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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평화

삼일절, 1919년 그때처럼 4대 종교가 모였다

그저께 3월1일은 94번째 삼일절이었습니다. 전국의 많은 3.1절 기념행사가 열렸지만, 제가 참여한 기념행사는 무척 뜻깊고 특별했습니다. 기독교, 천주교, 천도교, 불교가 모두 함께한 특별한 기념행사였습니다. 마치 1919년 3.1독립운동의 민족대표 33인의 모임처럼 말이죠. 특히 다른 종교에 배타적인 개신교에서 참석해 화합에 대한 염원이 더 간절하게 다가왔습니다.

 

행사는 장수 죽림정사에서 열렸습니다. 죽림정사는 3.1독립운동 민족대표 33인의 한 분이시며 근세 한국 불교의 중흥조이신 용성진종조사의 생가에 조사의 뜻을 기리며 지은 절입니다. 법륜스님께서 죽림정사 주지를 맡고 있습니다.

 

33번의 타종에 이어서 10시 30분에 행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삼귀의와 반야심경에 이어 국기에 대한 경례, 애국가 제창, 묵념이 이어졌습니다.

 

 

이어 법륜스님이 순국선열들께 향공양을 올렸습니다.

 

 

이어 임명진 목사님, 최종수 신부님, 이응준 교무님을 비롯한 70여명의 내빈들이 33인의 민족대표에게 꽃 공양을 올렸습니다. 삼일절 경과보고, 독립선언문 낭독, 만세삼창 후에 다같이 삼일절 노래를 제창했습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낭독하는 독립선언문을 들으면서는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당시의 삼일독립운동을 떠올리고, 일제의 압박 하에서도 결연히 일어섰던 선조들의 뜻을 다시 기리는 시간이었죠. 그래서인지 이어진 만세 삼창은 결의에 찬 우렁찬 함성이었습니다. 가슴이 뜨거워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참석하신 한 분 한 분의 소개를 다 마친 후에 법륜스님의 말씀이 이어졌습니다.

 

“올 해는 정전협정 60주년이 됩니다. 전쟁이 멈춘 후 60년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전쟁이 온전히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제 전쟁을 온전히 종식시키는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통일을 이루어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는 뒷걸음질해서 오히려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져 있습니다. 이에 우리는 3.1 독립운동정신을 계승해서 이 땅에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평화를 공고히 하고, 분단을 극복하는 통일을 이룰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전 종교 전 민족이 뜻을 모아서 독립선언을 한 것처럼, 오늘 우리 또한 모든 종교, 사회 단체가 힘을 모아서 나라의 통일을 위해서 힘을 모아야 되겠습니다. 통일의 구심체가 현실적으로 대한민국일 수밖에 없기에 대한민국 안에 분열된 계층과 단체들이 이제는 나라의 통일을 위해 국민통합을 해야 할 것이고, 힘을 모아 통일을 해야 할 것입니다. 통일은 단지 대한민국의 발전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남북을 통틀어 전 민족의 발전을 위한 길이며, 통일한국의 이익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중국과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평화와 이익을 위한 길이면 나아가 세계의 이익이 되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과거의 행사를 기념하는 행사에 그치지 말고 이러한 국민의 정신을 계승해서 통일의 위업을 이루는데 다함께 노력을 했으면 합니다.”

 

법륜스님 말씀에 이어 인명진 목사의 축사가 있었습니다.

 

 

목사님은 워낙 편하고 재미있게 말씀을 해서 대중들이 많이 웃었습니다. 법륜스님과 인명진 목사는 워낙 오랫동안 친분을 나누신 사이인데, 두 분의 민족통일에 대한 간절한 바람을 다시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오늘 새벽에 이런 기도를 드렸습니다. 서울시내에서 밤에 한 자리에 서서 보면 30개씩 십자가가 보입니다. 십자가는 기독교에세 희망, 부활, 생명을 뜻합니다. 이 수많은 십자가가 보이는 서울에서 어떻게 희망을 보지 못하고 하루 46명이 목숨을 끊는가? 십자가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이것은 우리 사회에 대한 도전입니다. 폭동이 일어나지 않는 게 이상하다고 하는데 하루에 46명이 죽는 게 폭동이 아니고 뭐겠습니까? 이 상태로 가면 이 나라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릅니다. 이제 이 일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종교인이라 생각합니다. 기독교 천도교 할 것 없이 이 땅에 사는 백성에게 희망을 주도록 마음을 합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금년이 정전협정 60주년입니다. 60년의 세월이 지났습니다. 평화는 점점 멀어지고 있습니다.  옛날 3.1운동 때 선조들처럼 불교 스님들, 천도교회 여러분들, 그리고 가톨릭, 기독교 모든 종교인이 평화를 갈구하는 종교인들이 앞서서 분단을 끝내고 이 땅에 평화를 이뤄나가는 새로운 평화운동, 새로운 독립운동으로 나라를 세우는 일에 앞장서야하는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는 의미에서 오늘 삼일절 기념행사에 이렇게 각계 종교인이 함께 모여서 우리 선조들의
위대한 정신을 생각하고 기념하고 이 민족의 역사를 위해 종교인들의 역할을 다짐하는 이 일이야말로 뜻 깊다고 생각합니다.”

 

뜨겁고 긴 박수가 이어졌습니다.

 

 

 

이어서 전주교구 가톨릭농민회 지도신부인 최종수 신부님이 축사를 했습니다.

 

“우리 각 자에게는 하늘이 내려주신 사명이 있습니다. 농부와 노동자의 사명, 교사와 학생의 사명, 정치인과 공무원의 사명이 그러하고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명, 스님, 목사, 교무, 신부의 사명이 있습니다. 여기에 사명은 다양하지만 우리 모두에게 적용되는 하나의 사명이 있습니다. 바로 3.1자주독립운동의 정신인 자주독립통일국가의 사명입니다.”

 

신부님은 통일에 대한 사명을 힘있게 역설하고는 온 마음을 모아 통일을 염원하는 노래로 축사를 갈음했습니다. 목소리가 좋고, 부드러우면서도 힘이 있어 심금을 울리는 노래였습니다.

 

이어 원불교 대표로 온 이응준 교무님은 노래 두 곡으로 축사를 대신하였습니다. 두 번째 곡이었던 ‘온겨레의 노래’는 용성진종조사께서 쓰신 글에 곡을 붙인 노래로 3절부터는 전체 대중이 다같이 불렀습니다. 겨레에 대한 큰스님의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어서 ‘3.1 만세운동의 독립운동사적 의미를 말한다’는 제목으로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이신 임형진 님의 기념 강연과 ‘3.1정신으로 국민통합을’의 제목으로 대한불교 조계종 결사본부장이신 도법스님의 기념강연이 이어졌습니다. 이 자리에 유일하게 자리한 천도교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임형진 교수님은 천도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3.1운동과 더불어 여러 역사적인 고찰들과 당시의 많은 일화들을 말씀해 주셔서 재미있고 유익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도법스님은 당시 불교인이 불교발전보다 우선시 했던 가치, 기독교인들이 기독교의 발전보다 우선시 했던 가치가 바로 독립이었기 때문에 종교인들이 각기 다른 신앙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함께 모여서 같이 할 수 있지 않았겠는가? 그러면 지금은 민족사 전체를 놓고 볼 때, 인류사 전체를 놓고 볼 때 가장 절실한 가치는 무엇인가? 바로 생명의 가치이지 않겠는가? 그 속에서 국민통합도 이룰 수 있다는 취지의 귀한 말씀을 해 주었습니다.

 

이어서 청년정토회 회원들이 나와서 신독립군가를 함께 불렀는데, 당장 거리로 뛰어나갈 듯 결의에 차서 신나게 불렀습니다.

 

 

행사를 마치면서 행사에 참가한 내빈들은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4대 종단의 대표들이 한자리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며 이 자리가 앞으로 한반도 통일을 완성해나가는 첫 시작의 자리가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내용도 있고,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었던 삼일절 기념행사였습니다. 태화관에 모여서 목숨을 내어놓고 결연히 독립선언을 했던 33인의 선조들이 흐뭇한 웃음을 띄며 바라보셨을 것 같습니다. 우리들의 이런 간절한 바람이 남북의 평화와 통일로 이어지기를 다시 한 번 기원해 봅니다. 기독교, 천주교, 천도교, 불교가 함께한 특별한 삼일절 기념행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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