혜 정부가 통일 정책을 잘 펴지 못하면 통일의 주역이 누가 될까요? 여러분들이 되겠죠. 우리가 긍정적으로 보자면 이렇게 볼 수 있어요. (청중 웃음)

 

정부가 잘할 것이냐 못할 것이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정부가 잘 하면 우리가 주역이 못되더라도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의 주역이 되는 한이 있더라도, 김정은이 통일의 주역이 되는 한이 있더라도) 우리는 밀어줘야 됩니다. 그런데 이 정부는 남북관계를 잘 풀겠다 그런 생각도 없지만, 남북관계를 나쁘게 끌고 갈 이유도 없어요. 이 사람들이 이념적이어서가 아니라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실패했다는 것을 반면교사로 배운 게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저렇게 해서는 안 되겠다는 걸 배웠거든요.

 

박근혜 정부의 기본 입장은 우리가 기대하는 만큼은 아니더라도 남북관계를 나쁘게 만들 생각은 없어요. 기본적으로는 협력관계를 해나갈 생각이에요. 그런데 핵실험이 되면서 서로가 갈등을 해나가다 보면 어쩌면 자칫 잘못해서 이명박 정부처럼 서로 주고받으면서 5년 간 가버릴 가능성도 있어요. 그렇게 되면 우리 민족에게 큰 불행입니다. 어쩌면 통일의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우리는 이 문제를 통일의 기회가 올 수 있는 쪽으로 전환을 시켜줘야 돼요. 무조건 정부와 싸우자는 것이 아니라 박근혜 정부가 남북관계를 (북한이 저러더라도) 유연하게 풀 수 있도록 호응을 해주는 것이 필요해요. 저 같으면 여야 국회의원들이 남북관계를 합리적으로 풀 수 있는 어떤 모임을 만들어서 박근혜 정부가 극단주의적 보수에 사로잡히지 않고 대북정책을 유연하게 풀 수 있도록 국무적인 지원을 해주는 것도 필요할 것이고요. 만약 그것을 잘 못 풀고 소수의 보수층에 너무 사로잡히게 되면 거기에 대해 강력한 문제 제기를 해야 돼요.

 

이명박 정부가 대통령일 때 제가 “인도적 지원을 해야 됩니다” 하면 “스님만 북한동포를 사랑하는 거 아닙니다. 나도 사랑합니다. 지금 당신들처럼 찔끔찔끔 주는 것이 아니라 저놈들 버릇을 확 고쳐가지고 확 주려고 합니다. 그러니 기다립시오.” 그래서 무조건 기다렸어요.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정말 기대를 갖고 그래도 그래도 그래도 3년을 기다리다가 이게 아니다 알게 되었어요. 그런데 이 잘못된 것에 대해 나중에는 책임을 안졌잖아요. 4대강도 저러면 안 된다고 했는데 결국엔 밀어붙여서 지금은 책임을 안지잖아요. 그러면 결국 누가 이것을 책임져야 돼요? 이 나라의 주인이 누구예요? 국민이에요. 그러니 국민들이 책임 안지는 이런 사람들에게 이것을 맡겨 놓고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 국민들이 책임의식이 좀 있어야 돼요. “내가 이 나라의 주인이다” 이렇게. 이 나라에 전쟁이 일어나면 절대 안 돼요. 어디 누가 이 나라에 감히 전쟁을 일으키려 하느냐? 이런 자세가 필요해요.

 

이제는 우리들이 당당하게 이 땅에 전쟁을 종식시키고 평화를 정착시켜야 합니다. 통일의 기초를 마련해야 된다 이렇게 얘기할 줄 알아야 되고, 북한에 대해서도 우리가 인도적 지원을 할 뿐만 아니라 인권이 열악함에 대해서도 말할 줄 알아야 됩니다. 그것이 인권을 핑계로 해서 북한정부 타도를 얘기하자는 것이 아니라 열악한 인권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 합니다. 거기에 있는 동포들도 나와 같은 사람이고 함께 살아가야 할 사람이기 때문에 배고프다면 전쟁 중이더라도 먹을 것을 주되 인권이 열악하다면 북한 정부도 비판을 하면서 가야 해요. 북한 정부를 타도하자는 것이 아니라 “너희는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아니냐. 인민이 주인인 사회에서 인민이 고통을 겪는다면 그건 잘못된 제도 아니냐.” 이렇게.

 

북한 눈치보고 남한 눈치보고 정부 눈치보고, 혹시 말 잘못하면 북한 정부한테 눈밖에 날까봐 남한 정부한테 눈밖에 날까봐 이런 비굴한 태도를 좀 버려야 합니다. 정말 우리가 이 땅에 주인으로서, 당당한 태도로 이제는 평화와 통일을 이야기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

 

통일은 이제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일이지, 뭐 박근혜 정부가 잘하느니 못하느니 해봐야 소용 없어요. 못하면 진짜 나서서 비판하고, 잘하면 지지해주고 잘하도록 밀어주고 해야 됩니다. 그래도 또 못하면 비판하고요. 3년 기다렸다가 다시 하려고 하지 말고요. (웃음)

 

좀 적극적으로 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 이런 것을 좀 여러분들이 생각하셨으면 해요. 기회와 시점이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남북이 갈등을 일으켜서 전쟁이 일어나도 평화가 오면 우리에게 또 재건할 기회가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중국이 우리보다 앞서가 버려요. 우리 주변의 변화 속도에 우리 내부의 속도가 늦으면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빠져요. 중국도 없고 미국도 없고 우리 남북한만 있으면 좀 기다렸다가 통일을 해도 되요. 그런데 그렇지가 않다는 거예요. 그런 면에서 제가 볼 때는 지금이 통일의 마지막 기회예요.

 

여기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꼭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것만이 잘한다는 얘기가 아니에요. 남북관계를 개선하는데 있어서 남한 안에 우리 국민들의 의견이 다 같아요? 다 달라요? 다르지요. 그래서 지지 세력만 갖고 하는 것은 부작용이 따라요. 정권이 바꿔버리면 도로 돌아가 버리거든요. 항상 남북관계는 속도도 중요하지만 국민통합이 중요해요. 남한 안에 상반되는 의견을 잘 조율해야 해요. 남한에 진보만 살아요? 아니지요. 그러기 때문에 남한 안에 이런저런 의견들을 조율해 가면서 풀어나가야 합니다.

 

- 질문자 : 감사합니다.

 

 

발상의 전환이 갖는 힘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남북관계를 못풀면 결국 여기 모인 청년들이 통일의 주역이 될 수 있다. 신선한 자극이었습니다. 좋게 생각하면 이렇게 바라볼 수도 있구나. 그 관점이 놀라웠습니다. 이명박 정부로부터 반면교사로 배운 것이 있기 때문에 남북관계를 나쁘게 끌고 가지는 않을 것이란 말씀에 안심도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기억에 남는 말씀은 정치인들은 남북관계를 엉망으로 망쳐도 책임지지 않는다, 결국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기 때문에 국민들이 책임의식을 갖고 잘잘못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우고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주인 의식을 일깨워준 점이 핵심을 찔러준 것 같아 명쾌했습니다. 통일은 정말로 나의 삶과 직결된 문제이기에 (전쟁 일어나면 모든 경제성장이 물거품이 되죠) 내가 주인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되겠다는 다짐을 해보았습니다. 어떤 질문을 던져도 막힘없이 쏟아지는 스님의 지혜에 오늘도 흠뻑 탄복한 알찬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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