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의 즉문즉설 강연장에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에 하나가 자식 문제에 대한 것입니다. 자식 때문에 얼마나 많은 부모들이 속앓이를 하는지 강연장에 가보면 깊이 절감하게 됩니다. 어제는 연세가 68세인 할머니가 마흔이 된 아들이 장가를 안가고 있다며 애닯아 하며 질문했습니다. 할머님의 답답한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면서도 법륜스님의 반복되는 답변 또한 일품이었습니다.
문답을 통해 할머님이 자식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그 과정이 진한 감동을 주었습니다. 저는 이와 같이 들었습니다.
- 질문자 : 저는 나이가 68세입니다. 아들이 두 명 있어요. 하나는 34살 먹었고 하나는 40살 먹었어요. 그런데 큰 아들이 40살이 넘었는데 장가 갈 마음이 없고 중매도 안 들어 옵니다. 저랑 남편이랑 애가 타서 죽겠습니다. 옆 사람들은 다 손자가 학교에 다니는데 우리 아들은 아직까지 장가 갈 마음도 없고 남편은 그 놈 쫓아내버리자, 저게 어디 고자인가 그러기도 합니다. 올해는 좋은 인연을 만나겠나 싶어서 스님께 질문 드립니다.
- 법륜스님 : 쫓아내는 게 제일 좋아요. 쫓아내서 밥도 못 얻어먹고 돌아다녀야 여자를 만날 인연이 생기지요. 집에서 엄마가 다 해 주는데 뭣 때문에 여자가 필요해요?
- 질문자 : 그렇죠. 일요일에 여자들 만나는 산악회 같은 곳이나 볼링 치는데 이런데 가면 좀 데이트도 할 수 있을 텐데 맨날 일요일만 되면 모형 비행기 날리는 데만 다니니... 거기는 남자들만 모여 있으니까 여자들을 못 만나는 거예요. 직업도 남자들만 하는 직업이고요.
- 법륜스님 : 얘기 들어 보니까 중 만들면 진짜 좋겠네요... 중 만들면 사고도 안치겠어요. (웃음)
- 질문자 : 남자가 담배도 하고 술도 한잔씩 해야 되는데 그런 것도 못해요.
- 법륜스님 : 딱 좋네요. 여자도 안하고 술도 안 먹고 담배도 안 피고. 스님하기 좋아요? 안 좋아요? 조건이 딱 안성맞춤이네요. 여자도 싫다는데 딱 맞네요.
- 질문자 : 여자가 싫은 건 아닌 것 같아요. 요즘 보니까 장가는 가고 싶은데 중매가 안 들어온다 아닙니까. 나이 40에 왜 서뜩서뜩 이렇게 안 나타날까요?
- 법륜스님 : 그럼 주위에 둘러보고 나이가 50 정도 되거나 얘기 둘 있는 혼자 사는 여자 있으면 소개시켜 주면 장가가기 쉬울 거예요. 베트남 여자도 괜찮아요. 자식이 20살이 넘었으면 신경 끄세요. 지야 장가를 가던지 안가던지 엄마가 신경을 딱 끄면 좋겠는데... 지금 아들 둘 다 집에 있어요? 엄마가 밥해줘요?
- 질문자 : 작은 아들은 밖에 나가 있고, 큰 아들은 데리고 살고 있습니다.
- 법륜스님 : 왜 데리고 있어요?
- 질문자 : 뭐 나갈 데가 없어서요.
- 법륜스님 : 아니지요. 그래도 얘기 해야지요. “아들아 20살이 넘으면 저 새도 독립하고 다람쥐도 독립하고 다 독립 한단다. 니도 나가라.” 이렇게 애기 하세요. 결혼 하고 안 하고는 간섭하지 말고요. 나가라 할 권리는 있는데 결혼하라 마라 할 권리는 부모에게 없어요. 자기한테 권리 있는 것을 행사해야지 권리 없는 것을 행사하면 안 돼요.
본인이 지금 자식한테 잘못된 영향을 주고 있어요. 그래서 자식은 부모 말을 무조건 들으면 안 돼요. 부처님이 부모 말 듣고 출가 안했으면 어떻게 됐을까요? 부처님 못 됐겠죠. 그러니까 20살이 넘었는데 자꾸 부모가 자식 보고 이래라 저래라 하면 안돼요. 그러면 자식이 나쁘게 돼요. 오늘부터 딱 끊어야 돼요.
집에서 같이 살도록 두는 건 자유입니다. 그런데 나는 괜찮지만 남편은 싫다니까 내 보내는 게 좋아요. 대신에 간섭은 하지 마세요. 집에 놔 놓고 계속 간섭을 하면 자식이 잘못 돼요. 부모는 자식 때문에 걱정하고 자식은 부모 때문에 화나게 돼요. 그러니까 살살 달래가지고 내 보내세요. 그런데 그것 보다 더 우선적인 것은 일단 집에 있든 밖에 있든 간섭을 하지 않는 겁니다. 결혼을 하든 안하든, 직장을 구하든 안 구하든, 간섭하면 할수록 자식이 나빠져요.
옆 사람 일어나 보세요. 옆 사람을 자식이라 생각하고 손을 잡아 보세요. “에이고 싫다. 니 혼자 살아라.” 하고 손을 딱 치면서 떨어버려 보세요. 옆 사람을 자식이라고 생각하고 딱 떨어버리세요.
- 질문자 : 아이고 이제는 니 혼자 살아라! 갈란다! 그래 됐다! (청중 박수)
- 법륜스님 : 잘했어요. 정을 딱 끊어야 돼요. 그러면 잘 풀릴 거예요. 지금 계속 간섭하면 안 풀려요. 베트남 여자와 살든지, 애가 둘 있는 여자와 살든지, 20살 먹은 처녀하고 살든지, 그런 거 신경 쓰지 마세요. 20살이 넘도록 키워놓았으니 오늘로써 엄마 할 일은 다 했어요. 내 할 일 다 했어요. 그런데 억지로 결혼시키면 결혼해서 애 하나 낳고 또 이혼하게 돼요. 그러면 손자를 누가 봐야 돼요? 내가 봐야지요. 그래도 좋아요?
- 질문자 : 안 좋습니다.
- 법륜스님 : 지금 자꾸 그러면 큰일 나요. 결혼은 인연이 될 때 해야 돼요. 짐을 저렇게 덜어줬으면 고마워해야 되는데 왜 얼굴이 안 밝아요? (웃음) “아이고, 만세다! 스님 고맙소! 아이고, 나는 그것 때문에 걱정했더니 오늘 스님 말 듣고 보니까 아이고 나는 아무걱정 없네!” 이렇게 딱 하셔야 되요. 한번 따라해 보세요. “아무 걱정 없다!” 이렇게. (웃음)
- 질문자 : 아무 걱정 없습니다! 자기 하고 싶은 대로 놔둘랍니다!
청중들의 뜨거운 박수 갈채가 쏟아졌습니다.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질문자의 표정이 너무나 밝았습니다. 가슴 뭉클해지는 감동의 순간이었습니다. 수십년 간직했던 답답함을 스님과의 문답으로 일순간에 해소한 것입니다. 즉문즉설의 힘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자식에게 끊임없이 간섭하려 했던 그 마음이 되려 자식의 앞길을 막아왔던 것이죠. 68세가 된 할머니 정도면 문답을 통해 생각을 바꾸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하지만 할머니의 의식 수준에 맞게 자상하게 여러 차례 반복하며 문답을 힘차게 이끌어가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제 마음도 시원해지면서 잔잔한 기쁨이 일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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