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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평화

MB정부 5년 분석하니 北 핵실험 해법이 보이네

오랜만에 553p의 참 두꺼운 책을 읽었다. 최근 북한이 3차 핵실험을 단행하고 난 후 도대체 남북관계가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이를 어떻게 봐라봐야 하나 머리가 복잡했었다. 남북관계에 10여년간 관련활동은 해 온 나도 그런데 일반 국민들이 겪을 혼란은 더 클 것이다. 그런 시기에 묵직한 책 한권을 선물받았다. 정토출판의 평화, 생명, 역사 분야 브랜드인 ‘평재리’에서 출판한 <현안진단 2013 - 천안함에서 NLL까지>이 바로 그 책이다.

 

책은 두껍지만 내용은 어렵지 않게 술술 읽힌다. 북한 핵실험, 천안함 및 연평도 포격사건, 동북아 질서 재편기의 외교전략 등 한반도를 둘러싼 주요 이슈에 대해 평화재단에서 정기적으로 발행한 논평을 묶은 것이다. 특히, ‘한반도 문제’에 대하여 이념적으로 편중되지 않고,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해법제시를 통해 평화와 통일의 길을 모색해 주는데, 2009년 5월에 발행된 1호부터 2012년 10월의 60호까지가 담겨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결론은 이렇다.

 

'MB정부 5년을 잘 평가하고 분석하니 북핵 문제 해법이 보이는구나!'

 

책을 읽으며 인상적이었던 몇 구절을 통해 북한 핵문제 해법의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현안진단 2013평화재단 엮음, 20,000원, 2013년 2월 19일 발행

박근혜 새 정부는 북한과의 신뢰회복을 통해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동시에 안보와 국방을 굳건히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정권 출범 직전, 때를 맞추듯 진행된 북한의 제3차 핵실험은 박근혜 정부가 남북관계를 어떻게 풀어 나갈지를 보여주는 지렛대가 될 것이다. 

 

2010년 천안함 및 연평도 도발사건.
2011년 북한 우라늄 농축설비 공개, 김정일 위원장 사망.
2012년의 북한 ‘광명성 3호’ 발사와 한일군사협정 체결논란.

 

이 외에도 지난 3년 동안 많은 사건들이 발생하였다. 군사 대립과 충돌로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에 치달았던 이러한 사건들에 대하여 이명박 정부는 강경 정책으로 일관해왔다. 그러나 단순한 대북 강경책은 동북아 평화 번영의 길에 있어서 아무런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 못했다. 남북관계는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들은 동북아 질서 재편기를 맞이하였고 얼어버린 남북관계의 새 국면을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가 되었다.

 

<현안진단 2013>은 이러한 현실에서 사실관계에 대한 정확한 파악과 균형 있는 진단, 대안 마련을 위한 접근 방법을 제시한다. 특정 이념이나 정파에 치우치지 않고 통일과 평화를 정착시키고 민족 공동체를 회복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특히 가장 가까운 지난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을 발판 삼아 박근혜 새 정부가 나아가야할 진취적이고 합리적인 행동 지침을 말해준다.

 

북한이 3차 핵실험을 단행 이후 국제사회는 대북제재 의사를 표명하였고, 이명박 정부는 개성공단 등 대북 반출물품에 대한 점검 강화로 대북 압박 정책을 공식 발표하였다. 박근혜 당선인 역시 강경책을 내세우고 있다. 신뢰회복과 굳건한 외교안보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대북정책의 현실적 적용문제가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중국 또한 북한・중국의 관계 악화를 감수하고라도 상응하는 조처를 취하겠다는 전례 없는 강경책을 언급하였다.

 

과연 이러한 사태에서 균형 있는 진단과 대안은 어떤 것일까? <현안진단 2013>에서는 과거 북한 핵실험에 대한 일련의 상황을 다음과 같이 파악한다.

 

“북한의 강성대국 논리로 보면 김일성 전 주석이 주체사상으로 정치사상의 강국을 이루었다면, 김정일 위원장은 주체사상에 더해 선군정치로 정치사상의 강국을 발전시켰을 뿐 아니라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보유로 군사강국을 이룩했다. 미완의 경제 강국 건설은 김정은 정권의 몫이겠지만, 논리적으로만 보면 북한이 향후 새로운 주체 100년을 열어가면서 사회주의 강성대국을 건설하겠다는 목표를 포기하지 않는 한 군사강국의 핵심 업적인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이 그만큼 낮아진 것이다. 이는 김정은 정권이 새로운 업적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불안정한 상태를 지속하면 할수록 더욱 핵 보유에 매달릴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_ 《현안진단 2013》382쪽〈2012년 북한, 김정은 정권이 던지는 도전과 기회〉 중에서

 

위의 내용을 살펴보면 김정일 정권의 군사강국 유산인 ‘북핵’은 김정은 정권의 태생적 배경이 되었다. 따라서 쉽게 포기하기 어렵다. ‘핵보유국’을 내세우는 북한과 ‘한반도 비핵화’의 과제를 풀어야 하는 우리로서는 북핵문제에 어떻게 접근하고 해결해야 할까? <현안진단 2013>은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한다.  

 

“최근 연이어 개최된 남북과 미북 접촉에도 불구하고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은 사실상 실종된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태가 3년이나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야 한다. 우리 정부가 적극적인 이니셔티브를 행사하면서 북한 핵문제 해결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북한 핵문제로 가장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쪽은 우리이기 때문이다.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태에서 군사력의 심각한 비대칭성을 극복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 또한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핵무기에 기댄’ 북한이 국지적인 군사적 분쟁을 격화시킬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진다. 남북 간 군사적 충돌이 잦아지면 그로 인해 긴장이 고조되고 주변국이 개입해 우리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지기 마련이다.”


_ 《현안진단 2013》361쪽〈북한 핵문제 해결, 이제 우리 정부가 나서라> 중에서

 

북핵문제 해결의 제도적 틀인 6자회담은 2008년 이후 사실상 3년째 방치국면을 이어가고 있고 이렇다 할 변화 없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이 책은 과거 역사 속에서 해법을 찾아낸다. 역사 속의 경험을 가져와서 또다시 같은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또는 성공한 경험의 노하우를 더욱 살려나갈 수 있도록 관점을 제시한다. 아래에 제시된 두 가지 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77선언은 남북 각계각층 인사의 상호 교류를 추진하고, 대북교역 문호를 일방적으로 개방하며, 북한의 우리 우방과의 교역과 관계 개선에 협조할 용의를 밝혔다. 이로써 우리의 북방정책이 탄력을 받아 한・소, 한・중 수교 등 공산권과의 관계 개선이 실현되었으며 이제는 우리의 최대 교역 대상이 된 중국이라는 거대한 수출시장을 선점하는 기회를 만들었다. 남북관계 측면에서도 국제적 탈냉전 시대의 대북정책 비전과 방향이 제시됨으로써, 이후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한 인프라를 선도적으로 구축하는 계기가 되었다. 
 노태우 정부가 당시 KAL858기 사건에도 불구하고 내외 정세 변화를 활용해 ‘과거의 적들’을 ‘친구’로 돌려세운 것처럼, 현 정부도 국가 발전과 민족의 미래를 위한 큰 그림을 놓치지 말고 기다림의 소극적 자세를 벗어나 자신감과 주도력을 국민에게 보여주길 바란다.“


_ 《현안진단 2013》61쪽〈‘제2의 77 선언’이 필요한 때다> 중에서

 

“당시는 1차 북핵 위기가 최고점을 향해 치달을 때였고 남북관계는 최악의 국면으로 곤두박이칠 때였다. 북한은 대미협상으로 문제를 풀려고 했고, 우리 정부는 강력한 대북제재를 추구하고 있었다. 한반도 정세에 대한 상황 인식과 대응에 현재와 유사한 흐름이 있었던 것이다.

 당시 김영삼 정부는 “핵을 가진 북한과 악수할 수 없다”는 자세로 북핵 폐기를 대북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았고 출범 직후 1993년 5월 북한에 핵문제 해결을 위한 고위급회담 대표 접촉을 제의했다. 실무대표 접촉은 10월에만 3차례 개최되었지만 양측 주장이 팽팽하고 전제 조건 논쟁이 벌어져 이후 4개월여 중단된다. 이 기간에 북한은 대미협상을 줄기차게 요구했고 우리 정부는 先남북대화론을 요구했다. 미․북 합의 직후인 3월 남북대화가 재개되지만 북측의 ‘불바다 발언’을 끝으로 결렬된다. 남북대화 결렬 직후 대북강경론이 드세지고 전쟁 위기로 치닫지만 카터의 방북으로 국면이 전환된 후 10월 제네바합의 때까지 우리는 한반도문제 논의의 주도권을 미국과 북한에 내어주고 그들 간의 협상 결과를 받아들여야만 했다. 이후 김대중 정부가 출범할 때까지 한반도 상황에서 우리는 조연에 머물렀고 남북관계도 냉각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_ 《현안진단 2013》164쪽〈벼랑 끝 반환점 돌아오기> 중에서

 

위에 인용한 두 사건 중, 첫 번째는 ‘KAL기 폭파사건’이라는 극명한 위기에도 불구하고 진취적인 판단으로 여야 만장일치로 만들어낸 노태우 정부의 ‘7・7 선언’이다. 이것은 이후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으로 이어져 대북정책의 비전을 만들었다. 두 번째는 북핵 폐기를 전제조건으로 내세워 남북관계가 단절됨에 따라 결렬된 김영삼 정부의 ‘1994년 남북대화’이다. 이로 인해 이후 한반도문제에 있어 주도권을 잃어버렸다.  

 

노태우 정부의 ‘7・7 선언’은 북한의 KAL기 폭파사건에도 불구하고 대북포용정책의 문을 연  과감한 북방정책으로 시대의 변화 속에서 국익을 찾아 남북관계의 미래를 열어준 바람직한 대응이라 평가받는다. 반면 최초의 문민정부였던 김영삼 정부의 대북정책은 대북관계의 주도권을 상실한 것으로 오히려 한 단계 물러난 대응이라 할 수 있다. 정권의 성격이 진보적이냐 보수적이냐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대의 흐름 속에서 국가 이익을 증대시키는 관점으로 정책의 방향을 잡고 있느냐가 중요함을 보여주며, 이 두 사례는 그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최근 법륜스님은 정초 즉문즉설 법회에서 북한 핵문제 해법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 적이 있다.

 

"핵실험 안했으면 좋았겠죠. 그런데 핵실험을 이미 해버렸는데 어떡해요? 이미 핵실험을 해버렸다면 이 상황에서 그 다음으로 더 나은 것은 무엇인가를 고민해야지요. 최선책이 안 되면 차선책이라도, 차선책이 안 되면 차악이라도 우리의 이익을 위해서 다시 또 선택해야 합니다. 그런 관점을 가지면 이 속에서도 또 이익을 가질 수 있습니다. 손실이 나더라도 손실을 덜 보게 하는 방법은 무엇이겠는가 이렇게 접근해 나가야 합니다."

 

<현안진단 2013>도 법륜스님의 대답과 그 맥을 같이 한다. 과거 역사 속 경험을 통해 교훈을 끌어내고, 비록 핵실험을 했다고 하더라도 이 상태에서 다시 우리가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다음 단계는 무엇인가를 찾아나가자고 제안한다. 이렇게 항상 과거의 통일 정책의 흐름을 먼저 짚는다. 과거 역사 속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지혜를 배울 수 있다는 기본 관점 위에서 현안들에 대한 해법을 제시해준다. 위기에 직면한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지나간 경험을 허투루 버리지 않는다면 상황에 ‘끌려가는’ 입장이 아닌 ‘스스로 풀어나가는’ 해결자로서의 위치에 서게 됨은 당연하다.   

 

지난 5년의 대북 강경정책으로 우리 안보환경이 나아진 것은 없다. 오히려 천안함, 연평도 사건 등으로 남북 간 군사적 대립과 긴장이 다른 어떤 때보다 한층 높아졌을 뿐이다. 더군다나 2013년은 1953년 정전협정 이후 꼭 60년이 되는 해이다. 전 세계가 포스트 탈냉전시대를 마무리하면서 새로운 발전모델을 구현해 나가는 현 시점에서 아직도 우리 민족만 냉전적 유물의 덫에 갇혀 있다면 과연 미래를 낙관할 수 있을까?

 

북한이 변화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우리 또한 냉전시대의 기준과 관점을 계속 견지하는 것은 우리에게 해가 될 뿐이다. 남북한 모두 변화하는 세계 질서 속에서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한다면 통일 뿐 아니라 민족의 발전은 불가능하다.

 

책을 다 덮고 나면 우리의 상대는 '북한'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이 땅에 평화와 번영을 구가하는 우리 자신임’을 알게 된다. 남남갈등의 원인인 이념논쟁에 발목 잡혀 우리의 힘을 소진하고 국론 분열을 가져온다면 우리는 현재의 수준을 넘어설 수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이 바라는 것은 21세기에 맞는 국가의 비전을 확고히 세우고 좌우를 아우르는 역량으로 사회적 통합과 민족의 새로운 도약을 이루어내는 일이다.

 

우리 사회는 특히 남북 문제에 있어서 대부분 양분법적 논리가 선행된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에 근거하여 사안을 분석하고 대처방안을 찾기보다는 자신이 발 딛고 서있는 입장에 따라 감정에 의존하여 대응한다. 이로 인해 일반 국민들의 견해조차 사안별로 양극단으로 갈라져 건전한 합의를 이루어내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러다보니 낡은 진영논리에 갇혀 사회발전이나 미래지향적 과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현안진단 2013>은 같은 민족과 통일, 외교와 안보라는 거대한 담론이 우리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보여준다. 복잡하게 얽힌 남북 관계를 일어난 사건과 대응을 통해 우리의 삶이 어떻게 규정되고 달라질 수 있는가의 단면을 알게 해준다. 통일 문제는 이제 정치적 영역에서 벗어나 우리 삶의 문제로 받아 들여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우리 민족이 슬기롭게 대처하여 올바른 진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길잡이가 되어주기에 충분하다. 박근혜 당선인과 새정부 참모들이 꼭 이 책을 읽었으면 하는 이유다. 또한 많은 국민들이 함께 이 책을 읽었으면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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